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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도로변 주차허용 ‘시한폭탄’

글 |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 서울 중구 중앙시장 인근 낮시간 주차가 허용되는 왕복2차선 마장로 양옆으로 주정차 차량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서울 중구 중앙시장.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중앙시장 북측 마장로는 왕복 2차선이다. 흥인사거리에서 황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왕복2차선 마장로 양측 도로변은 시장을 찾은 차량과 인근 황학동 주방설비 점포를 찾은 작업차량들이 늘 차지하고 있다. 주차구획선은 따로 없지만 총 1.24㎞에 달하는 왕복2차선 도로 양옆에 낮시간(9~18시) 동안 2시간 이내 주정차가 허용되면서다. 전통시장 인근이란 이유에서다. 다른 왕복2차선에 비해 노폭이 조금 넓다지만 마장로를 지나는 차량은 사실상 주차장처럼 변한 왕복2차선 도로 양옆에 길게 주차된 차량 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야 한다.
   
   서울 영동대교 북단의 동일로 동측 하위 1개 차선 역시 출퇴근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주정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전통시장으로 지정된 영동교 골목시장, 노룬산 골목시장, 능동로 골목시장까지 이어지는 전통시장 초입이라서다. 소방차 한 대도 제대로 들어가기 힘든 약 730m의 골목길에 점포가 빼곡하다. 교통정체를 일으켜 오는 2021년 철거가 예정된 영동대교 북단 고가차도 옆 편도 2차선 중 하위 한 개 차선을 주정차차량이 늘 차지하고 있으니 차량소통이 원활할 리가 없다. 영동대교나 강변북로에서 동일로로 진입하는 차량은 늘 차선을 점거한 주정차차량 탓에 애를 먹는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를 키운 원인은 불법주차였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8층의 건물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했다. 화재가 난 건물로 이어지는 이면도로변에는 불법주차된 차량들이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을 가로막았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사고, 지난해 1월 전남 여수 교동수산시장 화재사고에서 보듯 겨울철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일대의 광범위한 주차허용이다. 전통시장은 비좁은 골목에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전기배선이 엉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화재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다수 지자체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증대를 명분으로 도로변 불법주차를 점차 합법화, 양성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중 상시주차가 허용된 전통시장은 서울 37곳을 비롯해 전국 151곳에 달한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 한시적으로 주차가 허용되는 전통시장도 서울 84곳을 비롯 전국 369곳에 달한다. 이들 지역은 주차단속과 견인이 해당 시간에 한해 면제된다. 반면 전통시장 도로변 상시주차는 화재나 긴급사고 시 소방차와 구급차의 신속한 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차가 허용된 지역을 벗어나 꼬리물기식으로 불법주차가 이뤄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의 경우 시장 영업시간(10~22시) 동안 2시간 이내 주차가 허용된 곳은 인근 하위 1개 차선 170m가량이다. 하지만 이 구간을 벗어나 불법주차한 차량도 부지기수다.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구역’이란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다. 화물을 싣고 오는 작업차량이 소방차 한 대가 들어가기 힘든 시장 초입이나 상위 차선을 점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버스정거장 근처에 주정차한 차량 탓에 버스승객은 위험하게 도로변까지 나와 버스에 오르내려야 한다.
   
   
   2012년부터 점점 늘어
   
전통시장 옆 도로변의 상시 주차를 허용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전국 98곳에만 허용했던 도로변 상시주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속히 늘어났다. 지난해 평일 도로변 상시주차가 허용된 곳은 전국 151곳에 달한다. 게다가 당초 전통시장 방문객에게 1시간에 한해서만 전통시장 도로변 주차가 허용되는 것에서 지금은 2시간까지 주차가 허용된다. 하지만 정확한 방문장소 확인과 입출차시간 기록이 이뤄지지 않아 2시간 넘게 종일 주차하는 차량도 상당수다.
   
   설·추석 명절이 되면 도로변 주차가 합법화, 양성화되는 전통시장의 수는 더욱 급증한다. 2012년 추석 기준으로 한시주차가 허용되던 전통시장은 전국 276곳이었으나 지난해 추석 기준으로는 전국 369곳에 달했다. 거의 100곳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주변 도로의 수용여건을 따져 엄격하게 주차구역과 주차시간을 지정하는 상시주차가 허용되는 전통시장에 비해 설과 추석 등 명절에만 한시적으로 주차가 허용되는 전통시장의 주변 도로 여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화재사고가 설과 추석 명절을 피해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흔히들 이해하는 전통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명동역지하쇼핑센터 등 지하철역 상가, 지하도상가까지 주차허용 대상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형편이다. 명동역지하쇼핑센터를 비롯 남대문 일대 7개 상가의 경우 설과 추석 명절에 한해 지하철 4호선 회현역 1번출구부터 서울역고가(서울로7017) 하부까지 320m 구간에 주차를 허용하는데 도심 정체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전국 지자체들이 전통시장 도로변 주차를 무분별하게 합법화, 양성화하는 것은 손쉽게 주차장을 늘릴 수 있어서다. 전통시장 침체의 주 원인 중 하나는 불편한 주차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공법은 자체 주차공간을 확보하거나 인근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오래되고 노후한 도심주거지 내에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을 늘릴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관리주체가 분명한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는 비용을 갹출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지자체 등에 압력을 가해 전통시장 주변 도로를 주차장으로 전용하는 식으로 대처해온 것이다.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의 한 관계자는 “각 구청별로 수요조사를 실시해 주차가 가능한 지역을 정한 뒤 경찰청에서 심의해 주차구역을 지정하고 있다”며 “교통량과 도로사정이 변동될 수 있어 별도의 주차구획선은 긋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전통시장 도로변 주차허용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수입증대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6년 추석 기준으로 상시 주차가 허용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성과 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통시장의 이용객 수는 16.9%, 매출은 27.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금으로 유지·보수·운영되는 공공도로의 기능을 잠식하고 위급상황 시 소방차와 구급차의 원활한 이동을 방해하는 문제는 상존한다. 돈 좀 더 벌자고 안전을 희생하는 시대는 끝났다.
등록일 : 2018-01-10 10:44   |  수정일 : 2018-0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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