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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위기 북유럽 국가들 속속 여성징병제 도입 …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여군 확대 공약

⊙ “남성만 병역의무는 위헌” 과거 헌법소원 3차례 …. 헌재는 모두 합헌(合憲) 결론
⊙ 여성징병제 찬성자들 “저출산으로 병역자원 크게 부족” 주장
⊙ 최근 노르웨이와 스웨덴 ‘여성징집제 도입’ 배경은 안보상황 악화 … 한국은?
⊙ 문 대통령 후보 시절 군(軍) 공약 “여성 군 비중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
⊙ “복무환경 개선과 성(性)의식 전환 없이 여성징병제 도입은 시기상조” 주장도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국방부를 방문해 근무중인 여군들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성징병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올라온 여성징병제 관련 내용에 대해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하게 해 달라는 청원도 재미있는 이슈”라며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여성 중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9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올라온 “법률을 개정해 여성도 국방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에는 13만여 명이 참여했고, 10월 초 똑같은 내용으로 올라온 재청원에도 7만7000여 명이 참여해 청원순위 1위인 청소년보호법 폐지(28만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원인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졌다”며 “현역 및 예비역에 대한 보상 또한 없다시피 하다. 여성들도 남성과 같이 일반병으로 의무복무하고 의무를 이행한 국민이라면 남녀차별 없이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9월 당시 청원 하루 만에 ‘베스트 청원’에 오르면서 약 1주일 만에 청원 인원 10만명을 돌파했다.
 
 
  왜 국민들은 이 청원에 열광하나
 
  청원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주적 북한과 대적하고 있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징병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30년 넘게 저출산이 심각해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졌다. 간부(장교, 부사관)를 늘리는 방법은 사병들의 업무부담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또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회분위기상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병사로 의무복무하고 국가에서 현역병과 예비역들에게 보상 혜택을 늘려 주면 평등에 문제가 없다. 여성의 징병이 여성의 신체 차이 운운하며 통과되지 않는다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여성간부 모집, 경찰 모집도 중단돼야 하고 남녀 간 취업차별이 이루어져도 순리상 할 말이 없다.〉
 
  청원 내용은 남녀평등을 명분으로 여성징병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자는 국민이 아닌가? 권리를 누리려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배웠다”, “남자 여자가 아닌 각자 능력에 맞는 국방의무를 해야 한다”, “여성징병은 진정한 남녀평등의 시작”, “이스라엘 여자들은 남자와 똑같이 훈련받는다” 는 댓글들을 달며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또 상당수는 “꼭 남자와 똑같이 군대를 가지 않더라도 봉사든 어떤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청원에 참여한 한 40대 남성 직장인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인생의 황금기를 어쩔 수 없이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데 몸이 힘든 것보다 남녀가 차별받는다는 생각에 더 힘들게 느껴지곤 한다”며 “당장 남녀가 똑같은 조건으로 입대하는 징병제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자녀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남녀가 평등한 징병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아직 구체적 반응 없어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고 밝혀 아직 여성징병제에 대한 정부측 답은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군 관련 공약으로 ‘의무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여군 비율 확대’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군대는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육사, 공사, 해사 등 수석졸업자는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군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데 여군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제대로 처우해 주면서 당당하고 훌륭한 직업으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여군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여군 출신(예비역 중령)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우리 때는 여군 비율이 1%도 안 됐다. 지금은 7% 미만인데 15%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문재인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 내 소모임 ‘젊은 여군 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피 처장은 “여성들이 군에 참여하는 것은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군 개혁은 물론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기회이기도 하다”며 “군 여성 비중을 15%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는 2020년까지 여군 간부 비율을 현재 7%에서 15%(2만5000명)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방부측에 따르면 군에 참여하려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 군 진입 경쟁률은 남성의 2배를 넘고, 육군사관학교 모집 경쟁률을 볼 때 남성은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여성은 증가 추세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군 관계자들은 “각군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부사관 등 선발 채널을 개방해 우수 여성 자원 비율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성징병제에 대해서는 다들 말을 아꼈다.
 
 
  ‘남성만 병역의무’ 병역법 위헌 논란
 
  우리나라에서 여성징병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2000년 무렵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남성들을 중심으로 여성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성만 징집 대상이 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명시돼 있지 않다. 하지만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역법 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세 차례 있었다.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이 나왔고, 2014년 3월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판례에 따르면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형성 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간접적인 병력형성 의무 및 병력형성 이후 군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당시 헌재는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여성이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작전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점 ▲여성 징병제 도입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징병제 채택하는 다른 국가들의 일반적 상황 ▲도입시 남녀 간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 문제 등으로 인해 “남성만이 병역의무를 지는 것이 위헌이 될 수 없다”고 헌재는 결정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병역법이 남녀평등이라는 헌법의 가치 때문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세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이 나온 만큼 앞으로 또 헌법소원이 있다고 한들 결론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도입
 
안보위기가 상존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일찍부터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해 왔다. 사진=이스라엘 국방부
  현재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이스라엘은 주변국과의 충돌로 인해 모든 국민이 군대에 가야 한다. 1948년 건국 당시부터 여성을 비전투병으로 징집했다. 18~29세 남성, 20세 이전에 이민 온 18~26세 독신 여성에게 병역의무가 주어진다. 다만 20세 이후에 이민 온 독신 여성의 경우에는 자원 입대가 허용된다. 복무 기간은 남성 36개월, 여성 21개월로 차이가 있다.
 
  북한은 2015년부터 여성징병제를 도입해 키 142cm 이상 여성들에게 7년의 의무복무를 부과한다. 남성은 병과에 따라 10~13년을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남수단공화국·에리트레아·차드·코트디부아르·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의 볼리비아·쿠바가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지우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북유럽 국가들이 최근 도입한 여성징병제다. 최근 1~2년 사이 노르웨이·네덜란드·스웨덴이 여성징병제 도입을 결정했고 스위스·오스트리아·덴마크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여성 징집에 나서는 건 명목적으로는 양성평등 차원에서다.
 
  노르웨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2016년 7월 여성징병제를 도입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그러나 매년 징집 대상자 6만명 중에 실제 군이 필요로 하는 병력은 1만명 정도다. 따라서 모든 여성이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나토의 일원으로 전쟁 위험이 크기 않기 때문에 남성 역시 학업이나 건강,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사유로 어렵지 않게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르웨이가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것은 양성평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당시 사회주의 정당 소속 여성 당원들이 앞장서서 여성징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7~2018년에는 유럽에서 여성징병제가 더 확대된다. 네덜란드는 나토 회원국 중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여성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다. 2018년부터 노르웨이에서 17세 이상의 여성도 징병 대상이 된다. 제닌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국방장관은 “여성을 군 징집 대상에 포함하려는 것은 당장 병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은 2010년에 폐지한 징병제를 2018년 1월부터 부활하면서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징집 대상은 18세 청년으로, 9~12개월간 복무하게 된다. 스웨덴 정부는 “현대의 징집제도는 남녀 중립적이어야 해서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 포함돼야 한다”며 남녀 의무징병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부병제와 여성징병
 
  1990년 냉전 종식 후 유럽에서 징병제 폐지가 큰 흐름이었고 2013년까지 24개국이 징병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2014년)와 리투아니아(2015년)가 최근 징병제를 재도입했고 서유럽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최근 계속되는 테러 공격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유럽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징병제가 언급되는 가장 큰 도화선은 러시아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크림반도 합병 등 일련의 무력 사태를 지켜본 유럽 국가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고, 여성 징병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징병제를 추진하고 강화한 국가들은 대부분 러시아 인접 국가들이다.
 
  한편 대만도 한국과 사정이 비슷해 징병제를 시행하다 최근 모병제로 전환 중이다. 대만은 ‘작지만 강한 군대’ 전략의 군사 개혁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단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하고 있다. 모병제를 통해 첨단 무기를 운용할 정예 인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모병제를 전면 실시할 예정이지만 지원자가 줄어 이미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만군이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군내 폭행과 사망 사건 등 연이은 추문으로 직업으로서 군인의 매력이 떨어지고 출산율 급감으로 병역자원의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북유럽 사례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가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사례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를 따라갈 시점은 아직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와대 청원은 성평등을 위해 여성징병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우리나라가 노르웨이 수준의 성평등 문화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북유럽과 역사, 정치적 배경이 독특한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병역의무를 여성에게 부과하는 국가인 중국과 볼리비아, 이스라엘, 쿠바, 북한, 수단, 차드는 민주정치 수준이 낮거나 전 국토가 병영화돼 있는 전체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의 얘기다.
 
  “노르웨이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성희롱, 성폭력은 해서도 안 되고 용납하지도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성평등 수준은 전 세계 국가 중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성별 임금격차, 유리천장, 여성 경력단절 같은 게 없습니다. 성폭력 관련 사회적 인식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 나머지 병영 내 남녀 공동사용 내무반을 시도할 정도여서 이 정도 되면 병역의무를 여성이 공유해도 좋겠지요.”
 
  나지원 동아시아연구원(EAI) 연구원은 “군복무 환경 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경제적 조건 그리고 안보 환경에 대한 검토 없이 여성징병이나 모병제 등 병역제도 전환부터 논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등록일 : 2017-11-08 14:50   |  수정일 : 2017-11-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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