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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의 생명선,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25시

글 | 배용진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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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7일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환자구역 내 모습.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11월 27일 오후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응급의료센터 중환자구역의 한 병상.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머리 아래의 흰 시트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두피는 피투성이였다. 트럭에 치여 병원에 실려온 지 40분 정도 된 환자였다.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갈비뼈는 여러 개가 부러졌고, 왼쪽 눈 부분은 푸른 멍으로 부풀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팔다리처럼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부위의 골절은 아직 확인조차 못한 상태였다. 환자의 상태를 표시하는 표시기에는 ‘70’과 ‘4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출혈 때문에 혈압이 떨어진 것이다. “처음에 도착했을 땐 혈압이 50까지 떨어졌어요.” 의료진이 환자의 목까지 시트를 끌어올렸다. 보호자는 보이지 않았다.
   
   
   분초 다투는 生死의 현장
   
   의정부성모병원의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는 아직 정식으로 개소하지 않았다. 11월 기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 권역외상센터는 총 17곳이다. 이 중 공식적으로 문을 열어 운영되고 있는 센터는 9곳. 2014년 지정받은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는 아직 개소하지 않은 나머지 8곳 중 하나다.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의정부성모병원은 현재 마련된 경기북부권역응급의료센터 건물에서 외상 환자와 일반 응급환자를 함께 받는다. 말하자면 ‘한 지붕 두 살림’을 하는 격이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이송되면 위급환자를 의미하는 별 표시를 붙인 뒤 ‘패스트 트랙’을 통해 CT 촬영, 엑스레이 촬영 등을 먼저 한다. 응급센터의 중환자들이 쓰는 병상은 유리로 된 자동문 안쪽에 있다. 총 20병상 규모로 이 중 6병상이 외상환자 전용으로 지정돼 있다.
   
   복지부가 지정하는 국가기반시설인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365일 24시간 즉시 응급수술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중증외상환자로 분류되는 기준으로는 성인의 경우 6m 높이 이상에서 떨어졌거나(소아는 3m 높이 이상),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는 차에 치였거나, 두 군데 이상 골절을 당했거나 등의 요인이 있다.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응급실과 분리된 별도 외상센터를 건립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일반응급의 경우는 응급환자라 해도 보통 분초를 다투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의 경우 보통 4~6시간 내에 수술을 하면 되죠. 반면 외상환자는 대부분 1시간 이내에 수술을 해야 해요. 요새는 1시간도 아니고 짧으면 짧을수록 좋아요. 예전엔 이송시스템이 잘 안 돼 있으니까 이송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송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예전 같으면 돌아가셨을 분이 병원에 도착해요. 그럼 시간이 좀 있잖아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환자를 살릴 기회가 주어지는 거죠.”
   
   긴급 중증외상환자에겐 1분 1초가 ‘골든타임’이다. 응급실과 분리된 별도의 외상센터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도착하면 진료가 필요한 과의 의사를 부른다. 반면 외상센터에서는 외상·신경·흉부외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다가 중증외상환자가 오면 상태를 보고 환자에게 해당 과의 문제가 없어야 빠진다.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속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용 CT촬영실과 엑스레이실도 별도로 둬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의 치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특히 소생실이 중요하다. 소생실은 부상당한 환자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고 가능하면 수술까지 끝마칠 수 있는 곳이다. 소생실 내에서 마취와 수술을 끝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전용기기를 들여올 수 있도록 가능한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의정부성모병원에 권역외상센터가 생기게 되기까지는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의 공이 컸다. 물론 5층 규모의 별도 건물로 권역외상센터가 세워진 것은 병원 측의 공감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 센터장은 정부의 권역외상센터 지원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위해 노력한 국내 몇 안 되는 외상외과 전문의다. 2005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근무한 인연으로 외상외과 길을 걷게 된 조 센터장은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아주대 의대 교수)과 같은 다른 외상외과 전문의들과 함께 2010년부터 국회에 찾아가 권역외상센터 확대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을 진압하는 ‘아덴만 여명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이국종 센터장에게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권역외상센터 설립의 필요성이 공론화되면서 이듬해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지원하는 일명 ‘이국종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병원에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2012년 11월 복지부가 처음 지정한 ‘권역외상센터 지원 대상기관’ 5개소에 이국종 센터장이 있는 아주대병원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포함되지 못했다.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 결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2013년 7월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2016년 문을 열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2014년에야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고 내년 개소 예정이다.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늦었다고 해서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최초로 지정된 천안의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다. 전국적으로 보면 부산대병원에 있는 부산권역외상센터(130병상)와 아주대병원에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100병상)의 규모가 크다. 다른 권역외상센터들은 60병상 규모다.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면 중환자실 20병상, 일반병실 53병상으로 총 73병상 규모로 늘어난다.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 병원 외상팀의 ‘TSTAR’(중증외상으로 의심되는 요청으로 인한 출동) 활성화 횟수는 총 980건이다. 외부 활동이 많은 4·5·6월과 9·10월의 출동 건수가 여름과 겨울에 비해 많다.
   
   같은 기간 동안 실제로 ISS(손상중증도) 15점을 초과하는 중증외상으로 이 외상센터를 찾은 인원은 356명. 이 중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중증외상환자가 175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추락이 93명, 미끄러짐으로 인한 부상이 47명으로 뒤를 이었다. 중증외상자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첫째가 교통사고, 다음이 추락과 낙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격무 시달리는 의료진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외상외과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병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분야다. 전국구 환자를 받는 소위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에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다.
   
   힘들게 환자를 살려내도 보호자가 병원비를 낼 여력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권역외상센터에 오는 환자는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복지부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전국에 문을 연 권역외상센터 9곳을 찾은 1만633명 중 직업을 표기한 환자 1576명을 분석한 결과 단순노무직 종사자가 338명으로 21.4%를 차지했다. 건축·토목 공사 현장 인부들이다. 다음으로는 장치·기계를 조작하거나 조립하는 근로자가 264명, 농업·임업·어업 종사자가 209명, 기능공이 187명이었다. 이들을 합한 숫자가 중증외상 입원환자의 63%다.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이다 보니 의료진도 최소한의 규모로 운영된다. 그나마 외상센터에 온 의료진도 격무에 시달리다 버티지 못하고 나가면 남은 사람들은 더 힘들어진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교수가 직접 주사를 놓느라 환자의 핏줄을 찾는 일도 다반사다. 간호사나 코디네이터 등 지원인력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 복지부는 전국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사 한 명당 연 1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인력에게는 한 푼도 지원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상센터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를 구하기가 더 어려울 때도 있다는 것이 현장 의료진들의 얘기다.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특성상 365일 24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긴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 조항주·김마루·홍태화 교수 세 명이 외상외과 전문의로 당직을 맡고 있다. 한 명당 당직을 서야 하는 날이 한 달에 10~11일이다.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다른 과는 전문의가 부족해 당직을 서지 못하고 연락을 받으면 응급실로 나오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병원의 외상센터를 전담하는 간호사는 현재 네 명이다.
   
   남들이 쉴 때 더 바쁘다는 것도 권역외상센터 근무자들의 특징이다. 건설, 산행 등 외부활동이 많아 외상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봄·가을이면 병원에 오는 환자가 더욱 늘어난다. 2009년에는 의정부 경전철을 짓다가 생긴 붕괴사고로 환자 네 명이 동시에 병원에 실려오기도 했다. 헬기를 타고 출동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외상전담간호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여러 부위를 다친 환자를 돌봐야 해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알아야 하는 게 많아요. 헬기를 타고 출동해야 하고 수술실, 중환자실, 일반 병동 등 다양한 상황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신규 간호사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각자가 맡은 파트에서 최소 2~3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전담간호사로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서 만난 이상익 외상전담간호사의 말이다. 외상전담간호사가 된 지 6년째인 이 간호사는 외상센터에 오기 전 응급실에서 3년간 근무했다. 그는 “저희 도움으로 살아난 환자분이 ‘고맙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갈 길 먼 권역외상센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강화하라는 국민 청원이 거세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권역외상센터와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 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9일 한 정책간담회에서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경기권 31군데 기초지자체 중 권역외상센터로 가는 비율은 22.3%에 불과했다. 이 간담회에는 민주당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허윤정 아주대 교수와 이국종 교수, 조항주 교수 등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참석했다. 권역 내에서 발생한 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보낸 경우가 하나도 없었던 기초지자체도 9곳 있었다. 경기권의 권역외상센터는 경기북부권역의 의정부성모병원과 경기남부권역의 아주대병원 두 군데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외상환자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한 경우 어디로 이송할지는 현장 근무자가 판단한다. 현재 구급대원들은 소방청의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따라 권역외상센터나 지역응급센터 중 환자를 어디로 이송할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으로 긴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맡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내인성 응급질환자를 맡는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이송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응급센터로 가는 경우가 많다.
   
   외상센터에 대한 국민 인식도 부족한 상태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왜 가까운 병원으로 가지 외상센터로 가냐”는 환자 가족의 항의를 자주 겪는다. 아주대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은 소위 ‘큰’ 병원은 아니다. 심지어 의정부성모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일반종합병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거리가 멀더라도 심한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는 권역외상센터로 가야 한다는 것이 외상외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국내 병원에 외상 전문의가 많지 않고 권역외상센터가 아니면 외상환자를 협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일반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중증외상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환자의 생존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 중증외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앰뷸런스를 통해 이송된다. 올해 이 병원으로 이송된 중증외상 2300여건 중 65건만이 헬기로 이송됐다. 3% 수준이다. 이유는 헬기 대기장이 경기 남부권의 용인시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충남 단국대병원은 얼마 전 헬기 이송 500회를 돌파했다.
   
   한국의 권역외상센터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우선 권역외상센터가 건립되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다. 의정부성모병원은 2014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고 아직 정식 개소하지 않았다. 아주대병원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도 정식으로 운영된 지는 이제 1년4개월 정도 됐다.
   
   외상으로 인한 수술 관련 통계도 아직까지 국가 차원의 통일된 집계가 부족하다. 외상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외상으로 실려온 환자에게 생명과 직결된 부위는 머리·가슴·배, 다음은 목과 골반이다. 이 중에서도 복부의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머리·가슴의 경우 심한 부상을 입으면 수술을 받아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지만, 복부에 외상을 입었을 경우의 수술은 제때 처치를 받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집계하는 응급수술의 경우 뇌졸중·심장마비 등 내인성 질환으로 인한 수술과 외상으로 인한 응급수술을 뭉뚱그려 포함한다. 외상으로 인한 수술만 따로 분류한 통계는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건립이 완료돼야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11월 29일 경남 진주경상대병원을 마지막인 17번째 권역외상센터로 지정 완료했다.
등록일 : 2017-12-06 10:04   |  수정일 : 2017-12-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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