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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이 기업가가 될 때까지! ‘위넷’의 초대

글 | 황은순 주간조선 기자 2019-07-17 19:34

나는 2013년 서울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탄생했다. 나를 만든 건 세 명의 ‘쎈 언니’들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비 오는 저녁이었다. 막걸리 몇 잔에 기분 좋게 취한 그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 함께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나라에 멋진 여성들이 많은데 여성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기존 기업에서 버티거나 집에 가거나. 그 이외에 옵션은 없는 걸까요?”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듣고, 여성들이 창업을 꿈꿀 수 있는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렇게 내 뼈대가 만들어지고 그 후 몇 차례 그들의 수다가 더해지면서 살이 붙었다. 그해 12월 나는 세상과 만났다. 내 이름은 위넷(WE.Net), 풀네임은 여성기업가네트워크(Women Entrepreneurs Network)이다. 기업가들과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내 탄생의 이유였다. 여성 기업가를 내세우긴 했지만 방점은 네트워크에 찍혀 있다. 창업이든, 1인 기업이든, 프리랜서이든, 혹은 기업 내에서 성공한 경우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과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경험을 나누고 그를 통해 여성들의 성장을 돕자는 취지이다. 위넷의 DNA는 ‘봉사’이다. ‘쎈 언니’들의 시간과 노력 봉사가 나를 만들고 키웠다. ‘아낌없이 응원하고 지원한다!’를 모토로 위넷은 2명의 스타트업 대표의 발표를 시작으로 첫발을 뗐다. 그렇다고 남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위넷의 취지를 공감하고 응원하는 남성들은 누구든 환영이다. 초청하는 창업가도 남녀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스타트업 창업가 150명의 노하우를
   
위넷은 올해로 7살이 됐다. 지금까지 위넷에 초대된 창업가는 150여명에 이른다. 그 리스트는 화려하다.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스타트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앞다퉈 이름을 올렸다. 스타일 쉐어, 요기요, 마이리얼트립, 열린옷장, 와디즈, 농사펀드, 퍼블리, 마켓컬리, 생활연구소, 텐바이텐, 마리몬드, 정육각, 째깍악어, 튜터링, 두손컴퍼니, 닷페이스, 프레시코드, 목금토 식탁, 오늘회, 복순도가, 오늘의집…. 언론에 오르내리는 화제의 스타트업들이다. 창업하고 얼마 안 돼 위넷에서 소개된 후 급성장한 기업들도 많다. 
   
초대된 창업가들은 좌충우돌 창업 스토리부터 사업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공개한다. 참석자들은 창업을 꿈꾸거나 준비 중인 직장인, 학생, 교사, 투자자, 기업 신사업팀 직원 등 다양하다. 위넷에서는 발표자만큼 참석자들도 중요하다. 참석자들은 모두 자기 소개를 한다. 발표가 끝나면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으면서 인맥을 넓힌다. 한 번 참석한 사람들이 다음번에 지인들의 손을 붙잡고 오면서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자극을 받거나 창업 관련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바로 구인구직이 이뤄지기도 한다. 위넷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열정 과열’ 주의이다.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숨어 있던 창업 의욕이 막 솟아난다. 대기업 다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거나 직장인이 한 달 뒤에 참석해서 창업소식을 알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한 미대사관 직원이었던 김대영씨는 지난해 10월 사표를 내고 ‘세계여성창업가의 날’인 11월 19일 무작정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그동안 내 일이 너무 좋았고 한 번도 그만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업무상 여성들을 이해하고 싶어 위넷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전혀 다른 세계를 본 거죠. 몇 년 동안 꼬박꼬박 참석했는데 올 때마다 가슴이 뛰고 피가 막 뜨거워지는 겁니다. 20년6일을 채우고 사표를 냈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에 말합니다.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 데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넷은 김씨를 글로벌·청소년 교육을 키워드로 내건 사업가로 변신시켰다.
   
위넷이 크는 동안 여성 창업 생태계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 생태계에서 위넷은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했다. ‘위넷’을 중심으로 느슨하지만 친밀한 연대의식은 창업가들에게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었다. 스타트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들도 위넷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6월 위넷 모임은 특별했다. 창업 동네의 큰손인 GS홈쇼핑과 공동 행사를 진행했다. 위넷은 7년을 자축하는 의미였고, GS홈쇼핑은 22회 차 GWG(Growth With GS) 행사였다. GWG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및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이다. 서울 강남구 한화드림플러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평소보다 확대해 창업가 발표뿐만 아니라 투자사, 창업가들의 토론과 함께 마켓도 열렸다. 이번 행사는 케이터링 서비스 준비 때문에 200명 제한을 둔 탓에 참가 전쟁이 벌어졌다. 마치 BTS 공연 티켓 예매하듯 순식간에 마감된 온라인 신청 창구엔 “밥 안 먹어도 좋으니 참석하게 해달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위넷은 매월 세 번째 화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모임 장소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스타트업 지원기관 롯데엑셀러레이터이다. 그동안 D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구글 캠퍼스 등에서 공간 지원을 해줘 장소를 바꿔오다 최근 롯데엑셀러레이터에 자리를 잡았다. 참가 신청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서 받는다. 모임 공지를 하면서 그 달의 발표자를 소개한다. 위넷에 한 번 참가한 사람은 단체방에 초대되고 계속 모임 소식을 받을 수 있다. 참가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참가비는 1만원. 김밥을 제공하는 비용이다.
   
   
▲ ‘위넷’ 7년을 기념해 GS홈쇼핑의 스타트업 지원행사인 GWG와 공동으로 6월 모임을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위넷’에 소개된 스타트업 브랜드와 GS홈쇼핑 투자사들이 참여한 장터가 열렸다.(오른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여성들을 도발한 막강 군단 ‘여벤저스’
   
이쯤 되면 여성들을 도발한 세 명의 ‘쎈’ 언니들이 궁금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출신인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 변호사를 그만두고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고 있는 장영화 오이씨랩 대표, 맥킨지 출신으로 벤처기부 펀드인 씨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엄윤미 대표가 그들이다. 스타트업계의 대표 마당발로 통하는 문 대표를 비롯해 ‘파워우먼’들이다.
   
위넷의 긍정·열정 에너지는 전염성이 강하다. “발표 들으러 매달 참석하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김밥을 나르고 있더라, 혹은 발표자로 왔는데 운영진이 돼 있더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둘 합류하다 보니 현재 운영진은 20명이 넘는다. 모임이 점점 커지면서 신청 접수, 발표자 섭외, 진행 등 할 일이 많아졌다. 운영진들은 시간과 재능기부를 통해 십시일반 모임을 끌고 있다. 이들은 위넷이 있는 세 번째 화요일 저녁은 무조건 비워놓는다. 출장이나 업무로 빠지는 경우에는 서로 빈자리를 채운다.
   
지난 7월 1일 위넷 모임 장소인 롯데엑셀러레이터에서 운영진 6명을 만났다. 설립자 3명을 비롯해, 화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안경 브랜드 브리즘의 공동 창업자 김남희, 대기업을 나와 푸드컨설팅 회사와 라이브펍을 만들어 밤낮으로 운영하는 강혜원 대표, 패션브랜드 아크로밧을 창업한 임재연 대표이다. 열정 레벨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은 막강 ‘여벤저스’들이다.
   
이들은 각자 특별한 능력들이 있다. 문효은 대표는 환대 전문이다. 누구에게나 “너에게 관심 있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다들 자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든 사람에게 그렇더라”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의 웃음이 쏟아졌다. 모임에 가면 참석한 사람들 손을 이끌고 다니며 소개하느라 바쁜 문 대표를 항상 볼 수 있다. 엄윤미 대표는 ‘완판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위넷에서는 종종 마켓이 열리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하면 물건이 금세 바닥난다. 장영화 대표는 젊은피 수혈 담당이다. 주변에 청년 재원들이 많아 위넷의 평균연령을 확 낮춰주고 있다. 김남희·임재연 대표는 다양성 담당이다. 그들 뒤에 고구마줄기처럼 따라온 인맥들이 아트와 패션 등 모임에 색깔을 입혀주었다. 엄 대표가 “좌뇌만 있던 위넷에 우뇌를 붙여주었다”고 말했다. 강혜원 대표는 ‘추진력’ 담당이다. 어려운 미션이 주어져도 무조건 ‘고’다. “못 할 것도 없잖아” “해보지 뭐” 쿨한 목소리로 모임을 이끈다. 운영진에 남성도 있다. ‘김밥청년’으로 불리는 최충환 라이브모션픽쳐스 이사이다. 가끔 행사장 투어를 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들로부터 김밥을 지키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위넷의 운영은 수평적이다. 서로 알아서 할 일을 챙긴다. 위넷에 없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의전이다. 장관이 와도 특별대접은 없다. 문 대표는 “굉장히 다른 섹터의 오지랖들이 만났는데 케미가 잘 맞는다. 20~30년 나이 차이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발표자 선정 등 주요 결정은 운영진 ‘단톡방’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일이 있을 때마다 ‘마피아’ 조직처럼 순식간에 모였다 흩어진다. 발표자들 역시 강연비 없이 ‘재능기부’를 한다.“거마비를 안 줘도 흔쾌히 나와주는 사람이 우선 섭외 대상”이다. 발표자 선정 기준은 ‘시장에서 흥미로운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이 1순위다. 운영진이 궁금한 ‘사심 있는’ 섭외도 종종 있다. 섭외는 운영진의 인맥이 총동원된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어 대부분은 연결이 닿는다. “재미있고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섭외부터 떠오른다”고 한다.
   
위넷을 시작할 땐 “여성 창업자들이 없어서 두세 번 하고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처음엔 지인들을 총동원했는데 요즘엔 거꾸로 “나도 불러달라”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발 빠른 운영진에 포착된 인물들은 시장에서 한 발 앞선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사업의 성공 여부가 기준은 아니다. 사람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스타트업계의 다른 투자 설명회와는 결이 다르다.
   
“발표자에게 부탁할 때 ‘어떻게 창업하게 됐고, 어떤 게 어렵고, 다른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대부분 발표 자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발표가 끝나면 감사 인사를 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초심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하더라.”
   
이 부분이 위넷의 핵심이다. 위넷은 발표자, 운영진, 참석자 모두를 성장시킨다.
   
“겉으로 보기엔 남들에게 퍼준 것 같지만 서로 응원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
   
“나이 들어도 꿋꿋이 일을 하는 선배들을 볼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
   
“매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자발적이고 스마트한 미래사회의 네트워크 롤모델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재즈 뮤지션들이 그날 처음 만나 연주를 맞추는 것과 같다. 행사할 때 ‘짠’ 모여서 미션을 완수하고 쫙 흩어져서 자신의 일을 하고. 개개인이 성숙하기 때문에 내가 아니면 누군가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운영진들이 한마디씩 거든 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창업가를 만나고, 또 투자자를 만나는 모임들은 많아졌다. 하지만 위넷만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따뜻함이다. ‘돈’보다는 ‘사람’을, ‘사업 모델’보다는 ‘사업의 방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참석자들도 그 따뜻함을 느낀다. 매달 자기소개 시간에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도 백수”라고 말해도 주눅 들지 않는 곳이다. 위넷은 무조건 내 편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기업가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에 자본을 대고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이지만 여성기업가네트워크, 위넷이 정의한 기업가는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사람’이다. 서로 배우고 돕고 성장하는 위넷에 가면 이런 기업가를 만날 수 있고, 나도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
   

   위넷의 대표 운영진
   
▲ ‘위넷’ 6월 행사가 끝나고 운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photo 라이브모션픽쳐스

   문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전 부사장. 다음세대재단 전 대표. 아트벤처스를 창업해 다시 설레고 있다. 위넷 설립.
   
   장영화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업가들의 열정에 반해 변호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OEC랩 대표. 위넷 설립·진행.
   
   엄윤미
   벤처기부 펀드 씨프로그램 대표. 카카오임팩트 이사.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뛰고 있다. 위넷 설립·진행.
   
   김남희
   순수미술 전공. 브랜드 컨설팅 회사 설립. 현재 브리즘 CBO. 위넷에 아트를 입혀주었다.
   
   김시내
   노무라증권 전 상무. 18년 근무한 금융회사 나와 다시 심리학 공부 중. 위넷 공지 담당.
   
   이지연
   다음, 라이코스, 네이버 거친 후 ‘다음세대재단’ 설립. 다양한 문화 간의 소통에 관심. 위넷 운영지원.
   
   김지현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에 취업. 위넷 블로그 운영 담당.
   
   김지은
   대학시절 스쿠버다이빙 제품으로 창업하고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사업개발자. 위넷 후기 포스팅 담당.
   
   이근정
   보드게임 개발사 ‘행복한바오밥’ 대표. ‘모든 국민이 보드게임을 할 때까지!’가 인생 목표. 위넷 오락 담당.
   
   이선용
   10년 금융회사를 다니다 요리사로 변신. 합정동서 요리 문화공간 ‘목금토 식탁’ 운영. 위넷 푸드·운영지원.
   
   장지혜
   벨기에, 튀니지, 중국, 베트남, 프랑스, 한국 등 글로벌을 무대로 뛰는 문화기획자. 위넷 운영지원.
   
   강혜원
   컨설팅 회사, 대기업에서 17년. 푸드 컨설팅 회사 운영하며 스타트업 돕고 밤엔 라이브 펍 운영. 위넷 푸드·진행 담당.
   
   임재연
   20살에 부산 국제시장에서 빈티지 숍으로 창업해 연예인이 신는 신발로 유명해진 패션 덕후. 위넷 접수·마켓 담당.
등록일 : 2019-07-17 19:34   |  수정일 : 2019-08-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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