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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랜드’ vs. 대체 이런 곳 건물을 왜?

투기 논란의 중심, 목포 문화재거리 가보니…

“9채다.” “14채다.” “20채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 문화재거리 일대에서 사들였다고 알려진 건물 수가 실시간으로 늘고 있다. 급기야 ‘투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해당 거리와 매입 건물이 어떤 곳인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지난 1월 19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거리를 다녀왔다.

글 | 이근하 기자

손혜원 측근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건물 전경. 기자가 들어서려 하자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말렸다.
“문화재거리로 가주세요.”

목포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택시에 올라 말했다.

“기자세요?”

목적지를 들은 택시기사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거길 누가 일부러 찾아가요. 요새 들어 기자만 잔뜩 있지….”
 

인적 드문 ‘죽은’ 거리, 오후 7시면 소등

기차역에서 택시로 5분도 채 되지 않는 위치였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그 짧은 길이가 무색할 정도로 문화재거리는 5분 전에 있던 거리와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흔한 자동차 경적 소리, 음악 소리,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마치 폭풍이 쓸고 지나간 듯 휑했다.

행인이라곤 네댓 명이 고작. 그마저도 기삿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기자들이었다. 10분쯤 배회하고서야 주민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을 마주쳤다. 그는 요 며칠 북적이는 취재진에 그새 익숙해진 듯 먼저 인사를 건넸다.

“서울에서 오셨나 봐.”

그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고 했다. 언제나 적막하던 동네인데 최근 외지인들이 몰리니 신기하단다.

“TV 보니까 손혜원(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건물을 엄청 샀다대. 그거 확인하려고 기자들이 자꾸 와요. 젊은 사람 보기 어려운데 덕분에 사람 구경 실컷 했어요.”

그에 따르면, 문화재거리는 오후 7시면 캄캄해진다. 문 연 가게 하나 없을뿐더러 반짝이는 간판도 없다. 대다수 주민이 연로한 어르신이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빠르기도 하거니와 집 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도 거의 없다. 거리에는 가로등도 드물다.

“너무 어두워서 밤에 잘 안 다녀요. 무섭잖아… 신도심 사람들이 여기 ‘구신’(귀신의 방언) 사는 데 아니냐고 한대요.”

낮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게였던 흔적만 있을 뿐 영업 중인 곳은 슈퍼, 목욕탕 등 손에 꼽는다. 

한 슈퍼 주인은 “간간이 잔돈 바꾸러 오는 사람은 있는데 뭘 몽땅 사러 오는 사람은 없다. 그냥 죽은 동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며칠은 여느 때와 다른 풍경이라고 했다. ‘손혜원 투기 논란’이 궁금한 타 지역 사람들이 발걸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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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의 조카 손소영이 운영하는 카페

논현동 ‘백종원 거리’, 이태원 ‘장진우 거리’ 방불

점심때가 지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주민들에게 ‘창성장’ 위치를 물었다. 창성장은 손혜원의 남자 조카와 지인 2명이 2017년 6월 공동 매입한 건물이다. 1963년 지어진 이후 요정, 여관으로 쓰이다 12년 동안 폐가로 방치됐었다.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창성장은 간판부터 주변 건물들과 눈에 띄게 구별됐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 노랗게 빛바랜 인근 간판들과 다르게 아주 깔끔한 모습이었다. 건물 자체는 한 번에 보이지 않는다. 간판이 붙은 좁은 골목으로 더 들어가야 보이는 곳에 위치해서다.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외벽, 입구 앞으로 쭉 늘어선 작은 전구들은 요즘말로 ‘젊은 감성’을 물씬 풍겼다. 

문이 굳게 잠긴 터라 내부는 볼 수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남녀 커플이 나올 때 딱 한 번을 제외하곤 내내 닫혀 있었다. 사람들은 문틈으로 휴대폰을 넣어 기념사진을 남겼다.

창성장이 있는, 문화재거리로 지정된 거리는 좁고 짧다. 성인 여자 걸음으로 열 발자국만 걸으면 맞은편 건물에 닿을 정도다. 거리 끝에서 끝까지 수차례 걸어도 크게 힘들지 않다. 그래서인지 손혜원과 그의 측근이 매입했다고 알려진 건물들은 유독 밀집해 있는 느낌이었다. 정면으로 몇 발자국 움직이면 손혜원 건물, 대각선으로 다시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손혜원 건물. 조금 과장하자면 서울 논현동의 ‘백종원 거리’, 이태원의 ‘장진우 거리’를 방불케 했다.

손혜원 건물을 포함해 문화재거리의 대다수 건물은 일본식이다. 높아봐야 3층짜리 목조 건축물로 1층은 상가, 2층은 가정집 형태다. 손혜원의 조카 손소영이 운영하는 카페 ‘손소영 갤러리 카페’(이하 ‘손소영 카페’)도 마찬가지다. 손소영 카페는 창성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도보로 3분 거리다.

손소영 카페는 2층짜리 목조 건물을 개조했다. 목조를 유지하되 1층 전면을 유리창으로 단장했다. 문화재거리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외관이다. 굳이 외관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카페 자체가 없는 터라 돋보였다. 유리창에는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는 글이 적힌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다. 테이블 간격이 넓지 않아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옆 사람들 대화가 귀에 박혔다. 손혜원 의원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중 한 명은 춘천에, 또 다른 한 명은 문화재거리에서 떨어진 신도심에 살고 있다. 연일 전해지는 투기 의혹 건물을 확인하고 싶어 들렀다고 했다.

“목포에서 30년을 살았지만 이 동네에 와본 건 처음이에요. 저 같은 사람 많을걸요. 굉장히 어둡고 침체된 곳이라고 익히 들었어도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요. 대체 이런 곳 건물을 왜 샀을까 더 궁금해졌어요.”

다수 주민의 말을 빌리면 1990년대 후반 목포 하당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이주할 여력이 없는 사람이 이곳에 남았다고 한다. 곧 쓰러질 것 같은 건물, 지팡이를 짚고 더디게 걷는 노인,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오토바이를 모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유다.

손혜원 의원 측이 매입한 건물 중 하나인 ‘세종화랑’ 간판이 걸린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자 주민이 말렸다.

“거긴 들어가지 마쇼. 엄청 위험해요. 뭐 잘못 밟았다간 다 무너져서 다칠 수도 있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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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장이 위치한 문화재거리 일대

동네 주민 의견 분분

손혜원 보좌관의 남편 명의 건물은 손소영 카페 근처에 있다. 목포 5·18 성지, 옛 동아약국 자리다. 보좌관은 이 자리에 음식점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이 이번 논란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건 이 때문이다.

50대 한 주민은 “사실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우리 동네가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거다. 손혜원이 산 건물이 다 바뀌면 과거 흔적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사진관을 시작한 30대 주민은 “손혜원의 말대로 문화재를 보존하면서도 동네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이곳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작정 “좋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한 70대 주민은 “최근 창성장에 오가는 젊은 사람들만 봐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자꾸 여기저기서 ‘몇 배가 올랐다’고 하는데 웃기지 마요. 40년 전에 3.3㎡당 400만원 주고 산 내 집, 지금 300만원도 못 받아요. 다시 못 살아날 동네예요. 그런 동네를 다 사겠다는데, 왜 그렇게 뭐라고 한답디까. 나는 손혜원한테 고맙기만 하구먼….”

또 다른 주민은 “직접 와보고들 말하라고 해요. 기자님, 여기 내려와서 살라면 살 수 있어요? 1억도 안 되는 여기 집 한 채, 그거 좀 샀다고 너무들 하는 것 같아요. 손혜원 진짜 속내가 뭐든 상권만 살리면 그만이지, 안 그래요?”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부동산 위치를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하, 지금 부동산 찾는 겁니까? 여긴 그런 거 없지. 매매가 없는데 뭘….”

쇠락한 목포의 구도심은 ‘손혜원 랜드’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전국적인 관심 거리가 됐다.  손혜원 의원이 여태껏 항변한 내용의 요는 ‘지방 문화 정체성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을 연구해왔고,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목포의 현실에 도시재생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의문은 ‘왜 측근을 끌어들이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했을까’라는 것이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말이다. 그가 주장하듯 ‘선의’로 구도심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가정했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누구일까. 덧붙여 이 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논란 후 대박(?)난 카페 주인, 손혜원 조카 손소영 씨
“가로수길 뜨기 전에도 권유…고모 안목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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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무선인터넷 되지, 따뜻하지. 기자들이 제 앞에서 기사를 쓰더라고요. 웃겼어요. 재밌었어요.”

문화재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손혜원 조카’ 손소영은 ‘투기 논란’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돈을 준 고모(손혜원)가 고맙고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1월 19일 낮, 손소영은 카페 영업이 한창이었다. 며칠 새 부쩍 늘어난 손님들을 혼자 맞느라 매우 분주했다.

“오늘 아르바이트생이 나와야 하는데, 혼자 하려니 너무 바쁘네요. 평소엔 손님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그 일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오세요.”

손소영은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수년 동안 운영하던 와인바를 접고 지난해 2월 이 카페를 열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후 40년 넘게 서울을 떠난 적 없는 그가 목포를 선택한 배경엔 고모의 권유가 있었다.

“저 오랫동안 연기한 배우예요. 배우로서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데, 장사를 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집 월세도 내야 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지방으로 가고 싶었어요. 지방에 연고가 없어서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고모가 목포를 추천했어요. 다 다녀보셨는데 목포가 참 좋더라면서.”

8700만원만 있으면 고모 말대로 목포에서 카페를 할 수 있었다. 갖고 있던 보증금을 포함해 이것저것 더해보니 그 돈이 마련됐다. 문제는 인테리어 비용. 건물이 너무 낡아 업자한테 줄 돈만 7000만원이었다.

“나무 들보 페인트를 벗기고 다시 칠하는 게 엄청 비싸요. 그렇다고 직접 할 순 없잖아요. 제가 (카페 운영) 못 하겠다고 하니까 고모가 1억을 준대요. 감사히 받아서 여기 문 열었죠.”

항간에 제기된 ‘투기 목적의 매입 의혹’과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2017년 3월쯤 계약했는데 (일대가) 문화재거리 된 건 그다음 해 8월이거든요. 문화재거리 지정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계약했다는 거예요. 문화재거리 지정 압박 이야기도 들리던데 밝혀진 거 없잖아요. 문화재거리 돼서 장사에 이익 된 것도 없고… 저는 그게(문화재거리 지정) 좋은지 어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더라도 아무런 기대 없이 이곳에 온 건 아니다. 오랜 시간 경리단길에 살면서 발전 과정을 봐온 만큼 주변에 가게가 더 생기면 이 거리도 살아날 거라 믿었단다. 고모의 안목도 믿었다.

“고모 스스로 자신이 디자인 안목이 있다고 하세요. 가로수길 형성되기 전에도 주변 사람들한테 ‘앞으로 괜찮을 테니 미리 사라’고 했대요. 입지 조건, 주변 상황 이런 걸 보는 거죠.”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들어 때문에 더 이상 인터뷰는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친척 동생이자 창성장 공동 매입자로 알려진 손혜원의 남자 조카에 대해 물었다.

“며칠 뒤 제대하는 어린애거든요. 걔는 ‘그걸(창성장) 나한테 사준다고? 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근데 정말 고모가 그걸로 네가 돈 벌어서 다시 공부를 하든지 뭘 하든지 알아서 살라고 주신 건 맞아요.”
등록일 : 2019-01-30 10:10   |  수정일 : 2019-01-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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