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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트럼프, 깜짝 북미정상회담으로 새 물꼬

글 | 선수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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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미 정상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밟았다. 그가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이라고 자평했을 만큼 이날의 만남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 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의전과 보안을 모두 제쳐두고 과감하게 이뤄졌다. 가장 놀라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9일 트위터로 만남을 제안하며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이다. 북미정상의 세 번의 만남은 늘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이 돋보였다.
 
북미 두 정상의 첫 만남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간 쌓여온 갈등을 녹이는 이 만남은 당시 30년간 평행선을 달려온 북핵 위기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세기의 이벤트’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두 정상이 첫 만남에 이르기까지는 순조롭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비방 하루가 다르게 고조되던 터였다. 북한은 핵실험, ICBM급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북한은 세계에서 본 적 없는 분노와 화염에 직면하게 될 것”, “북한을 완전히 파멸시킬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미친 미국의 노망난 늙은이, 분노로 확실하게 다스릴 것”, “책상 위에 핵버튼이 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도 더 크고 강력한 핵버튼이 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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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1차 북미정상회담. 사진=조선DB.

당시 북미의 갈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서훈 특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며 새로운 전기를 보였다. 두 특사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즉각 핵·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방침 등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 회담 개최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북미는 날선 신경전을 지속했다.

2018년 5월 24일,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을 띄우며 “최근 성명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 적개심을 근거로 양측이 오랫동안 계획해온 회담을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동시에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에 남북정상은 5월 26일 깜짝 회담을 가졌고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효과는 있었다. 북미 대표단은 실무회담을 재개했고 김영철 북한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찾아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의 재개를 알렸다.

롤러코스터를 반복하던 두 정상이 마침내 6월 12일 만났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3,00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북미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판문점 선언에 입각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노력 ▲6·25전쟁 전사자 유해 수습·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고위급 관리의 후속 협상도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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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 사진=조선DB.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9년 2월 27~28일. 두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1박 2일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만남 자체로 이슈가 됐던 1차 정상회담과 달리 합의한 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게 더 중요했던 만남이었다.

두 번째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회담 둘째 날인 28일 업무 오찬이 돌연 취소되며 심상찮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결과는 회담 결렬.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영변 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의 완전 해제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다른 핵시설까지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합의문 서명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봤다”고 답했다. 미국은 형식적인 합의문을 도출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북핵 해결에 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개월 뒤, 3차 북미정상회담이 깜짝 ‘번개’로 진행됐다. 그야말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후 북미의 핵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오사카 정상회의 참석 중인 6월 29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해 아주 중요한 회담을 몇몇 가진 후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떠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로 의사를 피력했다. 그 사이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응답했고 양측의 실무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결국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이 판문점에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 맞은편에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김 위원장이 걸어 나왔다. 북미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김 위원장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북, 김 위원장의 월남.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연출된 모습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결단을 주저하지 않는 두 정상의 성격이 세 번째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즉흥적 만남은 DMZ 역사에 남을 초유의 사건이 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두고 “나 역시 깜짝 놀랐고 어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보고 일부러 이런 식의 만남 제안한 것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고 말해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음을 암시했다. 이어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좋은 일들을 계속 만들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 맞닥뜨리는 난관과 장애를 견인하는,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으로 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 전 세계에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이뤄낸 관계는 많은 사람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으면 제가 민망했을 텐데 나와줘서 고맙다”며 미국 여론과 언론을 의식한 발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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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북미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미 정상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약 53분간 대화를 가지며 사실상 ‘회동’ 아닌 ‘회담’이 이뤄졌다. 두 정상의 회담 뒤에는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나는 사상 초유의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혀 이번 회담으로 지지부진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 핵협상 라운드는 이제부터다. 3차 북미정상회담에 오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승부수를 띄웠다. 싱가포르 회담 전에는 만남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고, 하노이 회담에서는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않은 채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판문점 회담은 즉흥적인 만남을 제시하며 세계사에 길이 남을 이벤트를 자아냈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가 엿보이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수도 있다.
 
등록일 : 2019-07-01 10:55   |  수정일 : 2019-07-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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