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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방지 전문가 권용욱 박사가 본 김정은의 건강상태

초고도비만으로 폐활량 부족, 심장병 가능성

권용욱
1962년생.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글 | 권용욱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넘는 김정은. 고도비만으로 인해 보행이 힘들어 보였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상태도 그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필자가 의사이다 보니 특히 건강 상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했으나, 주변의 많은 지인이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보니 역시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 걸어 내려올 때에는 팔자걸음을 걷는다는 것 외에는 특이한 사항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도 비만에 복부비만이 심해 보였는데 팔자걸음은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보행 패턴이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이상한 점을 느낀 순간은 전통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단상에 올라가서 군 의장대의 사열을 할 때였다. 겨우 200~300m를 그것도 오르막도 아닌 내리막길을 걸었을 뿐인데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호흡이 가쁜 모습에 ‘심폐 기능이 좋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두 번째 장면은 기념촬영을 마치고 평화의집에 들어가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다. 앉아서 서명을 하는 데도 역시 어깨가 들썩이고 입을 벌리고 숨을 쉴 정도로 숨 가빠 보여서 ‘건강이 그리 좋지는 않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정은을 직접 진찰하고 검사해 보기 전까지 정확한 것을 알 수 없지만 텔레비전에 비친 그의 현재 체형, 걸음걸이, 보행 후 숨 가빠 하는 모습, 가족력 등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체형과 걸음걸이, 그리고 정보기관에 의해서 알려진 그의 신체 정보를 보면 심각한 비만과 복부비만 상태임은 확실해 보인다. 김정은은 키 167~170cm, 체중 120~130kg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체질량지수[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 즉 BMI(Body Mass Index, kg/m2)로 환산하면 40~45 정도다. 이는 비만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태인 초고도비만에 해당한다. 한국 성인 남자의 비만 기준은 BMI가 25 이상일 경우다. BMI가 30 이상이면 고도비만, 35 이상이면 초고도비만이라고 한다. 이는 아시아권에서 적용되는 기준이고, 서구에서는 BMI가 40 이상이면 초고도비만이라고 진단한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유전적 차이 때문에 서양인의 비만보다 동양인의 비만이 훨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은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초고도비만 상태라는 얘기인데 이 정도의 비만 상태라면 200~300m만 걸어도 숨이 찰 수 있다. 숨을 쉴 때에 폐는 움직인다. 즉 숨을 들이쉬면 부풀어 오르고 내쉬면 쪼그라든다. 그런데 복부지방 그중에서도 내장지방이 너무 많아 복압이 높아지면 이는 숨을 쉴 때 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는다. 쉽게 말해 폐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폐활량이 줄어들고 폐를 부풀리는 데 에너지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것이다.
 
 
  김정은의 서구식 식습관이 질병 부추긴 듯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왼쪽)은 김정은과는 달리 마른 체형이다.
  이 비만의 원인은 김정은의 생활습관 그중에서도 좋지 않은 식습관이 이유일 것이다. 김정은이 앓고 있다는 통풍은 의학에서 ‘왕의 병’으로 불린다. 쉽게 말해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
 
  필자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체이다(We are what we eat)’라는 서양 속담을 종종 얘기한다. 음식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신장, 체형, 질병 발생, 노화, 장수 등 건강 전반에 걸쳐서 타고난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후천적 요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식습관이다.
 
  성장이 끝난 성인들에게도 식습관과 영양은 중요하다. 이유는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질병 발생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을 해서 와인과 치즈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의 식습관 역시 육식 위주의 서양식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런 식습관이 한국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전자는 한국 사람인데 식습관은 서양인으로 변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김정은이 선천적보다 후천적 요인(식습관)으로 인해 비만 환자가 됐다는 것은 동생 김여정과의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은 상당히 말라 보였다. 상당 시간 관리를 하지 않아 왔나 싶다. 결국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은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환경적 요인이 합쳐질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비만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 정도 움직임에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호흡이 가쁘다는 것은 이미 심장병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은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부친인 김정일은 당뇨병을 앓았고 심근경색으로 추정되는 질환으로 갑작스레 사망했기 때문에 당뇨병과 심장병의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으로 가는 혈관, 즉 심장 자체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에 의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심장은 혈관을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이 들어 있는 혈액을 신체 각 부분으로 공급한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심장 자신도 산소와 영양 공급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에 의해서 좁아지거나 경련이 일어나서 심장으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협심증이다. 산소와 영양 공급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면 협심증으로 그치지만,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심장의 근육과 세포가 죽게 된다. 괴사라고 하는데, 이것이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용케 사망을 면하더라도 여러 합병증을 일으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초고도비만 자체만으로도 협심증 등 심장병의 위험인자인데 당뇨병과 심장병 가족력은 그 위험을 배가시킨다. 여기에다가 흡연과 과음이 더해지면 그 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흡연은 폐 기능도 떨어뜨리므로 여러 정황상 김정은 위원장의 심폐 기능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아직 30대 중반이라서, 충분히 관리해서 좋아질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항노화 전문가로서 조언한다면 일단 체중을 줄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병행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담배와 술을 끊는 것이 좋지만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끊지는 못하더라도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의료진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본인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등록일 : 2018-06-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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