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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의 성공과 일본 아이돌의 종말

글 | 홍성윤 매일경제신문 편집부 기자 2019-03-08 09:27

▲ 방탄소년단 photo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2월 17일 일본 후쿠오카의 야후오쿠돔에 4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대부분이 10~30대 여성인 이들이 보러온 것은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었다.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공연에 모인 관객 수만 8만명. 일본의 음악 차트 오리콘차트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아티스트’를 따져보니 외국 가수로는 유일하게 방탄소년단이 6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방탄소년단은 이미 일본에서 대세다.
   
   방탄소년단뿐만이 아니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요즘 일본 10대에 전폭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최대의 유선방송 기업 USEN이 해마다 조사하는 ‘청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순위에서 트와이스는 초등학생·중학생에게 각각 5위·6위의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 동방신기는 이미 일본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가 매년 집계하는 ‘콘서트 동원력 랭킹’을 보면 2018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그룹이 동방신기였다.
 
   한국 아이돌이 상승세에 있다면 일본 아이돌은 하락세다. 25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스맙(SMAP)’이 2016년 해체를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본의 대형 기획사 ‘쟈니스사무소’의 대표 아이돌이자 일본의 국민그룹인 스맙의 해체는 충격이 컸을지언정 쟈니스사무소나 일본 아이돌 전체의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아시아를 넘어 미주대륙과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아이돌과 대비되는 침체 분위기가 일본 아이돌 업계에서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 아이돌 업계의 위기는 변화의 몸부림이 방증한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소속 연예인의 사진이나 음성을 명시적 허락 없이 못 쓰게 하던 쟈니스사무소가 지난해 1월 인터넷 매체의 가수 사진 사용을 허락한 것은 일본 연예계에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쟈니스의 초상권 관리는 엄격하다 못해 폐쇄적일 정도여서 종종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스맙 멤버이자 일본의 대표 배우인 기무라 다쿠야가 프랑스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을 때 일본 매체들은 기무라 다쿠야의 사진을 쓰지 못해 일러스트로 대체하곤 했다. 일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없으니 자료사진에서 쟈니스 소속 연예인을 그림자로 처리하거나 모자이크를 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 들어서 쟈니스가 변한 것이다. 사진을 일부나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에 더해 유튜브에 신인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게재하기까지 했다. 소속 연예인의 SNS 사용까지 전면금지하던 쟈니스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쟈니스가 자신들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K팝의 성공을 대비시키며 ‘위기’로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아라시

   스맙 해체, 아라시 활동 중단
   
   의외의 발표가 나왔다. 지난 1월 27일 쟈니스는 아이돌그룹 ‘아라시’의 활동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기약 없는 활동 중단으로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아라시는 스맙에 이은 일본의 또 다른 국민그룹으로 쟈니스사무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이돌이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아이돌 그룹으로 팬클럽 회원만 230만명이다. 멤버 전원이 30대로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인 와중에 나온 발표라 팬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분위기는 쟈니스, 나아가 일본 아이돌계가 이대로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왔다. 이미 쟈니스사무소는 사무소를 세우고 이끌어왔던 쟈니 기타카와 사장의 후임으로 쟈니스의 인기 아이돌이었던 다키자와 히데아키를 지목한 바 있다. 다키자와는 1990년대 후반 쟈니스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아이돌이었다. 쟈니스는 아이돌을 발굴해 연습생 신분으로 육성하고 데뷔시키는 시스템을 조직했는데 연습생은 보통 ‘주니어’라고 불렸다. 쟈니스 주니어에서 손꼽히는 인기인이 다키자와였다. 2002년 데뷔 이후에 꾸준히 활동해오다가 지난해 9월 은퇴를 발표했다.
   
   사실상 일본 남자 아이돌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던 것이 쟈니스사무소 소속 그룹들이었기에 대표 그룹 스맙과 아라시의 잇단 해체·활동 중단 선언을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는 한국 아이돌 그룹들과 비교해 분석하는 글이 잇따랐다. 다나카 히데토미 죠부대학 비즈니스정보학과 교수는 음악 전문매체 ‘Real Sound’에 여러 차례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의 아이돌과 한국 아이돌의 차이를 비교·분석해왔다. 그가 지난해 9월 ‘IZ*ONE은 일본형 아이돌을 종식시킬까?’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인용해 보겠다.
   
   “한국의 아이돌 팬덤은 풀뿌리 차원에서 세계로 적극 나아가고 있다. 한국 음악 프로그램은 방송 즉시 팬들의 손으로 편집되고 여러 언어로 번역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 배경에는 한국이 느슨한 저작권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불법이지만 저작권 침해의 단점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국제적 인지도 상승이라는 장점이다. 이 편익 초과가 있는 한 한국 언론이나 연예기획사는 사실상 저작권 침해를 전략적으로 방임하고 있다.”
   
   다나카 교수가 저작권 문제를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차이로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지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그룹의 차이 때문이다. 쟈니스사무소는 스맙과 아라시를 키워내면서 일본에서는 가장 막강한 연예기획사로 자리 잡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엄격하게 관리한 후 선발 데뷔시키는 시스템, 초상권과 저작권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팬덤을 중심으로 수익을 일원화한 마케팅은 2000년대 한국 연예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SM엔터테인먼트는 운영 초기부터 일본의 쟈니스사무소를 빼닮았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은 직간접적으로 한국 아이돌계에 거의 다 흡수됐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들은 10년 사이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 아이돌이 규모가 큰 일본 내수시장에 만족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대신 TV 방송과 라디오에 몰두할 때 한국 아이돌은 ‘제멋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다나카 교수가 지적하듯이 일본 아이돌 시스템은 1990년대 스맙을 탄생시켰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 시장은 작고 큰 기획사가 난립하며 무질서하지만 역동적이며 자생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일본에서는 AKB48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여성 아이돌 그룹도 탄생했지만 한국에서는 이것 역시 한국식으로 변형해 수용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아이즈원(IZ*ONE)’은 AKB48 멤버를 일부 받아들였음에도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과 분명히 다르다. 다나카 교수는 과감하게 ‘일본형 아이돌의 종말’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아이돌이 한국 아이돌 시스템의 혜택을 받으려 하는 현실을 짚었다.
   
   “이번 AKB48은 일본형 아이돌의 특징을 거의 쓰지 않고 프로듀스48의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그 목적은… 한국 팬들의 국제적인 파급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일본의 아이돌 이야기는 소멸했다. (일본형) 아이돌 이즈 데드. 그것이 프로듀스48이 가져온 성과다.”
주간조선 2547호
등록일 : 2019-03-08 09:27   |  수정일 : 2019-03-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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