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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이미 문재인 정권 이상으로 좌경화돼” ‘사법농단’ 격전지, 국회 법사위의 余尙奎 위원장

⊙ “특별재판부 반대. 인위적으로 특정 판사에게 사건 배당하는 것이 재판 침해”
⊙ “사법의 정치화, 꼭 막아야겠다는 게 제 생각”
⊙ “제주 강정마을 데모꾼의 손해배상 청구訴 취하는 국고손실죄”
⊙ “황교안·홍준표·김병준만으로 보수정권의 재창출 어려워… 박근혜가 나서야”
⊙ 25년 전 판사 시절, 어머니 간병비 마련키 위해 法服 벗어… “가끔 판사 시절 그리워”

余尙奎
1948년생. 경남고, 서울법대 졸업 /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법무법인 한백 대표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조정위원 역임. 제18·19·20대 국회의원. 現 국회 법사위원장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지난 10월 10일 열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국정감사 당시 여상규(余尙奎·70)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안철상(安哲相)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관례적으로 상임위원장은 회의 진행만 하지 피감기관을 상대로 질문을 따로 하지 않는다.
 
  〈여상규=(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행정처에서 수사협조나 수사방해,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고 또 사법행정에 관여할 수 없어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압수수색은 기본적으로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결정되기에 원래는 자의적인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여상규=어떻든 그렇겠죠. 법관 개개인이 압수수색 영장을,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따라 그렇게 했을 것으로 저도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인사와 관련해 이념편향성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철상=그런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상규=지금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지금 법원 안에 이런 이념편향성 소리를 듣는 단체가 활동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해산을 종용하거나 명할 생각은 없으세요?
 
  안철상=기본적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 법관이 법을 잘하기(알기) 위한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면 그 시각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상규=과연 그럴까요? 순수한 학술연구단체도 아니고 이념편향성을 많은 국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것을 집회결사의 자유라고 듣고 넘어갈 일입니까? 법원 안에 그런 단체가 있음으로 해서 사법 불신이 초래되고 경우에 따라 사법의 정치화까지 우려되는 현실이에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관들이 우르르 우르르… 이렇게 인사가 이동되고 쫓겨나고…. 이러면 되겠어요? 그건 더 큰 이익을 해치는 거예요.
 
  안철상=위원장님 말씀 취지를 잘 알겠습니다.
 
  여상규=다 법원을 위해서고 국민을 위해서입니다. 잘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기자는 국감을 모두 마친 지난 11월 9일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국회에서 만났다. 국회 법사위는 재판거래, 사법농단, 사법개혁의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이다. 피 튀기는 여야 대결의 중간에 여 위원장이 버티고 섰다. 권력을 쥔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여도 법사위원장이 버티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모든 쟁점 법안이 여 위원장의 의사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조선일보》에 더 좋지 않나요?”
 
지난 10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선서를 마친 후 선서문을 여상규 법사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악수를 나눈 기자에게 여 위원장의 첫마디는 이랬다.
 
  “진보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조선일보》에 더 좋지 않나요? 막 쓰면 되니까. …”
 
  ― 네? 뭐….(웃음)
 
  “아니, 근데 좀 심한 것 같더라고. 경제도, 인사도 엉망이야. 법원마저 흔들어 제끼니까(젖히니까)….
 
  창피해 죽겠어요. 사법부까지 이렇게 완전히 정치마당화되는 꼴 아닙니까. 제가 아는 현직 법조 기관장에게 물었어요. ‘사법농단이 뭐요?’라고. ‘들었다 놨다 하는 걸로 생각한다’더군요. 제가 ‘누가 뭘 들었다 놨다 하는 거요?’라고 물으니 답을 잘 못해. ‘아니 그러면 재판거래라는데 그건 무슨 뜻이요?’라고 하니 역시 말을 잘 못하더라고. ‘재판하는 판사가 당신 그것 해 주면 승진시켜 줄게. 이게 거래 아닙니까. 그런 거래가 있었소, 없었소?’ 하니까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럼 왜 그러는 거요?’ 하니까 듣고 있던 여당 의원들이 못 참겠던지 왕창 나에게 막 달라들더라고. 세상에… 사법농단이니, 재판거래니… 보수정권 시절의 대법원을 공격하는 것… 참 안 좋아.”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은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시절, 상고(上告)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 재판결과를 유도해 정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사법농단, 재판거래를 한 판사들에게 재판을 맡길 수 없으니, 특별검사처럼 특별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별재판부법’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9월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여상규 법사위원장에게 “무슨 당신이 판사냐”고 따지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공방을 풍자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관심을 모았다.
  ―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가 요즘처럼 막중한 적이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법사위원장 자리를 법대(法臺) 자리로 착각하시는 것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지난 9월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여 위원장에게 “국회의원 발언을 너무 제한하려 한다.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무슨 당신이 판사냐”고 따졌었다.
 
  겸연쩍게 웃으며 여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위원장석에 앉고 보니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언행은 양심적으로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철저히 체크합니다. 그랬더니 재판장처럼… 각을 잡고 (상임위 진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요. 하하하.”
 
 
  “어머니, 나의 어머니”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사들과 법사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자유한국당 김도읍 간사, 여상규 위원장, 바른미래당 오신환 간사.
  여상규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다. 1993년 1월 27일 서울고등법원 판사직(형사지법 3단독 직무대리)을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그의 나이 45살 때다. 판사직을 던진 사연은 법조계에 유명한 일화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표를 던진 것이다.
 
  당시 판사 월급은 200만원 안팎. 간병비가 180만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아들이 변호사 사무실 간판을 내건 지 6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판사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내가 판사할 때는 재판에 방해되는 (외부) 간섭을 전혀 못 느꼈어요. 소신껏 일할 수 있었어요. 정말 고되었지만 간섭이나 눈치 안 보고 했어요.”
 
  ― 초임 때는 다 고되었다고 하더군요.
 
  “서울지법 초임 판사 때, 처음부터 큰 사건들을 자주 맡았어요. 새벽 2~3시 이전에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맨날 기록을 싸들고 집에 갔는데 사건 하나에 읽을 자료가 1000쪽이 됩니다. 어떤 사건은 1000쪽 자료가 두세 권이에요. 제일 큰 사건은 16권이었어요.”
 
  ― 어떤 사건인가요.
 
  “명성그룹 사건인데 대기업 경영비리 사건이었어요.”
 
  명성그룹은 1980년대까지 존재하던 기업이다. 당시 급속도로 성장해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으나 1983년 무렵 갑자기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제5공화국 시절, 대형 금융부정 사건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계속된 여 위원장의 말이다.
 
  “명성 사건의 서류가 캐비닛에 한가득이었어요. 그 많은 걸 한번 읽으면 다 기억이 됩니까? 읽으면서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메모한 것만 500장 정도였어요. 그 뒤에 메모한 것만 디립다(‘세차게, 마구’라는 뜻의 경남 방언) 읽고 머릿속에 집어넣어 (피고에게) 질문하고 판결을 내렸어요.”
 
  ― 고시 2차 준비하듯 하셨네요.
 
  “그래요. 고시할 때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어요.”
 
  ― 법복 일찍 벗은 걸 후회한 적이 없으세요?
 
  “판사 시절, 굉장히 고생했어요. 열심히 하니까 재판장, 부장판사들이 알아주는 거예요. 자랑 같아 부끄럽지만 승진이 딱딱 되니, 그땐 대법관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서울고법 판사 시절, 어머니가 쓰러지셨어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발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한 달 간병비(180만원)가 판사 월급(200만원 안팎)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였어.”
 
  “이미 퇴직해 특별한 일자리 없이 놀고 계시던 형님에게 다른 방법이 있을 리 만무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변호사 개업을 생각했다. 사실 시골에서 어렵사리 공부하여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된 그는 변호사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법원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그러나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는가 보다고 생각했어요. 때를 놓치면 후회할지 모른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선배 대법관을 찾아갔다. 선배는 “꼭 그 방법밖에 없느냐.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과연 판사 아들을 원하시는지, 변호사 아들을 원하시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선배 대법관의 말이 오래도록 여운에 남았다고 한다.
 
  “끝내 사표를 냈어요. 한편으론 허전했습니다. 학창 시절이 떠올랐어요. 유난히도 추웠던 고교(경남고) 자습실에서 밤을 새우던 일, 어려운 작전계획을 짜면서도 공부를 못해 노심초사하던 군복무 시절, 어둡고 우울했던 고시원에서 마지막 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다 태우던 열정의 시간, 서울법대 수석 졸업의 영광과 그림자, 너무도 담담했던 고시 합격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날 저는 어머니를 찾아가 조용히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사표를 던지고 엿새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를 아는 판사들은 모두 애석해했다. 끝까지 사직을 만류했던 모 법원장은 “어머니를 위해서 다시 판사로 돌아오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땐 참… 여러 모로 고민이 많이 됐는데, 한번 옷 벗었는데 다시 들어가는 게 썩 양심상 안 내키고….”
 
  그는 어머니 장례식 조의금으로 들어온 돈 3000만원을 전액 출연해 어머니의 이름을 딴 ‘정수경장학회(鄭守京奬學會)’를 설립했다. 고향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생 전원에게 영한사전 한 권씩과 악양중학교 학생 5명(1학년 신입생과 2·3학년 각 1명씩, 졸업생 2명 등)에게 각각 장학금 30만원을 어머니 이름으로 주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훈민가(訓民歌) 중 ‘자효(子孝)’훈을 곧잘 들려준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은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특별재판부와 법원행정처의 運命
 
여상규 변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여상규 변호사(왼쪽)가 1997년 8월 11일 오전 현철씨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지법 417호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여상규 위원장에게 듣는 감동적 사연을 뒤로하고 교착과 공방, 파행이 거듭되는 법조계 이야기로 돌아갔다.
 
  특별재판부를 두고 대법원과 법무부, 청와대의 견해가 엇갈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가)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했으나 법무부는 “사법부 독립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수호적 입법”이라고 밝혔다.
 
  ― 특별재판부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결론적으로, 저는 특별재판부에 반대합니다. 왜? 어떤 사건을 인위적으로 특정 판사에게 배당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겁니다. 저 판사가 이 사건을 맡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에게 재판을 배당하는 게 재판독립의 침해지요. 재판독립이란 것은 재판부의 사건 배당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정치적 사건으로 계속 이어져 간다면, 사법부 독립은 완전히 황폐화할 겁니다. 그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 여야가 타협해서 특별재판부를 설치키로 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법사위원장 자리는 중립을 지키셔야 하잖아요.
 
  “물론, 여야 간의 타협으로 (재판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안(案)들은 재판부 구성에 변협(대한변협)이 관여하는 것도 문제고요, 시민단체가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입니다.
 
  위헌 소지도 있고 3권분립을 부정하는 일이에요. (여야가) 타협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법개혁 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단장 김수정 변호사)은 지난 11월 7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앞서 9월 20일 김명수(金命洙) 대법원장이 이 같은 내용의 사법개혁 방향을 제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 법원행정처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되나요.
 
  “그래 봤자, 또 다른 법원행정처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결국엔 누군가가 사법부 행정 업무를 담당해야 하고, 특히 재판지원 업무를 하는 곳이 있어야 해요.”
 
  ― 지금은 없앨 수밖에 없잖아요.
 
  “그동안 법원에서 소수자였던 우리법연구회 같은 운동권 시각을 지닌 판사들이 폐지를 주도하고 있어요. 국정감사를 하면서 보니까 ‘전국법관대표자회의’라는 게 있어요. 이 회의는 법원조직법상의 기구가 아닙니다. 법원조직법에는 대법관회의, 판사회의… 이런 것만 있죠.
 
  갑자기 전국법관대표자회의라는 걸 만들어 거기서 결정하면 대법원장이 그대로 시행한다고 해요.”
 
 
  보수와 진보의 싸움터, 法院
 
여상규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2008년 4월 총선에서 남해·하동 지역 공천을 받아 당시 무소속 김두관 후보를 이겼다.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 외부 관찰자가 보면 혁명기구처럼 보이네요.
 
  “전국법관대표자회의 구성원들이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많은 것 같고, 진보적인 생각을 지녔거나 자기 생각이 강한 사람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법관 전체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고, 그런 사람들이 주동해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사법농단 수사를 촉구하고….”
 
  현재 정부가 내놓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에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을 총괄할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도록 되어 있다. 사법행정회의는 법관 보직과 인사를 포함한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관할한다. 또 집행기구 성격의 ‘법원사무처’를 두는데 현직 법관은 근무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대법원 사무국’을 두어 대법원의 재판을 지원토록 한다.
 
  지금의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에서 가장 엘리트 법관들만 갈 수 있다. 특정 인맥이 작용하는 등 폐단이 있었지만 정치 외풍에 맞서 법원 내 ‘한 목소리 원칙’을 지키려 한 공로도 무시하기 어렵다.
 
  “가칭 ‘법원사무처’는 법관이 아닌 일반직(법원 공무원)을 갖다 둘 테니까 한계가 있을 겁니다. 어차피 ‘사법행정회의’에 판사들이 갈 것 아닙니까. 누가 가겠어요. 뻔하거든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거나 진보성향 판사들이 갈 게 틀림없잖아요. 또다른 법원행정처가 생기는 거예요. 결국 법원도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투쟁의 장이 됩니다.
 
  제가 크게 걱정하는 게 그겁니다. 사법의 정치화, 꼭 막아야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 정치는 이념 대결이 거듭되고 있다. 이런 대결은 결국 사법부(헌법재판소)가 정치에 개입하게 되는 정치의 사법화 또는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하게 만든다.
 
  ― 정당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사법부에 들고 가는 행위를 자제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또 가급적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개입하지 않도록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사법부의 권한 축소는 안 맞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서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정치보복이 없어야 합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철저히 잘못하고 있어요. 지금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잡아넣고,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을 잡아넣고, 보수 대통령은 다 손보고 있잖아요. ‘보수 궤멸’을 공공연히 외치는 민주당 대표… 그분 이름이 뭡니까.”
 
  ― 이해찬(李海瓚) 대표….
 
  “그분이 공공연하게 ‘보수 궤멸’을 얘기하잖아요. 지금 친박(親朴)들은 이를 득득 가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대권을 잡아 보세요. 문재인 정권을 가만히 두겠어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형을 선고받을 만한 그런 일들을 많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 무슨 말씀이죠.
 
  “대표적인 게 국고손실죄 아니에요?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데모꾼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나요? 실제로 시위꾼들 때문에 공사가 방해되고 정부가 수백억 원을 물어주었어요. 그중 일부 시위꾼들을 피고로 해서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나요?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데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소(訴)를 취하하고 관련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박근혜 사면, 가능할까요?”
 
  당시 상황을 재구성(再構成)하면 이렇다. 2016년 정부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가 반대 시위로 지연돼 발생한 손해에 대해 시공사(삼성물산)에 275억원을 물어줬다. 박근혜 정부는 이 돈 중 34억5000만원을 불법 시위를 벌인 사람들로부터 받아 내겠다며 구상권 소송을 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정부는 입장을 바꿔 “소송 대신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자 작년 12월 서울중앙지법 이상윤 부장판사(민사합의부 재판장)는 구상권 청구(34억5000만원) 소송에서 “상호 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여 위원장의 계속된 말이다.
 
  “대선이 끝나고 판사가 직권조정을 했잖아요. 조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소 취하입니다. 청구 포기죠. 더 한심스러운 것은 앞으로 그런 종류의 소송을 제기 못하게, 제기해서 안 된다고, 못을 박아 놨어요. 조정조서에. 그리고 조서에 나오는 표현이… 법관은 일절 쓰지 않은 말이 나와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나오는 말이에요.
 
  결국 구상권을 포기한 것 아닙니까. 그 국고손실죄가 얼마나 큽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국고손실) 액수가 얼마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고손실이에요. 정치보복은 자기 무덤을 파는 거라고 단정해요.”
 
  ―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언론에 ‘박근혜 사면’ 얘기가 자주 나오더군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가능할까요. 법조계 분위기는 어떤가요.
 
  “못할 걸요? 문 대통령을 보면 국정운영과 관련된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것 같아요. 도처에 위원회를 두지 않습니까. 위원회공화국입니다.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위원들의 90%가 현재 민변 출신입니다. 일반정치와 관련된 데(위원회)는 틀림없이 참여연대, 민노총, 전교조 출신들이 들어갈 겁니다. 박근혜 사면, 가능할까요?”
 
 
  박근혜가 사는 길, 보수가 사는 길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2010년 8월 5일 열린 ‘화합의 비빔밥’ 행사에서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와 신임 당직자들이 막걸리로 건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엔 당직 인선과 관련해 안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홍준표 최고위원을 비롯, 김무성 원내대표, 정두언ㆍ서병수 최고위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김태환 홍보기획본부장, 안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여상규 법률지원단장.
  이 대목에서 여상규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망스러운 게… 좀 잘했어야지. 그분을 자세히 모르지만, 대통령이 그러면 안 되죠. 박근혜가 무조건 옳다는 태극기 부대나 친박 부대도 잘못됐어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요?
 
  그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직무를 소홀히 한 엄청난 잘못을 했지 않습니까. 최순실을 (청와대에) 무단 출입시키고 그런 사람 얘기만 듣고… 그런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국가가 바로서기 위해 (박근혜도) 잘못을 인정해야 하고, 인정을 하는 것이 보수가 뭉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 자유한국당이 쇄신을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박근혜가) 20년 살 죄를 지었다고 안 봐요. 지금까지 받은 고통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보수가 단합해 정권을 되찾아야 하는 필요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더 있습니다.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가) 온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이제 하나로 뭉쳐라’고 해야 합니다.
 
  김병준·전원책 같은 분들의 힘만으로, 황교안·홍준표로 보수를 하나로 묶을 힘이 없다고 봅니다. 어쩌면 박 전 대통령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요? 나라가 어려워지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이런 상황 아닙니까. 이런 상황을 함께 걱정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의 본모습 아닌가요? 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메시지를 던져야 합니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잘 아세요?
 
  여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 동참해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옮겼다가 작년 대선 직전 23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잘은 모르고 그분의 아버지(유수호 전 의원)가 부장판사를 하셨고 대구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것으로 압니다. 유승민 의원의 형이 저랑 서울법대 동기입니다. 유승정 판사라고….
 
  법원장(창원지법원장, 서울남부지법원장)까지 하고 나갔습니다. 그 동생이라는 것 때문에 유 의원과 멀리는 안 했죠.
 
  성향이 중도보수에 가까운 분 아닙니까. 저는 보수예요. 어떻든 지금은 진보 좌파에게서 정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극우부터 중도보수까지 다 통합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여상규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윤석열 지검장에게 한국항공우주산업(Korea Aerospace Industries·이하 ‘카이’)의 방산비리 수사를 긴 시간 동안 질타했다. ‘카이’는 여 위원장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에 본사가 있다. 누구보다 ‘카이’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어쩌면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카이’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참여한 163억 달러(약 18조1745억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교체사업 수주에서 탈락했다.
 
  미 공군은 ‘카이’ 대신 보잉과 스웨덴 사브(SAAB)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카이’ 수사와 윤석열 지검장
 
  여상규 위원장의 말이다.
 
  “저는 문재인 정권이 고등훈련기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수주가 됐다면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었을 거예요.”
 
  ― 18조 사업이었죠?
 
  “네. 고등훈련기를 350대 납품하는 사업인데 이를 발판으로 1000대까지 납품할 수 있었을 거예요. 사실상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어요. 항공우주산업은 선박과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이자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겨요. 차세대 반도체라고 해 봐야 일자리가 안 생기잖아요.
 
  APT 수주에서 탈락한 것은 항공우주산업을 망친 셈이요. 10~2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는 (항공우주산업의) 기회를 막은 겁니다.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을 앉혀 놓고 전형적인 표적수사, 별건수사를 한 것 아닙니까. 방산비리 수사를 하니 별 것 없거든. 기업비리 수사로 회계부정, 분식회계 다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앉히려고 그렇게 된 겁니다. 미국은 비리 기업에 아예 입찰 참여 자격을 안 줘요. 그래서 작년 말까지 발표하기로 된 APT 사업자 발표를 연기하지 않았나요? 저는 연기할 때 이미 ‘카이’가 날아갔다고 봤어요.
 
  ‘카이’가 미국 사양에 맞춰서 개발한 ‘T-50A’기는 2015년 말 시제기가 나왔고 작년 5월에 초도비행까지 마쳤습니다. 수주하는 즉시 ‘카이’는 미국에 납품할 수 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나 설득하고 했더라면 ‘카이’가 떨어졌겠어요? 우리 제품을 죽자 살자 설명하고 미국 관리들을 설득했어야 했어요.
 
  스웨덴 사브는 기종 완성도 못한 상태서 지난 4월에야 겨우 시험비행에 통과했어요. 작년말 입찰을 연기한 것도 사실상 사브에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윤석열 지검장은 10월 19일 국감에서 “오너 리스크, 경영진 리스크를 제거해 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찰수사의 목표”라며 “보잉사가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가격에 50%도 안 되는 덤핑을 쳤기 때문에 (‘카이’가) 수주에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판사의 개인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이 충돌할 때…
 

  지난 11월 1일 대법원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 대전지법 김선영 부장판사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씨에 대해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었다. 김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판사는 객관적 양심보다 내면의 소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튀는 판결이라는 비판에 흔들리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따라 판단하라”고 했다.
 
  ― 판사는 개인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이 충돌할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나요.
 
  “법관의 양심은 개인의 양심이 아닙니다.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할 때 그 양심은 법관의 개인적 양심이 아닙니다. 직업적 양심이자 객관적 양심이어야 해요. 그런데 그것을 개인적 양심으로 포장해서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그는 법관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내면의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고요. 적어도 그런 사람이 법관이어서는 안 됩니다.
 
  대법관들의 무죄 취지는, 수긍은 합니다만 좀 더 신중했어야 해요. 관련 입법이 필요한 사항인데 아무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왜 그런 판결을 성급하게 내려요? 그렇게 급합니까?
 
  지금 사법부는요, 문재인 정권 이상으로 이미 좌경화된 사법부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때 대법관들이 거의 다 교체됩니다. 헌법재판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는 말이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여 위원장은 “법사위원장 자리가 너무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가 정치를 언제까지 할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금방 그만둘 수도 있고요,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이 한 몸, 불사를 수도 있고… 정치를 포기하고 야인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대한민국이 걱정입니다.”⊙
등록일 : 2018-11-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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