로그인메뉴

인터뷰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공간을 찾는 전문가 - 로케이션 매니져 김태영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로케이션 플러스' 김태영 대표 [사진=김태영 제공]

영화-드라마-CF 촬영에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하는 일을 하는 회사 '로케이션 플러스' 김태영(45)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로케이션 매니저'다. 15년 동안 장소 섭외를 위해 이동한 거리가 67km, 지구 16바퀴에 해당한다.
 
타짜’, ‘쌍화점’, ‘추격자’,‘아저씨’,‘내부자들’,‘숨바꼭질’ 등 8편의 영화, CF 3000여 편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지금은 내년 봄 개봉 예정인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리’, 프랑스 영화감독 드쿠르 드니의 작품에 쓰일 국내 로케이션 작업에 한창이다.
 
'촬영 섭외자'라고도 불리는 로케이션 매니저는 영화 시나리오, CF 콘티 등을 분석해 그에 어울리는 풍경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장소를 찾고 섭외하는 일 뿐 아니라 수 십, 수 백여 명에 이르는 촬영스탭과 장비 및 차량 인솔 등 현장에서 촬영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한다.
 
사시사철 전국을 누비는 만큼 일일히 셀 수도 없는 에피소들이 많다. 4년 전 김 대표는 CF 촬영팀으로부터 '주문' 한 가지를 받았다. 끝없는 벌판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 며칠 동안 머리를 싸 맨 김 대표는 전북 군산 새만금으로 향했다.
 
촬영 장소가 바닷가 근처의 뻘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지 미리 파악했어요. 어촌계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답을 받은 후 촬영 전 롤러로 바닥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을 해두었죠. 그런데 이튿날 가보니 작업해둔 곳에 바닷물이 휩쓸고 지나가 엉망이 된 거예요. 어촌계장은 지금까지 이렇게 바닷물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했지만 촬영을 하는 게 시급했죠. 촬영 포인트를 300m 뒤로 물러난 곳으로 새로 잡고 평탄작업을 한 후에야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로케이션 매니저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해요.”
 
이뿐 아니다. 기껏 찾아낸 장소라도 허가 문제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심심찮다 수차례 공문을 보내도 촬영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땐 도둑촬영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때 사고가 나면 로케이션 매니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촬영 현장의 안전까지 챙겨야 한다. 도로에서 촬영을 하다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고, 예정된 시간 보다 촬영이 길어질 때 각종 민원과 경찰 출동에 대응하는 것 또한 로케이션 매니저의 몫이다.
 
촬영 중 그때그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로케이션 매니저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합니다무릎이 닳도록 애절하게 부탁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래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촬영팀이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본문이미지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총을 쏘며 달리는 장면은 파주 출판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촬영했다.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한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대표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영상 촬영일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광고 프로덕션 조감독이었던 지인의 부탁으로 '촬영 섭외'를 처음 접했다. 그는 그때 느낀 재미를 동력 삼아 2002년 대학동기 2명과 함께 카메라 3대와 컴퓨터 2대만 갖춘 채 로케이션 플러스를 만들었다.
 
당시 로케이션 헌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없었어요. 작업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블로그에 올렸죠. 영화 타짜를 계기로  방송, 영화, CF  관계자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그가 참여한 CF는 무려 3000여 편에 이른다. 삼성 갤럭시S7, 폭스바겐, 정관장, 박찬호가 등장했던 국민카드, 비의 니콘 카메라 등 매 작품 마다 눈물겨운 고생의 추억이 서려있다. 들개한테 물릴 뻔하기도, 비포장도로를 후진으로 30분가량 달리기도 했고,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산속에서 기름이 떨어져 차가 멈추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고생 끝에 원하던 풍경이나 장소를 찾으면 한 순간에 고생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며 웃는다.
 
그는 적절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을 땐 구글 검색을 통해 국내외 다양한 사진을 로드뷰 및 항공뷰로 보거나 직접 찾아간다. 지금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같은 대도시는 물론 풍광이 좋은 산골짜기, 한적한 시골, 골목 등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세밀하게 살폈다. 눈에 띄는 장소를 발견하면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찍고, 일조량 등의 자세한 정보를 기록한다.
 
촬영장소를 섭외하는 것은 단지 멋있고 아름답다고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른 빛의 방향, 촬영 조건, 관리자의 허가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습니다.”
 
본문이미지
로케이션 정보를 담은 김태영 대표의 다이어리와 지도책

그는 지난해 10, 15년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로케이션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로케이션 마켓’(locationmarket.co.kr)을 오픈했다. 직접 발굴한 로케이션 정보 및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궁금했던 촬영지 정보를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해당 로케이션에 대한 위치, 빛의 정보, 촬영 팁 등을 제공하고 있어 일반인 뿐 아니라 영상 촬영 관계자, 영상 관련학과 학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류 여행 관광객을 위한 여행 루트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는 촬영 일정이 아무리 빡빡해도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틈틈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닌다. 쉴 때도 인테리어, 건축, 여행 책 등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드라마, 영화를 볼 때도 어디서 촬영했는지 엔딩 크레딧까지 챙겨본다
 
힘들게 알아낸 곳이 촬영지로 쓰이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뿌듯합니다. 항상 새로운 공간을 찾는 건 제게 큰 행복입니다 공간과 사람을 잇는 것’이 제 모토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루트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소를 소개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6-11-14 16:43   |  수정일 : 2016-11-15 17:5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