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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 암(癌)환자 집단 발병(發病) 미스터리

“송장 태우는 냄새가 안개처럼 몰려와… 벌·토끼·물고기가, 아버지와 아들이 죽어 나갔다”

⊙ 주민 80여 명인 마을에서 17년간 암으로 15명 사망, 10명 투병
⊙ 주민들 “인근 비료공장 매연·폐수가 원인… 폐타이어 태워서 건조한 담뱃잎 찌꺼기로 제조”
⊙ “공장 폐쇄로 조사 난항… 마을서 나온 발암물질, 기준치 없고 차이도 미미”(환경부)
⊙ “공장 재가동 등 제대로 된 역학조사 필요”(대책委)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암환자 집단 발병 사태가 발생한 전북 익산 함라면 장점마을 입구에 정밀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신승민
  “양봉만 하면 자꾸 벌들이 죽는 거야. 여왕벌이 산란(産卵)을 못해…. 아침이면 연기가 안개처럼 밀려오는데 송장 태우는 냄새보다 더 지독해. 빨래를 널면 악취에 검댕이 묻고.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했어. 우린 이제 지쳤어. 못 참아.”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노쇠해서 암으로 죽는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저희 마을은 그런 차원이 아니에요. 여기는 집단적으로 발병(發病)했거든요. 우리 마을의 여성 피부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 기준 30배가 넘는다고 해요.
 
  또 나이 드신 분만 암에 걸렸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2009년에는 35세 청년도 위암으로 급작스레 죽었거든요. 미국 명문대로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였어요. 학업 쉬는 동안에 부모님 일손 도와주러 왔었는데…. 농협조합장까지 한 그 아버지도 이듬해 65세로 암에 걸려 돌아가셨고요.”
 
  70대 암환자 부부가 같은 날 사망했다. 오전 9시 남편이 쓰러졌고, 점심 지나 부인도 숨을 거뒀다. 또 다른 70대 부부는 폐암을 앓고 있었다. 부인이 죽고 1년 뒤 남편이 뒤를 따랐다. 60대 부인이 암으로 숨졌고, 2~3년 후 역시 암환자였던 70대 남편도 죽었다. 7년 전 마을로 귀농(歸農)한 50대 부부도 암에 걸렸다. 남편은 위암, 부인은 여성 질환이었다. 한 주민의 시아버지는 뇌졸중에 폐 질환을 앓았고, 시어머니는 위암 전 단계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 아이들은 피부병을 앓았다. 본인도 고혈압에 부정맥을 앓게 됐다. “그 냄새 맡고는 병이 안 걸릴 수가 없다. 위가 다 뒤집어진다”고 했다.
 
  ‘80여 명 주민 중 25명 암 발병. 그중 15명 사망, 폐암·위암·피부암 등으로 10명 투병. 남녀노소 피부 가려움증 앓고, 고혈압 등 심혈관계 환자까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살고 싶다’
 
익산 장점마을의 전경. 약 17년간 80여 명 주민 중 25명의 암환자가 발생, 그중 15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10명은 폐암·위암·피부암 등으로 투병 중이다.
  “이거 봐, 어서 (카메라로) 찍어 가.”
 
  지난 9월 4일 장점마을 주민들은 기자를 보자마자 바지를 걷어 종아리를 보여줬다. 붉은 반점으로 보이는 자국과 500원짜리 동전만 한 피딱지가 곳곳에 보였다. 피가 날 때까지 긁지 않으면 가려워서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한센병 환자들 약도 먹어봤는데 치료가 잘 안 된다. 그 순간만 괜찮다가 다시 가렵다. 칼로 (피부를) 도려내고 싶다”는 말도 들렸다.
 
  주민들은 발암(發癌)과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공장 매연’을 지목했다. 마을 초입에서 500m 떨어진 한 비료공장 굴뚝에서 ‘연중무휴’로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고 한다. 원료를 가열하거나 폐기물을 처리할 때 나는 연기라고 했다.
 
  함라산 밑에 있는 공장 위치 때문에 연기는 산을 넘어가지 못하고 아랫마을을 뒤덮었다. 장점마을이 직격탄을 맞았고 인근의 소룡·인남·왈인·장구재마을, 비교적 멀리 있는 진목마을까지 피해를 입었다. 여름에도 문을 열고 자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한 초등학생은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살고 싶다’고 일기를 적었다. 내려온 자식들은 “다시 오기 싫을 만큼 (악취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독성 있는 물질로 비료 만들어” 의심
 
비료공장 부근에 위치한 마을 저수지. 주민들 말에 따르면, 2010년 9월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오염이 심각했다고 한다.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폐수도 문제였다. 수로를 타고 흘러내려 와 저수지를 오염시켰다. 물고기가 집단 폐사(斃死)했다. 작년 상수도 시설이 완비되기까지, 대부분의 주민이 공장 폐수로 인해 오염됐을지도 모를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썼다. 그 물을 양수기로 끌어와 벼·고추·고구마 농사도 지었다. 전호용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민관협의회 주민 측 간사의 증언이다.
 
  “(공장의 오염물질 정화시설 중) ‘세정탑’이라는 게 있어요. 세정탑 밑에 ‘세정수’가 악취를 빨아들인 다음 굴뚝으로 내뿜어야 해요. 세정탑·세정수가 작동이 안 되면 매연이 그대로 가요. 세정수도 (오래 쓰면) 폐수가 되는데, (공장이) 이 폐수를 그대로 방류한 거예요. 공장이 높은 지대에 있으니까 바로 (아랫마을로) 흘러내릴 거 아니에요. 저수지로 가고 땅속으로 빠지고.”
 
  주민들은 비료 원료에 독성이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처음 공장에서 맥주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 사탕수수 찌꺼기 등으로 비료를 만든다고 들었다. 알고 보니 연초박(담배를 만들고 남은 담뱃잎 찌꺼기), 피마자박(아주까리 찌꺼기)을 원료로 썼다고 한다. 피마자박에는 청산가리 6000배 수준의 독성을 가진 ‘리신’이라는 맹독(猛毒) 물질이 들어 있다고 했다. 마을에서는 “공장이 폐(廢)타이어를 (연료 삼아) 태워서 독한 연초박을 매일 9~10톤씩 건조시켰다. 비료나 원료를 먹은 함라산 토끼·고라니들이 죽어 나갔다”는 말이 돌았다.
 
 
  “2010년에만 주민 9~10명 사망”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좌)과 전호용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민관협의회 주민 측 간사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1년 7월 세워진 공장이 작년 4월 폐쇄되기까지 십수 년 동안 공장 측에 항의하고 익산시에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공장은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했고, 시(市)는 조사 때마다 공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실제 주민들은 기자에게 “공장보다 (공장 설립 허가를 내준) 시가 더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소리 높여 말했다.
 
  “2010년이 절정이었어요. (암환자) 9~10분이 돌아가셨어요. 그해 9월에는 (저수지)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고요. 일이 심각해져 언론에서 취재를 오니까, 익산시랑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료를 떠갔어요. 그때도 (공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왔어요. 음용수(飮用水) 기준으로 단순조사만 했던 거예요. 우리는 사람 죽는 물질이 얼마나 나왔는지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지, 음용수를 조사해 달라는 게 아니었어요. 아무리 (검사) 기준에 없다고 해도 ‘주민이 왜 죽는가’에 대해서 자기들이 못하면 의뢰를 해서라도 (조사)했어야죠.”
 
  익산시는 “(그동안) 사업장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 및 방지시설 적정 운영실태를 점검해 왔다”며 “우리 시 지도점검 외에 시·군 교차점검, 검찰·도청·새만금청 합동점검 등 총 37건의 지도점검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시에서도 민원 제기 때마다 조사를 했지만 ‘가동 중단’까지 갈 만한, 기준치가 넘는 유해물질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공장 사도 땅값, 고철값밖에 안 남을 것”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도 “저희가 도민들을 위해서 있는 기관인데, ‘있는 것을 안 나왔다’고 하는 건 저희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그동안의 조사가 정확했음을 밝혔다. 연구원은 “(공장이 폐쇄된 장점마을의) 상황을 보면 (우리가 여태껏) 수수방관한 건 아니다”라며 “나름 폐쇄 조치까지 갈 수 있도록 최대한 기초 조사를 (충실히) 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4월 24일 폐쇄된 공장은 경영진의 파산 신청으로 현재 경매에 들어간 상태다. 전주지방법원에서 선임한 변호사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공장을 관리하고 있다.
 
  기자가 주민의 도움을 받아 찾아간 공장은 법원에서 용역을 준 전문 관리업체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는데도 공장 내부에서 악취가 흘러나왔다. 경비원은 “비료 더미가 쌓여 있고 폐기물이 매립돼 있어서 냄새가 난다. 이 정도 냄새는 (심할 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누군가 공장을 사도) 땅속에 있는 폐기물 딴 데로 옮기고 처리하고 나면 땅값, 고철값밖에 안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2016년 9월부터 익산시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2010년 못지않게 언론사들의 취재가 많아진 때였다. 지역 방송부터 중앙 일간지까지 장점마을을 주목했다.
 
  익산시는 그로부터 5개월 동안 공장에 대해 ‘폐수 배출 기록 미비’ ‘대기 배출 시설 미신고’ ‘폐기물 처리 위반’ 등 총 15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익산시는 “(당시) 시에서 사업장 점검 후 대기·폐수 등 배출시설 위반(6건)으로 고발했으며, 경찰서에서 수사 후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익산경찰서 수사팀장은 “2년 전 끝난 수사 기록을 다시 살펴봤다. 당시 지능팀에서 폐기물 관리법 위반으로 인지·수사 후, 비료공장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며 “비료 원료이자 사업장 폐기물이기도 한 ‘연초박’ 보관 시설을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미신고 시설에 보관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1급 발암물질 ‘다핵방향족탄화수소’ 검출
 
장점마을 초입에서 500m 떨어진 함라산 밑에 위치한 해당 비료공장. 기자가 주민의 도움을 받아 찾아간 공장은 법원에서 용역을 준 전문 관리업체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공장 점검도 이듬해부터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1~2월 전북도의회에서 전라북도와 익산시에 장점마을 사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이 3월 10일 공장 굴뚝에서 시료를 채취, 17종의 오염물질을 조사했다. 중금속 니켈(Ni)이 기준치(0.01)의 4배(0.0470)가 넘게 나왔다. 나머지 16종은 불검출 및 기준 이내로 측정됐다. 11개 조사 항목을 마련해 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두 곳의 토양을, 46개 항목으로 마을 지하수 등 7곳의 수질을 조사하기도 했다. 익산시는 4월 13일 경고성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이후 공장 측의 시정 조치가 없어 4월 24일 폐쇄 명령을 내렸다.
 
  주민들은 암 발병 관련 원인 규명을 위해 4월 17일 환경부에 청원을 넣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7월 14일 청원을 수용, 12월 8일부터 올해 현재까지 용역기관(환경안전건강연구소)을 통해 ‘전북 익산시 함라면(장점마을) 환경오염 역학조사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익산시도 환경부 역학조사 추진 전 자료 확보를 위해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공장 및 주변 환경오염 실태 예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지난 7월 18일 익산시청에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 장점마을 내 소나무 잎에서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가 청정지역에 비해 5배 넘게 검출됐다고 밝혔다. 작년 6월 국립환경과학원 자체 조사 당시 검출된 물질이었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나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탄 음식에서 나오는 벤조피렌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불완전 연소란, 산소의 공급이 충분치 못하거나 온도가 낮을 때 일산화탄소가 생성되면서 원료가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부실한 역학조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
 
  한편 주민들은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해달라”며 환경부를 불신하고 있다. 중간조사 결과 발암물질의 존재는 알려졌지만, 공장과의 인과관계는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장점마을 초입에는 정부의 역학조사 과정을 비판하는 여러 개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 온 국민이 주시한다’ ‘주민들은 집단 암 고통 속에 죽어간다. 정부는 주민 대책 세워라’ 등 항의성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시료 채취 방식도 문제 삼았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공장이 가동될 때인 재작년의 솔잎과 가동이 중단된 작년의 솔잎 성분을 비교·분석했다. 최재철 위원장은 “공장에서 500m 떨어진 곳의 어린 소나무 조사해서 발암물질 나왔다고 하더라. 그런 짓 하지 마라”며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공장에서부터 하나하나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공장 마당 안에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묻혀 있는데 그것 좀 파서 조사하라니까 익산시도 환경부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주민들과 상의가 부족했어요. 같은 오염지역이라고 해도 시료 채취를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큰 거예요. 조사하는 분들은 전문가니까 더 잘 알 거 아닙니까.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하나라도 더 (오염 성분이 확실한)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예요. 환경부에 (청원해서 조사를) 맡길 때는 정말 믿으니까, 정부를 신뢰하니까 한 거예요. 그런데 부실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식의 조사는 주민들도 할 수 있어요. 장비 들이대고 물 떠다가 공인기관에다 맡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솔잎 1년생, 2년생 가지고 그런 소리나 해대고….”
 
  주민들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용역을 발주해서 역학조사를 하는 방식도 지적했다. 역학조사를 맡은 해당 업체의 비용을 정부, 즉 환경부 측에서 주기 때문에 ‘관(官)의 입맛’에 맞게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심에서다. 마을에서는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전호용 간사의 말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용역기관은 당연히 익산시·환경부를 대변해 주지 주민들을 대변해 주지 않아요. 굳이 하려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직접 해야죠. 직접 하되, 주민들이 추천한 조사위원도 포함시켜서 (조직) 관리만 해야죠. 이참에, 감사원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역학조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독립기구가 세워졌으면 하는 심정이에요.”
 
 
  환경부 “대조군 확보해 비교·분석 주력 중”
 
익산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뒤부터 주민들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시 지도점검 외에 시·군 교차점검, 검찰·도청·새만금청 합동점검 등 총 37건의 지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측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을 인정하면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장 가동이 중단돼 정확한 대기오염 측정이 어렵고, 공장 출입도 통제돼 그 안의 토양을 파서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했다. 관계자는 “남은 방법은 같은 환경의 대조군(對照群)을 찾아서 비교·분석을 하는 일”이라며 “(해당 공장과) 유사한 원료를 사용해 가동하고 있는 업체를 발굴하고, 그때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상황을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유사 업체 사례를 통해) 오염물질의 대략적인 추정 농도를 확보한 다음, 주민들이 ‘어느 정도의 오염 상태에서 얼마나 노출됐는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전제돼야만 (공장의 유해물질이) 과연 주민들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장점마을에서)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되긴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 성분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기준 대비 얼마다’라는 얘기는 할 수 없고,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지역과 비교해 볼 수밖에 없죠. 그런데 (다섯 배라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어요.
 
  사실 조사라는 게 주민들의 기대만큼 빨리 진행되기가 어렵습니다. 주민들 마음은 빨리 규명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다른 쪽의 데이터들은 (타지역과) 유의미한 차이가 안 나다 보니까 불안하신 거죠.”
 
  환경부 관계자는 “연말까지가 조사기간이다. 12월에 가봐야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없다’는 윤곽을 잡을 수 있다”며 “어떤 분들은 공장에 불법 폐기물들이 매립돼 있어 ‘토양을 굴착해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분들은 ‘증거 확보를 위해 공장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한다. 찬반이 엇갈리는 만큼, 수학 방정식처럼 ‘어느 것이 옳다’고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주민들은 오염이 심각한) 공장 안을 조사하라고 하는데, 그건 ‘저희가 필요하면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긴 했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공장 안이 (원료·폐기물 등으로 심하게) 오염됐다고 칩시다. 중요한 건 그게 지하수를 통해서 밖으로 흘러나왔느냐, 안 나왔느냐를 수맥을 통해서 확인하는 일이죠. 저희가 보기에는 이미 공장 안의 오염원은 다 확인이 됐어요. 시간이나 비용 문제도 있는데 ‘얼마만큼 더 공장 안을 조사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물론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고, 꼭 필요하면 다시 해야 되겠죠. 이런 과제들은 하반기에 남아 있습니다.”
 
 
  “면역력 떨어지면 또 癌… 눈 뜨고 죽는다”
 
  주민들은 환경부가 대조군을 찾아 비교·분석할 바에야 공장을 재가동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장과 조건이 똑같은 업체를 찾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시간도 많이 소요돼 역학조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가 주민들의 주장이었다면, 공장 측 입장은 어떨까. 공장 자체는 파산했지만,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의 책임 여부가 갈릴 것이다. 기자는 반론권 제공 차원에서 해당 공장의 공장장을 지낸 한 관계자를 접촉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에 응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장점마을 초입에 살고 있는 한 80대 주민은 3년 전 위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그의 부인도 피부병이 생겨 지금까지 투병 생활 중이다. 그는 “우리 마을은 면내에서 공해도 없고 살기도 좋아 ‘첫째·둘째 가는’ 동네였다. 그런데 공장이 생기면서부터 사람이 다 죽고 없어져서 낙후된 마을이 돼버렸다”며 “아예 (누가 사들여도) 가동할 수 없도록 공장 자체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재철 대책위원장의 호소다.
 
  “국가가 국민들이 이렇게 고통받는데 방치하는 건 엄청난 폭력이라 합디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주민들은요, 눈 뜨고 죽는 겁니다. 면역력 떨어지면 또 다 암이에요. 앞으로 겪어야 될 고통, 자녀들이 겪을 고통, 농사, 이 농사는 어떻게 할 겁니까.
 
  문재인 정부는 진짜 어떻게 보면 약자(弱者)들, 서민들이 뽑아준 거 아닙니까. 캐치프레이즈가 ‘국민을 위하는 정부’예요. 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입니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죽는 재난마을을 모릅니까.”⊙
등록일 : 2018-10-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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