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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공유경제의 성지(聖地)가 되게 한 5가지 조건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위워크 할렘지점에는 회원들끼리 파티를 열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다. photo 유튜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가 아니라 친구 아들 때문에 ‘위워크(WeWork.com)’를 찾게 됐다. “애가 힙합 음악에 빠져 있는데, 뉴욕에 가서 할렘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난리다.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최근 서울의 친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두 달간 뉴욕에 머물면서 할렘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 친구 아들의 희망이란다. 얼떨결에 부탁을 받아들였지만 난감했다. 누구를 어떻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생각해낸 것이 ‘할렘 위워크’였다.
   
   뉴욕에서 탄생한 ‘위워크’는 사무실 공유(office sharing) 전문회사로 현재 전 세계 16개국 220여곳에 지점을 둔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최근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44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월스트리트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사무실 공유 비즈니스의 대부(代父)쯤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우버(Uber)와 함께 공유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기도 하다. 손정의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투자가 끊이지 않는다. 비상장업체이지만 2016년 5월 기준 기업가치가 16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최근 손정의 투자 소식과 함께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대로 치솟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엄청난 투자를 바탕으로 양적·질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확장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회원만 10만명에 이른다. 미국 23개 도시에 퍼져 있다. 뉴욕에만 4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미 3개 지점이 서울에 들어서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 전역에 지점을 낼 예정이다.
   
   친구 아들이 뉴욕에 오면 위워크 할렘지점에서 흑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겠다 싶었다. 위워크는 1년 365일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회원으로 등록할 경우 보안카드 하나만으로 언제나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사무실에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의미다. 위워크 할렘지점은 할렘가 중심인 126번가에 있다. 할렘이라고 하면 총성이 오가는 치안 부재 동네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135번가 이상 북쪽+심야+혼자’라는 조합이 아닌 한 안전하다.
   
   아들의 할렘 생활을 걱정하는 친구의 불안도 덜어줄 겸 미리 현장답사에 나섰다. 사전에 할렘지점에 전화를 걸어 현장투어를 신청했다. 방문하기 며칠 전부터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위워크 관련 각종 정보가 들어온다. 방문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싶다면 알려달라는 메시지도 출발 1시간 전에 받았다. 빠르고 사려 깊게 느껴지는 IT기술이 위워크에 접목돼 있다. 모두 돈이다. 투자가들이 뿌린 돈의 위력이 메시지 하나에서도 느껴진다.
   
   
   모든 것은 앱으로 연결된다
   
   위워크 할렘지점의 외관은 소박하다. 작은 목간판 하나만 달랑 달려 있어 그냥 스쳐가기 쉽다. ‘위워크는 새로운 창조에 매진하는 사람들(Creators)을 위한 플랫폼이다’라는 슬로건이 입구에 새겨져 있다. 업무공간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란 설명문도 볼 수 있다. 약속시간인 오전 11시 정각, 3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큰 공간이 펼쳐진다. 9월 26일 이스라엘 지점 오픈에 관한 안내문도 크게 걸려 있다. 1m90㎝에 육박하는 20대 흑인 남성이 필자에게 다가섰다. 투어안내원이다. 언뜻 보기에 직원 모두가 흑인들이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투어에 들어갔다.
   
   “1인당 한 달 회비는 500달러다. 할렘지점 회원 수는 현재 약 300명 정도다. 6명이 하나의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보는 공간이 4개 정도 남아 있다. 나머지 공간은 다 찼다. 1인용, 2인용 사무실을 원한다면 맨해튼의 다른 지점을 권한다. 지금 당장 공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리는 모두 고정석이다. 의자와 책상, 사물보관용 개인서랍이 제공된다. 컴퓨터는 자기가 갖고 와서 설치해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된 공간이기에 업무 효율성이 높다.”
   
   가이드를 맡은 흑인 친구는 자신의 아이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주문을 외우듯 속사포처럼 설명해 나갔다. “할렘 출신이냐”고 물어보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무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할렘에서 할렘 출신 흑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과 중국인들로 떠들썩한 곳이 2017년 할렘의 풍경이다. 할렘 영어를 배우려면 할렘 출신자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일 듯하다.
   
   위워크 할렘지점은 탁 트인 공간이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거대한 유리로 둘러싸인 회원용 사무 공간과 회원·비회원 모두가 자유롭게 쉬면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빌리지(Village) 공간이다. 들어서는 즉시 마주치는 곳이 빌리지다. 푹신한 소파와 티테이블이 놓여 있다. 스타벅스를 업그레드한 듯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빌리지 바로 옆에는 유료 자판기가 있다. ‘위워크 마켓(Market)’이란 이름의 자판기로, 간식용 과자와 음료를 판다. 물건을 살 때 전부 위워크 자체 앱으로 계산한다. 바코드를 자판기 앞에 대면 가격이 뜨면서 모바일 앱을 통해 자동계산 되는 식이다. 감자칩을 하나 주문하는데 엄청 돈을 들인 기계처럼 느껴진다. 실제 일본 자판기들처럼 단순한 인건비 절약의 도구가 아니다. 주문을 하는 순간, 누가 언제 얼마나 사는지 전부 데이터로 취합된다. ‘소셜 네트워킹=소셜 비즈니스’다. 위워크에 투자가가 몰리는 이유는 바로 그 같은 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위워크 회원은 대부분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30 세대다. 흔히 Y세대로 불리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다. 이들의 사고 패턴을 읽을 수 있는 첨단 공간이 바로 위워크다. 이미 일부 지점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오피스 건물 안에 체력단련 시설을 갖춘 위워크도 나타나고 있다. 위워크 브랜드를 단 레스토랑, 영어학교, 요리학원, 요가스쿨이 생기는 것도 시간 문제다.
   
   
▲ 회원·비회원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빌리지 공간도 있다. photo WeWork 홈페이지

   음식 공유 ‘잇위드’
   
위워크 할렘 빌리지에서의 중심은 커피점이다. 위워크 직원이 항상 대기하면서 음료를 제공한다. 대부분 무료다. 커피의 경우 회원에게는 무한정 리필이다. 비회원 친구를 초대해 무료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커피 재료다. 전부 유기농(organic) 재료로,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품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먹는 문제를 인생의 핵심과제로 이해한다.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식이 최우선이다. 의와 주, 즉 옷과 집은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이해한다.<표 참조>
   
   그렇지만 음식도 질적 수준을 갖출 경우 공유 대상으로 활용한다. 실제 뉴욕 곳곳에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모이는 음식 공유의 현장이 즐비하다.
   
   ‘잇위드(www.eatwith.com)’는 음식 공유 비즈니스의 선두 업체다.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란 슬로건과 함께 시작한 업체로, 현재 전 세계 50개국 200개 도시 650개 지점이 활동 중이다. 이스라엘 출신 청년들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뉴욕은 그중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음식과 메뉴를 뉴욕 ‘잇위드’에서 만날 수 있다. 서비스 내용은 간단하다. 자신의 장기 요리를 선보이면서 소셜 다이닝 공간을 제공하는 공급자 측과, 거기에 가서 색다른 시간을 즐기고 싶은 수요자를 ‘잇위드’가 앱을 통해 연결해준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각각 잇위드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뉴욕에서 열리는 각국 음식축제의 현장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잇위드’ 공급자가 없다.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할 경우 비빔밥이나 궁중요리로 무장한 서울발 ‘잇위드’도 가능하다. 해외여행 중에도 로컬 음식을 먹고 싶다면 ‘잇위드’ 앱을 통해 이벤트를 확인한 뒤 참가할 수 있다. 이탈리아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잇위드 회원들이 모이는 베니스 현지 소셜 다이닝에 참가하면 된다. 보통 10명 내외로 행사가 이뤄지지만 항상 만원이다. 참가자는 물론 전부 초면이다. 참가비는 20달러에서부터 100달러까지 다양하다. 알코올류는 직접 들고 가서 마시기 때문에 전체 비용은 일반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하다.
   
   
   공유 영역 무한 확장 중
   
   뉴욕 브루클린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아야(Aya)’는 필자가 즐겨 찾는 뉴욕 ‘잇위드’ 현장이다. 일본 홋카이도 출신의 30대 여성이 운영하는 곳으로 일본과 프랑스 음식을 조합한 퓨전음식이 주류다. 뉴욕 ‘잇위드’ 리스트 가운데 인기도 1위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참가비가 1인당 40달러 선이었지만 최근에는 80달러 선까지 올랐다.
   
   물론 참가자 대부분은 밀레니얼 세대다. 2030세대의 눈으로는 ‘꼰대’로 비치는 필자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섞여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현장이 ‘아야’다. 당연하지만 음식이 아니라 소셜 다이닝이 포인트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미국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삶을 사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자전거 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도 ‘아야’에서 처음 알았다. 따라서 ‘잇위드’에서는 음식 하나 먹으면서도 길고 긴 대화가 이어진다. 유기농과 친환경은 밀레니얼 세대의 이데올로기다. 밀레니얼 세대의 엥겔지수는 높다. 맛만이 아닌, 대화와 건강으로서의 음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마존닷컴이 ‘홀푸드(Whole Food)’ 매입에 나선 것도 건강에 주목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의미다. 홀푸드는 미국에서 유기농 농수산물 매장의 대명사다.
   
   위워크 할렘 투어를 마친 뒤 빌리지에서 쉬는데 옆에 30대 초반의 흑인이 앉아 있다. 바로 전날 회원으로 등록한 ‘라두스(Radus)’라는 이름의 알제리 출신 흑인이라고 한다. 한 달에 500달러 선인 위워크 월 회비를 고향의 회사가 지원해줘서 할렘 위워크에 정착했다고 한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 전역에 알제리 수제품을 판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를 위해 뉴욕에 와서 스스로 ‘지사장’에 취임했다는 설명이다. 직원도 개인용 사무실도 없다. 그렇지만 컴퓨터 한 대와 위워크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독자적 판매망을 구축하겠다는 ‘당찬 야망’을 갖고 있다. “세계 220여군데 위워크 지점을 365일 24시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위워크의 최대 장점이다. 곧 캐나다 토론토에 갈 예정인데 캐나다 숙소도 위워크 근처에 잡았다.”
   
   라두스는 할렘 북쪽 140번가에 거주한다. 우범지역이지만 시티뱅크가 제공하는 뉴욕 공유 자전거를 타면 10분 만에 위워크 할렘지점에 도착한다고 한다. 뉴욕이 제공하는 공유문화의 최고 수혜자가 라두스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 사무실은 아무리 공간이 작아도 월세가 최하 1만달러에서 출발한다. 3베드룸 정도의 사무 공간을 보통 10년 단위로 계약하면 그 정도의 돈이 든다. 뉴욕에선 사무실의 경우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드물다. 맨해튼 아파트의 경우 2베드룸 월세가 최하 5000달러다. 이처럼 임대료가 살인적인 뉴욕에서 라두스가 사무실을 갖는다는 것은 3~4년 전만 해도 허황된 꿈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위워크 덕분에 뉴욕에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2017년 뉴욕 비즈니스의 흐름을 압축해서 설명해주는 핵심 키워드다. 간단히 말해 ‘뉴욕=공유의 도시’다. 공유는 문자 그대로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독점하지 않고 모두 나눠 쓰자는 철학이다.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기초한 발상 같지만 공짜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수익은 보장하되, 전적으로 돈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미국에서 말하는 공유의 개념은 물질적 차원의 나눔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아날로그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동안 생기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 발상을 공유하자는 것이 진짜 취지다. 하드웨어로서의 공유 플랫폼을 만든 뒤 소프트웨어로서의 아이디어 공유에 주목하는 것이다.
   
   공유가 정치적 관점이 아닌 경제 영역의 하나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탈것을 공유(ride share)하는 우버(Uber)가 탄생한 바로 다음 해다. 그러나 실제 공유의 기원은 인터넷이 시작된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 공유 온라인 서비스인 냅스터(napster.com)가 출발점이다. 전 세계 공유의 역사를 연 맏형 격이다. 귀여운 악마 로고를 가진 이 회사는 법, 전통, 도덕으로 무장한 기득권 세력과 저작권 문제를 놓고 전쟁을 치렀다.
   
   
   공유의 성지를 만든 5가지 조건
   
   기존에 인류는 국가·민족·성별·인종·계층·계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익을 나눠왔고 그걸 정의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달라졌다. 콘텐츠를 글로벌 차원에서 뿌리고 공유하는 것이 새로운 정의가 됐다. 법으로 아무리 막아도 공유는 이미 글로벌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영화 같은 파일에서부터 시작된 공유는 모바일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됐다. 모두에게 문을 여는 ‘오픈 소스(open source)’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물건·정보·서비스 공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동차·주택과 같은 중후장대형에서부터 옷·가방·주방용품과 같은 경박단소형 소비품에 이르기까지 공유의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확장 중이다. 신문·방송·사진·음악·게임 등 웹의 모든 영역을 공유하는 페이스북은 공유경제의 승자이자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가 뉴욕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를 무대로 한 돈벌이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공유를 통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뉴욕의 관심사로 떠올랐을까. 극단적으로 말해 뉴욕이 왜 공유의 성지(聖地) 같은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일까. 크게 볼 때 5가지 정도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뉴욕은 미국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2000만 대도시라는 점이다. 디지털, 아날로그 관계없이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연결되기에 실제 공간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역경제에 뿌리박지 못한 공유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특정 지역에서의 경험과 성공, 나아가 실패담을 근거로 다른 지역,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공유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둘째, 전 세계를 압축한 글로벌 공간이 뉴욕이라는 점이다. 뉴욕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의 도시다. 인구의 40% 가까이가 미국 밖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뉴욕은 매년 전 세계 6000만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명소이기도 하다. 뉴욕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 뉴욕에서 성공한 공유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유의 실험지인 동시에 공유의 권위와 정통성을 얻는 공간이 뉴욕이다.
   
   셋째,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자본의 성지다. 돈이 넘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안달인 곳이 뉴욕이다. 기존 IT산업에 대한 투자는 이미 포화 상태다. IT를 기반으로 하면서 IT를 넘어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월스트리트를 발판으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대상이 공유 비즈니스다.
   
   넷째, 뉴욕은 서부 실리콘밸리가 닦아놓은 IT 환경의 실험지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우버가 탄생한 캘리포니아도 공유 비즈니스 역사의 중요한 공간이지만 공유 비즈니스의 공급처란 성격이 강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안된 공유 비즈니스를 수요자로 넘치는 뉴욕으로 끌어들여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뉴욕=공유경제의 성지’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마지막, 뉴욕에는 공유경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뉴요커가 존재한다. 시티뱅크가 제공하는 뉴욕시 공유 자전거는 1년 회비 163달러짜리 저가 운송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자들로 넘쳐나는 복잡하고도 바쁜 도시 뉴욕이 공유를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푸른색 시티뱅크 자전거의 진짜 의미다.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비정성시(悲情城市)’ 뉴욕에서도 서로가 나누면서 즐겁게 살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맨해튼 곳곳에 깔린 시티뱅크 자전거가 보여주고 있다. 뉴요커는 그 같은 공유문화의 창조와 확산에 적극 나서는 사람들이다. 뉴욕 시티뱅크 자전거의 활용률은 미국 어떤 도시보다도 높다.
   
   
   공유는 뉴욕의 삶이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아마존닷컴 제2본사 유치경쟁에 나서… 5만명 고용 증대를 낳을 제2본사 유치 위해 시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
   
   지난 9월 16일 전해진 뉴욕발 블룸버그통신의 긴급 뉴스다. 서부 시애틀 제1본사에 이어 새로운 본사 부지를 원한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일주일 만에 뜬 뉴스다. 뉴욕시장이 직접 나서 아마존닷컴 제2 본사 유치활동에 나섰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1월 뉴욕시장 선거가 머지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21세기 뉴욕 비즈니스가 또다시 진화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아마존닷컴의 제2 본사를 유치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용이나 투자 증대에 그치지 않는다. 21세기 트렌드 비즈니스의 총합이라는 의미를 갖는 아마존닷컴 유치 노력은 뉴욕이 걸어온 공유 비즈니스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을 활용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뉴욕에서 창조될 수 있다. 물류 공유 비즈니스는 언뜻 떠오르는 새로운 영역이다.
   
   위워크는 도서관이 아니다. 잇위드는 허기를 때우는 곳이 아니다. 시티뱅크 자전거는 빠른 운송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 전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또 다른 공유 비즈니스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Airbnb)도 하룻밤 머무는 잠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유 비즈니스의 가장 큰 목적은 ‘함께’라는 21세기 가치를 바탕으로 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에 있다. 서로가 배우고 익히면서 공감하는 장소가 공유 비즈니스의 현장들이다. 예컨대 위워크의 경우 일하기 위한 6인용 테이블만이 아니라 파티나 회의를 위한 공간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방음시설이 좋기 때문에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수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속에 흩어진 개개인을 하나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아날로그 소셜네트워킹’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공유 비즈니스의 큰손
   
   우버·위워크·슬랙… 손정의의 다음 투자는
   
▲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함께 시작한 투자전문회사 ‘비전Vision)’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위워크’와 ‘우버’ 등 공유 비즈니스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photo fortune.com

   지난 8월 14억달러를 투자한 위워크(WeWork)에 추가로 3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된 소프트뱅크의 창시자 손정의 회장은 공유 비즈니스를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함께 시작한 투자전문회사 ‘비전(Vision)’의 1000억 달러 자금력을 앞세워 공유 비즈니스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우버(Uber) 투자를 보자. 투자액이 무려 100억달러로 IT에 대한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우버의 전체지분 가운데 20%를 확보하고 경영에 참가하는 조건이다. 우버는 아직 월스트리트 증권시장에 ‘머리를 올리지 못한’ 비상장 회사다. 최근 경영진의 스캔들로 내부 진통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기업가치는 최하 700억달러로 평가된다.(2016년 기준) 하지만 손정의의 투자로 기업가치가 수천억달러로 상승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정의는 2014년 우버에 대한 1차 투자 기회를 놓친 후에야 차량 공유(ride share)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중국 우버에 해당하는 ‘디디 추싱(滴滴出行)’에 2016년 45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도 50억달러를 투자한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동남아시아 ‘그랍(Grab)’에 25억달러, 인도의 ‘올라(Ola)’와 라틴아메리카의 ‘99’에도 최하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 세계를 하나로 엮는 ‘손정의 차량 공유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탄생은 불 보듯 뻔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닥칠 무인자동차 시대를 감안한다면, 무인 차량 공유 비즈니스의 탄생도 전망해 볼 수 있다.
   
   9월 중순, 손정의는 공유 비즈니스 스타트업에 대한 또 하나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8월 기준 기업가치가 50억달러쯤으로 평가받는 ‘슬랙(Slack.com)’에 대한 투자다. 투자금은 2억 5000만달러. 위워크에 대한 44억달러 투자가 알려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슬랙에 무료로 가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람들을 끌어모아 인적·물적 정보를 교환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파일 전송에 필요한 각종 앱이 자동적으로 따라붙어 업무에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대규모 파일 전송도 가능하며, 프로젝트 내 친구들과의 공동창업도 가능하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뉴욕의 스타트업에 공동 참여할 수 있다. 창업을 위한 하드웨어가 위워크라면 그 소프트웨어가 슬랙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중국의 공유 비즈니스
   
   日, 편의점 알바생 공유하고 中, 자전거 공유 천국으로
   
▲ 싱가포르에 진출한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모바이크’의 자전거가 싱가포르 시내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서 있다. photo www.eco-business.com

   일본은 기존 공유 비즈니스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가는 중이다. ‘공유 2.0모델’이라고나 할까? 바로 ‘인적 공유’다. 편의점 패밀리마트가 주무대다. 패밀리마트 특정 지점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다른 지점에 ‘대출’해주는 식이다. 예컨대 도쿄 A지점 패밀리마트에서 일을 끝낸 아르바이트생이 근처 B지점에 가서 일할 수 있도록 일을 더하기를 원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아르바이트생을 필요로 하는 점주를 패밀리마트 자체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것이다.
   
   경제가 활황인 일본은 현재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편의점은 특히 심하다. 따라서 정직원 한두 명을 제외한 편의점 인력 대부분은 외국에서 온 아르바이트생으로 충당된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숙련기간이 필요하고, 일에 숙달되기까지 적어도 한 달 정도 걸린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숙련된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가능하면 일을 더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래 일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패밀리마트는 아르바이트생 스스로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도록 자체 앱을 개발했다. 금요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토요일 새벽 4시부터 3시간 등 원하는 근무 시간대의 아르바이트생을 점주와 연결해주는 앱이다. 물론 반대로 점주 측에서 ‘일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일할 사람 모집’ 같은 앱 공고를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확보할 수도 있다. 외부 사람을 새로 쓰는 것보다 이미 일에 익숙한 기존의 아르바이트생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서로가 믿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 패밀리마트는 올여름부터 도쿄 내 직영점 40군데, 아르바이트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간 상태다.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 전국 1만8000개에 달하는 패밀리마트 전 매장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유 비즈니스의 주무대다. ‘공유 1.0 모델’이라 볼 수 있지만 대국을 지향하는 나라답게 해외 진출에도 적극 매달리고 있다. 해외에서의 명성을 통해 인기를 높이는 식이다. 베이징에서 문을 연 자전거 공유 업체인 ‘모바이크(摩拜單車·www.mobike.com)’는 최근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4개국에 해외 거점을 마련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2015년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의 해외 진출이다. 일본의 경우 삿포로에서 지난 여름부터 공유 자전거 5000대를 운영 중이다. 나머지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주된 이용객은 현지인이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의 편의를 돕기 위한 공유 비즈니스인 셈이다. 모바이크는 중국 내에서도 170개 도시에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국에서 가입한 사람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가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자전거 공유 업체인 ‘오포(Ofo·www.ofo.com)’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2014년 베이징에서 문을 연 오포는 중국 내 150개 도시에서 영업 중이다. 도쿄는 오포의 해외지점 1호가 될 전망이다. 현재 추세로 간다면, 내년쯤 중국 자전거 공유 업체 서울 지점도 생길 전망이다.
등록일 : 2017-10-11 08:09   |  수정일 : 2017-10-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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