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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글 | 손리나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 변호사 2019-08-29 11:22

혼인생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 다시 말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주어야 할까요.

한동안 유명한 영화감독 부부, 그룹 회장 부부의 이혼소송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는데, 최근 종영한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의 부부와 언론에 보도되는 연예인 부부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이혼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와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직면하며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혼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는 시간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혼제도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책주의’와 부부 당사자의 책임유무를 떠나 혼인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된다는 ‘파탄주의’로 나뉩니다.

이는 결국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이 우선되냐, 아니면 그 보다 혼인생활의 도덕성과 신의성실이 우선되냐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유책주의를 채택하여 왔고, 약 4년전 공개변론까지 거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과정에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는 7:6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터라 언제까지 유책주의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팽팽했던 두 입장의 핵심 논거를 간략히 살펴보시면서 이혼제도에 대한 입장을 마음 속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먼저 유책주의 입장은 ①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협의이혼 제도가 존재하고, 실제 전체 이혼 중 약78%가 협의이혼을 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가 상대방을 설득하여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 ②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및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대한 아무런 제도가 없어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 ③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책임사유는 불륜관계인데, 사실상 중혼(배우자 있는 사람이 다시 혼인한 상태)에 대한 형벌조항으로 기능하던 간통죄가 폐지된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는 점, ④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된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파탄주의 입장은 ①혼인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 상대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으로 형식에 불과한 혼인과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간통죄와 이혼은 제도의 목적과 법적효과가 다르므로 간통죄가 없어졌더라도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법률관계를 달리 처우해야 할 필요가 없는 점, ②재판상 이혼을 허용할 경우에도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상대배우자에게 실질적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재산분할시에도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배우자가 혼인 중에 못지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합니다.

여러분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실 건가요?

유책배우자를 대리하기도 하고 상대배우자를 대리하기도 하면서 수 많은 이혼사건을 수행해 온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밝힌다면, 재판과정에서 혼인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되었다는 점에 대한 판단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유책배우자의 책임에 상응할 만한 상대배우자를 위한 위자료가 현실에 맞게 증액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러한 현실을 보완할 수 있는 입법적, 제도적 보완부터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법부 판단 과정에서 싸늘한 법의 잣대만으로 사안을 판단하지 말고 세심하고 지혜로운 눈으로 양 당사자의 현실을 바로 보고 평가하여 각 당사자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판단이 내려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등록일 : 2019-08-29 11:22   |  수정일 : 2019-08-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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