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뉴스 & 이슈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숙적’ 김상조와 마주친 박현주 미래에셋의 운명은 어디로

초대형 투자은행 꿈꾼다며 회사 지배구조는 여전히 후진적

⊙ 공정위,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조사 중
⊙ 박현주 일가가 90% 지분 가진 곳이 그룹지배
⊙ 얽힌 지분구조 풀려면 조 단위 자금 들어가야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미국의 워런 버핏을 꿈꾼다. 워런 버핏은 세계 3위의 자산가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말에 집계한 그의 자산은 850억 달러(90조원)이다.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美)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지주회사로 보험회사인 가이코(Geico)·제너럴 리(Geneal Re)·캔디회사인 시스(see’s candies) 등 자회사 80개와 계열사 400개를 거느리고 있다. 직원 30만명, 지난 2016년 매출은 2236억 달러(250조원), 자산은 6208억 달러(650조원)이다. 박현주 회장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미래에셋을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 그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초대형 투자은행 문턱에서 올스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미래에셋의 지분 구조 문제를 지적해 왔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해 중순 초대형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을 꿈꾸면서 ‘발행업무 사업인가’를 추진했다. 초대형 IB 육성사업은 금융당국의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초대형 IB를 키우기 위해 조건이 맞는 금융사에 한해서 단기 금융업(발행업무 사업)을 허가해 주기로 했다. 자기자본이 4조 이상인 증권사 중에 자기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기자본 200% 내에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 주요 골자다. 증권사가 정부로부터 단기 금융업을 허가받으면 시장에서 보다 자유롭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허가받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정부로부터 발행업무 사업을 인가받았다. 미래에셋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미래에셋이 이 단기 금융업을 허가받지 못할 것으로 보는 곳은 없었다. 여러 면에서 정부가 요청한 가이드라인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뜻밖의 복병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컨설팅에 업무를 몰아줬다고 보고, 회사 측에 이에 대한 서면 자료를 요청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의 단기 금융업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왜냐하면 자본시장법 규칙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르면 인가를 받으려는 자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거나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검찰청·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조사·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또 그 내용이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조사·검사가 끝날 때까지 심사가 보류된다. 삼성증권도 이 조항 때문에 단기 금융업을 허가받지 못했다.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도 이 조항에 걸렸다. 이렇게 되자 미래에셋은 지난해 12월 15일 “공정위의 서면 자료 요청 등으로 인해 금융 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공정위의 제재가 가해졌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많았고요.”
 
  — 무슨 얘기입니까.
 
  “미래에셋은 금융회사입니다. 통상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감독위원회의 제재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뜬금없이 공정위로부터 조사받는 것으로 인해 발행업무 사업이 무기한 늦어졌기 때문에 말들이 많았습니다.”
 
  — 공정위가 오버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공정위가 지적한 것은 미래에셋이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인데,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위의 업무가 맞습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를 제재한 시점이 기가 막힙니다. 미래에셋이 초대형 투자은행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시점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그동안 미래에셋의 지분 구조 문제점을 집요하게 지적해 온 양반입니다. 금융가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의 속내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아니라 결국 미래에셋의 편법 지배구조에 메스를 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발행업무 사업을 허가받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겁니다. 현재 증권사는 일반인에게 어음을 발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허가되면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그만큼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목전에 두고 스톱된 것입니다.”
 
  박현주 회장으로서는 일의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됐든, 자신이 평생 꿈꿔 왔던 초대형 투자은행에 한걸음 다가설 시점에 김상조라는 벽에 부딪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는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다. 몇 대째 내려온 삼성 등 다른 재벌그룹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지분 구조의 어떤 점이 문제일까.
 
 
  경쟁 회사들은 모두 단순한 구조, 미래에셋만 복잡

  박현주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7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증권업에 발을 들이고 서른둘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발탁됐고, 전국 1등 점포로 발전시켰다. 박 회장은 1997년 금융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살려 미래에셋을 창업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을 먼저 만들었다. 1997년 6월 24일에 설립된 미래에셋캐피탈의 목적은 신기술 사업자에 대한 투자 및 융자, 부동산 임대 및 주차장 관리였다. 주주는 박현주(21.92%), ㈜전홍(21.43%), 한국 파이낸셜컨설팅㈜(15.15%), 현대투자신탁증권㈜(14.29%), 부인 김미경(0.85%)이었다.
 
  한 달 뒤, 그는 자본금 10억원을 들여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으로 명칭을 바꿨고, 2000년 6월에 자본금이 100억원으로 불어났다. 미래에셋캐피탈이 회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인 1999년 2월,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을 만들었다. 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44.89%), CDIB 벤처 투자 아시아와 코리아(각각 5.67%)였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사세를 확장해 미래에셋대우(18.47%)와 미래에셋생명(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현주 회장으로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금융 계열사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1990년대 후반에 미래에셋의 태동기부터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온 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회사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라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미래에셋의 편법 구조 논란이 일게 된 계기입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가액이 총자산의 50%를 초과 보유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를 지배할 때 특수관계인 중 최대 출자자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고요. 그런데 미래에셋캐피탈은 회계연도 말에 단기 차입금을 늘려서 회사의 자산을 늘려 왔습니다. 캐피탈 자산이 늘면 계열사 주식 비중이 총 자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따라서 지주회사 요건을 피해 왔습니다.”
 
  — 일부러 지주회사 전환을 피한다는 겁니까.
 
  “지주회사가 되면 부채비율 규제를 받게 되고 회사 구조를 일련의 자회사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복잡하게 엮인 구조를 풀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미 신용평가회사들은 미래에셋캐피탈을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판단하고 있지만, 매번 여기서 금융지주회사의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있으니 의심이 갈 밖에요.”
 
  그럼 미래에셋그룹의 경쟁사들은 어떨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캐피탈(100%), 한국투자저축은행(100%), 한국투자증권(100%)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시 한국투자가치자산운용(100%), 한국투자신탁운용(100%)에 투자해 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메리츠그룹도 마찬가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50.01%), 메리츠자산운용(100%), 메리츠금융정보(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업을 하는 한국투자와 메리츠가 모두 지주회사를 최정점으로써 한, 두 줄로 자회사를 말끔히 정리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지분 구조 도표는 여전히 복잡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 노조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2016년 4월 17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앞에서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하는 모습.
  박현주 회장의 개인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의 존재도 모호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08년 9월 23일에 케이알아이에이 주식회사로부터 인적 분할된 신설법인으로 부동산 임대, 관리사업 및 인프라 컨설팅 사업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박현주(43.7%), 부인 김미경(10.2%), 자녀인 박하민, 박은민, 박준범(각각 8.2%)씨가 주주인 비상장회사다. 이번에 공정위가 정조준한 ‘일감 몰아주기’의 해당 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업무는 호텔, 골프장 등의 임대 관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064억원으로 호텔 부문에서 806억원, 골프장 수입이 181억원으로 집계된다. 미래에셋이 소유한 포시즌호텔과 골프장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이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박현주 개인 회사이다시피한 미래에셋컨설팅은 다시 미래에셋 계열사에 투자를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보유한 주식은 미래에셋자산운용(32.92%), 미래에셋캐피탈(9.98%), 미래에셋펀드서비스(100%)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에 투자를 한 곳이 박현주 회장의 가족 소유란 소리다. 결국 박 회장은 개인 투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한다. 또 그의 가족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다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는 희한한 구조를 갖고 있다.
 
  2017년 9월의 상황은 이렇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34.32%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18.24%)와 미래에셋생명(16.6%)을 갖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대략 4~5%의 지분으로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을 지배한다는 소리다.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을 쪼개서 여러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전형적인 구조다.
 
박현주 회장의 최측근인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이 회사의 이상한 지분을 알 수 있는 대목은 또 있었다. 미래에셋이 지난해 말에 현대산업개발에 판 ‘부동산114’라는 회사가 있다. ‘부동산114’는 미래에셋캐피탈이 71.9%, 미래에셋컨설팅이 23.8%를 갖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이 회사는 미래에셋의 자회사이자, 또 미래에셋컨설팅의 손자 회사다. ‘부동산114’는 박현주→미래에셋캐피탈→부동산114의 구조로 보면 미래에셋의 자회사다. 하지만 박현주→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부동산114의 구조로 보면 손자회사다. ‘부동산114’는 지난해 매출 14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은 알짜회사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공정위로 인해 단기금융업 인가가 올 스톱된 이후에 서둘러서 회사를 팔아치웠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첫발걸음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의 지분 구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1월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오너의 가족이나 소수에게만 기회가 있는 폐쇄적 조직이 아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 개인 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뻔했다. 대신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 부회장이 국감에 출석했다. 최 부회장은 “연내에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이 지나도록 미래에셋그룹 측의 입장엔 변한 것이 없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투자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주회사로 바꿀 계획이 없다”며 “미래에셋 구조가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데다, 사업 초기부터 캐피탈에서 자산운용, 컨설팅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지분 줄기가 생긴 것뿐이지 후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의 운용자산은 80조원에 달한다. 초대형 IB를 꿈꿀 만큼 거대 기업으로 컸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지분 구조는 과거 재벌그룹의 순환출자와 같은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등록일 : 2018-02-14 08:38   |  수정일 : 2018-02-14 09:23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