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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급식, 가짜 영수증, ‘학부모 블랙리스트’까지… 유치원 못지않은 어린이집 비리

글 | 박지현 여성조선 기자

‘먹다 남긴 것도 이보단 낫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손톱만 한 김치, 불고기 쪼가리, 건더기 없이 희멀건 국. 마치 반찬을 푸다 식판에 흘린 것 같은 모양새다. 지난 11월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인천 미추홀구 어린이집 급식이라는 게시글엔 순식간에 댓글 800개가 달렸다. “설마, 조작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만큼 터무니없었다.

글 게시자는 “애 엄마가 가정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원장이 2살 아이들에게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의 배식을 요구한단다. 마음이 아파 도저히 못 하겠다기에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더니, 이렇게 왔다. 당장 그만두고 나오라고 했다. 어린이집은 구청에 민원 접수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구청에서는 이후 민원을 받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진은 ‘진짜’로 판명 났다. 구청 측은 “학부모들과 함께 해당 어린이집 CCTV를 분석했더니 해당 사진과 비슷한 수준의 급식이 배급됐더라”면서 “다만 아이들이 추가 배식을 받을 수 있어서 몇몇은 밥과 반찬을 더 받는 모습도 확인됐고, 원장은 아이들이 반찬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적게 주고, 추가 배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구청에선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새우깡 한 봉지, 수십 명이 나눠

지난 11월 13일, 서대문 한 카페에서 두 명의 전 어린이집 교사를 만났다. 대학 동기인 둘은 지방의 각기 다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비슷한 시기 그만둔 상태다. 이 중 김선향(가명, 28) 씨는 이직을 준비 중이고, 안지원(가명, 28) 씨는 육아 문제로 재취업할 계획이 없다. 선향 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지역구 어린이집 원장 모임이 있다”면서 “거기 내 이름이 블랙리스트로 올라가면 이직이 쉽지 않다”고 했다.

미추홀구 급식 사건을 본 이들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단무지 하나, 멀건 국, 오뎅 볶음 두 개, 4등분한 김 한 장, 이런 식단이 흔했다. 간식이라고 바나나 하나를 네댓 명의 아이에게 주고, 새우깡 한 봉지로 몇 십 명이 나눠 먹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30만원어치 장을 보면, 15만원어치는 원장이 집에 갖고 간다. 당연시하던 일이라 사실 우리도 경각심이 없었을 정도다.”

선향 씨는 이어 “식재료뿐만 아니라 원비로 공기청정기, 소파 등 가구를 사서 원장 집에 가져가고 집에 있던 헌 것을 어린이집으로 가져온다. 어떤 원장은 ‘다들 이렇게 한다. 다만 몰래 하느냐, 대놓고 하느냐의 차이’라는 말도 했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모든 게 원장 재량으로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 부모와 교류도 검열당한다. 단체 활동하며 발달 의심을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학부모에게 얘기하려 하자 원장이 ‘엄마들은 안 좋은 얘기 싫어한다’ ‘무조건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라고 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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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 미추홀구 어린이집 급식 사진. 조작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우) 지난 11월 14일, ‘보육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주최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부모 블랙리스트’ 있어 쓴소리 못 해

지난 2년간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다는 지원 씨는 현재 3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다. 그는 “학부모 입장이 돼보니 이런 문제점이 있어도 쉽게 어린이집을 바꿀 수 없더라. 아이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측에서 ‘목소리 내는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어린이집의 또 다른 전횡이 있다고 했다.

“만약 한 엄마가 아이를 A어린이집에 보내다가 원장하고 마찰이 있어 그만두고 B어린이집으로 옮겼다고 치자. 그럼 B원장이 A원장한테 전화를 한다. 거기 다닌 ○○란 아이와 학부모가 어떤 사람이고, 재력은 어느 정도인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이른바 ‘원생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는 것. 때문에 지역구에선 연령이 꽉 찼는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쉬는 경우도 있다는 게 지원 씨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 블랙리스트도 있다. 일할 당시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눈을 포크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아이 엄마가 가해 아동 엄마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보상을 받았는데 그사이에 잡음이 있었다. 어린이집 사이에선 소문이 돌았다. ‘피해 아동 엄마가 극성’이라고. 결국 아무 데서도 받아주지 않아 한동안 피해 아동은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어린이집의 ‘민낯’을 본 지원 씨. 어떤 심정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까. 그는 “어린이집 교사였다가 이제는 학부모가 된 이들의 친목 모임이 있다. 단체 대화방에서 우리끼리 하는 얘긴데, ‘어디나 원장 비리는 있을 거고, (어린이집을) 나온 이상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도리가 없고, 그저 큰 사건 없고 교사 인성이 괜찮은 곳에 보내자’고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원장 딸 이름 올려두고 인건비 부풀려

전국엔 4만여 개 어린이집이 있다. 앞에 언급한 두 사람의 얘기는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니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어린이집은 원장이 지배하는 작은 왕국”이라면서 “가짜 영수증, 식자재 빼돌리기는 예삿일”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어린이집 비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부정수급, 부정사용, 부실급식이다. 이는 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을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부정수급 문제로 대표적인 건 교사 허위등록이다. 이를테면 원장 가족 등을 교사로 이름만 올려놓는 식이다. 지자체로부터 인건비를 부풀려 받을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에서 실시한 ‘보육교사 온라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14명 중 114명(53.3%)이 이러한 사실을 목격한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정사용은 교구 등을 사는 돈을 다른 데 쓰는 식이다. 가짜 영수증을 받아 리베이트를 수수하거나 비품을 아예 허위로 구매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 설치하기 위해 구입한 에어컨이나 가구, 각종 비품 등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 실태조사에서 부정사용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37명(60.4%)이 “그렇다”고 답했다. 마지막은 부실급식. 이는 ‘부정사용’에서 식자재 비리의 연장선이다. 서 부위원장은 “가장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어떤 것이 부실급식인가’는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도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해 영수증을 부풀리거나 사적인 용도로 빼돌리거나 부실 식자재를 사용하거나 급식 사진과 실제 급식의 내용과 질이 다른 경우 등이 있는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164명(71.9%)가 급식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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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비리, 왜 생기나?

그야말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서 부위원장은 “국가가 교사는 배제하고 원장만 보육서비스 공급자로 지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내 모든 권력이 원장에게 있고, 아이들을 돌보는 주체인 교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발해도 교사 내부고발은 해고와 타 어린이집 재취업 방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일례로 교사 허위등록의 경우에도 허위등록 교사인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한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통해 알아낼 수 없는 구조다. 그는 “보건복지부, 각 시군구와 각 어린이집은 ‘보육정보시스템’을 통해 업무가 이뤄지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원아 현황, 교직원 현황 및 운영 상태와 회계와 각종 지침, 공지, 공문, 전달사항을 내린다”면서 “하지만 시스템 접근 권한은 서비스 공급자로 지정한 ‘원장’ 외에는 없다. 원장 이름으로 등록된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어 어린이집 각종 비리는 드러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개인사업자에 기반한 운영 형태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어린이집 약 83.75%(시설 수 기준)가 개인 운영 어린이집이며, 아동 수 기준으로도 약 73%의 어린이집 재원 아동이 개인 운영 어린이집에 재원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집은 소규모로 운영하고, 아동 연령이 어린 특성이 유치원보다 더 원장의 시설 사유화나 전횡이 쉽고 내부고발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이라고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서 부위원장은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국공립어린이집 중에서도 개인 위탁을 하는 곳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중에서는 10년 이상 이어진 장기위탁도 있다. 각종 인권침해가 벌어지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가가 직·간접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위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권한 늘리고 공공성 강화해야

해결책은 뭘까. 여러 전문가들은 ‘공공성 강화’에 힘을 싣는다. 김남희 팀장은 “국공립어린이집도 다수가 민간위탁 개인 원장에 의해 사유화되는 사례가 드러난 이상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원장이 피고용인으로 순환 근무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 추진과 교사 내부고발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어린이집 보조금화 도입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최소한의 어린이집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확대하는 방안과 바우처 방식 지원이 보육료에 대한 지도 감독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드러난 이상 이를 보조금으로 하고 시설별 지원을 변경해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부위원장 또한 “공적인 영역에서 설립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운영하고, 공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고용해 공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린이집 원장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맡아 운영해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라고 제언했다.

학부모가 주축이 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치하는 엄마들’ 김신애 활동가는 “운영위원회가 단순 고문기관을 넘어 어린이집 예·결산에 대한 강력한 감사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급식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학부모 감사관’ 제도 등을 통해 부모가 직접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도 있다. 신수경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어린이집 비리 문제를 단순히 금전 관련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아동 권리 침해 관점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권리를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고 관련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부천에서 어린이집 식단 관련 손해배상소송을 걸어 승소한 학부모 단체의 사례를 설명하며 “식단 비리가 결과적으로 아동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 이유가 돼야 힘이 실린다”면서 “아이가 말을 못 해 신고를 못 한 것이라고 판단해 아동 권리 침해로 보고 법제화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인식을 전환해 입법화를 통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비리 사례

“식단표가 배부용과 원 보관용으로 두 개”

● 부정수급
경남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을 방과 후 교사로 허위 등록해 4년간 임금을 수령했음. 또한 원장 딸을 시간 연장반 교사로 등록해 근무하도록 함. 첫 채용 시 본인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근무 시작.

● 부정사용
서울 국공립어린이집 교재 업체로부터 원장이 고가의 여우 목도리 선물 받음. 수년째 같은 업체 이용. 교재 업체와 짜고 가짜 영수증을 끊는 경우 잦음. 특기 교육도 업체와 짜고 강사료를 높게 책정하고 실제 강사한테는 한 반에 시간당 3만원으로 지급.

경남 국공립어린이집 교구·교재, 가전제품 등을 구입해 새 제품은 원장 집에 가져가고 쓰던 건 어린이집에 비치. 평가 인증 시 교구 교재를 다른 어린이집에서 빌려왔다 돌려줌. 교사들이 사비를 털어 교재를 구입.

● 부실급식
설문조사 응답자 A씨 “식재료를 원아 수에 비해 과다하게 구매한 후 남는 식자재를 원장 명의의 또 다른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빼돌림.”
설문조사 응답자 B씨 “흰떡 하나, 흰 빵 하나. 무슨 영양이 있을까 싶은 것이 자주 나옴. 그런데도 거래하는 곳은 안 바뀜. 제일 싼 재료를 사오고 적은 양으로 교사를 포함 90여 명이 먹고 있음. 식단대로 하지 않고 전날 남은 음식을 주거나 죽을 만듦.”
설문조사 응답자 C씨 “식단과 다름. 부실한 재료, 인스턴트 음식, 유통기한 지난 것.”
설문조사 응답자 D씨 “짜장면이 간식인 날 보면 짜파게티 나옴. 뮤즐리 시리얼만 먹인다더니 7000원짜리 쌀 뻥튀기를 사와 간식으로 줌. 영아반 오전 간식, 먹이지 말라고 한 적도 있음.”
설문조사 응답자 E씨 “총정원 50명인데 두부 2모로 국 만드는 걸 목격. 교사들 먹으라고 빵 선물이 들어오면 그날 아이들 오후 간식을 빵으로 주고, 그날 간식은 내일 줌. 썩은 고구마도 봄.”
설문조사 응답자 F씨 “어린이집 김장을 교사들을 시킨 후 원장 집으로 가져감. 생일 파티하는 날 원아 엄마가 케이크 사왔는데 회계 장부에는 어린이집 카드로 케이크 결제돼 있음. 식단표가 배부용과 원 보관용으로 두 개임. 식단표대로 나오는 날이 한 달에 며칠 안 됨.”

자료제공: 공공운수노조
등록일 : 2018-11-28 09:09   |  수정일 : 2018-11-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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