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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폴란드 국민 5분의 1 죽였지만 우방국이 된 까닭은?

크쉬슈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가 말하는 '화해의 비법'

약력

크쉬슈토프 마이카 (Krzysztof Ignacy Majka)대사

1949년생

現 주한 폴란드 대사
前 폴란드 외무부 아시아 태평양국 부국장
前 주인도 폴란드 대사 (몰디프, 네팔, 스리랑카 겸임대사)
前 폴란드 대통령 자문위원
前 폴란드 상원의원 (유럽통합 위원장)
前 주인도 폴란드 영사

방갈로르 인도과학대학 과학기술 박사
그단스크 공과대학 기계구조학 석사
코샬린 공과대학 학사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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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폴란드 관저 앞에 포즈를 취한 크쉬슈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

 
주한 폴란드대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6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였다. 세미나 주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화해와 협력’이었다.
 
당시 세미나에는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대사를 비롯해 독일과 영국 대사 등이 참석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화해를 위해 실천한 노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기자는 크쉬슈토프 마이카 대사를 지난 17일 그의 관저에서 다시 만나 한일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문제, 현재 유럽이 처한 난민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대사에게 그동안의 업적을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사는 지난 4년 동안 폴란드의 전권대사(全權大使)로 한국과 폴란드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2013년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해 한국과 폴란드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체결한 것을 그는 대사로서의 최고 공적으로 꼽았다.
 
폴란드도 유럽연합(EU) 소속 국가인만큼 다른 주한 유럽 대사관들과의 업무 연계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대사는 “폴란드는 유럽의 회원국이며 모든 유럽연합국은 유기적으로 하나의 팀으로 뭉쳐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유럽연합의 가이드라인과 EU-한국 간의 협의 내용에 준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7월 체결된 EU와 한국간의 FTA를 들 수 있다. 해당 FTA는 EU가 아시아 국가와 최초로 체결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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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쉬슈토프 마이카 주한폴란드 대사
 
정부보다 먼저 사회적 화해 제스처가 나와야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제2차 세계대전으로 흘렀다. 이번 만남의 이유이기도 했다. 과연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 국가로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또 우리가 배울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폴란드는 이 전쟁에서 600여 만명의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 인구 5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독일과 옛 소련이 폴란드에 가한 전쟁범죄는 정말 가혹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화해만이 전쟁의 깊은 상처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물론 이 화해의 과정이 항상 조화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화해에는 양국 간의 실익을 위한 실용적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해를 통해 양국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협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자 교훈이다.” 
 
현재 독일과의 관계는 어떠냐고 묻자 “오늘날 독일은 폴란드와 가장 친한 경제적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맹국”이라고 답했다. 폴란드의 교훈 중 한국에 전해주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물음엔 이렇게 말했다.
 
"화해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정부, 고위공직자, 정치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각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화해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예를 들면 양국의 역사학자, 종교인, 기자, 청년단체 등이 나서서 화해 의미를 서로 나눠야 한다. 이 것이 화해의 비법이다. 그런데 동북아에서는 이 화해 과정을 정부와 정치인의 숙제처럼 남겨두는 분위기다.
 
폴란드와 독일이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화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사회단체 간의 보상, 교환학생 상호교육, 지자체 간의 협의 등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참여가 있었다. 화해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다음 세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필요로 한다. 이런 다각적 노력이 있어야만 시대가 지나도 양국 간의 화해가 지속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폴란드가 화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가 바르샤바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을 꼽는다. 이에 기자는 "일반인들이 사회적으로 화해를 하기에 앞서 지도자의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사는 “해당 사건이 분명 독일과 폴란드, 양국이 화해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 앞서 독일과 폴란드의 종교계가 먼저 사과를 주고 받은 것이 독일 지도자의 화해 제스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졌다. 당시 폴란드 가톨릭 주교(bishops)들이 독일 주교들에게 ‘우리는 독일을 용서함과 동시에 용서를 구한다’는 편지를 전달했다. 정부의 행동에 앞서 사회적 교류가 먼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폴란드와 독일의 고위관료들끼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등 여러 화해 제스처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졌다” 고 말했다.
 
대사는 당시 주교간의 편지교환 때 분위기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말했다.
“모든 폴란드인들이 주교들의 태도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주교 간의 편지교환이 있었을 당시 나는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폴란드 주교들이 독일에 용서를 구한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에 대한 학급 투표가 벌어졌다. 과반수의 학생들은 폴란드가 독일에 용서를 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표를 던졌다. 사회적으로 이런 화해 제스처를 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것이며, 모두 동의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독일에 대한 통념이 서서히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국민 42% 사죄 찬성, 15%만 사죄 반대
 
대사는 양국이 사회적으로 꾸준한 교류을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화해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 모두 이런 화해를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의 우경화, 전쟁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민감한 부분이다. 아베 총리는 우익의 지지와 좌익의 비판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일본 NHK가 시행한 ‘일본이 사과해야 하나?’라는 대국민 조사에서 42%는 사과해야한다고 답한데 비해 15%만이 사과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현재 일본이 사죄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
 
-북한의 지뢰 및 포격도발 행위 등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지난 도발로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들께 유감을 표한다. 언젠가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압박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고쳐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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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대사


폴란드, 난민 2,000명 수용할 것
 
-유럽의 현안인 난민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난민 문제는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논의 중에 있다. 폴란드의 경우 2000명의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폴란드는 이미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시설을 갖춰놓았다.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난민을 수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난민이 늘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난민 정책상에는 일부 문제가 있으며, 이런 문제를 폴란드가 주도해 EU에 제기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난민과 경제적 이유로 이민을 신청하는 사람, 이 두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난민사태와 북한의 탈북자를 비교해본다면?
"난민이란 국외지역에서 정치적 박해, 내란, 내전 등 안전상의 위험을 느껴 피난처를 찾아 해당 국가를 탈출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정의로 볼 때 북한의 탈북자도 분명히 난민에 해당된다. 난민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만 현재 유럽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탈(脫)국가 상황은 그 규모 면에서 북한의 탈북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다."
 
-폴란드의 현재 경제상황은 어떤가. 그리스발(發) 경제위기로 유럽 전체가 동요하고 있지 않은가.
"폴란드는 유럽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유일하게 빗겨간 나라 중 하나로, 1인당 소득이 대부분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 폴란드의 경제성장률을 3.3%로 산정했다. 유럽지역 경제성장률은 0.9%였다. 폴란드는 이번 그리스발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을 받았다. 우리가 해당 국가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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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는 폴란드와 한국의 관계 그리고 개인적인 질문들을 던져보았다.
 
한국의 가장 좋은 점은 ‘어른 공경’
 
-에바 코파즈(Ewa Kopacz) 폴란드의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여성이다. 두 여성 지도자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양성 평등이자 인간의 기본적 권리다. 이를 통해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두 여성 지도자들은 뛰어난 정치인이자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폴란드에서 여성이 고위관료, 정치인, 장관 등의 직위를 가지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1992년 수호츠카(Suchocka) 여성 총리가 폴란드의 국가 수반이 된 바 있다.” 
 
-대사께선 기계구조학을 전공한 공학도이다. 신생 제조업이라 불리는 인큐베이팅(incubating)과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폴란드의 ‘마리아 퀴리 부인(Maria Sklodowska Curie)’도 그녀의 작은 실험실에서 세계적으로 획을 긋는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작은 실험실이나 워크샵에서 창조를 이룬 것은 퀴리부인만이 아니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갖고 작은 워크샵이나 실험실 등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장점은 무엇인가? 당신이 정의하는 리더십을 한단어로 말하자면?
"한국의 장점 중 하나는 유교사상에 따른 '어른 공경'이다. 특히 선생님과 업계 기능장들에 대한 공경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한국을 발전시켰다. 리더십은 곧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한마디로 축약된다."
 
대사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한국의 추석이 얼마나 큰 명절인지 잘 안다"며 추석을 앞둔 한국 국민들에게 인삿말을 건넸다.
"귀향길에 차가 좀 덜 막혔으면 합니다. 모든 분들이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등록일 : 2015-09-22 10:40   |  수정일 : 2015-09-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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