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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 장비 납품업자 간 싸움에 한국공항공사 등 국가 기간시설의 대테러 업무 마비 상태

[긴급취재] 전파 인증에 발목 잡혀 뻥 뚫린 국가 기간시설의 안보 실태

⊙ 북한 전례 없는 도발 및 국내 테러 시도 거듭되지만 대테러 무방비 상태
⊙ 공항공사는 군 기관이 아니라서 국방부의 전파 인증 면제조항 적용 불가하다는 정부
⊙ 주파수 인증 하나만 받는 데도 3개 부처가 걸려 있어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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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테러 훈련중인 경찰특공대원들. 사진=조선일보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테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기간시설인 공항 등은 제대로 된 대테러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월간조선》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번 취재는 대테러 장비 납품 등에 관여한 일부 납품업자 A씨 등의 제보로 시작됐다. A씨의 말을 종합하면, 대테러 장비 납품업계는 바닥이 좁아 종사자 대부분이 서로 아는 사이다. 일부는 군이나 사회 등에서 알게 된 선후배, 친인척 사이였다. 그런데 업계가 좁고 대테러장비 납품처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업자 간 과열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대테러 장비 납품업자 간 싸움으로 당장 테러 발생해도 손쓸 수 없어
 
 
이런 과도한 과열 경쟁 과정에서 대테러 장비 업자 X씨는 자신이 과거 장비 납품 과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는 등 사업이 어려워지자, ‘전파 인증’과 ‘주파수 인증’을 빌미로 다른 경쟁사 납품업자들의 납품을 막기로 계획했다. 현재 국내 국가 기간시설에서 운용 중인 대부분의 대테러 장비는 전자제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제품들은 정부의 전파 인증이나 주파수 인증을 거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국내 일부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자, 한국공항공사 등은 곧장 문제가 된 대테러 장비인 X-레이(ray) 검사장비와 폭발물 제거 로봇 등의 사용을 중지했다.
 
문제는 X-ray 검사장비는 대테러 작전의 핵심 장비라는 것이다. X-ray 장비 없이는 대테러 작전을 아예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대테러 전문가들의 말이다. X-ray 장비는 유사시 폭발물 의심물체 등을 X 선으로 투과해 내용물을 확인하는 장비다. 뿐만 아니라 폭발물을 발견한 뒤 해당 폭발물에 다가가 폭발물의 회로와 도화선 등을 제거하는 로봇도 전파 인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해당 로봇이 없으면 폭발물을 발견해도 제거하는 데 상당시간이 소요되고 대테러 요원이 직접 폭발물에 다가가야 하는 등 목숨을 걸고 임무를 해야 한다. 사실상 대테러 업무가 마비라는 게 다수의 대테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테러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기간시설의 대테러 업무는 손을 놓고 있다. 관계자들은 “마치 군인으로 치면, 총 없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꼴이고, 학생은 연필과 공책이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당장 한국공항공사 등에서는 전파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대체할 때까지 대테러 작전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테러 장비 사용을 못 하는 상황에서 애꿎은 피해자는 국민이다. 당장 공항에 테러 위협이 가해지면 대처할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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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동 대테러 훈련 중인 경찰특공대원들. 사진=조선일보
 
정부의 국방무기 전파 인증 면제조항 있지만, 대테러 장비에는 적용 불가
 
대테러 업무가 마비가 된 마당에도 전파 인증 및 주파수 인증 등과 관여한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 등은 대테러 장비 운용 불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본지가 정부의 관계 기관 여러 곳의 관계자 여러 명에게 본 사안에 대해 물었지만, “처음 듣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파 인증 및 주파수 인증 업무와 관련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에서 사용하는 방산무기 등은 전파법 58조 3항(적합성 평가의 면제)을 적용해 모든 전파 인증 등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조항은 국방부 무기에 대한 면제조항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도입하는 각종 무기류는 주파수를 사용하는 전자제품이라고 해도 굳이 전파 인증을 거치지 않고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을 국방부가 아닌 기관인 경찰이나 안보 관련 기관 등에서는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합리적인 이중잣대다.
 
중앙전파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인증을 신청한 기관이 어디냐에 따라서 면제조항을 적용할지의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했다. 가령 한국공항공사가 대테러 장비를 등록하려면 공사이기 때문에 국방부의 면제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는 일반 민간기업과 동일한 절차와 심사 등을 거쳐야만 전파 인증이나 주파수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파수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그 절차도 복잡했다. 주파수의 배정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맡고, 인증은 국립전파연구원, 허가는 중앙전파관리소가 하는 구조다. 한국의 경우 군사용 주파수 사용이 많고 한정된 주파수를 배정해야 하는 등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3개의 다른 부처가 관여해 비효율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본지가 “주파수 인증을 모두 통과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얼마냐”고 묻자,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했으며, “3개의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고 했다. 추가로 본지는 “대테러 장비는 그 사용 목적이 군사용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에 사용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도 국방부의 면제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계자는 “신청기관이 국방부가 아니면, 별개의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즉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항공사는 민간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파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제품이 대테러 장비 등 군사용과 목적이 같더라도 신청자가 공사이기 때문에 제품의 목적은 고려 대상조차 아니라고 했다.
 
즉 현재 국내에서는 전파 인증 및 주파수 인증을 거쳐야 하는 제품의 사용 목적을 심사하지 않고 제품을 등록하려고 하는 기관이 어디냐가 심사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셈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제품의 특성과 목적이 더 중요함에도 신청기관을 더 고려하는 현행 법제도와 심사제도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또 면제조항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네거티브법 구조로 단순화하여 국가의 안보 등과 직결된 제품에 대해서는 곧장 현장 투입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현행 면제조항의 범위도 작고 매우 제한적으로 구성됐다.
 
이번 취재에 응한 다수의 대테러 납품업자들은 “이번 전파 인증 통과를 받지 못해 당장 생업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개인의 이득보다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하루빨리 대테러 작전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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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동 대테러 훈련 중 폭발물을 운반 중인 제거용 로봇. 사진=조선일보

미국처럼 국방 및 테러 장비 도입 시부터 명쾌한 기준 공표해야
 
 
미국에서는 대테러 장비 등 안보와 직결된 군, 경의 장비에 대해서는 명확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표해 놨다. 따라서 애당초 업체에서 제품을 제작하거나 구입 시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지부터 따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찰특공대 등에서는 미국이나 외국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유사한 장비를 납품업체의 가이드라인으로 전달한다.
 
납품업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제품을 보고 그와 유사한 제품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도 유사한 성능을 내는 제품을 최종 낙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즉 사업의 시작부터 주먹구구식이다. 외국의 제품 등이 어떤 기준으로 제작되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외국의 경찰특공대가 해당 제품을 주로 쓰니, 우리도 쓰면 될 것 같다는 식이다.
미국에서는 대테러 장비 등을 제작하기에 앞서 작전요구성능(MIL-STD, 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등)을 내건다. 가령 미국 경찰특공대에서 쓰는 방패는 AK-47 돌격소총의 탄환을 막아내야 한다거나 특정 상황에서는 문을 부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상세한 요구조건을 내건다. 제작사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한다. 이 때문에 제품을 인도받는 즉시 별도의 인증 없이 곧장 실전 투입이 된다. 오히려 미국 등에서는 납품 전 제품의 성능이 정부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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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 사격을 위해 자세를 잡은 경찰특공대원들. 사진=조선일보
 
국내에서도 유사한 절차를 전투기 도입 등에서는 적용하고 있지만, 경찰특공대와 같은 특수 경과 군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관련법을 재정비하고 한국 대테러 장비 요구성능과 조건 등을 성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국내 경찰특공대와 707 특전사 등에서는 개인이 사비로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문제는 이마저도 정부의 정기적인 검사 등에서 사제 무기라고 작전에 사용을 하지 말라는 상부지시 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 작전요원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해 주지도 않으면서 사비로 구매한 사제품도 쓰지 못하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등록일 : 2017-05-19 10:44   |  수정일 : 2017-05-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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