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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알코올의존증 환자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다사랑중앙병원.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을 입은 한 무리의 40~60대 남성들이 왁자지껄 1층 복도를 가로질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들을 따라 올라간 병원 5층에는 신나는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곳은 널찍하게 자리 잡은 헬스장. 복도 반대편의 탁구장에서는 탁구를 하며 기합 넣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곳은 운동시설이 아니라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이다.
   
   보통 알코올중독이라고 부르는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음침하고 폐쇄적인 분위기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다사랑중앙병원은 활기찬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예전에는 알코올의존증 병원이 폐쇄병동 중심으로 운영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를 가둬 놓고 술이라곤 한 방울도 못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은 그렇게 운영하지 않습니다. 다사랑중앙병원만 해도 병원 시설의 핵심은 개방병동, 그러니까 외부와 연결된 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알코올 섭취를 중단하는 데 있습니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의 설명을 이해하려면 우선 어떤 방식의 치료가 알코올의존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139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국민 중 12.2%는 살면서 한 번씩 알코올로 인한 정신질환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니코틴의존증 환자가 100만명으로 추정되고 우울증 환자는 6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자면, 우리나라 국민에게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신질환이 알코올의존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증을 치료받는 사람은 매우 적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사람은 7만2173명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술에 대해 관대한 한국 문화 탓이다. “사회생활 하려면 술 좀 마실 줄 알아야지”라는 사회적 압박이나, 모임을 가지면 으레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 알코올의존증을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주사(酒邪)를 부리는 것을 웬만하면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알코올의존증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다.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도 알코올의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해도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폐쇄병동에서 일정 기간 동안 술을 끊는 방법으로 치료받았다. “이 방법을 쓰면 완전히 통제된 병원에서는 확실히 술을 안 마셔서 ‘끊었다’고 생각하고 퇴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퇴원하고 나서입니다. 한동안 술을 끊었으니 치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딱 한 잔만’의 유혹에 빠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 원장은 알코올의존증은 얼마나 오랫동안 술을 안 마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술을 마셨을 때 자제가 되느냐를 두고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 다사랑중앙병원의 로비.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딱 한 잔’이 알코올의존증으로
   
   다시 말해 알코올의존증 환자도 상황만 주어진다면 술을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안 마실 수 있다. 모든 문제는 ‘딱 한 잔’을 입에 댔을 때부터 발생한다. 입에 대는 순간 자제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특징이다. 입원해서 단주(斷酒)에 성공했다가 퇴원해서 실패하고 또다시 입원하기를 반복하는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많은 이유다.
   
   2000년대부터는 단순히 일정 기간 동안 술을 끊게 하는 강제적 단주보다 일상생활에서 음주에 대한 유혹을 이기고 술 없이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작은 광주광역시의 다사랑병원이었다.
   
   “신경증, 성격장애가 동반되는 정신질환 환자와 알코올의존증 환자를 한데 묶어 치료하다 보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신질환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병인데 알코올의존증은 행동과 마음을 교정해야 하는 병이거든요. 종류가 다른 질환 환자를 일률적으로 치료하다 보니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술을 끊고 퇴원하더라도 재입원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무형 원장의 설명대로 다사랑병원에서는 알코올의존증 환자만 따로 모아 이들의 문제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왔고, 의사들은 환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원장은 3년 반의 진료 경험에 확신을 얻고 뜻이 맞는 의사들이 모여 경기도 의왕에 다사랑중앙병원을 세웠다.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의 선구자 격인 다사랑중앙병원은 보건복지부 인증 전문병원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전문병원으로 인증받아 내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은 개방병동을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여기서는 폐쇄병동을 관리병동이라고 부르는데 환자의 외출·외박이 불가능한 곳으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2~3개월 입원하는 병동이다. 관리병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음주 문제를 자각하는 일이다. 대부분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자신의 음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원래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자기방어 능력이 높은 편이다. 알코올은 음주자의 인지능력을 떨어트린다. 담배의 니코틴이 암을 유발한다면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한다. 그래서 주의력과 이해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한다. 특히 최근의 기억, 긍정적인 기억은 잘 잊어버리고 부정적 기억만 강화된다. 대개는 감정을 다루는 데 미숙해 공격적이다.
   
   이무형 원장은 “모든 애주가가 알코올의존증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알코올의존증은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술을 조금 마시더라도 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또 술을 끊지 못할 때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의 음주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면 치료는 한결 쉬워진다. 이때부터 환자들은 서서히 관리병동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는 관리병동의 다음 단계인 개방병동을 치료의 핵심으로 본다. 9주 정도 입원하게 되는 개방병동에서는 외출과 외박이 자유롭다.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술 없이 사는 삶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만약 이 단계가 없다면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문제를 자각하기만 할 뿐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 채로 병원을 왔다갔다 하게 된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단주 능력을 키운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대다수가 대인관계에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통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술 없는 삶에서 ‘즐거움’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알코올은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의 분비량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자는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 쾌감과 행복함을 느끼게 되고 그 감각을 떠올리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게 된다. 이무형 원장은 “음주자의 10%는 특히 의존성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력이 있거나 선천적인 이유로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상황에서 술을 통해 즐거움을 얻게 되면 쉽게 중독된다는 얘기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술 대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 다사랑중앙병원의 병동에 운동시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알코올의존증 환자 중에는 술로 인해 경제력을 잃어버린 경우도 많다. 경제적 어려움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찾는 일이 없도록 개방병동과 재활병동에서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개방병동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나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4주 후에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 구직활동도 할 수 있다. 동시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주를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개방병동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는 안팎으로 독립하게 되는 셈이다.
   
   
   환자 개인에 맞는 진료 이뤄져야
   
   알코올의존증 치료는 다른 정신질환 치료가 그렇듯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성별,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사랑중앙병원은 처음부터 환자의 특성에 맞는 치료가 이뤄진다. 아예 병실을 층마다 따로 쓰도록 돼 있는데 남성 병동, 여성 병동, 노인 병동이 각각 다른 층을 쓴다. 남성 알코올의존증 환자 중에는 인지저하 문제를 겪는 환자가 많다. 여성 환자들은 감정적인 문제로 힘들어할 때가 많다. 노인 환자는 알코올성치매 증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치매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인 전문 클리닉도 개설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45%는 간경변증을 앓고 있다. 밥 대신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아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고 관절에 이상이 있는 환자도 대다수다. 자연히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하면서 몸 안팎의 다른 질환도 치료해야 한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는 개원 초기부터 내과, 한방과 등이 협진을 하고 있다. 성별과 연령, 기저 질환의 유무와 알코올의존증 정도에 따라 개별적인 치료가 이뤄지니 다사랑중앙병원에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 심지어 임신부도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가족의 역할이다. 자신의 음주 문제를 자각하기 어려운 알코올의존증 환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오는 것도 가족의 역할이다. 가족의 전폭적 지지와 지원이 알코올의존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다사랑중앙병원에서는 입원 환자의 가족을 함께 치료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일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아예 가족교육팀이 따로 있어 정기적으로 가족교육을 담당한다. 알코올의존증 환자 가족으로서의 고통과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가족자조(自助)모임도 꾸려져 있다.
   
   알코올의존증을 극복하는 데는 주변 사람들과 연결을 회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과 친구는 환자의 지지자이자 감시자다. 환자들끼리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주 능력을 유지하는 데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병원 내의 다양한 자조모임이나 1박2일 MT, 체육대회 같은 프로그램은 환자가 자연스럽게 사회로 복귀하면서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다사랑중앙병원의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다.
   
   이무형 원장은 알코올의존증 치료는 “자유와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로 인해 잃어버린 주체적인 삶을 되찾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무작정 환자를 가둬 술을 안 주는 것으로 치료를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땀 냄새와 음악 소리, 북적이는 대화 소리로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겠다는 것이 다사랑중앙병원의 목표다.
   
인터뷰 |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장
   
   “알코올의존증 아버지 치료하며 확신 얻어”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왜 알코올의존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됐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아버지가 알코올의존증 환자였거든요.” 어렵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가족사를 털어놓는 이무형 원장의 말에는 다사랑중앙병원의 치료 방법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는 6~7년에 걸쳐서 세 번을 입원하면서 단주(斷酒)와 음주(飮酒)를 반복하셨어요. 첫 시작은 제가 4년 차 전공의였을 때네요. 그때는 1년 정도 단주하셨어요. 아버지가 완전히 술을 끊었다고 좋아했었는데 ‘딱 한 잔’이 아버지의 발목을 잡았죠.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술을 입에 대면 안 돼요. 한 잔이 열 잔이 되고 습관적인 음주가 되거든요.”
   
   그런 아버지의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한 것이 광주의 다사랑병원이었다. 무작정 세상과 단절시켜 술을 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주에 필요한 준비를 하게 하는 방식의 치료는 큰 성과를 거뒀다. 부친이 완전히 술을 끊은 것이다.
   
   “저는 그때 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아버지가 삶을 되찾은 것처럼 다른 환자들에게도 자유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사랑중앙병원을 세워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생각은 의사가 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하다. “환자와 보호자를 만날 때면 저의 경험을 자주 얘기해요.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감정, 겪는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아무리 완고한 환자라도 ‘치료받겠다’고 마음을 바꾸더군요.”
   
   알코올의존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족이다. 가족의 지지와 도움이 이 원장의 아버지처럼 환자를 바꿔 놓는다. 또 가족 때문에 알코올의존증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알코올의존증을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는 가족력(歷)이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알코올의존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술을 입에 대서는 안 됩니다. 알코올의존증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에요. 가족력이 강한 병이고요. 저는 아버지의 일이 있기 때문에 술을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눈높이에서 진료하는 이무형 원장의 모습은 다사랑중앙병원 전체 직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정신병원 중 다사랑중앙병원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바로 병원 의료진의 경쟁력에 있다.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보통 230~240명 안팎이다. 병원 직원은 97명이다. 직원 1명당 환자 비율이 매우 낮아 거의 일대일 돌봄이 가능한 수준이다.
   
   “환자 대비 의료진의 수를 많이 한 이유 중 하나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사람의 힘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의료진의 수를 늘리고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히 신경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병원 진료비는 그다지 저렴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미 없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환자들이 술로부터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저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다사랑중앙병원이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마지막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등록일 : 2017-09-07 08:51   |  수정일 : 2017-09-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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