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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추천한 ‘프롬’, 세상에 없던 구매 방식

윤지영 커넥서스컴퍼니 대표

글 | 김민희 톱클래스 편집장 2019-07-17 19:34

“네트워크가 곧 상품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제품과 시장은 스스로 진화하는 유기체다.”
 
오가닉미디어랩 윤지영 박사가 주장하는 핵심 메시지다. 윤지영 박사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오가닉 미디어》 《오가닉 마케팅》 등의 저서를 통해 연결된 세상의 관계 방식을 ‘유기체’로 개념화한 ‘이론가이자 학자’, 이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마케팅 기법을 조언하는 ‘컨설턴트’, 이론적 토대 위에서 상품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 커머스를 개척해나가는 ‘실험가이자 마케터’.

‘오가닉 미디어’ 개념은 마케팅 시장에서 새로운 테제(thesis)로 퍼져 나갔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연결된 세상에서 미디어와 상품은 스스로 꿈틀대는 유기체이며, 이런 시대의 마케팅 방식은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 테제에 매료돼 오가닉미디어스쿨의 팬이 된 이들이 많다. 윤 박사는 이 팬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일’을 벌였다. 이론을 실제로 증명해 보이는 과감한 도전. 예상보다 일이 커졌다.

지난 5월 18일 서울 헌릉로 오가닉미디어밸리에서 ‘프롬 마켓데이’가 열렸다.
지난 5월 18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에 있는 오가닉미디어밸리에서 열린 ‘프롬 마켓데이’는 그 현장이었다. 현장에는 성능과 만족도가 검증된 여덟 개 브랜드가 초청됐다. 기름이 필요 없는 프라이팬 ‘드롭스 또르르팬’, 서울대 약대 선후배가 모여 만든 건강기능식품 ‘헬로우맨’, 친환경 벼로 만든 누룽지 ‘영미칩’ 등의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장이었다. 그가 제창하고 개발한 구매 방식 ‘프롬’의 론칭 현장이기도 했다.

“프롬은 ‘친구로부터 온’이라는 뜻이에요. ‘프롬’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순간 연결이 시작됩니다. 생산자와 구매자, 발굴자와 다른 제품의 발굴자가 서로 연결되는 거죠. 미디어와 비즈니스는 살아 있는 유기체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어요. 소비자가 발굴자이자 MD가 되는 거죠.”


신뢰를 팝니다


프롬에는 현재 수천 개의 구매좌표들이 있다. 내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의 장바구니이자 친구에게 소개해주는 숍이다. 프롬의 메커니즘은 이렇다. 프롬에서 구매하거나 프롬 멤버에게서 선물을 받으면 누구나 구매좌표가 생긴다. 꿈틀거리는 네트워크 생태계에 진입하게 되는 순간이다. 각 구매좌표, 즉 ‘친구’는 주변에 꼭 알리고 싶은 좋은 물건을 추천할 수 있다. 기존의 프롬마켓에 없는 새 상품이라면 ‘발굴자’가 된다. 추천한다고 바로 물건이 등록되는 건 아니다. 그 물건을 지지하는 ‘팬’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커넥서스컴퍼니의 승인을 거친다. 해당 제품의 생산자는 발굴자가 될 수 없다. 제3자만 가능하다. 모든 상품 페이지에는 누가 추천했는지, 발굴자의 구매좌표가 보인다. 내가 추천한 물건이 몇 개나 팔렸는지의 히스토리를 누구나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발굴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뢰’다. 지인의 지인, 그 지인의 지인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에서 추천한 물건이기에 믿고 산다. 인센티브는 추천자가 아니라 구매자에게 돌아간다. 많게는 구매가격의 20~30%까지 적립된다. 제품 소개자는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1인 마켓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인플루언서의 상점과 프롬은 중첩되는 지점이 있어요. 둘 다 네트워크 기반이고, 누가 내 이야기를 듣느냐가 나를 정의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요.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 일하느냐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프롬은 나의 소비 결과가 지인의 의사결정을 돕고, 구매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설계돼 있어요.”

소비는 노동이다. 마케팅의 옷을 입은 거짓 추천이 판을 치는 온라인 마켓에서 ‘진짜’를 가려내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그는 “프롬이 소비의 효율성에 기여한다”며 “쇼핑몰에 접속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와 스팸을 가려내는 수고로운 노동의 과정을 단축해준다”고 설명했다.


‘나 중심’ 사회에서 ‘관계 중심’ 사회로


윤지영 박사는 이론과 실전에서 두루 해박하다. 파리 5대학(소르본)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네트워크와 사용자 정체성을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관계성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논문의 핵심. ‘네트워크는 살아 있다’는 오가닉 미디어는 이때 찾아낸 개념이다. 국내에 와서는 콘텐츠의 연결을 만드는 소셜 네트워크 회사를 창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모바일랩장과 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그때 깨친 인사이트가 너무 커서 정리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오가닉미디어랩을 설립하고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함께 오가닉 시리즈 3부작을 펴냈다. 1편 《오가닉 미디어》와 3편 《오가닉 마케팅》은 윤지영 박사가, 2편 《오가닉 비즈니스》는 노상규 교수가 썼다. 이론을 바탕으로 5년 전 ‘1인 서점’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이때 경험을 녹여 커넥서스컴퍼니 대표를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윤지영 박사에게 ‘스스로의 직업을 정의해달라’고 청하자, 초등학생 조카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조카가 학교에서 세상의 직업에 대해 조사하면서 ‘고모는 뭐 하는 분이야?’라고 물었는데, 엄마 아빠가 둘 다 답변을 못 했대요. 내 직업이 기존의 직업 인덱스에는 없다는 걸 알았죠. 마케터도 아니고, 판매자도 아니잖아요. 살아 있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가치를 찾는 일인데, 너무 어렵죠? 기존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커머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자타공인 ‘연구 전문’ 윤 박사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의아해했다. “감독이 벤치에 있어야지, 경기장으로 나오면 되겠냐”는 반응부터 “귀족이 스타트업 할 수 있겠어요?”라는 얘기도 들었다. 윤지영 박사가 만들고 파는 건 물건이 아니다. 연결된 세상에서 새로운 차원의 소비를 통해 생성되는 ‘가치’다.

“나 중심 사회에서 관계 중심 사회로 변화하고 있잖아요. 관계의 선순환을 꿈꿉니다. 신뢰를 쌓는 게 당연한 사회, 그 신뢰가 살아 있는 네트워크의 본질이 되는 사회, 이런 세상이 우리가 추구하고 꿈꾸는 사회입니다.”
등록일 : 2019-07-17 19:34   |  수정일 : 2019-07-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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