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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사태 핵심...최순실 사태의 진원지 대한승마협회 지금은?

회장 공석(空席), 재정 악화, 승마 이미지 실추 삼중고(三重苦)… 정상화는 요원

⊙ 대한승마협회 회장·이사진 없는 비대위 체제, “박원오 그림자는 여전”
⊙ 재정위기로 올해 아시안게임 준비는 엄두도 못 내는 승마계
⊙ 정유라·김동선 사건 등 승마 이미지 실추로 ‘소년체전 승마 퇴출’ 움직임도
⊙ “자금력 있는 기업이 회장 맡아야 하는데 이 상황에 누가 하겠나” 우려 팽배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 대한승마협회는 지난해 말 손명원 회장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이다.
 최순실 사태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대한승마협회가 여전히 파행 운영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국내 승마대회 개최를 지원하고 국제 승마대회에 참여하는 승마선수들을 지원해야 할 대한승마협회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조직이 돼 선의의 승마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이재용 삼성 부회장 뇌물죄의 핵심이다. 2015년 3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으면서 삼성의 전폭적인 승마산업 지원이 시작됐는데, 이 과정이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쟁점이다. 최순실과 그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정유라 등 승마인들을 지원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박원오 전 전무는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 중 드물게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인물이다. 승마 전문가인 그는 최순실과 친밀한 관계로 최순실과 함께 정유라가 삼성의 승마 지원금을 받는 과정을 주도해 왔다. 최순실 측 변호인은 “박원오 전무가 승마산업에 삼성을 끌어들였으며 박원오는 뇌물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와 승마협회
 
국정농단 사태 전 한 승마장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정유라와 최순실.
  박원오 전무는 대한승마협회에 재직하면서 관련 업계에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인물로 대한승마협회 조직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최순실 측 변호인에 따르면 승마업계에 삼성을 끌어들인 장본인도 박원오로, 박 전무가 최순실의 위세를 박상진 전 사장에게 과장되게 말하면서 삼성의 지원을 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라를 비롯한 승마인을 삼성이 지원하는 계획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박원오 전무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신은철 한화생명 대표에 이어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가 맡는 등 한화가 회장사(社)로 활동해 왔다.
 
  박원오 전무는 승마를 통해 최순실, 정유라 모녀와 알게 된 후 정유라가 아버지처럼 따랐던 인물로 최순실 일가와는 가족 같은 사이였다. 박 전무는 2008년 승마협회 공금 사용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승마계에서 퇴출됐지만, 이후에도 최순실에게 활동비를 받으며 승마업계 주변에서 활동해 왔다.
 
  대한승마협회는 1945년 설립된 단체로 한국 승마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한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참가 선수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각 지역 승마협회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선수는 협회에 등록해야 전국체전과 국제경기 등에서 승마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이후 협회는 대통령과 재벌, 비선 실세가 뒤엉킨 사연의 중심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었다.
 
 
  비대위 체제 돌입
 
대한승마협회 회장이었던 박상진 전 삼성 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 사태 이후 삼성이 회장사에서 물러나자 2017년 4월 회장 보궐선거를 실시, 승마선수 출신 기업인인 손명원 손컨설팅컴퍼니 대표(전 쌍용자동차 사장)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도록 정상 업무가 진행되지 못했다. 협회 내부적인 문제로 대의원회의를 열지 못하면서 이사진 구성이 진행되지 못했고 손 회장은 결국 지난해 말 취임 8개월 만에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대위 체제에 돌입해 새 회장 선출 계획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이사회가 없는 상태여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전국 승마대회를 진행 및 지원하는 대한승마협회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과거 회장사로 협회를 지원해 왔던 한진, 한화, 삼성 등의 지원이 사라지면서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지난해 12월에는 직원 급여도 지급하지 못했고 올해 여름에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승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팽배
 
대한승마협회에는 아직 박원오 전 전무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
  박원오 전무는 현재 대한승마협회 직책을 갖고 있지 않지만, 승마협회 상당수 인사가 박원오 전무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승마업계 관계자들은 “대한승마협회에 여전히 박원오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으며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일간지 승마담당 기자는 “최순실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체육계의 제1호 적폐인 박원오 전 전무는 아직도 승마협회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건재하다”며 “종목의 특성상 권력지향적이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승마계에서 그가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실로 막강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라 사태와 김동선 선수의 변호사 폭행사건으로 승마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나빠진 가운데 소년체전에서 승마가 퇴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1월 열릴 전국종합체육대회위원회에서 대한체육회가 소년체전 승마 퇴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는 유소년 승마인구 확산을 위해 2013년부터 승마를 소년체전 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2015년 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2016, 2017년 두 차례 소년체전에서 승마 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소년체전을 지원하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승마는 귀족스포츠로 인식돼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많은 학생이 참여하지 못하므로 소년체전의 취지에 어긋나는 만큼 종목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 정식 종목 채택 당시 대한승마협회가 이행하기로 했던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이유로 승마의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승마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한승마협회는 비대위 체제에서 회장 선거를 준비, 조만간 새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도 승마협회를 일신할 새 회장이 과연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체육회 한 관계자는 “승마협회 문제는 체육계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라면서 “개혁의지가 있는 새 회장이 들어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고 승마협회의 개혁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협회 새 회장 선출이 관건
 
  그러나 대한승마협회를 누가 제대로 정상화해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승마는 대한체육회 65개 가맹단체 중 대회당 선수 관련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종목이다. 선수와 함께 말도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한화, 한국마사회, 한진 등 기업이 맡아 책임져 왔다.
 
  한 승마인은 “솔직히 승마협회 회장은 돈으로 봉사하는 자리라 자금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나 기업인이 맡아야 한다”며 “승마에 애정이 많은 한화가 승마협회를 이끌고 있을 때가 좋았는데 박원오 때문에 삼성에 넘어가면서 승마인들의 불행이 시작됐고, 최순실 사태로 대한승마협회는 사실상 껍데기뿐인 조직이 됐다”고 말했다. 손명원 회장이 물러나야 했던 것도 협회 자금문제 해결에 대해 강한 의지가 없어서였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예전처럼 한국마사회 회장 또는 임원진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무너진 대한승마협회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말산업의 동반자인 마사회가 책임지고 원상복구시키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등록일 : 2018-02-14 09:39   |  수정일 : 2018-02-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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