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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큰손 한국 왜 푸대접받나

글 |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 3선의원 출신의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중국 외교부 국장급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오른쪽). photo 연합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의 롯데캐슬(롯데성원) 아파트 바로 옆은 지난 3월부터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지난 2월 27일,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 부지 맞교환 계약을 체결한 직후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되면서다. 3만8666㎡ 부지에 올린 1428가구의 롯데캐슬(롯데성원) 아파트는 다행히 지난해부터 분양을 하면서 완공했지만, 아파트 바로 옆에 2단계로 지어올릴 백화점과 마트, 호텔이 문제였다. 청두지하철 2호선 니우스커우(牛市口)역과 맞붙은 알짜 요지에서 진행되던 1조원 규모의 공사가 터파기공사 도중 돌연 중단되고, 프로젝트를 홍보하던 중국롯데의 공식 홈페이지까지 해커 공격에 마비되자 “개발상이 야반도주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지난 3월부터 반년 넘게 중단된 공사는 지난 10월 31일부터 재개됐다. 10월 31일, 한·중 양국이 관계개선 협의를 발표할 즈음, 공사 재개 허가가 떨어지면서다.
   
   한·중 관계개선 협의문 발표로 사드 경색국면이 풀리면서 막대한 돈이 다시 중국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집중 표적이 됐던 롯데가 청두에서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신호탄이 됐다. 일시 중단됐던 랴오닝성 선양(瀋陽)의 롯데타운 공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백화점, 호텔에 서울 잠실롯데월드와 같은 실내 테마파크까지 들어서는 롯데의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로 들어가는 돈만 약 3조원에 달한다.
   
   외교부가 연내 추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중에 맞춰 삼성, LG, SK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추가 대중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西安)의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 LG디스플레이는 광둥성 광저우(廣州)에 OLED 공장 증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無錫)에 D램 공장 증설을 각각 추진 중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돈은 삼성이 7조8500억원, LG가 5조원, SK가 950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투자계획 발표 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현재 중국 현지에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 롯데가 재개한 총 4조원 규모의 청두·선양 부동산개발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총 17조8000억원의 돈이 중국에 투하되는 셈이다.
   
   중국 측이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라며 강력 반발했던 경북 성주에 기배치된 사드의 현상 변경 없이, 약 1년 만에 한·중 관계개선에 합의한 데는 한국 대기업의 약 17조원에 달하는 신규투자가 아쉬워서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리(不利)는 못 참는다’는 중국인들의 의식구조에 근거한 해석이다.
   
   

   對中투자 지난해 3위
   
   한국은 대중투자의 큰손 가운데 하나다. 중국 내 외국기업 투자를 관장하는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260억달러(약 8132억위안). 이 가운데 주요 10개국이 투자한 금액이 1184.6억달러로, 전체 투자금액의 94%에 달한다. 대중투자 주요 10개국 가운데 한국은 47.5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해 홍콩(871억달러), 싱가포르(61.8억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국(38.3억달러), 일본(31.1억달러), 독일(27.1억달러)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중국과 같은 중화권인 대만(36.2억달러), 마카오(34.8억달러)에 비해서도 많다. 대중투자 1위 홍콩은 체제만 다를 뿐 중국의 일부분이다. 홍콩계 자금의 경우 외국인 투자 혜택을 얻기 위해 홍콩 간판을 이용한 사실상 중국 자체 투자가 상당 부분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대한투자(약 20억달러)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중국에 쏟아부었다.
   
   지난 2008년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도 막대한 대중투자는 계속됐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대중투자 금액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의 대중투자 순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6년간 6위를 줄곧 유지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최상의 대중관계를 유지했을 때는 2014년 5위, 2015년 4위, 2016년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의 대중투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한 2017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1~6월)까지 주요 10개국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 하락한 624.6억달러. 이 중 한국은 15.4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해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사드 배치 후 무차별적으로 보복을 당하는 와중에도 미국(14.5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을 중국에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막대한 대중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복수 상용(商用)비자 발급 중단을 신호탄으로 1년여간 계속된 사드 보복과 같이 한국이 그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를 받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중국은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늘 한국을 한 수 아래로 하대해왔다.
   
   지난 10월 31일, 한·중 관계개선 양국 간 협의문 발표 때도 그랬다. 한국의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차관급)과 쿵쉬안여우(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체결당사자였다. 한국의 국가안보실은 장관급 직제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안보실장(정의용)은 사실상 부총리급으로 대우받는다.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이 겸하던 직제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통합했다. 과거 외교안보수석의 위상을 봤을 때, 국가안보실 2차장은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장관급에 버금가는 자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의 카운터파트로 등장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部長助理)는 한국으로 치면 차관보급에 불과하다. 외교담당 국무위원(양제츠) 아래 외교부장(왕이·王毅)이 있고, 그 아래에 수석 부부장인 장예수이(張業遂)를 위시한 부부장만 4명이 있다. 부부장 아래 직책이 ‘부장조리’(차관보급)로 부장조리만 5명에 달한다. 아시아담당 부장조리로 ‘조선반도(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겸하는 쿵쉬안여우는 중국 외교부의 부장조리 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25년 전인 1992년 8월, 한·중 수교 공동성명문을 서명한 당사자가 한국의 이상옥 외무장관과 지난 5월 작고한 첸지천(錢其琛) 외교부장(장관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격이 한참이나 후퇴해버린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중 FTA를 체결할 당시 당사자도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현 의원)과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이었다.
   
   
▲ 중국 쓰촨성 청두의 롯데 복합단지 공사 현장. photo 웨이신

   정치 외교적으로는 하대
   
   중국의 한국 경시풍조는 다분히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초래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지난 5월, 대중특사로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예방한 이해찬 의원(전 국무총리)은 첫 만남 때 좌석배치에서 노골적인 푸대접을 당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특사였음에도 양국 간 동등한 좌석배치가 아닌 시진핑 주석이 상석(上席)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모양새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 박근혜 대중특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 김무성 대중특사에 비해 의도적으로 격을 낮춘 불만의 표시였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차 베이징에 찾아온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과, 지난 4월 신임 홍콩 행정장관 당선 인사차 시 주석을 예방한 캐리 람(林鄭月娥) 신임 행정장관을 접견할 때 사용한 좌석배치와 동일했다.
   
   중국에서 명목상 중국의 일부분으로 ‘강아오타이(港澳台)’로 싸잡아 부르는 홍콩·마카오·대만과 같은 대접을 한 것이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했다는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란 시각이 드러난 좌석배치였다.
   
   지난 10월 31일, 한·중 관계개선 발표 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 지난 11월 2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단장으로 여야 의원 6명(이석현·김두관·나경원·조배숙·정병국)으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외교단이 방중했을 때 나타난 현직 관료도 중국 외교부 장예수이 부부장과 푸잉(傅瑩) 전인대 외사위 주임이었다. 장예수이와 푸잉 조합은 지난 1월, 송영길 의원(4선)을 단장으로 더불어민주당 3차 방중단이 찾았을 때 등장했던 왕이 외교부장보다도 낮은 격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엄연한 야당에 불과했다. 4선 의원으로 한때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의원을 필두로 한 의원외교단은 방중 전인 10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전에 만나고 간 사실상 특사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단 출발 직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의원외교단 방중 때 안보실에서 도움을 주라”고 지시했다. 한국 의원외교단은 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에 진입한 중국 외교 사령탑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면담을 추진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정작 양제츠 국무위원은 11월 2일, 방중한 이수성 전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 등장했다. 반대로 지난 7월, 일본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 의원(총무대신)을 단장으로 한 일본 의원단 8명이 방중했을 때는 양제츠 국무위원보다 격이 높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가 직접 나왔다.
   
   한국은 중량급 인사를 주중대사로 보내는 데 반해, 중국은 그에 걸맞지 않은 인사를 주한대사로 두는 관행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3선 의원을 지낸 노영민 전 의원을 새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발탁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첫 주중대사를 3선 의원(권영세)으로 발탁했던 것과 똑같다. 지난 정부는 상하이총영사까지도 ‘전직 의원’(구상찬)을 기용하면서 ‘의원’들의 몸값을 떨어뜨렸다.
   
   반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줄곧 부국장급을 주한대사로 파견한 중국은 2001년 청융화(程永華) 전 대사(현 주일대사)를 시작으로 국장급(사장·司長)으로 격을 높인 것이 현 추궈훙(邱國洪) 대사까지 16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은 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낸 인사(홍순영)를 주중대사로 파격 발탁한 것을 시작으로 주중대사의 격을 계속 대통령 비서실장(류우익), 국가안보실장(김장수), 3선 의원(권영세·노영민)으로 한정 없이 높여왔다.
   
   반대로 일본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사건 후 중·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다음부터는 주중대사에 니시미야 신이치(전 외무성 경제담당 심의관), 기테라 마사토(전 내각관방 외교담당 부장관보), 요코이 유타카(전 주터키 대사) 등 차관보급 전업 외교관을 줄곧 기용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정권교체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기업인 출신 비(非)전문 외교관인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전 이토추상사 회장을 2010년 주중대사에 기용했다가 2012년 센카쿠분쟁 때 상황관리를 잘못해 중·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갔다는 반성에서 나온 인사다.
   
   일본이 중국에 차관보급을 주중대사로 보내는 까닭은 중국이 국장, 차관보급을 주일대사로 파견하는 데 대한 맞대응 측면도 있다. 그나마 중국 외교부 내에서 주일대사는 대개 주한대사를 지내고 부부장(차관)에 기용되기 전에 가는 직책으로 주한대사보다 한 수 위 대접을 받는다. 우다웨이 전 대사, 청융화 현 대사 등이 모두 이런 코스를 밟았다.
   
   
▲ 지난 11월 2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를 찾아 장예수이 부부장(왼쪽 여섯 번째)과 만난 한국 의원외교단. photo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시진핑도 정상, 리커창도 정상?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부터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 역시 한국은 대통령, 일본은 총리가 나서는 데 반해 중국은 늘상 총리가 나온다. 중국 측은 1999년 첫 회담 때 김대중(한국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일본 총리), 주룽지(중국 총리)가 나섰다는 전례를 들어 늘상 총리가 나서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별도 회의체로 분리돼 연례 개최된 다음에도 원자바오, 리커창 등 총리급이 한·중·일 정상회의 중국 측 대표로 나섰다. 중국은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에는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는 회의에는 총리를 내보내는 관행이 사실상 외교관례로 완전히 정착됐다.
   
   일례로, 미국 대통령이 참가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당 총서기가 나서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아세안+3(한·중·일),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은 총리가 나서는 식이다. 이에 지난 11월 8일 출국해 APEC과 아세안+3 정상회의에 연쇄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0~11일 베트남 다낭 APEC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하고, 11월 13~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3에서는 리커창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 국내외에서 누구도 정상 취급을 하지 않는 리커창 총리를 ‘정상회담’ 명목 아래 재차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중국공산당의 19차 당대회 직전인 지난 9월 19일,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2박3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았을 때는 시진핑 총서기,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당시 중국공산당 서열 1~3위의 최고 지도부가 모두 나서 극진히 환대했다. 당시 서열 6위지만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렸던 왕치산 전 기율위 서기까지 나서 리셴룽 총리와 별도로 면담했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의 대중투자액은 61.8억달러 전체 순위 2위로, 3위 한국(47.5억달러)을 조금 앞섰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돈 있으면 바로 어르신(有錢就是大爺)’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이었다. 연내 추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중은 우리가 투자한 만큼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등록일 : 2017-11-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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