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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아는 형님, 트럼프

글 | 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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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시 오빠는 당할 수가 없다”

여덟 살 차이나는 이성과 ‘썸’ 타는 친구를 보며 절로 이 말이 나왔다.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선 말과 태도에 경험이 묻어났다. 어린 친구는 그의 예측 범위에 있는 듯 했다. 괜히 연장자가 아니었다.

불현 듯 떠오른 건 서른여덟살 차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었다. ‘트형’은 먼저 베트남을 떠났다. 언제 다시 보자는 기약도 없이. 역시 노련했다. 몇 달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트위터로 알렸다. 회담을 2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 만남을 주목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트형’이 띄운 승부수였다.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철저히 밀당의 기본원칙에 입각한 행동이었다. 결국 북한은 다급해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문짝만한 친서를 전하며 대화가 재개됐고 두 정상의 회담은 성사됐다.
 
이번에도 ‘트형’은 아주 공손했다. “북한이 경제적 강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다”며 회담 시작 전부터 애정도 드러냈다. 모두 계산된 행동이었다. 회담 시작 전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트)와 “우리에게 시간이 제일 중요한데…”(김)라던 발언에서 이미 승패는 갈렸다. ‘트형’은 자칭 협상의 달인이다. 협상은 더 여유로운 쪽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급한 건 북한, 2018년 대(對) 중국 수출 87% 급감
 
북한은 다급하다. 2016년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부터 국제사회의 제재는 한층 견고해졌다.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바란 건 아니라며 밝힌 5개(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의 유엔 결의안이 모두 2016~17년 채택된 것이다. 제재 내용은 북한의 원유수입을 제한하고 광물 수출과 노동력 파견 등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대(對) 중국 무역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를 보면 북한의 조급함이 짐작간다. 2017년 북한의 중국 수출액은 16억 5000만 달러였지만 2018년 2억 2000만 달러로 87.3% 급감했다. 수입액도 2017년 33억 3000만 달러에서 2018년 22억 4000만 달러로 32.7% 줄었다. 무역의존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상대로 말이다. 2018년 무역수지 적자는 약 20억 달러, 북한의 무역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트형’이 결국 우위에 섰다. ‘트형’은 북한과 의견을 조율하며 합의문 작성 직전까지 가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볼턴은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며 몰아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합의는 결렬됐다. 볼턴을 나쁜 경찰(bad cop)로 만들면서 ‘트형’ 자신은 착한 경찰(good cop) 역할을 지킨 것이다. 노련했다. ‘노딜’이란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 상원에서 ‘차라리 잘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니 ‘트형’은 국내 방어도 성공했다.

앞서 말한 썸 타는 친구라면 그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위해서 양보를 하거나 체념을 하고 오빠가 이끄는 대로 따를 것이다. 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싶다면 오빠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상대를 철저히 연구하면서 연애 고수의 코치를 활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썸에서 끝낼 수도 있다.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뭘 좀 아는 ‘트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 번째 만남에서 썸이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이상으로 ‘트형’을 연구하고 주변의 코치를 활용해야 한다. 양보나 체념은 북한으로 쉽지 않을 테니.
 
등록일 : 2019-03-08 오전 7:40:00   |  수정일 : 2019-03-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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