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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밖으로 불러낸 학교폭력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를 보면 전국의 각 초·중·고등학교의 학교폭력 피해 발생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학교에서 지난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몇 번 개최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폭위란 지난 2012년에 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학부모 대표를 포함해 5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학폭위에서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징계 절차를 논의한다.
   
   서울시 마포구 내 22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학폭위가 몇 번 개최돼 몇 개의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했는지 살펴보자.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2개 학교에서 1년간 11건의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했다. 폭행, 협박, 사이버따돌림같이 학교폭력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처리 결과는 비슷했다. 11건 대부분이 피해자·가해자 심리치료, 가해자 서면사과 같은 처분에 그쳤다. 22개 학교에서 1년에 11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면 학교당 평균 0.5건 수준이다. 실제 이들 학교에서 1년에 1건도 안 될 정도로 학교폭력이 적게 일어났던 것일까.
   
   교육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라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직접 학교폭력 경험을 물어보는 조사인데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마포구 내 22개 초등학교에서는 11건보다 훨씬 많은 학교폭력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도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던 A 초등학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16명의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경우다. 지난해 한 건의 학교폭력에 대해 심의했던 B 초등학교에서는 29명의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증언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다. 실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단 16.4%만 학교에 신고를 한다고 응답했다. 2015년에는 22.4%의 학생이 학교에 신고한다고 응답했었다. 신고마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요즘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피해학생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학교 밖에서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곤 한다. 예컨대 지난 9월 3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피투성이 여학생 사진이 유포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그렇다. 지난 9월 1일 부산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가해학생이 주변 사람에게 피투성이 피해학생의 사진을 보내며 자신의 처벌 수위에 대해 조언을 구한 대화 내용과 함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직접 찍었다는 피해학생의 얼굴 사진까지 SNS에 공개되면서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번졌다. 가해학생들의 폭행 장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 피해사실을 접수받았던 경찰이 미온적인 대응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피해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곧바로 비슷한 사건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강원도 강릉에서 지난 7월 10대 청소년 6명이 17살 여학생을 집단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이 SNS에 “부산 사건을 보며 동생 사건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피해사실을 폭로했다. 이 여성은 SNS에 사건을 폭로하고 나서 적극적으로 언론과 접촉해 피해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제 학교폭력은 학교가 아니라 SNS에서 논의된다. 심지어 몇 년 전 일이라도 해도 SNS를 타고 피해 사례가 다시 거론된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두고 일어나는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이 이를 증명한다.
   
   101명 아이돌 연습생 중 11명의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출연했던 H씨가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폭로하는 글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자는 자신의 SNS에 “너 티비 나온다더라. 난 아직도 꿈에 네가 나올 때면 울면서 깨어나는데”라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상세히 적은 다음에 “일진이었던 네가 내게 준 상처들 이제 되돌려주겠다”며 폭로 이유를 밝혔다.
   
   
   사건 일어나면 학교는 쉬쉬
   
   여성 아이돌을 키우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S씨가 중학교 때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SNS에서 있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SNS에 “제발, 제발 그만 좀 눈에 보이면 좋겠다”며 자신이 어떤 폭력 피해를 겪었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그러면서 “제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나 맞았어요’라고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보일 때마다 그 기억이 나서 괴로워서, 그만 보고 싶어서 씁니다”라고 말했다. H씨와 S씨는 모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왜 학교폭력 피해자가 학교가 아닌 SNS에서 피해를 얘기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학교와 경찰 등 정부기관이 학교폭력 피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울 숭의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은 가해학생 중에 재벌가와 연예인 자녀가 있는 탓에 좀처럼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학교 측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피해자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피해학생의 부모가 언론에 직접 제보를 했고 교육청이 나선 후에야 학교 측의 은폐 시도, 피해사실 정도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SNS와 언론에만 학교폭력 피해를 알리고 공론화하는 역할을 맡길 수 없다. 당장 위에서 언급한 TV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지목된 출연자가 과거 폭력을 행사했다는 폭로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SNS에서 폭로된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도 문제다.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4명 학생의 얼굴, 이름은 물론 상세한 집 주소까지 SNS에 모두 공개된 상태다. 정확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학교폭력이 은폐되지 않고 제대로 드러나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의 학폭위는 학교가 조사·심의 과정 전반을 맡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양쪽으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고, 학폭위에 포함된 교사와 학부모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가해자나 피해자와 연결돼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대신 학교 외부에 학교폭력을 심사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SNS에 기대지 않도록 학교와 교육 당국이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등록일 : 2017-09-13 09:23   |  수정일 : 2017-09-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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