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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비상대책委 성공 조건, ‘탄핵 인정 세력 배제’나 원칙 없는 左클릭 주장은 自害행위

⊙ 親기업적 보수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때는 김종인 非對委의 左클릭 호소력 있어… 좌편향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좌클릭 성공할지 의문
‌⊙ 2004년 박근혜 非對委와 2016년 김종인 非對委 성공 스토리는 과대포장된 것… 집권세력 몰락 주기와 맞물린 덕분
⊙ 김종인이 참여한 2016년 민주당 비대위,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한 것은 ‘정치’ 대신 ‘경제’ 메시지 던졌기 때문
‌⊙ 선거 周期상 2020년 총선은 민주당에 불리하지만, 한국당이 성공할지는 미지수

김장수
1967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석사, 美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고려대 연구교수,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홍보조정회의 여론조사팀장,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국전력기술 감사, 새누리당 정치연대플러스 정책위원장 역임

글 |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

▲ 6월 18일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했다. 회의실 뒤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글이 걸려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참패(慘敗)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위원장 인선은 물론 이의 존속 기간과 권한을 둘러싼 계파 갈등도 재연되고 있다.
 
  한국당 비대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논의는 부정적이다. 이들은 유사한 상황에서 활동했던 과거 비대위와의 비교에 근거한다. 그들이 보기에 성공적인 과거 비대위의 사례를 추려내고, 성공한 비대위들이 지녔던 조건들이 없기 때문에 한국당 비대위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2004년과 2012년의 박근혜(朴槿惠) 비대위와 2016년 민주당의 김종인(金鍾仁) 비대위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을 성공한 비대위라고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비대위 활동 직후에 치러진 선거에서의 승리다. 선거 패배가 예측되는 상황이어서 비대위가 출범했는데, 비대위 활동 이후 선거에서 선전(善戰)했다면 비대위가 잘한 것으로 평가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이들이 당시 선거 전망이 좋지 않았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대부분이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다. 선거 몇 달 전에 실시되는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사상 최대 이변’ 또는 ‘표심 격변’이라는 문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좋은 핑곗거리도 있다. 일주일간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이다. 언론의 주장대로 그 사이 표심이 일대 격변한 것인지, 잘못된 여론조사가 표심을 잘못 읽은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비대위 성공 스토리의 대부분도 여론조사가 진다고 예측했을 뿐이지 원래 이길 선거를 이긴 것일 수도 있다. 비대위는 별로 한 일도 없지만 그냥 단지 그 중간에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칭송의 대상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내건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부터 사실 여부가 정확하지 않다 보니 과거 비대위가 성공한 이유에 대한 논의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설혹 과거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비대위가 성공했다는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아직 출범도 안 한 비대위의 성패를 전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한 김종인 전 의원의 사례를 들어, 당시 경제민주화로 상징되던 김종인 영입은 정책 노선의 좌(左)클릭을 의미하고 그래서 성공한 것이므로, 출범할 한국당 비대위도 좌클릭을 해야 성공한다는 주장이다.
 
  백번 양보하여, 2012년에는 좌클릭하여 성공했다고 인정하더라도, 2018년 현재의 시점에서 좌클릭해야 비대위가 성공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당시의 이명박(李明博) 정부는 별로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지만 보수(保守) 정부였고 친(親)기업 정책을 취한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좌클릭이 대안(代案)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좌편향적 문재인(文在寅) 정부 시대다. 좌편향적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원성(怨聲)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다. 전체 유권자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중도와 보수 성향 유권자에서는 그러하다. 문재인 시대에 성격이 전혀 다른 이명박 시대에나 통했던 해법(解法)을 해법이라고 제시하는 격이다. 한의학으로 치면 열이 많아서 병이 난 환자를 치료하던 처방전을 열이 적은 문재인 사람에게 들이대는 격이다. 이런 대책 없는 경우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한다. “그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틀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왜 참패했을까? 20여 년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정당이 이번처럼 참패한 사례는 없었다. 1990년 3당 합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총선과 대선을 막론하고 이번 참패는 단연 두드러진다.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의 참패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연적인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것인가 아니면 한국당, 더 나아가 보수 진영이 지닌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피할 수 없었던 참패였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확한 원인 파악 없이 급한 불이나 끄겠다고 검증되지도 않은 약방문을 들이대면 그렇지 않아도 중태인 환자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떨어질 수도 있다.
 
 
  ‘勝者의 저주’ 게임
 
  한국 선거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법칙을 꼽는다면 ‘승자(勝者)의 저주’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 주기로 보수와 진보 간의 정권 교체가 발생하고 있다. 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의 보수 정권 10년,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의 진보 정권 10년,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든 10년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선거에서 단순히 패배하는 정도가 궤멸이라고 평가될 정도의 처참한 패배로 막을 내린다.
 
  ‘승자의 저주’ 게임이 그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10년 차에 치러진 2007년 대선이었다. 집권여당의 후보로 나선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617만 표, 득표율 26%로 1149만 표를 얻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 참패한다. 5년 전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한 1200만 명의 지지자 중 거의 절반을 잃은 것이다. 10년 전에 진보 진영을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이 저주 게임이 이번에는 보수 진영을 강타한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한국당의 홍준표(洪準杓) 후보는 785만 표를 얻은 데 그쳐 1342만 표의 문재인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 참패한다. 5년 전 박근혜 후보가 얻었던 1577만 표 중 절반 이상인 792만 표가 이탈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간 대결 관점에서 보면 2002년 50대(對) 50이었던 세력 균형이 2007년 65대 35 보수 우위로의 전환, 2012년 다시 50대 50 균형 상태로의 복귀, 2017년 35대 65 진보 우위로 극적인 반전(反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대선 10년 주기설(週期說)의 근거다.
 
  진영 간 극적인 반전은 한 번의 선거로 끝나지 않는다. 2007년 대선 참패 전후로 진보 진영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도 참패한다. 보수 진영의 패배는 2016년 총선에서 시작되어 2017년 대선,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져 온 것이다.
 
  요약하면 10년 주기로 대선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지고, 지방선거와 총선은 이 주기의 어느 시점에 위치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10년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10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이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부 10년에 대한 심판 선거였다면 ‘승자의 저주’라는 동일한 법칙이 동일한 방식으로 보수 진영을 강타한 것이 지방선거 참패의 본말이다.
 
  왜 10년 주기의 정권 교체가 반복되는가? 그 원인과 이를 관철시키는 메커니즘도 밝혀졌다. 야당이 잘해서 발생하는 정권 교체가 아니다. 지난 대선 승자인 집권여당이 패스 미스를 반복하다가 자살골을 넣어 스스로 자멸(自滅)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이고, 이것이 반복되어 한국 정치의 기본 법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한마디로 잘 정리했다. ‘정치가 4류’이기 때문이다. 이미 복잡하고 다양해진 유권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국 정치 세력의 역량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뒤집힌 因果관계
 
2004년 노무현 탄핵사태 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끈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옮겨가는 노력 끝에 부활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합쳐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대부분은 실패했다. ‘비대위 잔혹사’에서 그나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 비대위가 세 개 있다. 2004년과 2012년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가 그것이다. 이 세 개의 비대위를 성공한 비대위로 평가하는 근거는 사실 한 가지다. 비대위를 출범시킨 선거 직전의 위기 상황에 비해, 비대위 활동 직후 치러진 선거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는 점이다.
 
  비대위 직후에 치러진 선거 결과를 준거로 성패를 논하는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비대위가 잘하면 선거에 이기고, 역으로 선거에 진 이유는 비대위가 잘못했기 때문인가? 2004년 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2007년 8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헤쳐 모여 소멸하기까지 3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세 명의 비대위원장을 포함하여 총 열 번의 지도부 교체가 있었다. 이들이 모두 잘못하여 열린우리당이 연전연패(連戰連敗)한 것인가? 10년 주기설에 의하면 한국 대선의 승패는 크게 대선 10년 주기에 의해 결정되고, 총선과 지방선거 결과는 이 대선 주기의 어느 시점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마디로 때를 잘못 만나서 역적이 됐고 때를 잘 만나서 영웅이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2004년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스토리는 과대포장 된 것이다. 2004년은 김대중-노무현 진보 집권 7년 차에 치러진 선거로, 이후 선거에서 보이듯이 진보 진영은 이미 참패로 치닫고 있는 국면이었다. 이미 진보 궤멸의 시기에 진입했는데, 총선 직전 돌출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숨이 끊어져 가는 열린우리당에 기사회생(起死回生)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 변수(變數)에 의한 연명(延命)은 오래가지 못하고, 2006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참혹한 3연패를 피하지 못한다.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은 탄핵 역풍으로 인한 거세지만 일시적인 흐름과 그 저변에 흐르는 노무현 정부 심판 기류 두 개가 맞부딪치면서 발생한 성공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김종인 비대위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근거는 이보다 더 자의적(恣意的)이다. 총선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가 당시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었는데, 투표함을 열어 보니 민주당의 선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여당 압승을 예고하던 여론조사가 잘못되었음을 경고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10년 주기설에 의하면 2016년은 이명박-박근혜 보수 집권 9년 차로 보수 진영의 참패, 구체적으로는 35대 65 구도로의 역전이 예상되는 국면이었다. 2016년 총선 1년 전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민심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2015년 평균적으로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55%, 긍정적인 평가는 35% 내외였다. 실제 선거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 33.5%, 지역구 의원 득표율 38%로 대략 35% 정도 득표에 그친다.
 
  한국 선거는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에 대한 선거다. 여당이 잘하면 여당이 승리하고 잘못하면 야당이 승리하는 선거다. 야당이 잘해서 야당이 승리하는 선거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잘못해서 새누리당이 진 선거지, 김종인 비대위, 더 나아가 민주당이 잘해서 민주당이 이긴 선거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거 주기로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선거 결과에서는 승리한 말 그대로 성공적인 비대위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유일하다.
 
 
  정책노선 전환해야 성공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대위 성공 스토리도 과대포장 되었지만, 더 큰 문제는 성공한 이유에 대한 근거 없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이는 출범을 앞둔 한국당 비대위의 성공조건과 직결된 문제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에 위원으로 참여한 김종인 전 대표는 2016년에는 민주당으로 옮겨 비대위를 이끈다. 둘 다 성공한 비대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김종인의 영입을 통해 좌클릭을 했고 이것이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좌클릭이 성공 요인이라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2012년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는 좌클릭으로 성공했고, 2016년 김종인 비대위는 우(右)클릭해서 성공했다는 주장은 자기 당의 원래 노선을 버리고 반대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전환하는 쪽이 이긴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2016년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와 2012년 김종인이 참여한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한 이유를 다른 맥락에서 접근하면 이러한 논의도 가능하다. 두 비대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김종인이 상징하는 것은 경제다. 당시 당내 최대 주주(株主)라 불렸던 박근혜와 문재인 모두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었다. 김종인의 영입과 역할 강화는 우리 당이 이제 국민들이 싫어하는 정치 놀음이 아니라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시그널일 수 있고 이것에 유권자들이 호응한 결과가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세 개의 비대위가 성공한 이유를 박근혜와 문재인이라는 당내 최대주주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찾고, 이것이 부재한 한국당 비대위는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도 허황되기는 마찬가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도 있다. 통증을 한방의 침으로 다스려 왔다고 하여 침이 없으면 통증을 다스릴 수 없는가? 침이 없으면 양방의 진통제로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최대주주의 강력한 후원은 비대위 활동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와 기제는 다르지만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기제를 찾으면 해결될 일이다.
 
 
  예고된 문재인 정부의 몰락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 출범하는 한국당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0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 선거 승리는 민주당의 패배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실제 한국당이 승리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은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당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은 절반이 넘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국당 비대위가 성공할 필요조건은 이미 갖추어진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넘어온 진정한 의미의 정권 교체 1기 정부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진보 정부를 교체한 보수 정부 1기 이명박 정부와 선거주기상 동일한 지점에 위치한다. 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진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와 유사한 선거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유권자들의 여당 심판은 집권 3년 차부터 본격화된다. 집권 3년 차에 막 진입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패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차이로 패배한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패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단순히 선거주기 이론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높지만 그 강도는 강고하지 못하다.
 
  지지율과 지지강도는 다른 것이다. 50점이 기준점이라 하면 이를 넘는 사람, 즉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지율이다. 강도는 지지하는 정도가 단순히 기준점인 50점을 넘었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강력하게 지지하는가이다. 지지강도가 높은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에 찬성하는 성향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은 높지만 지지강도는 허약한 정부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특히 중요시하는 경제 영역에서 주요 쟁점별 조사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반수를 넘고 있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공무원 증원 등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반수를 상회하는 현상이 이의 단적인 증거다. 노무현 정부가 경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서 심판을 받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경제를 잘못 다루어서 더 엄중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고 민주당이 패배한다고 하여 한국당이 차기 총선 승리의 주역이 된다는 법은 없다. 제3의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2020년 총선의 구도는 여당인 새누리당은 패배했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이 그 전리품(戰利品)을 독점하지 못했던 2016년의 총선과 닮은꼴이다. 정당 득표율에서는 중도를 표방한 신생정당 국민의당에도 뒤진 3위로 처지고 말았다.
 
 
  짝퉁 선택하는 유권자는 없다
 
  2017년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참패의 직접적 원인은 보수 유권자의 분열이다. 2012년 대선에서의 득표율 51.6%가 2016년 총선에서는 15%포인트 정도 이탈하고, 2017년 대선에서는 추가적으로 10%포인트가 이탈하여 결과적으로 지지자들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전국 득표율 평균도 지난 대선과 유사한 25% 선이다.
 
  5년 만에 득표율이 반 토막 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박근혜 정부의 독선적이고 무능한 국정운영과 이와 연관된 대통령 탄핵이다. 지방선거 직전의 여론조사를 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비율이 85%, 헌재의 탄핵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평균 15%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한국당 지지자는 대략 25%, 탄핵 반대 비율 15%라고 보면, 현재 한국당 지지자 중에서도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섯 명 중 두 명꼴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탄핵 반대 유권자 15%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만을 가지고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자명한 진실이다.
 
  한국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지지자를 다시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남은 25%의 지지자를 다시 반분하여 나누자는 언행만큼 보수 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해(自害)행위는 없다.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는 자해행위도 있다. 원칙 없는 좌클릭 주장이다. 좌클릭 주장은 대부분 경제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복지 확대 등의 주장으로 집약된다. 진보 정당의 강점인 복지정책 등을 포용하여 이를 지지하는 중도 유권자를 포섭하자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각각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고 그 때문에 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유권자가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이 분야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 진보 진영을 선택하지, 이쪽으로 좌클릭해 온 보수 진영을 택하지는 않는다. 진품 대신 짝퉁을 선택하는 유권자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좌클릭 주장은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하수(下手) 중의 하수가 될 것이다. 좌편향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도 확장의 정도다.
 
  비대위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당내 분열주의자, 해당 행위자들의 준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나마 남은 25% 지지자를 나누고 또 나누어서 15% 정당으로 양분하자는 자들이 분열주의자들이다. 왼쪽에는 10%만을 위한 ‘순수한’ 이념정당 정의당이 있다. 분열주의자들은 보수 진영의 정의당을 만들려는 자들이다. 그러지 않아도 정의당은 차기 총선에서 보수 정당을 제치고 제1야당이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천명했다.⊙
등록일 : 2018-08-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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