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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공격 대피 훈련 안 하고 핵 방호시설도 못 갖춘 ‘핵 인질’ 대한민국

“남한에 핵무기 2~5개만 투하되더라도 전 국민이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어”

⊙ 청와대 핵심 관계자,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대적 대피 훈련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 “맹수에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 “북한 핵 공격 시 국민 보호 대책 미흡하다”며 연구용역 발주한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안전처
⊙ 서울에 100kt급 핵폭탄 떨어질 경우 399만명 사망·237만명 중상
⊙ “거주지 주변 비상 대피소 위치 아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58.9%, “모른다”(국민안전처 ‘2015년도 국민 안보 의식 조사’)
⊙ 지난해 북한이 자체 최대 규모 핵실험 했지만, 올해 정부 예산 중 ‘핵 방호 시설’ 예산은 ‘0원’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2017년 12월 8일, 《중앙일보》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대적 대피 훈련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후 핵 위협이 증대되던 시기였다.
 
  우리와 달리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미국 하와이에선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 훈련이 시행됐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위협한 바 있는 미국령 괌에선 주민들에게 대피 수칙을 알렸다. 일본 도쿄도 훈련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의 경우엔 내부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전쟁이 나더라도 북한의 1차 공격 대상은 한국이므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사설을 실었다. 북한과 접한 중국 지린성 관영 매체 《길림일보(吉林日報)》는 1개 면에 걸쳐 피폭 대피방법 등을 특집기사로 실었다. 북한과 이른바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중국마저도 북한의 핵 위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비책을 마련했던 셈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무관하게 이미 우리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이후 사실상 그들의 ‘핵 인질’이 된 지 오래인데도 이 같은 얘기가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 입에서 나왔다면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김부겸, “북핵 대피 훈련은 국민들 사이에 위기감, 불안감 조장할 수 있어 국회 차원의 토론 필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에 나와 북한의 핵 공격 대비 훈련 등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서 여러 가지 위기감을 조장한다는 큰 오해나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과 민방위 사무를 관장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에 나와 앞선 보도 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다음은 당시 김 장관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나눈 문답 중 일부다.
 
  〈강효상: 최근 북핵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선제타격 얘기가 지금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존 볼턴 전 유엔대사도 ‘선제타격 외에 대안이 없다’ 이런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데 미국의 선제타격 시에 예상되는 북한의 보복 공격 시에,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한 대비책이 분명히 저는 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세한 예방, 여러 가지 훈련이나 또 유사시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장관님, 정부 차원에서 그런 대책이 있습니까?
 
  김부겸: 위원님 말씀하신 게 워낙 파장이 큰 문제여서 저희가 비상대비계획이라고 계획은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위원님이 생각하는 상황을 지금 상정해서 정부가 집행에 옮기기에는 너무 워낙 부담이 큰 문제입니다. 사실 이런 토론은 국회에서 조금 일어나서 국민들이 그 논의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그 상황을 납득해 주시고 그런 필요성을 공감할 때에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정부가 나서서 오히려 여러 가지 위기감을 조장한다든가 이런 국민들 사이에 큰 오해나 불안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그건 국회에서 좀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핵이 아니라 북핵 대피 훈련이 ‘위험’하다는 정부… ‘위험’ 외면하면 안전해지나?”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21일 사설을 통해 “맹수에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김부겸 장관을 비판했다. 이는 12월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하던 도중 미국 방송 CNN의 기자가 강 장관에게 한 말이다.
  김부겸 장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셌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12월 21일 자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부는 북핵이 아니라 북핵 대피 훈련이 ‘위험’하다고 한다. 불안해서 훈련하는 건데 훈련하면 불안하다니 이런 거꾸로 인식도 있나. (중략) 훈련을 하면 국민이 ‘정말 전쟁이 나느냐’고 불안해한다는 것도 정부가 할 말이 아니다. 실제 한반도 상황은 위험하다. 위험을 보지 않고 외면하면 안전해지나.
 
  맹수에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중략) 우리 국민이 가진 핵 대피 지식은 ‘무조건 지하(地下)로 가야 한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대피 요령이나 대피 장소를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북한 공격을 상정한 민방공 훈련이 1년 한 차례 형식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월 5일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보도일 1월 9일)에서 “내 발언의 취지는 정부는 비상대비계획을 갖고 있으나, 북한의 핵 공격을 상정한 정부의 대응과 훈련은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에 따른 파장이 큰 사항이므로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북핵 위협 가중되지만, 국민들은 무감각하고 핵 공격에 대한 ‘정부 컨트롤타워’ 없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안전처는 “국민들은 핵 위협에 무감각한 실정이며 핵 공격 시 국민 보호 대책이 미흡해 대량 피해가 우려된다”며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이전부터 각 정부 부처는 각종 위협에 대비한 재난·안전 비상 계획을 수립했지만, ‘북한의 핵 공격’을 특정해 관련 대비책을 보완·강화한 건 박근혜 정부 때의 일이다. 2016년 8월, 당시 국가적 재난·안전 관리 총괄 부처인 국민안전처(문재인 정부 출범 후 행정안전부로 흡수·통합)는 사단법인 한국위기관리소에 2400만원을 주고 〈북한 핵 공격 대비 비상대비태세 발전방안〉이란 연구용역을 맡겼다. “북한의 핵 개발에 따라 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나, 국민들은 핵 위협에 무감각한 실정이며 핵 공격 시 국민 보호 대책이 미흡해 대량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 핵 공격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등 대응체계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용역의 연구 기간은 같은 해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다. 한국위기관리소는 총 242쪽에 달하는 용역 보고서를 국민안전처에 제출했다. 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북핵 위협 실태 분석 ▲외국의 핵 공격 대비 태세 현황 ▲북한 핵 공격 대비 국내 대비 태세 현황 진단과 발전방안 등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용역 보고서에 대해 “목적에 부합되게 ‘북한 핵 공격 대비 비상대비태세 문제점 및 발전방안’을 중심으로 연구를 완료했다”고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위기관리소는 국민안전처 용역 보고서 〈북한 핵 공격 대비 비상대비태세 발전방안 연구〉 서론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의지도, 그리고 능력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전부 지겠다’라고 말하거나 ‘북한의 핵무기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국민들을 속이고 정치 목적 달성 수단으로 이용한 우리나라 최고 정치지도자들에 대해 한없는 원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역대 정부의 무감각과 안일한 대응은 북한의 핵 개발을 고도화시키는 데 시간만 벌어준 결과가 되었으며, 국민 또한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거나 처참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수수방관하는 모습에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때 쓴 100kt급 핵폭탄이 서울에 떨어지면?
 
서울 상공에 불시에 북한의 100kt 핵폭탄이 투하될 경우 399만명 사망ㆍ237만명 중상이란 재앙이 발생한다.
  해당 용역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핵무기의 위력을 간략하게 언급하면 이렇다. 핵폭발 후 1/10억 초 수준의 짧은 순간에 X선 형태의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뒤 작은 공 모양의 불덩어리가 된다. 이때 순간 온도는 섭씨 1억도를 웃돈다. 불덩어리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을 뿜어 화상을 입힌다. 불덩어리를 맨눈으로 보면 실명한다. 주변의 모든 물질은 전자가 떨어져 이온화한 플라스마로 증발한다.
 
  그다음 불덩어리는 서서히 식어가며 공기의 저항을 받아 우리가 흔히 아는 방사능 버섯구름을 만들면서 수천 도 이상에 달하는 열 폭풍 효과를 일으켜 주변을 녹여버리며 더 넓은 지역으로 효과를 증폭시킨다. 핵폭발 후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100초에 불과하다. 폭발의 충격파는 급속히 바깥쪽으로 확산하면서 주변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폭발 1분 안에 주변 사물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경우엔 온몸이 중성자에 피폭(중성자 샤워)돼 죽는다. 핵폭발 하루 뒤엔 방사능 낙진이 떨어져 피해를 준다. 한국위기관리소는 “남한에 핵무기 2~5개만 투하되더라도 전 국민이 방사능에 피폭될 확률이 높다”고 추측했다.
 
  2004년, 미국 방위위협감소국(DTRA)이 서울에 대한 핵 공격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630만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사전 경고 없이 서울 상공에 북한이 지난해 9월 9일 실험(6차 핵실험)에 성공한 걸로 알려진 100kt급 핵폭탄이 투하될 경우 38만명이 사망하고 23만명이 중상을 입으며, 핵폭발 1분 뒤부터 쏟아져 내리는 방사능 낙진에 의해 338만명이 사망하고, 237만명이 중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핵 공격 당해도 사전 경보·대피 체계 있다면 피해 최소화할 수 있어
 
  한국위기관리소는 “용산 상공 500m에서 히로시마와 유사한 15kt급 핵무기 폭발 시 열 복사선과 폭풍 그리고 낙진 등으로 서울시민 125만명이 사망한다”면서 “나머지 생존자 약 980만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핵폭발이 일어난 폭심지로부터 근거리에 있더라도 지하 대피시설로 피신한다면 생존이 가능하다. 폭심지로부터 2km 내에서도 피해가 경미한 경우도 있었다. 낙진 피해도 일정한 기간만 대피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체로 2일 후부터는 부분적인 활동이 가능하고, 2주 후부터는 전반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사전 경보·대피 체계와 대피시설을 구축하고, 평시에 관련 교육·훈련을 일상화한다면 핵 공격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북한이 중국 접경 지역에서 미사일을 쏘면 6분,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3분 만에 서울에 떨어진다. 한·미 연합군의 정보 자산이 이를 조기 탐지해 경보를 내릴 수 있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핵 공격 시 민방위 경보체계는 현재 구축된 걸 이용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단, 핵폭발과 방사능 낙진을 피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대피소가 없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한국위기관리소는 용역 보고서에서 핵 방호 체계 구축의 모범 사례로 스위스를 꼽았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는 1990년대에 이미 국민 모두를 대피시키는 데 충분한 대피시설을 확보했고, 그 이후 계속 그 질을 향상시켜 왔다. 인구와 국토 면적이 각각 남한의 1/6, 1/2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스위스는 주거지와 병원 인근에 핵 공격을 버틸 수 있는 방공호 30만 개를 구축했다. 공공 방공호도 5100개다. 이들 방공호는 스위스 전체 인구의 114%를 수용할 수 있다. 가정별로도 환기 및 공기여과장치를 구비한 대피시설을 구축해 두고 있다. 스위스는 1950년대부터 건물을 신축하거나 1000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대피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소요되는 경비의 30%를 정부가 보조했다.
 
 
  스위스, 핵 공격 받았을 때 인구의 1.14배 수용할 수 있는 방공호 갖춰
 
  우리나라 민방위 대피시설은 적의 재래식 무기와 일부 화생방 위협에 대비할 수 있게 지어졌다.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시설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위기관리소는 용역 보고서에서 “그마저도 1999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방공호 차원의 지하층 건설의 의무화를 삭제하여 대피시설 설치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의 민방위 대피시설은 총 2만2987개소다. 이 중 99.3%는 불특정 다수의 주민을 위해 유사시 대피소로 지정한 공공용 시설(대피 인원 4인당 최소 면적 3.3m2)이다. 공공용 시설의 대부분은 아파트 주차장이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엔 자가발전기, 방송 설비, 통신 설비, 냉·난방 설비, 공기 공급·정화 장치, 급수시설, 비상식량,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핵폭발과 낙진을 피해 2~14일 동안 머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주요 대피시설인 지하철역의 경우엔 일부 시설이 구비돼 있긴 하지만, 역시 장기간 체류하는 건 어렵다.
 
  잠시 대피할 수 있는 시설마저도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국민안전처의 ‘2015년도 국민 안보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핵 개발이 우리 안보에 위협적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87.6%(매우 위협적 51%, 다소 위협적 36.6%)가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비상 대피소의 위치를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58.9%가 모른다고 대답했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북핵이 위협적이라는 건 알면서도, 그 위협이 핵 공격으로 이어졌을 때 자신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전 대비 자체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 수단 될 수 있어”
 
국민안전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에 북한 핵무기 2~5개만 떨어져도 전 국민이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다.
  우리는 왜 북한이 핵 개발을 선언한 1994년 또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그들의 핵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대피시설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나마 재래식 공격에 대비한 대피소의 위치마저도 국민 상당수가 알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해 왔을까. 한국위기관리소는 정부가 핵 공격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소홀했고, 국민들이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보고서의 관련 대목이다.
 
  〈일반 국민들은 “핵무기가 피폭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적도 없이 날아간다” “어차피 죽는다” “대책도 없다” 등 자포자기식이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거나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무관심하다. 우리는 핵의 위력이 가공할 수준이더라도 사전에 대비만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사전 대비 자체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략) 이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대비에 관심이 없거나 소극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북한 핵의 위협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독일은 16~65세 국민을 대상으로 미사일이나 핵 공격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있다. 10시간의 교육 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각 가정에 마스크, 응급 구조 키트 등을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집이나 일터에서 반경 100m 이내에 각자 대피할 피난 시설을 제공한다. 대피소는 방사능 물질, 화재, 파편, 생화학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인구 5만명 이상인 지역에서 새로 짓는 건물은 모두 대피소를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 대피소엔 11일간 버틸 수 있는 식량·물·환기 장치·화장실이 있다.
 
 
  “민방위 훈련 시간 갑자기 늘리면 국민 부담 커져… 참여 강제 규정 만들려면 국민 공감대 필요”
 
2017년 8월 23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지하주차장에서 민방공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핵 공격 대피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작고 처한 안보 환경도 다르지만, 독일처럼 하지 못할 까닭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앞선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던 국민안전처를 흡수통합한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은 북한 핵 공격 대비 훈련을 가리켜 “정부가 집행에 옮기기에는 너무 워낙 부담이 큰 문제” “여러 위기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용역 보고서를 ‘A등급’이라고 평가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비상대비기획과 관계자에게 왜 교육·훈련을 하기 어려운지 물었다.
 
  ― 김부겸 장관이 핵 공격 대비 훈련에 대해 국회에서 “워낙 파장이 큰 문제여서 저희가 비상대비계획이라고 계획은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정부가 집행에 옮기기에는 너무 워낙 부담이 큰 문제다. 정부가 나서서 오히려 여러 가지 위기감을 조장한다든가 이런 국민들 사이에 큰 오해나 불안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건 민방위뿐 아니라 많은 부분을 얘기하신 것 같아요.”
 
  ― 워낙 부담이 큰 문제라고 하는 건 핵 공격 대비 훈련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용역 보고서를 보면 준비하는 부분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제도도 많이 고쳐야 하고. 그런 부분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민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으냐란 의미로 말씀하신 거예요.”
 
  ― 예산 문제 때문에 부담이 있다?
 
  “비상대비계획 자체를 실행하려면 일단 핵 대비 대피시설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이걸 짓는 데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요. 국회에서도 질의를 많이 하는데, 이건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여기에 쓸 돈을 다른 데에 쓰면 경제 발전도 되고, 투자 효과도 있는데 언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퍼부으면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까 선별적 투자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민방위 훈련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차량도 멈추고, 참여 안 하면 주의도 줬는데 요즘에는 많이 축소가 됐어요. 이걸 갑작스레 늘리면 국민 부담이 커지고요. 말을 안 들으면 법을 고쳐서 강제 규정도 넣어야 하고. 이걸 하려면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하니까 국민과 국회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신 겁니다.”
 
  ― 국민안전처나 지금의 행정안전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한 일이 있습니까.
 
  “그럼요. 많이 올렸죠.”
 
  ― 그런데도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건 기획재정부(정부 예산안 총괄)나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말인가요.
 
  “정부 자체에서는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올리죠.”
 
  ― 기획재정부와 국회 중 어디서 삭감된 겁니까.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300명 수용 가능한 핵 방공호 1개소 짓는 데 16억원? 국민 전부 수용하려면 256조원 필요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소재 방공호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거주지 인근 대피소 위치를 모른다. 핵 공격 경보 청취 후 대피소로 가더라도, 각종 여건상 핵폭발과 방사능 낙진을 피해 장기간 체류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2017년 9월 5일 자 《경향신문》은 “북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 더 높아지는데… ‘핵 방호시설’ 내년 예산 0원”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해당 기사 중 일부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 정부 예산안에 핵 방호시설과 관계된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4일 정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 ‘민방위 교육훈련 및 시설·장비 확충’ 예산으로 지난해 121억3700만원보다 21억원(17.5%)가량 삭감된 100억14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피시설 마련과 민방위 교육훈련 등에 투입된다. (중략) 더 중요한 문제는 핵을 제대로 방호할 수 있는 시설을 짓는 예산은 아직 편성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략)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국정과제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그 외의 사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행정안전부 비상대비기획과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아까 ‘선별적 투자’를 언급했는데, 북한 핵 공격 대비 사업이 긴급한 현안 사업이 아니란 건가요.
 
  “현안 사업이죠.”
 
  ― 우선순위에서….
 
  “이게 예산이 많이 들어가요. 그럼 올해엔 어디, 내년엔 어디, 정말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선별적 투자’를 얘기하는 거예요.”
 
  ― 대피소 짓는 데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듭니까.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 1개소당 단가는 16억원으로 돼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전국에 다 지으면 되지만, 256조원을 다 여기에 쏟아부을 거냐? 정말 필요한 지역을 선정해서 우리가 하고, 나머지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고요. 방법적 측면은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지, 이걸 다 하게 되면 국민 반발이 있을 거고요. 시골엔 떨어지지도 않을 건데 왜 혈세를 낭비하느냐란 이런 얘기도 있을 수 있고.”
 
  ― 국민과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행안부가 대국민 홍보 활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항상 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요.
 
  “예산안을 올리잖아요. 예산을 확보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데, 최소한 서해 5도를 중심으로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예산을 올리는 상황입니다.”
 
 
  “한국인, ‘김정은이 설마 쏘겠나’ ‘미국이 가만있겠나’라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다 멸종할 수도”
 
  2016년 9월 10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영리한 한민족은 멸종되었다”란 칼럼에서 “스위스가 핵 방공호를 유지 관리하는 데 쓰는 돈은 매년 약 1억5000만 달러, 방공호 총 건설비용은 약 100억 달러로 추정된다”며 “스위스식으로 핵 방공호를 짓는다면 인구가 약 7배인 한국은 약 700억 달러(약 70조원)를 들여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어 예산 문제를 탓하며 관련 대책을 세우는 데 소극적인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여야가 한때 가입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합의하였던 국민연금 지급률 10%포인트 인상안을 실천하는 데는 2100만명의 가입자가 매년 약 35조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런 추가부담 2년분이면 5000만 한국인이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만, 이 일이 국민연금을 더 받는 것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중략) 100년 뒤 역사책은 이렇게 기록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공격을 받고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한국인은 ‘김정은이 설마 쏘겠나’ ‘미국이 가만있겠나’라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면서 핵 방공호도 짓지 않고 핵미사일 방어망도 만들지 않았다가 멸종한 것이다. 역시 안보는 스위스처럼 우직하게 해야 한다.〉
 
  국민안전처 용역 수행기관인 한국위기관리소 역시 보고서 말미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나 정부 그리고 국민들은 가공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무관심이 도를 넘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촉구했다.
 
  〈‘왜 북한의 핵무기가 위험한지’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되는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거나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 완벽하게 대비태세가 갖추어지고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설득을 하지 않고, 투자 대비효과가 미미해서, 예산이 많이 소요되어, 법령을 제·개정하기가 어려워 등등의 이유로 우리의 생존이 달린 대비태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와 우리의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비군사 분야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내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점진적으로 대비해 나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록일 : 2018-02-08 09:19   |  수정일 : 2018-02-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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