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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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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차세대 문화인으로 선발된 소설가 정세랑

“싱싱하면서 여린,위험하고 애절하다”

지난 7월 소설가 정세랑(30)씨의 《이만큼 가까이》(창비)가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어판 제목은 《언더, 썬더, 텐더》. 쿠온출판사(대표 김승복)가 2011년부터 내놓은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이다.

글 | 한정림 톱클래스 기자   사진 | 김선아

지금까지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를 통해 일본에 소개된 작가는 김연수・박민규・신경림・은희경 등이 있다.

《이만큼 가까이》의 일본어 출간과 동시에 정씨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한일 차세대 문화인 대담’의 첫 주자로 도쿄를 방문했다. 그의 뒤를 이어 소설가 박민규・김중혁, 건축가 안기현이 일본의 문화예술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정씨는 7월 20일, 인기 작가 아사이 료(26)씨와 함께 그의 모교인 와세다대학에서 한일 양국의 2030세대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1일에는 쿠온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책거리’에서 한국 문학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성장소설 《이만큼 가까이》, 일본에서 호평


《이만큼 가까이》는 파주를 배경으로 10대 시절을 보낸 주인공 ‘나’와 여섯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한 시간에 한 대밖에 다니지 않는 ‘2번 버스’를 타고 일산 신도시에 있는 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생이다. 두발 단속과 피어싱, MD플레이어와 MP3가 공존하는 세기말을 함께 보낸 일곱 친구들이 10년 넘게 우정을 지켜낸 이야기다. 일본어판 제목인 《언더, 썬더, 텐더》는 주인공 ‘나’가 30대가 된 친구들을 찍어 만든 단편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미숙하지만 격렬하고 민감한 감수성이 극대화되는 10대 시절을 표현한 말이다.

도쿄에서 유명한 ‘책의 거리’ 진보초(神保町)에 위치한 북카페 ‘책거리’에서 일본 독자들과 만나고 돌아온 그녀는 살짝 들떠 있었다.

“일본 독자로부터 엄청 큰 꽃다발을 받았어요. 졸업식 때도 받아본 적이 없는 큰 꽃다발이라서 감동했어요. 제일 좋아하는 꽃인 해바라기도 있었는데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일본에 가서 칭찬을 많이 받은 덕분에 한동안 슬럼프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을 뒷받침하듯 《이만큼 가까이》를 읽은 일본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싱싱하면서 여리고, 위험하며 애절한, 사랑스러운 이야기” (세기 토모요)
“고교 시절과 30대 직장 생활의 추억이 그리워졌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작품” (에노키 다카시)


정세랑 작가와 함께 ‘한일 차세대 문화인 대담’에 참가한 작가 아사이 료(26)씨는 “소년소녀의 두 눈에 비친 모든 것, 그 세계에 이리도 공감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출퇴근 버스는 매일매일 총 들고 보초 서는 군인 옆을 지나갔어요. 일하다가 창문을 보면 얼굴을 까맣게 칠한 군인들이 기어가면서 훈련하고 있고 그들과 눈이 마주치곤 했어요. 탈영병 문제도 많았고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실, 다른 나라 사람은 경험하지 못하는 종류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수면 밑에 큰 물고기가 도사리고 있는 느낌을 받아 그런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다행히도 일본 독자들은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에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데뷔한 지 6년… 동세대 일본 작가와의 간극


일본에서는 한 작품이 양장본으로 나온 뒤 다시 문고본으로 두 차례 출간되기 때문에 작품 수명이 길다. 1억 명의 잠재 독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 출판계가 불황이라 해도 서점에 가보면 여전한 독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큰 문학상을 받고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독서 인구가 그만큼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두 배라는 건 굉장한 것 같아요.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 차이가 없는데, 1년 전의 아사이 료씨와 지금의 아사이 료씨는 정말 달라요. 작가로서 활동 규모가 몇 배로 커졌어요. 일본에서는 대중소설도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젊은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고 활기차다는 걸 느꼈어요. 30대만 해도 신인이라 생각하는 우리 문학계와는 차이가 있죠.”

정세랑씨는 2010년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통해 데뷔, 지금까지 장편소설집 네 권을 낸 6년차 작가다. 후배 작가에 대한 우려스러운 마음도 든다.

“젊은 작가가 클 수 있는 성장 경로가 너무 없어요. 데뷔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등단을 해도 다음 책을 낼 수 있는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책이 나와도 홍보가 제대로 안 돼서 ‘냈다’로 끝나는 책이 너무 많죠. 다른 방법으로는 문학상을 받는 건데 상이란 게 계속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레 문단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출판사 편집자였고 문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작가이기에 할 수 있는 제언이었다.

“열 개의 출판사가 공평하게 작가들을 데리고 한국문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다섯 개 안팎의 출판사에 자본과 작가가 집중돼 있고, 문예 잡지도 너무 적어서 건강하지 못한 환경이에요. 편집위원도 임기제로 하고 문학상 심사위원도 일 년에 두 곳 이상은 못 하게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와 함께 가는 작가이고 싶다

대학에서 문학과 사학을 전공한 정씨는 작가를 꿈꾸진 않았다. 단지 책읽기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좋은 책을 권해준 덕분에 어렸을 때 책의 재미에 눈을 떴다.

“외할아버지는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딸・아들 차별하지 않고 교육하셨고, 무엇보다 책・미술・음악 등 문화 전반을 접하게 하셨대요. 엄마도 엄청난 독서가예요. 미술・음악・무용 모든 문화 장르를 좋아하세요. 어렸을 때 엄마 따라 공연장과 미술관 많이 다녔어요. 우리끼리 삼대가 문화예술을 좋아하면 결국 문화계 사람이 나온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해요.”

대학 졸업 후 출판사 편집자로 5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소설에 그대로 담겼다. 직장이 있던 파주출판단지 주변 풍경이 작품 속 배경으로, 주인공의 친구 ‘주연’은 커서 출판사 편집자가 되는데, 일할 때 만난 선후배 편집자 여러 명을 섞어 만들어낸 캐릭터다. 영화미술을 하는 주인공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인터뷰 방식으로 취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실존 인물을 30%, 여기에 허구를 70% 정도 섞으면 등장인물의 리얼리티가 살아나니까요. 일부러 그렇게 쓰는 편이에요.”

최신작 《재인, 재욱, 재훈》도 제목과 동명인 친구 두 명과 남동생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글이다. 물론 책에 이런 사실을 밝혔다. 참고도서까지 밝히는 성실한 작가다.

“월화수목금, 주 5일 매일 오전 11시부터 두 시간씩 꾸준히 글을 써요. 보통 하루에 원고지 15매 정도를 쓰는데, 규칙적으로 꾸준히 쓰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더라고요.”

그녀만의 공간인 책장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꽉 채웠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스티븐 킹. 앞으로 쓰고 싶은 스타일도 장르문학인 코지 미스터리(가볍게 읽는 추리소설)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책을 쓸 때는 가능한 한 구어로 쓰려고 노력해요. 동세대 언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편인데 나중에 봤을 때 그 시대를 반영한 자료가 될 수 있죠. 웹에서도 연재가 더 활발해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대중소설 작가는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독자들이 선택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대중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문단이나 문학계보다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작가이고 싶어요.”
등록일 : 2015-08-25 10:17   |  수정일 : 2015-08-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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