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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중국인들의 새해 일출 명소

저우산과 한국의 특별한 인연

글·사진 | 백춘미 통신원

▲ 한국의 해안 풍광과 흡사한 저우산군도의 푸퉈산.
상하이에서 새해 일출(日出)을 보기는 쉽지 않다. 우선 높은 산이 없다.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뒷동산이라고 하기도 뭣한 해발 100m의 서산(余山)이 고작이다. 저장성 저우산(舟山)은 상하이 사람들이 새해 바다 일출을 보러 많이 찾는 곳이다. 상하이에서 항저우만해상대교(총연장 36㎞)를 지나 차로 4시간30분을 달리면 나오는 저우산은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아편전쟁 직후 체결된 난징조약에 따라 상하이와 함께 개항한 닝보(寧波)의 앞 섬으로, 닝보-저우산항은 세계 4위 항만을 형성한다.
   
   무려 139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어 ‘저우산군도(群島)’라고도 불리는데, 닝보에서 본섬인 저우산다오(舟山島)까지는 진탕대교(총연장 21㎞)를 비롯 5개의 교량으로 이어져 있다. 현수교와 사장교의 조합으로 이뤄진 5개의 연륙교 그 자체가 멋진 관광상품이다. 상하이에서 출발해 항저우만해상대교와 진탕대교를 차례로 넘어 저우산에 다다르면 지난해(2018년) 세계 최장 강주아오해상대교(총연장 55㎞)를 개통시킨 중국의 세계 최고 해상교량 건설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저우산은 중국의 불교신자들이면 꼭 한번 찾아가는 성지(聖地)이기도 하다. 저우산군도를 이루는 섬 가운데 하나인 푸퉈산(普陀山)은 관음보살 성지로, 조그만 섬에 사찰과 암자가 빼곡해 이웃한 섬인 뤄자산(洛迦山)과 함께 ‘해천불국(海天佛國)’으로 불린다. ‘푸퉈’ ‘뤄자’란 말 자체가 관음보살이 산다는 ‘포탈라카(포탈라산)’에서 따온 말이다. 섬(島)인데도 굳이 산(山)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불교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이에 푸퉈산은 섬이지만 문수보살 성지인 산시성 우타이산(五台山), 지장보살 성지인 안후이성 지우화산(九華山), 보현보살 성지인 쓰촨성 어메이산(峨眉山)과 함께 중국 불교 4대 명산(名山)으로 꼽힌다.
   
▲ 관음성지 저우산군도 푸퉈산의 남해관음대불.

   중국에서 ‘원단(元旦)’이라고 부르는 새해 3일 연휴를 맞아 찾아간 푸퉈산 남해관음대불 앞에는 새해를 맞이해 몰려든 수많은 불자들이 무병장수와 발복을 기도하고 있었다. 남해관음대불은 높이 33m에 달하는 푸퉈산의 랜드마크다. ‘나무관세음보살’을 외는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도 간간이 보였다. 불교를 국교로 한 고려 임금 충선왕이 익재 이제현과 함께 지금의 베이징인 원나라 수도 대도에서 경항(京杭)대운하(베이징~항저우)를 이용해 푸퉈산까지 찾아와 향불을 올렸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 후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푸퉈산과 한국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산세가 한국의 동해안이나 남해안의 그것과 거의 놀랄 만큼 흡사하다. 푸퉈산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도 한국 현대차다. 푸퉈산은 경관 보호를 위해 개인차량은 물론 택시, 렌터카 등 개별차량의 운행을 금지한다. 섬의 주요 사찰과 암자들은 허가받은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푸퉈산 유일의 교통수단인 셔틀버스는 현대차 중국 현지 상용차 법인인 ‘쓰촨현대’에서 독점공급한다. 쓰촨현대는 2017년 현지 버스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미니버스 카운티 68대를 납품했다. 푸퉈산을 찾는 관광객이나 승려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수도 베이징의 택시를 사실상 독점하는 ‘베이징현대’를 보는 듯한 묘한 자부심이 든다.
   
   저우산 본섬인 저우산다오에는 ‘심원(沈院)’이란 한국식 정원도 있다. 정원의 안주인은 심청전의 주인공인 효녀 심청(沈淸)이다. 2007년 저우산시 푸퉈구(區)와 전남 곡성군이 함께 건립한 정원인데, 한국식 솟을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연못 위에 심청의 조각상이 서 있다. 중국에서 보기 드문 한국식 정원이지만 무료 입장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보였다.
   
   심원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백제 때 전남 곡성에 원봉사의 딸 원홍장이 살았다. 원홍장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하기 위해 바다 건너 저우산에 사는 부자 상인인 심국공(沈國公)에게 팔려 왔다. 심국공의 총애를 얻어 ‘심청’이란 이름으로 개명한 원홍장은 귀인이 되어 570상의 관음보살상을 고국에 보냈다고 한다. 이 설(說)이 맞다면,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를 구해준 용왕이 바로 저우산의 선박업자인 심국공이었던 셈이다.
   
   실제 저우산 곳곳에는 신라 선박들이 정박했다는 ‘신라초(新羅礁)’, 고려로 가는 길목이었다는 ‘고려도두(高麗道頭)’, 심청전 속 용왕이 사는 ‘수정궁(水晶宮)’과 같은 예사롭지 않은 지명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마침 정원 조성 당시 저장성 성장이었던 차이송웨(柴松岳) 전 성장은 저우산 출신으로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 있었고, 심원 건립을 전폭 지원했다고 한다. 차이송웨 전 성장은 저장성장을 지낸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전임자다.
   
   
   심국공과 심청이의 핏줄이
   
   저우산에는 심국공과 심청이의 핏줄일 수 있는 심(沈)씨들도 많이 산다. 저우산 본섬의 제일 큰 항구는 ‘선자먼(沈家門)’이란 어항이다. 말 그대로 심씨 가문의 항구라는 뜻인데, 중국 최대 수산물 집산지로 ‘어도(漁都)’로 불린다. ‘고려도두’라는 옛 지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바로 선자먼이다. 휴어기에는 줄잡아 수천 척의 어선과 해산물 포장마차들이 항구 일대를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성어기에는 오성홍기를 달고 선자먼에서 출항한 조기와 갈치잡이 중국 어선들이 황해에서 한국 어선들과 어장을 놓고 다툰다. 그 옛날 ‘고려도두’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신필(神筆)’로 불린 김용(金庸) 선생이 영원히 강호를 떠난 후 무협지 매니아들도 저우산을 꾸준히 찾아온다. 김용 선생은 저우산에서 멀지 않은 저장성 하이닝(海寧) 출신인데 이 근방의 설화와 장소를 배경으로 무협지를 많이 썼다. 이 중 저우산의 타오화다오(桃花島)는 김용의 대표작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에 등장하는 무림고수 황약사가 은거하는 곳으로 설정된다. 저우산시는 타오화다오를 김용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내용과 흡사하게 꾸며놓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저우산 일대는 2017년 저장성 유일의 자유무역시험구(FTZ)로 지정됐다. 저우산의 풍광 좋은 해안가 곳곳에는 5성급 고급호텔들이 들어섰고, 최대 관광지인 푸퉈산은 여객터미널과 케이블카를 새로 만들었다. 중국 철도당국과 저장성 측은 닝보에서 저우산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70㎞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 중 16㎞는 중국 최초 해저 고속철로 건설될 예정이다. 비록 해무(海霧)에 가려 새해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새해를 맞아 밤새도록 쏘아 올리는 폭죽 소리는 저우산의 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등록일 : 2019-01-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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