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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전문가 조성배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 산업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인공지능은 로봇이기도 하고 시스템 자체이기도 해요.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1~2살 어린아이보다 기능을 못할 때도 있죠. 인공지능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언제 얼마만큼 발전할지 몰라요. 미래의 가장 유망한 기술 중 하나이지만,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어요. ‘인공지능이 미래다’라고요.”
   
   지난 6월 8일 영국에서 13살짜리의 지능을 갖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인공지능 65년 역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발표에 다시금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올 초에는 정부에서 신성장산업으로 ‘사물인터넷’을 꼽기도 했다. 구글, 애플 등 세계 유수의 IT 기업은 인공지능 연구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인공지능 분야 학자로 관련 논문을 230편 이상 써낸 조성배 연세대 교수(컴퓨터공학¡¤50)는 “13살짜리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발표가 획기적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면 아직 우리가 모르던 사실이 매우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조성배 교수는 마침 스페인 살라만카(Salamanca)에서 열린 학회에서 기조 강연을 마치고 귀국한 참이었다. ‘사물인터넷에서의 하이브리드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기조 강연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인 학회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강연 중 하나였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주변의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날씨에 따라 알아서 작동되는 냉난방 시스템을 간단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지금도 TV, 자동차 등에는 인터넷이 연결돼 있긴 하지만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스스로 정보를 교환하고 사물을 조작하는 ‘인공지능’이다. 기자가 조 교수를 만난 날에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려 나서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진 날이었다. 구글은 지난 6월 23일 계열사인 네스트(Nest)가 가정용 CCTV 제조회사 드롭캠(Dropcam)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네스트는 자동으로 실내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유명하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스마트폰으로 감시할 수 있는 드롭캠과 손잡음으로써 ‘집안의 사물인터넷’ 분야에도 구글이 힘을 쏟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하게 될까. 조성배 교수는 “사실 인공지능이 이 시점에서 얼마나 발전했느냐를 물으면 ‘잘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대신 “지금 인공지능의 발전 양상은, 지능이라는 커다란 퍼즐판에서 각자의 모양을 맞춰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처음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능’에 대해 정확히 모르던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을 단계별로 개발하면 될 줄 알았다. “‘기호중심 인공지능(Symbolic AI)’이라고 하는데, 지능이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점진적으로 기능을 발전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지능은 계단처럼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레벨에 걸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중심 인공지능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의학, 법률 등 전문 분야에서는 연산 작용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더욱 효과적일 때가 많다. “의사들이 처방을 내리는 과정이, 진단을 통해 증상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약물 등을 찾는 것인데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로도 충분히 이런 전문적인 과정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은 인간 의사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딱 전문적인 지식 레벨에서만 ‘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지능을 개발하려고 하면 계속 예외가 생기고 오류가 생기지요.”
   
   그래서 기호중심 인공지능은 곧 ‘연결주의 인공지능(Connetionist AI)’에 길을 비켜줬다.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 신경망을 만든다는 것인데, 사실 우리는 아직 우리 뇌에 대해 자세히 모릅니다. 두 방법 모두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요즘은 두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주목받고 있어요. 제가 이번 학회에서 발표한 것도 두 방법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AI 시스템(Hybrid AI system)’에 대한 것입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뇌를 모방할 수 있게 되면서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 인공지능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우승한 IBM의 왓슨(Watson)이다. 기존의 인공지능들은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사람의 지능을 그대로 닮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왓슨은 수퍼컴퓨터의 매우 빠른 연산 능력과 인간의 지식 체계가 어떻게 답을 산출해 내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조성배 교수는 “자연어 인식과 기계학습 방식이 왓슨의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과 같은 지시어나 중의어 등 자연어를 해석하는 문제는 음성인식의 핵심이기도 하다. 애플의 ‘시리(Siri)’ 등 여러 IT 기업이 자연어를 포함해 완벽한 음성인식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말과 행동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해요. 자연어 인식은 대량의 데이터를 모아서 데이터마이닝(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일)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좀 더 완벽해질 것입니다. 요 몇 년간 급격히 발전한 음성인식 기술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음성인식 시스템이 심지어는 스마트폰이나 로봇에게 직접 명령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지요.”
   
   왓슨의 성공은 또 기계학습 방식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계학습의 원래 의미가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입력하기가 어려우니,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계속 축적해 기계가 맞는 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이미 많은 산업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번역이지요.” 예전의 번역 시스템이 문법 규칙을 문장에 1:1로 적용하던 것이었다면 구글 번역은 문장, 구 등 의미 단위로 가장 적합한 번역 결과를 내어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질문을 듣고 의미를 이해해서 맞거나 적절한 답을 내놓는 시스템은 최근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입니다. IBM의 왓슨은 글로벌 금융 기업인 씨티은행에 팔렸다고 하더군요. 씨티은행은 왓슨의 시스템을 장차 콜센터를 대체하는 고객 상담 서비스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융 서비스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적절한 답을 찾는 능력만 있다면 왓슨의 시스템이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조성배 교수는 자리를 옮겨 연구실에 있는 작은 로봇을 소개했다. “요즘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의도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서 인공지능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목말라’라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목이 마르다’ ‘물이 필요하다’ ‘물을 가져다 줘야 한다’ ‘물을 찾는다’ ‘물을 가져다 준다’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수행하게 하는 것입니다.”왓슨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명확하지 않은 말 혹은 행동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일이다.
   
   조 교수는 “분야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1990년대 중반 일본의 한 연구소에 있었을 당시에 ‘인공 뇌’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있었다. “단층 영상으로 뇌의 뉴런 레벨까지 추정하면 뇌의 설계도를 그릴 수 있다는 발상이었어요. 인공 생명체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려진 진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해서 초기 생명체부터 인공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입니다.”
   
   조성배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를 통틀어 ‘퍼즐 맞추기’라고 비유했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도 연구자마다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왓슨이나 시리가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 아니고,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에 인공지능을 넓게 정의하면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조 교수는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도 흔히 쓰는 OMR 카드 판독기가 초창기에는 인공지능으로 취급됐다는 얘기를 전하며 인공지능의 숙명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시대에서 ‘조금 더 똑똑했던’ 인공지능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밀려납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그 사이에 아무 발전이 없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혹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수반되는 기술들은 나타나면 즉시 상용화되는 편이다. “애초에 애플 시리는 미국 국방부가 진행한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중에 ‘음성개인비서 연구부문’을 맡았던 SRI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애플에 매각되면서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이에요.”
   
   조 교수가 현재 연구하는 ‘의도대응 시스템’은 사용자의 의도와 취향, 욕구를 파악하는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지만 ‘의도 파악’에 취약한 정신질환자 등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특정한 방향이나 뚜렷한 단계 없이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단지 지금보다 더 편하게, 더 똑똑한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특정 시점에 ‘인공지능’이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구글에서 인공지능 책임자로 있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찾아올 것이라 예측했다. 여기에 대해 조성배 교수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람의 지능이 무엇인지도 아직 우리는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은 여기저기서 인간을 닮거나 인간을 돕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인공지능은 진짜 ‘지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등록일 : 2014-07-18 오전 9:41:00   |  수정일 : 2014-07-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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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 2014-07-19 )  답글보이기 찬성 : 16 반대 : 19
과학 발전 동향을 보면 과연 인류의 멸망을 막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라는 불안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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