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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진영 1위 후보 황교안의 心中에는 권력의지가 존재할까?

‘송곳’ 같았던 이회창, ‘철벽’ 같았던 박근혜의 권력의지가 황교안에게서도 읽혔다!

⊙ 2016년 봄, ‘봉황의 주인이 되면 모시고 싶다’는 총리실 직원 이야기에 “사람 앞날은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를 지낸 인물의 남은 목표가 있다면 ‘한 자리’뿐”(자유한국당 핵심 당직자)
⊙ “추대해 주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라”는 정용기 한국당 의원 말에 黃 “만약 도전한다면 당권을 잡을 수 있다”고 답해
⊙ “우파의 재기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정말 강하더라”(한국당 재선 의원)
⊙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가 과거 이회창 전 총재나 박근혜 전 대표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
⊙ 군 면제, 박근혜 프레임이 발목 잡을 수도… 남들이 갔던 길을 다시 가선 안 된다는 충고 받아들여야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3년 반가량 남은 시점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흥밋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범보수 진영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1위를 차지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눈길을 끈다. 유승민, 홍준표, 안철수, 오세훈 등을 따돌린 황 전 총리의 부상이 예사롭지만은 않은 것이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범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13.5%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황 전 총리가 11.9%로 뒤를 이었다.
 
  이념별로 나눠보면 먼저 중도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유 전 대표가 16.8%로 1위였지만 보수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가 25.9%로 압도적인 1위였다. 유 전 대표는 보수층에게는 9.2%를 얻는 데 그쳤다. 한 달 뒤 황 전 총리는 범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유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금이 適期
 
  리얼미터가 지난 9월 27~28일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를 보면 황 전 총리는 13.9%를 기록, 유 전 공동대표(13.5%)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보수층에게 3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달 전보다 8.9%포인트 상승한 결과였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보수 진영은 황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정치하고 싶으면 지금이 적기(適期)이다. 그의 전문성과 경력,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49%까지 폭락하여도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대이다. 탄핵파와 출당파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탈한 보수층이 돌아오지 않는다. 보수 재건, 한국당 재건은 이탈한 보수를 위로하고 통합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당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모두가 상처를 주고받아 감정적 골이 깊다. 한국인은 사실보다는 이념, 이념보다는 감정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황교안씨처럼 외부 인사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박근혜-박정희-육영수 세력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는 황 전 총리의 입당을 위해 접촉을 진행 중이다. 김용태 당 사무총장은 “곧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제가 직접 찾아뵙고 공식적으로 입당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로 나타난 황 전 총리의 입당이 성사될 경우 한국당 내 세력 구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다. 정치권에선 권력의지 없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흔히 대선 주자의 자격을 논할 때 권력의지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대선 주자가 권력을 넘겨받으려거나 쟁취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정치 지도자의 덕목으로 보기 때문이다. 18대 대선에서 ‘권력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재인 대통령도 당 대표를 거치며 권력의지를 다져온 뒤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수 세력에 결여된 것은 ‘권력의지’
 
2018년 9월 7일 오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권력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지금 보수 세력에 정작 결여된 것은 이념이 아니라 ‘권력의지’다. 1980년대 전후 386 운동권력은 그야말로 절벽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했다. 당시 누가 오늘날 그들의 영광을 예상했는가. 그들이 처음부터 권력의 정상부(頂上部)만 쳐다본 것은 아니다. 대신 그들은 사법·행정·교육·기업·노동·종교·지역·언론·여성·문화 등에 걸쳐 있는 우리 사회의 낮은 권력, 숨은 권력, 작은 권력, 연한 권력에서 승수(勝數)를 쌓고 승률(勝率)을 높여나갔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이나 방법은 가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승리의 경력이 승자 효과가 되어 마침내 국가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는 “보수 집단이 배워야 할 것은 이와 같은 권력에 대한 헝그리 정신”이라며 말을 이었다.
 
  “말로만 풍성한 이념 논쟁은 아직 배가 덜 고프다는 방증이다. ‘체제 전환’ 및 ‘주류 세력 교체’ 대공세에 맞서려면 권력에 대한 동기부여 자체가 비장하고 절박해야 한다. 또한 보수는 정치판을 가늠하는 게임의 법칙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뼛속까지 수용해야 한다. 벼락치기 혹은 천우신조(天佑神助)로 국가권력을 얻던 시대는 더는 아니다.”
 
 
  최순실 사건 터지기 전에도 대권을 의식했던 황교안
 
2016년 봄, ‘봉황의 주인이 되면 모시고 싶다’는 총리실 직원 이야기에 황교안 전 총리는 “사람 앞날은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황 전 총리가 2017년 5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후 각 부처 장관 등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과연 황 전 총리에게는 보수 세력에 결여된 ‘권력의지’가 있을까? 총리실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공무원은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 대권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일화’가 있었다”고 했다.
 
  “2016년 봄이었습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이지요. 사람들이 황교안 총리라는 분이 있는 줄도 몰랐고 표시도 전혀 안 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황 총리께서 창성동 별관에 있는 총리실 직속의 정보팀(검·경 파견직원들로 구성)의 6급 실무진까지 초대해 오찬을 베풀어준 겁니다. 정보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서였을까요. 어쨌든 상당히 파격적이었죠. 간부급들에게는 몰라도 일반 직원에게 총리가 직접 그렇게 오찬을 산 사례는 아마 없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한 직원이 황 전 총리에게 ‘총리님께서 봉황의 주인이 되시면 저도 같이 들어가서 모시는 게 평생의 꿈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황 총리의 정치적 의지, 대권의지에 대해 물었죠. 그의 말이 끝나자 잠시 적막이 흘렀습니다. 황 총리는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 앞날은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분위기가 화끈 달아올랐죠.”
 
  검사장 출신 A 변호사의 얘기도 비슷하다.
 
  “보통 한 번만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도 옷을 벗는데, 3번이나 탈락하고도 버틴 것을 보면 황 총리는 끈기가 있고 ‘권력의지’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황 전 총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2005년 10월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려 했지만,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이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 김종빈 검찰총장이 반발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황 전 총리는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치고도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동기였던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은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황 전 총리가 노무현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할 당시 한 일선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2002년도 국정원 도청 수사에 대한 짧은 생각’이란 글에서 “(황 차장의 검사장급 승진 탈락과 관련) 부실 수사 운운하는 것은 겉일 뿐 그 속내는 다른 말 못할 이유 때문이 아닌지 적지 않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가 황 전 총리의 검사장 탈락 이유를 “공안1부장으로 있던 2002년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도청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부실 수사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세상의 누구에게도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馬)이라고 덧칠할 권한이 없다. 그것은 당사자에게 아픔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날을 진실을 찾기 위해 땀 흘렸던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극단적인 폄훼이자 심각한 왜곡이 될 수 있다. 임동원, 신건씨 등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이 구속됐던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누구라도 (불기소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부실 수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수사기록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부실 수사 주장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억지라고 잘라 말할 수밖에 없다.”
 
  글 쓴 검사는 “인사 불이익을 준 데 이어 최선을 다한 수사까지 부실 수사로 몰아가는 것은 당사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해 글을 썼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권력의지가 물씬 풍기는 사람”
 
  황 전 총리와 접촉한 정치인은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만큼 사람을 접해보면 그 사람의 권력의지를 읽을 수 있는데, 황 전 총리는 그런 의지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최순실 사태 전인 국무총리, 아니 훨씬 그전부터 나름대로 보여 온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가장 먼저 본격 행보에 나섰다. 황 전 총리는 2018년 9월 7일 수필집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들과 박근혜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전직 장관들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정치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만 행사 직후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 나가면 좋겠다”고도 했다. “대권으로 간다고 예상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많은 말씀을 제가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내부나 황 전 총리의 지인, 취재기자 중에서는 이런 그의 표현을 대권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황 전 총리 지인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황교안 총리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자리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황 총리에게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황 총리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는데, 내게는 그 침묵이 ‘생각이 없지 않다’는 뜻으로 보였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도 “황 전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남은 목표가 있다면 ‘한 자리’뿐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것이고 그 결과는 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9월 20일 마포의 중식집에서 무슨 이야기가?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황 전 총리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황 전 총리가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고맙다며 식사를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월간조선》은 참석자들을 심층 취재, 당시 식사 자리를 재구성한다. 이 자리에서 이뤄진 황 전 총리와 의원들의 대화, 황 총리에 대한 의원들의 감상(感想)을 종합해 보면 황 전 총리의 강력한 ‘권력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
 
  성황리에 출판기념회를 마친 황 전 총리는 유기준 의원에게 연락해 식사 자리를 제안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권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친박 핵심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공보지원총괄단장 및 미디어홍보부본부장 등으로 활동했었다. 지난 2008년 친이계 주도로 이뤄진 18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자, 당시 함께 낙천했던 김무성 대표 등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박 무소속연대’ 돌풍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다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복당해 18대 국회에서 친박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 간사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19대 국회에선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이끌었다.
 
  유 의원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락했다. 정용기 의원은 친박도 아닌데다, 지역구 행사 때문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도 유일하게 연락을 받았다.
 
  “유 의원이 출판기념회에 갔었느냐고 묻기에, 지역구 행사가 있어 못 갔다고 했더니 (황 전 총리와) 식사 자리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일 때 제가 원내수석 부대변인이었거든요. 그때 황 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었죠. 최근 황 전 총리께서 저희 지역에 있는 대형 교회의 간증 집회에도 오셨었고 해서 참석한다고 했죠. 사실 이분이 요즘 무슨 생각을 갖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정 의원은 경찰대에 1기로 들어갔으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중퇴하고 나서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당료로 입당해 이회창 전 총재 보좌역, 대전 대덕구 지구당위원장을 거쳐 8년간 대덕구청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7·30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 현재 재선(대전 대덕)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소재 중식집에선 황 전 총리와 유기준·윤상현·김진태·박대출·정용기·윤상직 의원이 마주 앉았다. 김진태 의원은 인사만 하고 빠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진태 의원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지가 강하다. 황 전 총리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인사만 하고 빠졌다”고 했다.
 
  참석 인사들은 황 전 총리와 당 걱정, 나라 걱정을 하다가 전당대회 출마를 건의했다. 미리 건의하자고 입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 윤상현 의원은 “어떤 중지를 모아서 건의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우파에 인물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대화 분위기가 자연히 그쪽으로 흘러갔다”고 했다.
 
 
  “추대해 주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세요”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
  한 참석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건의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사실 과거 이회창 총재나 김황식 총리, 반기문 사무총장 같은 분들의 공통점이 경력에 상처가 날까 추대해 주고, 모셔가 주길 바라는 것인데, 황 총리께서도 그런 생각이시라면 얼른 접기를 바랍니다.”
 
  황 전 총리가 입을 열었다.
 
  “제가 만약 당권에 도전한다면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상처를 입겠지요. 상처를 입더라도, 도전해야 한다면 해야겠죠.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 아닐까요. 국민들 마음이 다 돌아서 있는데….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것일까요.”
 
  한 참석 의원은 “당권에 도전하면 경쟁자들과 피 튀기며 싸워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인가 하는 데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그래도 한다면, 당권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중한 그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몇몇 참석자는 ‘절대 경솔한 말을 하지 않는 황 전 총리가 저런 표현도 하는구나’ 놀랐다고 한다.
 
  “황 전 총리가 잠재적인 리더 중의 한 명인 건 분명하잖아요. 이 양반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졌는지 궁금했어요. 능력과 인기가 있어도 실패하는 지도자들을 여럿 봤기 때문에 황 전 총리는 그런 사람들을 넘어설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인물인지 궁금했는데, 저 표현을 듣고 놀랐습니다. 우파의 재기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꼈죠.”
 
  황 전 총리가 대화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국민’이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황 전 총리가 당권에 나오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윤상현 의원은 “만약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여론조사 결과가 괜찮은 만큼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직 의원도 “지금 누가 뭐라 해도 황 전 총리가 보수에서는 압도적인 대통령 후보 1위”라며 “이런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출마한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 참석자들은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한 참석자는 “어떤 분들은 (전당대회 출마 건의를) 30%는 승낙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안 본다. 당장 나서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전당대회 참석 의지가 있다면 벌써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르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아마 전당대회는 출마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황 전 총리가 ‘섣부르게 나간다면 국민들이 성급하고, 조급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회창, 박근혜보다 의지를 표현하는 강도가 강하더라”
 
2016년 1월 5일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박근혜 프레임’은 황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참석자들은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는 불출마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권 도전’에 상당히 근접해 있고, 권력의지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의 이야기다.
 
  “대통령 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상황이 바뀔 수 있죠. 그런데 현재 보면 어지간한 사람들을 다 포함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도 황 전 총리 지지율이 보수층에서 제일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망하다’ 이렇게 보는 게 맞죠. 본인도 생각이 있는 것 같고요. 저는 황 전 총리에게서 본 권력의지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황 전 총리가 당하고는 거리를 뒀지만,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선거는 지원(강 후보 사무실 격려 방문)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다음 총선 때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기여를 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지지율이 높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죠. 황 전 총리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대선에 뜻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게(대선에 뜻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가 과거 이회창 전 총재나 박근혜 전 대표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과거 이회창 전 총재나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했을 때 황 전 총리가 더 친화적이고 의지를 표현하는 강도도 강합니다. 아직 두 분에 비해 대중 흡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황 전 총리에게 강한 ‘권력의지’가 있다는 점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황 전 총리를 20년 전 기준으로 보는 게 아니다. 황 전 총리의 ‘권력의지’ 강도를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 권력의지가 강했던 이 전 총재나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한 것”이라고 했다.
 
  황 전 총리는 국정감사 후인 11월 초쯤 한국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유기준 의원은 “주변에 당과 보수의 미래에 관해 황 전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원이 많아 황 전 총리와 며칠 전 통화를 하고 다음달 초쯤 만찬을 하기로 했다”며 “10여 명 의원이 동참 의사를 밝혔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황 전 총리 또한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를 뵙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툭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의 파괴력은?
 
  지금까지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황 전 총리에게 ‘권력의지’는 확실히 있다. 그렇다면 ‘대선 주자’ 황교안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황 전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보전문가이고 정치 신인이란 점일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선 ‘정치 신인’이란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2016년에 당선된 이유도 워싱턴의 기득권적 부패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란 이미지 덕분이었다.
 
  《황교안 2017》(민초커뮤니케이션 펴냄)의 저자 김용삼씨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신봉하는 대한민국 수호 세력의 열망을 실현해 줄 ‘준비된 인물’은 현 상황에선 황교안이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한다”고 문장을 잇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공안검사로서의 커리어, 통합진보당 해산 대첩에서 목격했듯이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다. 요즘은 ‘반공’이 천연기념물처럼 귀하신 존재가 되었는데, 바로 이 점이 황교안이 애국보수우파, 대한민국 수호 세력, 태극기 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로서의 강력한 백그라운드다.”
 
  실제 그에게는 ‘보수 세력’이 기대를 걸 만한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도 그의 전문 영역인 공안(公安)의 확대판인 안보 분야에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황 전 총리의 검찰에서의 별명은 ‘미스터(Mr.) 국보법’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검찰 내부에서 힘의 중심이 공안통에서 특수통으로 넘어가고, 공안 출신의 많은 검사가 자신의 이력을 숨겼을 때 황 권한대행은 《국가보안법 해설》(1998년 6월)을 썼다. 2011년 다시 출간한 책 머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한 안보형사법이다. 우리의 안보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이라고 재차 밝혔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방북 중 ‘국가보안법 개정’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평화체제를 근거로 국보법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이에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이 대표는 남로당 박헌영이냐”며 “국가보안법 철폐까지 언급했다고 하는데 망언 중의 망언”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박헌영이 ‘남쪽에는 50만명의 공산당 조직이 있으니 밀고 내려가면 공산 혁명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진중한 이미지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황교안 2017》은 ‘흙수저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그의 성품을 이렇게 표현한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모친에 대해서도 고향이 어디인지, 출신 배경은 어땠는지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황교안이 누구에게도 가정사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교안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황 권한대행의 초등학교 동창인 B씨는 “황 권한대행의 아버지는 이북에서 내려와서 고물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황 권한대행 집안의 경제적 형편은 중하(中下) 정도였다”고 말했다. B씨는 어린 시절의 황 권한대행에 대해 ‘조용하고 착한 모범생’이었다고 기억했다. 반(班)에서 70~80명 가운데 늘 10등 안에 들었고, 부반장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인간적 매력’도 보수층이 황교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2009년 직접 연주한 색소폰 CD를 발표해 ‘색소폰 부는 검사’로도 알려졌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야간 신학대학에 편입학해 졸업하고 전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간적으로도 온화하고 예의 바르다. 고위 공직자의 고압적 자세나 질펀한 유흥문화와도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넘어야 할 산
 
  황 전 총리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과거 인사청문회 때마다 그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다시 불거져 나올 수 있다. 특히 ‘병역면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1980년 신검에서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당시 담마진 재발이 빈번하거나 3개월 이상 치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으면 면제 판정이 가능했다. 황 전 총리는 “대학 진학 후 담마진으로 6개월 이상 병원 치료를 받았고 그 후로도 17년 동안 치료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 총리로서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프레임이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 프레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6년 11월 11일 총리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했을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보다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친박계와의 식사 등 기존 정치인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려 하는 것도 황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남들이 갔던 길을 다시 가선 안 된다는 건 철칙 중의 으뜸이다. 어느 정치인도 하지 않았던 ‘청춘콘서트’란 기획을 통해 정치권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안철수 전 대표가 좋은 예다.
 
  ‘대통령 황교안’을 원하는 보수층의 강력한 수요와 본인의 권력의지는 확실하다. 과연 그 둘이 어우러져 차기 대선 과정을 강타할 ‘태풍의 눈’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등록일 : 2018-11-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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