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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양식 시대 열렸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19-06-26 09:34

▲ 해양수산부가 인공으로 부화한 갑오징어를 어미로 성장시켜 다시 알을 받아 부화시키는 전 주기적 양식기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photo by 뉴시스
최근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갑오징어의 양식 생산 가능성이 열려 화제다. 인공부화한 갑오징어를 ‘전(全) 주기에 걸쳐 양식’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것이다. 갑오징어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수산물이지만 그동안 양식이 어려운 어종으로 여겨져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르면 올가을부터 양식 갑오징어가 시장에 유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량 양식도 가능하다고 하니, 이제 ‘갑오징어의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어린 갑오징어의 초기 먹이 규명
   
갑오징어는 우리 바다에 대략 9종류가 살고 있다. 다른 오징어와 달리 등에 단단한 석회질 성분의 ‘뼈(cuttlebone)’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모양이 마치 갑옷 같다고 하여 갑오징어라 불린다. 이 뼈는 갑오징어가 머물고자 하는 수심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종류마다 모양이 달라 각각의 갑오징어를 학술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갑오징어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6월의 제철 수산물’이다. 단백질이 70%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으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비타민과 타우린까지 듬뿍 들어 있어 바다의 영양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획량 부족으로 갑오징어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1㎏당 도매가가 1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어종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금(金)징어’ 반열에 올랐을까. 지구온난화와 대량 남획으로 지구촌의 개체수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갑오징어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약 6만t이 잡혔다. 하지만 요즘엔 5000~6000t 수준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1983년에 5만9487t이던 어획량이 2017년에는 4870t으로 떨어졌다. 불과 30여년 사이에 90% 이상 감소한 것이다. 2003년에는 어획량이 872t까지 떨어졌는데 이후 조금씩 회복되었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어장도 변했다. 예전엔 동해안이 주요 어장이었는데 지금은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갑오징어는 열대 또는 온대 연안수역의 얕은 바다에 산다. 냉수성 어종으로 많이 오해받지만 사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온수성 어종이다. 
   
오징어 종류는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산란 후 부화까지 수온 17~25도에서 25~47일이 소요된다. 27도 이상의 수온에서 산란이나 부화를 하게 되면 기형이나 폐사가 발생한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잡히고 있는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수온이 바뀌면 해류의 흐름이나 먹이생물량과 분포 등도 덩달아 변해 이를 따라 물고기도 이동한다. 동해보다 수온 변화 폭이 큰 서해에 동중국해로부터 난류가 북상해 갑오징어가 서식하기 좋은 ‘따뜻한 바다’가 됐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0년간(1968~2017) 우리나라 평균 표층수온은 16.1도에서 17.3도로 약 1.2도 올랐다.
   
최근 이런 갑오징어의 자원고갈을 막을 반가운 기술이 등장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갑오징어의 ‘전 주기적(whole life cycle) 양식’이 그것이다. ‘전 주기적 양식’이란 1세대와 2세대의 생애 전체를 사람이 인공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연산 갑오징어의 어미로부터 채취한 알을 실험실에서 수정·부화해 1세대 어미로 키운 뒤 이 어미에서 다시 알을 채취해 부화(2세대)시키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부터 갑오징어의 개체수 ‘부활’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이미 40마리의 자연산 어미 갑오징어로부터 알을 얻어낸 뒤 부화에 성공, 1200마리의 어린 갑오징어를 확보한 상태였다. 
   
문제는 부화 직후 어린 갑오징어가 먹는 ‘초기 먹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일이었다. 이전까지 어린 갑오징어의 먹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갑오징어 인공양식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각 지자체에서 갑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한 인공종자 생산 연구를 수없이 시도했지만 부화 후 10일 내외로 방류를 해야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가장 적합한 ‘초기 먹이’를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먹이를 공급하는 실험에 주력했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비롯해 각종 새우류 등의 먹이를 사용했다. 그 결과 10㎜ 이상 자란 알테미아(Artemia·동물 플랑크톤)를 먹으면 가장 잘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화 직후 약 10㎜ 크기에 불과했던 어린 갑오징어가 알테미아 성체를 섭취했을 때 약 15㎜ 내외로 성장(산란 후 70일, 부화 후 30일)했다. 이 정도 크기가 돼야 양식용 종자로 사용하기에 안정적이다. 여기서 1세대 갑오징어 양식의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 서장우 국립수산과학원장이 지난 5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최초로 갑오징어 전 주기적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간 기술이전, 대량 양식 시험 착수
   
1세대에 이은 다음 단계의 목표는 2세대 양식기술 개발이다. 어린 갑오징어를 어미로 성장시키고 여기서 다시 알을 채취해 부화시켜야만 완전한 양식에 성공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갑오징어의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먹이를 공급하며 키워나갔다. 부화 직후 어린 갑오징어에게는 동물성 플랑크톤 먹이가 최고였지만 차즘 성장할수록 옆새우, 새우류, 게, 물고기 등을 먹고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 갑오징어가 어미로 성장해 지난 1월 중순부터 산란을 시작했는데 2월 하순쯤에는 알이 부화하기 시작했다. 인공부화 갑오징어→성장→산란→부화로 이어지는 갑오징어의 전 주기적 양식기술 개발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인공부화 갑오징어가 같은 기간 자연에서 성장하는 갑오징어보다 생육성장이 빨랐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성장이 좀 느렸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2배 정도의 속도로 성장했다. 이는 자연산보다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인공양식의 걸림돌이었던 난제들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에 개발한 양식기술을 전남 해남의 민간 양식장에 이전하고 어린 갑오징어와 알 등 5만여마리를 양식장에 넣어 대량 양식 시험에 착수한 상태다. 과학원의 실내 실험 결과를 토대로 경제성을 분석했을 때, 갑오징어를 1㏊ 규모에서 양식해 1㎏당 8000〜1만원으로 판매할 경우 연간 1억3000만원 이상의 수익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갑오징어는 부화 후 6~7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500g 정도의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물론 양식장이 늘어나 생산량이 확대되면 양식 갑오징어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가을 양식 갑오징어 20t을 시범 출하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어업인에게 기술을 이전해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양식 어업인과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조하면 갑오징어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양식 품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올가을 수산물시장에서 만나게 될 양식 갑오징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등록일 : 2019-06-26 09:34   |  수정일 : 2019-06-2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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