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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반도-주한 유럽연합 게르하르트 자바틸 대사 인터뷰

⊙ “사드와 관련된 한국의 결정, 유럽연합은 적극 지지해”
⊙ 1등 참사관, “유럽연합의 군대는 한국에 없지만, 대북도발 억지는 줄곧 지지해 왔어”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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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사. 사진=김동연
1년 전 광화문의 주한 유럽연합(EU)대사관에서 기자는 게르하르트 자바틸 대사를 인터뷰했다. 당시 대사가 남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제3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끼어들 명분이 없다.” 대사의 이 말이 곧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한 국가가 아닌 다국적 조직이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 다른 나라의 대소사에 구체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는 없어 이 발언은 이례적인 것이다. 자바틸 대사가 말한 제3국이란 중국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그런 그가 1년 반 정도의 임기 후 한국을 떠났고, 신임 미하엘 라이터러(Michael Reiterer) 대사가 주한 유럽연합 대사로 왔다. 《월간조선》은 신임 대사와의 만남에 앞서 과연 신임 대사도 전임자의 스탠스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번 인터뷰 질문의 요지는 현재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북한, 한국, 미국 간의 외교적 신경전 및 물리적 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일문일답이다.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그 취지는 좋다”
 
유럽연합을 나타내는 마크. 사진=위키미디어
  — 먼저 스포츠에 관한 질문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내년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합니다. 이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참여, 공동개최, 남북한 하나의 팀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함께 올림픽을 열어보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책을 시행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의 이러한 유화정책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유럽연합의 대사이지만, 제 개인적인 국적으로 보면 저는 오스트리아인입니다. 아마 아시겠습니다만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Innsbruck)는 동계올림픽 개최지입니다. 그것도 두 번의 동계올림픽을 개최, 1964년과 1976년입니다. 올림픽의 역사적 중대 가치 중 하나는 평화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평화적 취지가 사람들을 한데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과거를 기억해 보면 남북은 하나의 단일 팀으로 출전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전례는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것이 발단이 되어 앞으로 더 많은 단일 팀의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한국의 정치상황과 문 대통령의 의지 등에 달린 문제입니다.”
 
  —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 때부터 북한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올림픽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참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이런 사실을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사실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떻게 추진되어 왔는지 그 자세한 내막은 다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문 대통령의 취지는 좋다(idea is valid)는 말입니다.”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두고 과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금의 문 대통령과 유사한 북한 동반 개최에 대해 언급했을 때 사회적으로 받았던 비판의 예를 들려던 참이었다.
 
  본 내용에 관해서 본지는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 여러 명을 접촉했다. 그리고 이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 대한 조직위 내 분위기,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만약 북한의 동참을 원한다면 당초 유치 때부터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국제적으로 북한의 이미지가 매우 위협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어 자칫 올림픽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청와대가 강행 의지를 보여 조직위에 지시를 내리면 아마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을 하기는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부 지시는 없다고 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해결 위해 유럽연합 모든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유럽연합의 해상훈련인 아탈란타에 참가 중인 영국 해군의 헬기. 사진=위키미디어
  이번에는 한반도 전쟁 임박 분위기, 유사시 유럽연합의 전쟁지원 가능성 등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미국 국방부의 고위급 장성 및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을 암시하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외교적 방법을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등의 말이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물리적 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약 유사시 미국 주도의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나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 시작된다면, 유럽연합은 과거 한국전 때처럼 한미를 도울 의향이 있나요.
 
  “저는 일단 전쟁 가능성에 대한 추측(speculation)은 하고 싶지 않네요. 이 문제는 모두(all-parts)가 관여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런 상황(물리적 충동)은 피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유사시에는 유럽연합 28개국의 고위급들은 이 문제에 대해 바로 (개입 여부, 지원방향 등) 논의를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유럽연합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한국이며, 한국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럽연합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대사가 언급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든 지원이라는 말은 곧 전시에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답변은 기자의 집요한 전시 가정 시 유럽연합의 지원 가능성 질문 끝에 나온 답이기 때문이다.
 
  — 대사님의 말씀은 1950년 한국전 때와 유사한 범위의 지원을 단행한다는 말씀입니까.(기자가 한국전을 연이어 언급한 이유는 구체적인 지원방향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과거 한국전 당시 전투지원, 의료지원, 물자지원 등 다양한 지원에 유럽연합은 참여했다.)
 
  “당시 전쟁을 주도한 것은 유엔(UN)연합군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사령관이기도 합니다. 즉 유사시 유엔의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원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엔의 상임이사국 중 2개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소속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엔의 비상임이사국 2개국 역시 항상 유럽연합의 소속입니다. 즉 유럽연합은 그 구조상 유엔과 국제법을 따르고 시행해야만 합니다. 항상 이 국제법대로 유럽연합은 움직여 왔습니다.”
 
 
  유럽연합의 주둔군대 없지만, 대북도발억지는 줄곧 지지하고 있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순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당시 유치과정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없었다. 사진=위키미디어
  위 두 답변의 연장선에서 유럽연합의 군사적 스탠스를 마렉 레포프스키(Marek Repovsky) 1등 참사관의 입을 통해 추가한다. 그의 말이다.
 
  “한국과 유럽연합은 국제적인 평화유지의 목적으로 해양훈련을 진행해 왔습니다. 주된 목적은 해적 퇴치이며, 작전명은 아탈란타(Operation Atalanta)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이러한 훈련을 위해 프리깃함(문무대왕함)을 아프리카 해역으로 보내 소말리아 등지에서 호위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훈련은 8월 16일부터 25일 동안 진행됩니다.”
 
  — 유럽연합과 한국의 군사작전의 성격이 주한미군과 한국의 훈련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같고 다른가요. 아시다시피 한국은 미군은 물론 나토(NATO)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며 나토의 궁극적인 목적과도 부합됩니다. 한-EU 간 군사적 협조도 이런 목적에 부합됩니까.
 
  “물론 공유하는 바가 있습니다. 나토와의 작전, 미국과의 작전은 모두 공동의 목적이 있고 규정이 있습니다. 그 공동의 목적이라 함은 대테러, 해적퇴치, 인권 존중 등입니다. 이런 공동의 목적이 있지만, 이 작전은 모두 다른 형태(different manner)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 좋습니다. 그럼 그 유럽연합이 가진 공동의 목적안에 북한 도발 억제(deterrance of N.Korean provocations)도 포함되나요.
 
  “그런 목적을 나토가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그런 목적의 작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일단 미군의 목적은 이런 목적(대북도발 억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럼 최소한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스탠스는 대북억지력이 포함되었다고 봐도 무방할까요.
 
  “그럼요. 유럽연합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정치적으로는 (대북도발억지를) 지지해 왔습니다. 한국의 주권을 지지하며, 주권이 위협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지지하냐 묻자, “한국의 결정 존중한다”
 
  대사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서두에 언급했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관한 것으로 “전임 대사처럼 신임 라이터러 대사도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지지하냐”고 물었다. 대사의 답이다.
 
  “유럽연합은 내부규정상 다른 나라의 내치상황 등에 직접적인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한국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한국이 배치를 하는 데 필요한 과정 등을 한미동맹 간에 논의하여 진행하면 될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지 한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유럽연합의 스탠스입니다.”
 
  라이터러 대사는 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말을 더듬었다. 질문이 곤란했던 모양이다. 그는 전임자가 말했던 내용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거나가 아닌 중도적인 입장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임 유럽연합 대사가 보통 4년 정도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유럽으로 소환된 것은 타국의 내치 등에 강한 입장 표명 등을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라이터러 대사는 기자의 질문에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등록일 : 2017-09-07 08:47   |  수정일 : 2017-09-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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