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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 입고 버리는 ‘의류 쓰레기’ 대안...재활용을 입는 ‘착한 패션’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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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싼 값의 의류를 수시로 선보이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의 등장으로 옷이 쓰레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짧아졌다. 2주에 한 번씩 나오는 신제품은 트렌디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지갑을 열게 한다. 수시로 진행되는 세일은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최면을 거는 듯하다. 과거 한번 사면 계절이 반복될 때마다 입었던 옷들이 이제는 한 철, 나아가 한두 번 입고 버리는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의류폐기물은 2008년 하루 평균 162톤에서 지난해 259톤으로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8만 톤 수준이다. 평균 100g 안팎인 티셔츠 무게로 환산하면 연간 7억4000만 벌 이상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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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협하는 의류 폐기물 △사진- 한국패션협회
 
 
백화점 의류 매장은 화려한 패턴의 쉬폰 원피스, 가벼운 쟈켓 등 봄 신상품으로 가득하다. 불과 몇 주 전까지 마네킹이 입고 있던 겨울옷은 백화점 행사장에서 3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중이다.
 
실제 ‘신상품’으로 불리는 옷은 평균 2주가 지나면 매장 뒤편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한 달 뒤면 5~10%씩 할인에 들어가고, 한 시즌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옷은 아울렛 혹은 상설 할인 매장으로 이동한다.
 
아울렛에서 판매되지 못한 재고는 쿠팡,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로 넘어간다. 품목에 따라 90%까지 세일하는 경우도 있다. 소셜 커머스에서도 팔리지 않은 제품은 한 벌 당 최소 5백 원에서 최고 5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재고 처리업체로 넘겨진다. 이런 제품은 길가나 지하철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임시 매장(땡처리 매장)에서 ‘장당 5천원’에 판매된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업체들은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 kg 당 3백~5백 원 선으로 수출을 선택한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수출하는 옷이 한 해 약 7500톤이라고 추산한다. 또한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남는 재고는 모조리 소각한다. 이렇게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옷은 연간 약 40억 원 규모에 달한다.
 
◆ 착한 패션... ‘재활용’을 입는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상당하다. 의류에 자주 사용되는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에 매년 약 110억 리터의 원유가 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가 자연 분해되는 데에는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소재로 만드는 면도 착한 직물은 아니다. 면을 만드는데 필요한 목화는 '죽음의 꽃'으로 불린다. 병충해에 약한 작물로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2만 명이 목화 재배 과정에서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다.
 
쓰레기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렴한 옷에는 그보다 더 싼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는 아동노동, 강제노동이라는 문제로 연결된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이 수년간 미얀마 제조공장에서 14세 전후의 청소년들을 고용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고발한 '패션의 노예들'이라는 책이 출간돼 주목받은 바 있다. 아이들이 12시간을 쉬지도 않고 일하고 받는 일당은 겨우 3달러에 불과했다.
 
이같은 패션산업의 민낯에 대한 비판과 고발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착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와 브랜드들이 늘면서 그 중에서도 재활용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몰디브 해안에서 건져낸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러닝화와 축구 유니폼을 선보였다.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과 함께 해양 오염 종식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소재로 업사이클링한 최초의 대량생산 제품이다.
 
러닝화의 경우 갑피와 신발끈, 발목을 감싸는 부분 등 모두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러닝화에 사용된 바이오스틸(Biosteel) 섬유는 거미가 거미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백질 성분으로 합성 소재로 만든 기존 운동화보다 15%가량 가볍다. 전 세계에 7000족, 국내에서는 100족이 한정 판매됐는데 국내에서는 출시 당일 90% 이상이 팔렸다. 최종 완판까지 걸린 기간은 닷새에 불과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올해는 업사이클된 플라스틱으로 100만족의 신발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의류 및 신발을 제작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에서 추출하여 만든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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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에서 선보인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러닝화로 신발 상단의 95%가 바다에 버려진 페트병 등 플라스틱이나 어업용 그물 등을 사용해 만들었다.
 
미국의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에서는 쿠션, 베개, 이불 등에서 수거한 거위와 오리털로 만든 100% 재활용 다운재킷을 선보였다. 라벨과 지퍼, 단추도 각기 50~80% 재생 원료를 사용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지난해 선보인 다운재킷도 침구에서 모은 생산 가능한 털을 사용했다. 다운재킷은 그동안 모피와 함께 동물 학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다운재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25마리 거위의 털이 필요한데 이를 얻는 방법이 비윤리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패션 쓰레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SPA 브랜드도 재활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본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전 세계 매장에서 기부 받은 옷을 모아 난민과 소외 계층에 전달하는 ‘전 상품 리사이클링(All-Product Recycling Initiative)’ 캠페인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업용 섬유와 에너지로 재활용하기 위해 옷을 수거했지만 입을 수 있는 옷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H&M은 전 세계 매장을 통해 브랜드에 상관없이 입지 않는 의류를 수거해 재판매하거나 이를 활용한 재활용 섬유로 만든 의류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2015년에 버려진 H&M 의류를 재활용한 데님 컬렉션을 선보였다. 20%의 재활용 면섬유를 사용한 것으로, 최종 목표는 100% 재활용 면으로만 만드는 것이다.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7-03-17 16:33   |  수정일 : 2017-03-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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