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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조 전자상거래 시장의 숨은 공룡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 ‘카페24’ 이재석 대표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서점에서 온라인 쇼핑몰 제작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자. 서가를 가득 채운 관련 도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쇼핑몰 제작 업체도 그만큼 많다. 웹디자인 업체에서부터 서버를 빌려주는 웹호스팅 업체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 채널을 만드는 것은 필수.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산다.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65조원이다.
   
   특정 분야 상품을 파는 전문몰과 누구나 제품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을 통틀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는 업체는 이베이코리아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인 G마켓과 옥션 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두 곳에서 이뤄진 거래액만 지난해 14조원이 넘었다. 이베이코리아의 뒤는 SK플래닛이 잇고 있다. 지난해 SK플래닛의 11번가를 통해 이뤄진 거래액은 6조8000억원이다.
   
   글로벌 유통기업과 대기업의 뒤를 이은 것은 토종 IT 기업이다. 1999년 설립된 ‘카페24’를 통해 개설된 쇼핑몰에서 지난해 발생한 거래액은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10% 가까운 수치다. 전문몰 시장에서는 거의 3분의 1을 ‘카페24’를 통한 쇼핑몰이 잡고 있는 셈이다.
   
   꼭 쇼핑몰이 아니라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봤거나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카페24’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카페24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다. 설립 초기에는 서버를 빌려주는 웹호스팅을 전문으로 했지만 점차 쇼핑몰 제작, 유통, 마케팅까지 도와주는 쇼핑몰 솔루션 전문업체로 거듭났다. 카페24를 통해 개설된 쇼핑몰 수는 2017년 5월을 기준으로 109만7385개나 된다.
   
   카페24는 한창 벤처붐이 일던 1999년에 세워졌다. 창업 18년이 지났는데 회사를 세웠던 ‘벤처 1세대’ 이재석 대표는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 당시 함께 창업했던 멤버들도 그대로 회사에 남아 있다. 원래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이란 경쟁이 매우 치열해 영세업체부터 대형업체까지 난립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서히 몸집을 불려나가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도 이채로운 일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형 테슬라 요건’을 적용받는 1호 기업으로 카페24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형 테슬라 요건이란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경우에서 따온 것이다. 적자 상태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기업을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벤처 1세대가 살아남은 이유
   
   수많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중 유독 카페24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월 4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카페24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석 대표는 몇 가지 키워드로 카페24의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첫째는 ‘초심’이다. 카페24의 초심은 미래에 대한 낙관에서 시작했다. 원래 이재석 대표는 물리학자였다.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해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지던 과학도였다.
   
   “IT 업계에 종사하게 된 것은 저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니 저절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게 됐는데 우리의 미래가 인터넷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거의 모든 생활을 온라인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고, 그 바탕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있을 거라고 봤죠.”
   
   이재석 대표는 온라인 교류가 늘어나는 미래에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카페24를 온라인 공간을 빌려주고 원활하게 교류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업체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불필요한 부분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우리가 약국에 가서 약을 달라고 하면 전문가인 약사가 특정 브랜드의 약을 추천해주잖아요. 그걸 정하는 건 약사입니다. 전문가가 결정하는 거지요. 자동차와 마찬가지입니다. 막상 도로에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세세한 엔진 능력, 부품 성능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차를 구입할 때는 그런 전문적인 부분을 신경 쓰고 주변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죠. 웹호스팅, 쇼핑몰 제작에도 마찬가지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핵심은 기술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IT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업체를 선택할 때는 주변의 전문가와 사용해 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 대표는 “선택에 영향을 줄 만한 IT 전문가들에게 통할 기본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늘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카페24는 지난 2007년 웹호스팅 업체로는 처음으로 SSD를 장착했다. 기존 웹호스팅은 하드디스크(HDD)만 이용했었는데 전송속도도 처리능력도 훨씬 뛰어난 SSD를 장착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최초로 도입한 기술은 이외에도 많다. 카페24가 도입하기 시작하면 업계에서 따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카페24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신중하게 계속되는 도전’이다. 이재석 대표는 창업멤버들이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힘을 합쳐 일하는 원동력의 하나로 이것을 꼽았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각자 다른 생각이 들고 목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카페24는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목표를 만들고 도전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와 동료들이 처음처럼 회사를 끌고 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늘 새롭지만 처음 같은 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카페24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올 5월을 기준으로 카페24를 통해 개설된 해외 쇼핑몰은 6만2644개에 달한다. 미국 LA, 일본 도쿄 등에 8개 지사가 있고 여기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600여명이다. 카페24로 개설된 쇼핑몰은 대개 영어, 중국어, 일본어권 소비자를 노린 것이다. 대부분이 패션 제품을 파는 패션 전문 쇼핑몰인데 우리나라에서 파는 제품 그대로 외국 소비자를 상대한다. 최근 유행하는 ‘역(逆)직구’다.
   
   역직구가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류 덕분이다. “한류라는 말이 갓 생겨날 즈음부터 저희는 ‘K-스타일’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단지 글로벌 시장의 규모가 커서 진출한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역직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상품 설명만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각 나라마다 결제 시스템이 다르고 배송 방법도 다르고 마케팅 방법도 다릅니다. 카페24는 이걸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아마존이나 라쿠텐 같은 해외 오픈마켓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리 회원들이 입점할 수 있게 했고 각국 물류 기업, 결제 시스템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카페24는 전국 25곳에 창업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창업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장소다. 미국 시장에 한국식 헤어 액세서리를 팔려고 하는 창업자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카페24 창업센터에 와서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부터 운영 노하우, 컨설팅까지 교육받고 그대로 사무실도 빌려 쓸 수 있다. 제품을 촬영할 수 있게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고 따로 물류회사를 찾지 않아도 되게 배송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이렇게 창업센터를 통해 창업한 사람만 1만명이 넘는다.
   
   이재석 대표는 인터뷰 내내 ‘미래’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직 먹고 입는 정도만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졌을 뿐 생활 전반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얼핏 들으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한 분석이 그 밑에 깔려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카페24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꼼꼼히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대세를 따르고 진품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한국의 오리지널 제품을 팔기 위해 알리바바에 입점해 왕홍(중국 SNS 스타)들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판로를 준비해뒀습니다.” 그 결과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도 카페24를 통한 역직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현재 카페24에서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는 대만 시장이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여러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시장보다 훨씬 공략하기가 쉽다는 게 이재석 대표의 설명이다. “대만 소비자들은 K-스타일에 매우 우호적인 편입니다. 쇼핑몰이 현지에 진출할 때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 같은 것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대만에서는 한국 쇼핑몰 디자인, 상품 설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오히려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카페24는 ‘한국형 테슬라 요건’을 적용받는 1호 기업이 될 전망이지만 실제로도 테슬라와 닮은 부분이 많다. 영업이익을 상관하지 않고 기본, 초심을 생각하는 성장 방식이 그렇다. “별로 이익을 못 내면서도 기술 개발에 신경 쓰는 저희더러 ‘그러다 회사 무너진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의 이익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미래에 엄청나게 성장할 시장이 눈에 보이는데, 이 시장을 선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카페24로 창업한 대표적인 패션 쇼핑몰 ‘스타일난다’는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photo 스타일난다

   한국형 테슬라 1호 기업
   
   사업을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는 데도 이런 자세가 적용됐다. 카페24에는 ‘레저휴가’라는 게 있다. 서울 동작구 본사에 있는 950여명의 직원들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쉰다. 여기에 휴가비 10만원을 받는다. 여행을 가든, 영화를 보든 ‘레저활동’을 하기만 하면 받을 수 있다. 레저휴가가 도입된 것이 2006년. 주5일 근무제가 국내에 자리 잡은 것이 2005년이다. 이재석 대표는 “처음 레저휴가를 제안했을 때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돈 많이 든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장기적으로, 결국 우리에게 도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하루 일 더 한다고, 그 돈 아끼는 것보다 직원들이 재충전하고 회사에 자부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카페24는 현재만큼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당장 이익을 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움직인다. 이재석 대표가 여러 번 강조한 말이다.
   
   “종종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매출액 목표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보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래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원래의 목표를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가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이고, 앞으로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등록일 : 2017-07-12 17:30   |  수정일 : 2017-07-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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