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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조회수 550만회! 부동산 카페서 본 요지경 대한민국

글 | 하주희 주간조선 기자

▲ 지난 8월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퇴근시간 서울지하철을 타본 적이 있을까. 며칠 전 든 생각이다. 저녁 6시 반, 지하철 9호선 안이었다. 인파에 쓰러질까 온몸에 힘을 주며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직장인들, 1시간 혹은 2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에서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김 장관은 한 번쯤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직주근접, 자녀 교육, 강남 접근성, 향후 상승가능성, 역세권 넘어 ‘공세권’까지 다양한 변수를 저울질하며 이들이 하는 치열한 고민을 말이다. ‘부동산’, 정확히는 ‘아파트’다.
   
   ‘아파트 공화국’, 2007년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낸 책이다. 프랑스에선 빈민들의 주거 형태인 아파트가 한국에선 어떻게 부의 상징이 됐을까란 의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그는 ‘새것을 숭배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점’을 이유로 분석했다. 그때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 아파트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통계청은 지난 8월 2017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의 비중은 47.8%(2000년)에서 60.6%(2017년)로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58.1%, 67.8%다. 가격별로 ‘줄 세우기’가 쉽다는 점도 발레리의 분석에 더할 수 있을 터다. 엘리베이터를 갖춘 15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으로 분류한다. 이런 단지가 전국에 1만5875곳이 있다. 수도권엔 7241곳이다. 서울·인천·경기를 수도권으로 통칭한다. 실거래가 조회만 하면 전국의 아파트 단지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수 있다. 3.3㎡(평)당 가격 기준이다. 심지어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별·층별로 줄 세울 수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주된 화두가 됐다. ‘청약을 고려해 임신 후로 혼인신고를 미루라’는 재테크 조언도 등장했다. 아파트 양도세 때문에 위장이혼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무주택 다자녀 가정의 청약통장을 빌려 대리 청약한 분양범죄단도 적발됐다. 국토부는 한 달이 멀다고 일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다. 문재인 정권 2년 차의 풍경이다.
   
   인터넷 세계에선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가 북적댄다. 몇 군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다. 네이버의 ‘부동산스터디’ 카페, ‘아름다운 내집갖기’ 카페, 디씨인사이드의 부동산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다음(Daum)엔 ‘북극성 부동산재테크 카페’가 있다. 재테크가 주제인 ‘텐인텐’ ‘짠돌이’ 등에서도 부동산 얘기가 오간다. 상가 전문으로는 ‘상가 사는 살모사’ 카페가 있다. 이외에도 지역별로 카페가 운영된다.
   
   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곳은 ‘부동산스터디’(이하 붇카페) 카페다. 회원 수는 54만명이다. 회원 숫자로는 ‘아름다운 내집갖기’(이하 아름집)가 61만명으로 가장 많지만, 아름집에선 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부동산 얘기가 오간다. 붇카페는 서울 부동산 위주다. 2007년부터 운영됐다. 원래 이름은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카페였다. ‘붇옹산’은 운영자인 강영훈 대표의 닉네임이다. 부동산 재개발 관련 법령과 현황을 소개하는 재개발 전문가다. 그는 10년간 유지하던 카페명을 지난 4월 바꿨다. 운영자 닉네임을 뺐다. 강 대표의 설명이다. “카페 개설 초기부터 정치 글 및 종교분쟁 글을 금지했다. 부동산 상승기와 맞물려 외형적으로 카페가 엄청나게 커졌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현재의 카페 모습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 네이버의 부동산스터디 카페

   이념 논쟁의 장이 된 부동산 카페
   
   상황은 이랬다. 이른바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모든 지역이 오른 건 아니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 일부 지역이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 잠시 주춤했다 악재가 해소되며 다시 급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매물은 잠기고 강남·서초·송파는 체감상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원씩 올랐다. 결국 서울과 지방은 물론 서울 안에서도 아파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아파트 시장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부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수, 매도 대기자들이 매달린 게 붇카페다. 이 기간 회원수와 게시글이 급격히 증가했다. 올 4월에는 회원수 40만명 돌파를 기념해 카페 차원에서 티셔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티셔츠 등판에 쓰인 문구는 ‘호재네요’. 붇카페 유행어다. 카페에 아파트 가격 상승론자가 많다 보니 진짜 호재는 물론 별일 아닌 소식에도 호재라는 평가가 자주 붙는 데서 유래했다. ‘붇카페는 전쟁이 나도 호재라 한다.’ 회원들 스스로 자조적인 쓴소리를 섞어 하는 유머다.
   
   정부를 비난하는 게시글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늘었다. ‘청와대 고위공무원 15명 중 8명이 다주택자’ ‘1가구 2주택 벗어났다는 김현미 장관 알고 보니 친동생에게 주택 매도’ 등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비난이 거세졌다.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적폐가 됐다’는 다주택자들의 분노, 여기에 8·2 대책 이후 서울 집을 매도한 경우, 매수 타이밍을 놓친 경우처럼 다양한 유형의 분노가 섞여 카페엔 분노가 넘쳐났다. 결국 운영자는 정치글을 관리하는 스태프진을 임명했다. 이번엔 스태프들의 정치 성향이 문제였다. ‘정부 두둔하는 글엔 관대하다’ ‘정부를 이유 없이 비난하는데 왜 안 지우나’…. 아우성이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이 정치와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지 항의도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를테면 김현미 장관에 대한 평가는 정치 게시글로 읽히기도 하고, 관점에 따라 부동산 게시글로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군의 회원들이 따로 독립해 카페를 차리기도 했다. ‘직관주의자의 자유부동산’ 카페다. 기본적으로 우파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본다. 회원수는 약 2만7000명이다. 자유부동산 카페에서 다시 우파 성향의 ‘맘카페’가 파생하기도 했다. ‘행복맘의 자유’란 카페다.
   
   한동안 붇카페엔 회원들 간 다툼과 정부 비난글에 묻혀 부동산 게시글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운영자는 정치글 관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카페 이름까지 바꿨다. 국토부의 반복되는 부동산 정책 수정,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제안, 국토부의 저지 등 촌극이 이어지며 붇카페는 더욱 붐비고 있다. 8월 27일 카페 활성도가 전고점을 돌파했다. 강 대표가 게시하는 ‘어제의 부동산스터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8월 27일 하루 동안 550만명 넘게 카페를 찾았고 게시글은 550만회 이상 조회됐다. 회원수를 감안해 따져보면 회원 한 명이 하루 종일 평균 10번 이상 들락거렸단 얘기다. 단일 주제의 카페로는 대단한 숫자다. 강 대표는 ‘부동산스터디 통계는 동행지수’라고 설명했다. 붇카페가 붐비면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단 얘기고, 트래픽이 감소 추세면 부동산 시장도 일단은 소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단 얘기다.
   
   
   부동산 공부하는 3040
   
   붇카페 회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3040 비중이 높다. 구체적으론 35~44세다. 이들이 전체 회원의 약 44%다. 남녀 비율은 비슷하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공인중개사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신분을 밝히지 않지만,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요구 글에 반대 댓글을 달아 존재가 감지되기도 한다. 3040은 세대 특성상 많은 분야의 실소비자다. 주택, 이직, 자동차, 교육, 전자제품, 해외여행 등. 부동산 정보에 관심을 갖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들은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와 자산증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관심사와 인생주기가 비슷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니 게시글의 밀도가 높다. ‘강북 쪽 사립초등학교 중 최고는 어디일까요’ ‘이런 조건이라면 어떤 자동차를 권하시겠어요’ 같이 부동산 이외의 다양한 질문이 올라온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린다. ‘친구한테 들었는데 이렇다더라’는 카더라가 아니라 ‘내가 작년에 해봤는데 이랬다’는 식의 생생한 댓글이 많다. 시부모나 장인, 장모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 보니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들기보단 다양한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왜 마용성이 떴는지도 이들의 삶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아내는 직장이 여의도고 나는 광화문인데 우리가 왜 강남에 살아야 하나.’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교육환경을 아예 바꿔버린다. 마포가 전형적인 예다. 강북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부근에 포장마차거리가 있었다. 구청을 압박해 초등학교 담벼락 앞에서 25년 넘게 영업해온 포장마차를 걷어내게 한 건 마래푸의 젊은 학부형들이었다. 포차를 지키겠다며 시민단체가 나섰지만 이들을 이길 순 없었다. 수도권에 사는 3040의 삶을 일별하려면 붇카페에 들어가 봐도 좋은 이유다. 물론 단면일 뿐이지만 말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부동산 관계 부처에서도 카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당장 김현미 장관부터 부동산 카페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8월 31일 인터뷰에서 그는 “부동산 카페에 가면 ‘혜택이 많으니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임대사업자가)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보도되자 붇카페엔 ‘김 장관 읽어보세요’ 식의 글이 넘쳐났다. 물론 욕설도 올라왔다.
   
   최근 붇카페를 지배하는 담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탄식이랄까 피해의식이다. 상승랠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4년 전에 강남 그 집을 샀어야…’ 무주택자는 서울에 집 한 채라도 사놓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비강남권 주택 소유자는 강남권 상승폭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집값이 완만하게 올랐다면 좀처럼 안 일어날 일이다. 며칠 전엔 게시판에 죽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4년 전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가장이었다. 4억원에 판 아파트는 8억원이 되어 있고, 가게는 권리금도 못 받고 문 닫게 됐단 사연이었다. 카페 회원들이 ‘현 상황 가장 안 된 사람들’로 꼽는 ‘서울에서 1주택자로 살다 팔고 그 돈으로 자영업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9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둘째, 불안감이다. 유주택자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넓은 집으로 가거나 주거지역을 옮기려는 실수요자도 불안하다. ‘내가 지금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이러다 영영 접근도 못 할 가격이 되는 건 아닐까’ 사이에서 고민한다. 서울 부동산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의 예측 범위를 떠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렇게까지 오를 줄 부동산 전문가들도 예측 못 했다. 거의 다 올해는 보합일 거라 예측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끼어들며 시장 사이클을 왜곡시켜놨다.”
   
   그 결과가 셋째,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평생 모아온 돈을 내고 집을 산다. 한 달도 아닌 몇 주, 며칠 간격으로 당국의 말이 바뀐다. 부부 합산 연 7000만원 이상 전세자금대출 제한은 일단 주머니 속에 다시 넣었고,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은 김 장관 스스로 8개월 만에 말을 뒤집었다. 이젠 국토부 장관이 무슨 말을 해도 개그 소재나 조롱거리쯤으로 여겨진다. ‘반응 보고 내일모레쯤 슬그머니 바뀌겠지.’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보는 프레임이다. 기본적인 얘기지만 수요·공급 법칙은 특정 정권이 신념으로 깰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 아닌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다. 집은 물건처럼 창고에 사재기해놓을 수 없다.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소비된다. 전국에 원룸과 오피스텔 수십 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를 지켜본 적이 있다. 주부인 그는 웬만한 직장인보다 더 바빴다. 매일같이 구청과 중개업소, 세무서, 오피스텔을 돌아다녔다. 용건 없이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신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도 했다. 이런 사람을 투기꾼으로 볼 수 있을까. 범죄자급으로 취급하는 ‘갭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 투자처를 찾는 갭 투자자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직장인인 그는 퇴근 후엔 부동산 세제 세미나를 들으러 다니고 주말이면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인사들은 여전히 다주택자다. 올해 3월 기준 70명 중 25명이 여전히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다. 35%다. 지난해 내내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부동산 투기 수요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는데도 안 팔았단 얘기다. 이런 정부가 다주택자를 적폐로, 강남집 소유자를 잠재적 적폐로 몰고 부동산 시장에 들어선 순간 정책의 실효성, 정당성 모두 없어졌다. 당국이 붇카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규제할지가 아니라 주거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 좋겠다.
   
   

   부동산 카페 용어 정리
   
   부동산 카페에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들이 넘쳐난다. 부동산 투자, 부동산 시세 동향을 반영한 세태어들이다.
   
   임장: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 주거환경과 특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걸 뜻한다.
   몸테크: 낡거나 낙후된 환경의 주택에 살며 종잣돈을 마련하는 걸 뜻한다. 주로 전세가가 저렴한 재건축·재개발 예정 주택에 들어가 살며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경우에 쓰인다.
   퐁락이·폭등이: 줄기차게 폭락 혹은 폭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줍줍: 급매물이나 아직 저평가된 매물을 구입한다는 뜻.
   10억클럽: 전용면적 84㎡ 기준 실거래가 10억원이 넘는 강북의 신축 아파트들을 뜻한다. 지난해 이후 동대문·성북·영등포 등 웬만한 서울의 역세권 신축들이 대부분 10억원을 넘기거나 근접하며 10억클럽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등록일 : 2018-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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