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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vs 안철수의 팬클럽 전쟁

글 | 김민희 주간조선 기자

▲ 문재인 후보 공식 팬카페 ‘문팬’
지난 4월 11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팬카페인 다음의 ‘문팬’은 열기가 대단했다. 하루 동안 6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개중 10% 이상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 관한 글이었다. 안 후보가 일명 ‘유치원 공약’으로 곤욕을 치른 날이었다.
   
   문팬에는 이와 관련, 50개 넘는 글이 쏟아졌다. ‘안촬스 오늘 유치원 발언으로 끝났네’ ‘찰스 변명이 더 궁색’ ‘변설 안철수 선생’ ‘긴급-안철수 사립유치원 공약, 애기엄마들 난리났네요’ 같은 지지자들의 의견도 있었고, ‘병설유치원과 단설유치원의 차이’를 조목조목 분석하거나 ‘5년 전 사립유치원 모임에 간 문재인 발언’도 보였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의 온라인 팬카페인 네이버 ‘국민희망’은 조용한 편이다. 같은 날 팬카페에 올라온 글은 총 10여 개에 불과했다. 유치원 관련 글은 단 두 개,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 축사’ ‘병설유치원 신설 자제 논란 기사 정정 요청’이 전부다. 문팬에는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글이 상당하지만, 국민희망에는 문 후보 비방글이 거의 없다. 최근 5일간 단 하나 ‘문 아들 이력서 논란’뿐이었다. 대부분 ‘딸 원정출산설 퍼뜨린 네티즌 고발’ ‘안철수 딸 재산공개 논란 팩트체크-대체로 거짓’ 등 안 후보에 대한 글이었다.
   
   이를 두고 문팬은 네거티브, 안팬은 포지티브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 후보는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쳤지만, 안 후보는 아직 검증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양측 모두 안 후보 관련 글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온라인 결속력, 문팬>안팬
   
   양강구도가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과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온라인 대리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문 후보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정평이 나 있다. ‘안철수 조폭’ ‘문재인 아들’이 이슈화된 당일에도 문팬을 비롯한 온라인 팬카페에서는 관련 기사를 실어나르고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키워나가는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 중 대표적인 곳은 ‘문팬’이다. 과거 노사모 지지자들이 이동한 ‘문사모’를 비롯해 문풍지대, 젠틀재인, 노란우체통 등이 연합해 탄생했다. 한동안 공백기를 갖다가 지난해 9월 문팬 창립총회를 가졌다. 문 후보는 직접 참여해서 선플운동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팬카페 ‘국민희망’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월에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안사연(안철수를 사랑하는 연합모임), 안전모(안철수 지지 전국모임), 안팬(안철수전국팬클럽), 변화와 희망, 새꿈세(새정치를 꿈꾸는 세상) 등 10여개 팬클럽이 연합해 탄생했다.
   
   온·오프라인을 합친 문 후보의 팬클럽 회원은 4만여명, 안 후보의 팬클럽 회원은 6만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둘의 온라인 파워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팬의 회원 수는 1만6500여명, 국민희망 회원 수는 600여명이다. 3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안 후보 지지층의 목소리가 작다고 볼 수는 없다. 양 후보 팬들의 활동 무대는 다르다. 젊은 팬층이 두꺼운 문 후보 지지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다 강한 반면, 전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안 후보 지지자는 온라인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선주자 중 20~40대 젊은 지지층이 가장 많은 문 후보는 공식 팬클럽 외에도 젊은 남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엠엘비파크, 뽐뿌, 오늘의 유머, 클리앙, 루리웹 등이다. 오픈 채팅방을 통해서도 여론을 만들어나간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한 오픈채팅방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채팅방에는 일주일간 수백 건의 기사가 올라오고, 대선 경선 현장 투표 당일에만 70여개의 기사가 올라왔다. 관련 기사 밑에 ‘출동’ ‘토론 기사 악플에 비공감 좀’이라고 적는 식이다.
   
   이에 대해 문 캠프 측에서는 ‘자발적 지지단체의 행동’이라며 캠프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지만, 이 해명이 무색하게 캠프 상황이 수시로 채팅방에 올라온다는 지적이 있다. 안 캠프 측은 문 후보 측의 여론몰이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안 후보 캠프 김철근 대변인은 지난 4월 10일 “문재인 지지자들의 여론 조작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 후보를 향해 ‘상식적 선거운동을 하도록 독려할 것을 권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안 후보의 지지자 역시 여론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4월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철수 카페에서 락싸(축구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침투 지령 내려왔네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안 후보 지지자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커뮤니티 리스트를 올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입활동이 진정 안 후보를 돕는 길’이라고 적었다. 리스트에는 커뮤니티 이름, 회원 수, 활동 분야, 특징 등의 정보를 담고, 카페별 특징에는 ‘안·문 정치글 3건씩’ ‘안철수 글 필요’ ‘정치글 조심히 접근’ 등의 문구를 적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 안철수 후보 공식 팬카페 ‘국민희망 안철수’

   열성 지지층, 역효과 낳기도
   
   지지자들의 행보가 해당 후보에게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열성 팬의 강성 발언은 중도층은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거부감을 일으켜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역효과가 있다. “빠(열성 지지자)가 까(반대 세력)를 만든다”는 말은 이런 차원이다. 정계에서는 문 후보 지지층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는 지난 4월 6일 ‘문재인 측이 이번엔 안철수 측에 조폭을 동원했다고 뒤집어씌운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이를 통해 “문팬의 인터넷 장악 능력을 과신해서인지… 가짜뉴스를 동원해 뒤집어씌우기와 네거티브를 마구잡이로 자행하고 있다”며 “히틀러의 괴멜스를 그대로 빼닮았다”는 표현을 썼다.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문 후보 측 지지층에 대해 “히틀러 추종자들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문 후보 지지층의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다. 김 의원은 “당 싱크탱크가 펴낸 개헌보고서가 편향적”이라는 의견을 냈다가 이후 2000통이 넘는 문자를, 박영선 의원은 문 후보 지지층을 ‘십알단’에 비유했다가 인격모독 글이 상당한 문자 세례에 시달렸다. 십알단은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전파한 조직이다.
   
   안희정 후보는 경선 당시 TV토론에서 문 후보 지지자들의 네거티브 관련, 국론 분열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그(지지자들) 가운데 인터넷 문화 때문에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그런 분들이 있겠죠”라고 답했다. 안희정 후보의 팬클럽 ‘아나요’는 공식 회원만 6700여명에 달한다. 반문 정서가 강한 ‘아나요’ 성격으로 봐서 경선 이후 상당수가 안 후보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
   
   
   팩트싸움·정책싸움 해야
   
   정치인 팬덤 현상은 양면성을 지녔다. 긍정적 측면도 분명 있다. ‘정덕(정치덕후)’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에는 이들의 숨은 역할이 있다. 지지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널리 알리고, 상대후보의 약점을 퍼뜨리는 활동 또한 ‘유권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 팬덤들의 행보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거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애초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이 컸다. 일반인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늘면서 서민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집단화되면서 갈등을 심화시킨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집단 내의 목소리는 강해지고, 반대 지지층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다. 양극화가 극렬해지는 거다.” 이현우 교수는 이 양상에 대해 “매파가 강해진다”는 표현을 썼다. 센 매파와 온건한 비둘기파가 한 집단에 있으면 매파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한 정치인 팬덤 현상은 “포용과 타협의 여지를 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선거는 중도층을 중심으로 치러져야 건강하다. 양 극단의 팬덤 세력이 강해지면 포용과 타협의 여지를 막아버린다. 원칙만 고수하면서 정보가 왜곡되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또한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조 연구원은 “단기간에 선거를 치르다 보니 긴박함 때문에 네거티브 공격성이 두드러져서 유감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정치인 선거 때에는 지지자들끼리의 결집이 강했는데, 최근엔 지지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면서 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하는 등 정치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를 접하게 되어 혼란스럽다.”
   
   지지층의 행보를 바라보는 대선후보들의 시선은 대체로 미온적이다. 팬층끼리 극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조 연구원은 “우리 정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정보의 필터링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치인 팬클럽들이 팩트 싸움과 정책 싸움을 위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일 : 2017-04-21 09:04   |  수정일 : 2017-04-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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