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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빈치’가 말하는 기기묘묘(奇奇妙妙) 곤충의 세계

‘혼외자’가 없는 나비들, 교미 도중 남편 뜯어 먹는 사마귀, 여러 수컷 정자 섞어 優種 만드는 잠자리

⊙ ‘바퀴벌레 박멸’ 어려운 이유는 ‘산란 시스템’ 때문… 적정 온도·습도 아니면 부화 안 돼, 빙하 속에서도 그대로 보존
⊙ 박쥐와 나방의 초음파 夜戰, 일본의 사슴벌레 저택 콘테스트, 알을 등에 지고 다니는 물자라의 부성애
⊙ “원형 그대로 말리고, 바늘로 찔러 모양 잡고, 송장 냄새 참아가며 표본화… 때론 ‘이 많은 생명 죽여야 하나’ 회의도”
⊙ “‘버러지 같은 놈’ 욕하는 건 찬사… 벌레는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존재, ‘변칙 플레이’ 하는 인간들 반성해야”
⊙ “자연사박물관은 한 나라의 신체, 제대로 세워야… 건물 유치만 하려 들지 말고 콘텐츠부터 확보해야”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이 수장고에서 ‘디디우스 모르포 나비’ 표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평택항·부산항 붉은불개미 출몰.’
 
  근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해충 방역을 진행한다는 기사를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이대암(李大岩) 영월곤충박물관장이다. 이 관장은 지난 7월 본지 조성호 기자의 취재로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그는 기사에서 전공인 건축은 물론, 생태·천문·미술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학자로 소개됐다. 이 관장이 생각하는 해충(害蟲)과 익충(益蟲)의 개념은 무엇일까.
 
  “수입 나무에서 살던 것들이 여기에 왔을 뿐이에요. 게네가 순기능을 하진 않죠. 인간의 개입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자연이 알아서 컨트롤을 다 합니다. 잡아먹는 천적들도 나오고요. 물론 이슈는 되죠. 검역원도 그런 걸 막기 위해서 생긴 조직이고요. 그렇지만 조금 거시적으로 보면 이 세상에서 벌레만 문제는 아니거든요. 좋은 곤충, 나쁜 곤충은 원래 없는 거예요. 우리 사회를 불개미가 좀먹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는 게 더 큰 문제죠. 게네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어요. (웃음)”
 
  강원도 영월역에서 동강을 따라 차로 십여 분 가면 언덕진 곳에 랜드마크가 보인다. ‘수광영월(水光寧月)’, 즉 “물은 생명을 안고 흐르며, 길은 문명을 실어 나른다”는 뜻을 지닌 달 모양의 철제 조형물이다. 그 옆의 커브 길을 거슬러 오르면 동강생태정보센터가, 그 뒤로 곤충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앞마당 공원에는 개미·나비·무당벌레 등을 캐릭터화한 조형물들이, 박물관 앞 조형물에는 사마귀와 메뚜기가 대치하는 상황이 묘사돼 있어 눈길을 끈다.
 
  관내로 들어가면 살아 있는 수중생물과 나비·잠자리·사슴벌레 등 각양각색의 곤충들이 표본으로 전시돼 있다. 이 관장은 수장고에 보관 중인 것들을 포함, 관내 수만 점의 곤충 표본을 직접 채집했다고 한다. 기자가 전시장에서 만난 이 관장은 오지 탐험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처럼 벙거지에 사파리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이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는 그는 곤충의 생리와 기능에 대해 유쾌하게 답해줬다. 한국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땀과 발로 펼쳐낸 곤충의 세계는 기기묘묘(奇奇妙妙)했다.
 
 
  “딱정벌레 잡으려고 산 하나에 컵 1000개씩 묻어”
 
영월곤충박물관의 전경. 앞마당 공원에는 개미·나비·무당벌레 등을 캐릭터화한 조형물들이, 박물관 앞 조형물에는 사마귀와 메뚜기가 대치하는 상황이 묘사돼 있어 눈길을 끈다.
  — 수만 점의 곤충을 어떻게 다 직접 채집했나요.
 
  “발품을 많이 팔았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본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원하는 걸 보기도 힘든데 내 손에 넣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곤충은 60% 이상이 야행성이에요. 밤에 잡으려면 함정을 파야죠. 딱정벌레의 경우, 해 떨어지면 활동을 하는데 썩은 고기로 유인을 해야 합니다. 컵을 1000개씩 묻는 거죠. 산 하나를 다 뒤덮는 거예요. 그 일이 보통이 아닙니다. 수서곤충을 잡으려면 저수지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슬아슬하죠. 요새는 인공저수지라서 (밑바닥을) 파놓은 게 많아요. 발로 디딜 수 있는 데가 불과 1m도 안 돼요. 그다음부터는 훅 (발이) 빠지고. (수심이) 안 보이니까 풀 같은 걸 붙들고 다니면서 ‘물질’을 하죠. 저수지 주변을 다 훑어요. 그걸 다 떠서 담다 보면 나중에는 녹초가 됩니다. (웃음)”
 
  — 도중에 실패도 많았을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곤충은 날씨에 민감해요. 여기 날씨가 좋아서 현지에 갔는데 바람이 불면 소용이 없죠. 내년에 다시 가야죠. 아니면 며칠 죽치고 잠복해 있든지. 힘든 일이에요. 몇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것들은 참 접하기 힘들어요. 제가 옛날 70년대 곤충 잡을 때는 주머니에 돈이 없었어요. 차비도 겨우 만들어서 갔으니까. 나비 한 번 잡으려면 산을 몇 개씩 넘어야 하는데 점심도 못 먹었어요. 한창 스무 살 때인데 얼마나 배고파. 끼니를 건너뛰면서 잡은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점심밥이 없어서 산에 가서 곤충 잡으면서 시간을 때웠어요. 여기 1978년에 잡은 왕그늘나비도 있는데, 솔직히 참 눈물 없이는 못 볼 녀석이죠.”
 
  —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곤충은 뭡니까.
 
  “다 소중한데, 사실 ‘도깨비왕잠자리’는 만나기 참 어려워요. 잠자리 잡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정말 어렵습니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떨어뜨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코스모스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를 손으로 잡는 정도는 일반인도 할 수 있겠죠. 잠자리만 수백 종인데, 이렇게 특정 잠자리를 완벽하게 잡기는 어렵습니다. 잠자리는 나비와 달리 육식을 하는 종이라 워낙 빨리 돌아다녀서 만나기도 쉽지 않죠. 잠자리 눈은 360도 회전하면서 전 구간을 파노라마로 다 볼 수 있어요. 앞에서 망을 휘둘러서는 절대 못 잡습니다. 한 번 놓치면 하늘 끝까지 올라가 버리니까 신중해야죠. 더구나 도깨비 종은 전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남쪽에만 있어요. 때가 되면 남쪽 지방 습지를 다 훑습니다. 어떻게 만나더라도 차라리 총으로 쏘면 모를까, 망은 사정거리 한계가 있어서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돼요. 떨어지는 낙엽을 칼로 자를 정도의 내공이 필요하죠. (웃음)”
 
 
  열쇠처럼 돼 있는 나비의 생식기
 
세계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나비로 불리는 ‘알렉산더’ 종 나비들. 파푸아뉴기니 나무 위를 고공비행하며 살아간다.
  — 곤충도 채소·과일처럼 이종 교배가 가능합니까.
 
  “세계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나비가 ‘알렉산더 비단나비’예요.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인도네시아에만 있죠. 종자가 다른 나비와 색상이 비슷한 경우도 있어요. 전문가도 헷갈릴 정도로 유사해요. 생김새가 비슷하면 교배할 수 있을 것 같죠? 절대 아니에요. 염색체 수 자체가 다릅니다. 나비들은 생식기가 열쇠처럼 돼 있어요. 유전자가 다르면 절대 들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이 날개 패턴이 그대로 유지되는 거예요. 패턴이 유지되지 않는 동물이 바로 개와 사람입니다. 하등 동물로 갈수록 생식 기능은 철저히 구분돼 있습니다. 종 보존이 가능한 거예요. 날개 패턴도 그렇죠. 컴퓨터 그래픽이 아무리 발달돼 있어도 저걸 따라 할 수 있나요? 완전 유화(油畫)잖아요. 저 디자인을 과연 누가 했을까. 자연이 대단하죠.”
 
  — 종이 다른데 외양이 비슷하면 어떻게 구분하나요.
 
  “생식기죠. 열쇠 같다고 했잖아요. 나비면 나비, 나방이면 나방 전부 다 달라요. 하루종일 현미경으로 그 항문·생식기 쳐다보는 게 곤충학자가 하는 일이에요. 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같은 계통은 수컷이 짝짓기를 한 다음에 암컷 생식기에다 일종의 정조대(貞操帶·성교 방지 장치)를 만들어놔요. 꽁지를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물질로 막아버립니다.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못하게끔 말이죠. 이걸 보면 이 녀석이 처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
 
  — 곤충의 성(性)은 인간 못지않게 신비하네요.
 
  “곤충의 세계에는 일부일처제, 일처다부제가 있어요. 일부다처제는 거의 없습니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수개미 수천 마리를 데리고 다니잖아요. 사마귀는 교미 중에 남편까지 잡아먹죠. 머리부터 뜯어 먹어요. 운이 좋으면 빠져나올 수 있고, 나쁘면 하다가 죽는 거고. ‘죽음의 섹스’죠. 잠자리는 또 날아다니면서 섹스를 하잖아요. 그럴 때는 암컷 하나에 수컷 여러 마리가 붙을 수 있어요. 그러면 암컷이 자기 몸에 여러 수컷의 정자들을 구분·보관해 둡니다. 그러다가 이놈 정자 조금, 저놈 정자 조금 떼서 자기 난자랑 섞어 우종(優種)을 만들어 알을 낳습니다.”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이 관장이 설명한 이른바 ‘곤충의 성생활’을 인간세계에 대입해 보면 참 야릇하고 흥미롭다. 가령 모시나비는 ‘혼외자’ 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의처증에 사로잡힌 수컷 때문에, 정부(情夫)의 화끈한 유혹에도 조강지처는 독수공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잠자리들에겐 혼외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것이다. 암컷 한 몸에서 자식이 나온들, 딴 사내의 정자가 서로 섞여 어느 아비의 씨앗인지도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퀴벌레 알은 타임캡슐”
 
이대암 관장이 멸종위기 표본을 짚으며 말하고 있다. 이 관장은 박물관과 연결된 연구소에서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멸종위기 곤충 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의 각종 벌레를 섭렵한 이 관장조차 싫어하는 곤충이 있다고 한다. 역시 바퀴벌레다. 이 관장은 바퀴를 ‘더러워도 잡아야 할 것’으로 불렀다. 속도가 워낙 빨라 생포하기도 어렵고, 표본 처리 과정에선 심한 악취까지 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바퀴를 ‘3억5000만 년 전부터 살았던 지구의 실질적 주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생물·과학계가 바퀴의 우수한 산란 시스템과 진화한 생존 원리를 연구·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바퀴벌레까지 잡아야 하는지’ 고민한 적은 없었나요.
 
  “더러워도 잡아야죠. 박물관장이니까 잡아야 할 거 아닙니까. (웃음) 놈들 잡으려면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해요. 더듬이가 부러지면 안 되니까 때려잡을 수가 없잖아요. 또 얼마나 빨라요. 심지어 몸에 딱 달라붙어 막 돌아다니고…. 지난번에 큰 놈을 잡으려고 조수랑 제주도에 갔어요. 잡다 보니까 어떻게 조교 몸에 딱 달라붙어서 막 돌아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얘는 막 죽으려고 하지. 나는 ‘가만히, 가만히 있어!’ 이러고. (웃음) 맨홀 속에 숨어버리면 뚜껑 열고 들어가기도 하고. 한 번 잡고 나면 식은땀이 쫙 납니다. (채집통에) 넣는 것도 힘들지, 냄새도 나지, 표본 만들 때도 막 찡그리면서 하죠.”
 
  — 바퀴벌레는 죽기 전에 알을 다 뿌려놓는다는 말이 있던데요. 박멸은 어렵나요.
 
  “다른 곤충도 그래요. 게네는 죽기 전에 알을 다 싸버려요. 생물의 본능이니까. 그리고 지난번에도 얘기했는데, 바퀴는 기본적으로 3억5000만 년 전부터 여기 살았던 존재예요. 지구의 주인이죠.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아요. 고도로 진화한 놈이거든. 그 기능은 어마어마해요. 인간이 따라갈 수가 없어요. 센서·속도·산란 등 진화가 여러 가지로 잘 됐어요. 특히 산란 시스템이 탁월하죠. 다른 곤충은 알을 낳는 데 그냥 아무 데나 놔버려요. 그러면 공격받기도 하고 말라죽기도 하죠. 그런데 바퀴는 캡슐에다가 알을 낳아요. 캡슐화해서 놓는 거예요. 이 캡슐이 ‘타임캡슐’이에요. 아주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있는 거예요. 빙하 속에 들어가도 녹으면 다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죽어도 이놈들은 살아남는 거죠.”
 
  — 인간보다 뛰어난 기능을 가진 곤충들이 많네요.
 
  “요즘은 곤충을 이용해 국방·과학 기술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촉각이 탁월한 바퀴벌레를 로봇화해서 지뢰를 탐지하고, 정지 상태에서 순식간에 날아가는 잠자리의 비행 기술을 가지고 우주복 연구를 하는 식이죠. 잠자리는 눈이 액체예요. 액체가 어떻게 그런 압력을 견딜 수 있을까요? 저도 참 신기해요. 또 잠자리 날개 근육은 닳지 않는 속성이 있어요. 수만 번 날갯짓을 하면 닳을 거 아닙니까. 다른 곤충은 닳지만, 얘는 닳지 않아요. 이 물질을 가지고 타이어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들어요. 그러면 문제가 있겠죠. (교체를 안 하니까) 타이어 회사들이 망하겠지. (웃음) 신물질·신소재 산업의 원천은 다 곤충에게 있어요.”
 
 
  ‘원샷원킬’ 최강자는 사마귀
 
  — 가장 최강의 곤충은 뭡니까.
 
  “곤충에서는 사마귀죠. 그러나 다 약점이 있어요. 사마귀도 처음 태어날 때는 성충이 아니고 약충(弱蟲)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여러 번 탈피를 해야 성충이 되는데, 그때 뭐 거미 같은 애들한테 많이 잡아먹히죠.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죠. 사실상 절대 강자는 없어요. 그나마 성충이 되면 사마귀를 피할 수 있는 놈들이 거의 없죠. 특히 속도에선 따라갈 수가 없어요.”
 
  — 바퀴벌레보다 빠른가요.
 
  “먹이를 잡을 때 빠르다는 뜻이죠. 사마귀 눈은 양쪽으로 벌어져 있잖아요. 이게 삼각측량(삼각법을 적용해 거리를 구하는 방법)의 기본이에요. 삼각기법, 벌어질수록 정확한 포인트가 나오는 거예요. 두 눈을 가지고 정확하게 계산한 다음, 딱 (목표물을) 찍어가지고 원샷원킬! 한 방에 죽여야 하니까 속도가 빨라야죠. 0.1초의 미학이 곤충 세계에 다 있어요. 사람이 메뚜기를 못 잡는 건 메뚜기보다 0.1초가 느리기 때문이고, 그 메뚜기가 사마귀를 피하지 못하는 건 사마귀가 0.1초 빠르기 때문이에요. 0.1초 단위로 먹이사슬이 돌아가는 겁니다. 속도전이에요.”
 
  — 곤충도 동물처럼 길들일 수 있나요. 여치가 사람을 따른다는 말도 있던데요.
 
  “길들이기는 어렵죠. 여치는 길들이는 게 아니라 집을 짜서 그 안에다 넣어 놓고 소리를 듣는 것일 뿐이죠. 그나마 가능한 게 사슴벌레예요. 길들인다기보다는 인간이 기를 수는 있죠. 다른 곤충들은 몇 달 못 사는데 얘는 3년까지 살아요. 특히 일본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키우죠. 일본에서는 누가 집을 잘 만들어줬는지 콘테스트도 열어요. 길이를 가지고 경매도 붙이죠. 쟤네는 옹이 같은 데를 좋아해요. 젤리만 주면 사니까 키우기도 어렵지 않죠. 물방개도 어항에 넣고 기를 수 있죠.”
 
  — 곤충도 신호를 주고받아서 인사를 합니까.
 
  “벌·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은 철저하죠. 벌은 동료에게 와서 몸으로 설명해요. ‘지금 태양 몇 도 방향에 밀원(蜜源)이 있다’고 말이죠. 그 신호를 따라서 벌들이 날아가는 거예요. 개미 역시 그렇게 하죠. 입을 딱 맞춰가면서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고 전해서 쫓아가고. 아주 오래된 지식이죠.”
 
 
  “곤충 면역체계, 인간보다 신속”
 
  — 곤충도 잠을 자나요.
 
  “당연하죠. 나비는 밤에 다 자야 해요. 해 떨어지면 자러 가죠. 여관은 없어. 아무 데나 비 가리는 나뭇잎 아래서 딱 자면 돼. 나방은 낮에 자고 밤새도록 돌아다녀요. 낮에는 건드려도 몰라. 클럽 갔다가 새벽에 들어온 자식은 낮에 밟아도 안 일어나잖아요. (웃음) 나방 더듬이는 초음파를 수신하는 안테나예요. 박쥐가 먼저 초음파를 팍 쏘면, 나방이 그걸 받아서 ‘아, 이게 박쥐 파(波)구나’ 인지하고 땅바닥에 푹 떨어져 버려요. 숨기 위해서죠. 밤중에 막 초음파 전쟁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사마귀는 자는 걸 못 봤어요. 어디선가 쉬긴 쉬겠죠. 사마귀는 또 특이하게 눈에 줌렌즈(zoom lens·초점 거리나 화상의 크기를 연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렌즈) 기능이 있어요. 이것도 잠자리마냥 액체야. 어떻게 액체 상태에서 눈을 쭉 굴려 가면서 거리를 측정하는지 지금 그걸 아무도 규명 못했어요. 가만히 보면 그 눈동자가 카메라처럼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해요. 밤이 되면 적응하기 위해서 또 까매집니다. 아무래도 적외선 카메라 기능이 있는 듯해요. 뭐가 보여야 밤에 사냥을 나가니까.”
 
  — 부모가 자식에게 교육을 시키는 곤충도 있나요.
 
  “그런 건 없죠. 대신 케어(care)는 있어요. 물자라는 암컷이 수컷 등에다 알을 놓습니다.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그걸 물속에서 지고 다니는 거예요. 아무도 못 건드려요. 물에서는 그놈이 깡패니까. 물장군은 암컷이 풀에다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주위를 딱 지키고 서 있어요. 물도 담아오고 그늘도 만들죠. 사마귀는 알이 100개다 그러면 그걸 동시에 다 낳아요. 덩어리째로. 동시에 다 쏟아져서 부화를 해요. 낙하산 부대처럼 신호 시스템이 기가 막혀요. 각개전투하듯 쫙 흩어져요. 동시에 안 나오고 조금 늦게 나오면 ‘카니발리즘’이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잡아먹는 거예요. 안 가고 주변에서 얼쩡거리면 바로 죽는 거죠. 걔들은 당장 먹을 게 형제밖에 없으니까. (웃음)”
 
  — 곤충은 몸통이 절단돼도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던데요.
 
  “하등 동물 중에는 몸을 잘라도 부위가 따로 노는 게 있긴 해요. 곤충은 퍼덕거리다 죽어요. 다만 면역체계가 인간과 다르죠. 인간은 세균에 감염됐을 때, 병균을 파악하는 데도 오래 걸려요. 곤충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힐링 메커니즘(Healing mechanism)이 작동해요. 수명이 짧으니까 자기 상태를 빠르게 진단하는 거죠. 이미 의학계에선 그런 곤충의 기능을 추출, 진단 키트로 만들어서 사용 중이에요.”
 
 
  美와 죽음의 번뇌
 
박물관 내 비밀 수장고에 진열된 곤충 표본들. 다큐멘터리에서 본 희귀 곤충들이 즐비하다.
  이 관장을 따라 삼중 철문을 열고 수장고로 들어가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동나무 서랍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유리 진열장은 대형 한약방을 연상케 했다. 이 관장이 열어 보이는 서랍장마다 작게는 손톱만 한 하늘소부터, 크게는 성인 남자 손바닥 정도의 대형 나방과 인도네시아산(産) 대벌레 등이 박제돼 있었다. 진열장에 다 못 들어간 수백 개의 표본 상자는 탁자 위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었다. 이 관장은 “대학생 때부터 밥을 굶어 가며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온 것들”이라며 “곤충은 내 인생의 모든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라고 말했다. 이곳을 ‘보물창고’라고 말한 그는 24시간 항온·항습기를 가동, 쾌적한 환경 속에서 1만 종(種)이 넘는 표본들을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었다.
 
  “돈을 벌려면 이 짓을 하면 안 되죠. 다른 걸 했어야지. (웃음) 하여간 문제는 이걸 다 넣어놓을 장(欌)이 없어요. 이렇게 (표본 상자를) 쌓아놓으면 안 돼요. 다 곰팡이 핀다고. 같은 곤충도 종이 다르니까 따로따로 분류해야 돼. 임시대기하고 있는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지금.”
 
  표본화된 각종 곤충 중 영화 〈빠삐용〉에 등장한 ‘디디우스 모르포 나비’도 보였다. 이 나비는 금속성 광택을 지닌 날개 때문에 과거 화폐 홀로그램 제조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신기한 점은 나비의 파란색 날개가 색이 아닌 빛이라는 사실이다. 햇빛을 받으면 파란색만 반사하고, 다른 빛은 모두 통과시키는 ‘나노 광결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대암 관장이 수장고 내 곤충 표본 서랍장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곳을 ‘보물창고’라고 말한 그는 24시간 항온·항습기를 가동, 쾌적한 환경 속에서 1만 종(種)이 넘는 표본을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었다.
  “옛날 그림을 보면 원주민들이 활로 잡을 정도였어요. 엄청 크니까. 붙어 있을 때만 이만하지, 날아다니면 얼마나 크겠어요. 보석도 (나비 앞에서는) 별게 아니에요. 얘들은 만져도 (손에 색이) 안 묻어요. 100% 빛이니까. 이렇게 보면 정말 곤충의 과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 납니다. 우리도 지금 이런 애들에게 힌트를 얻어서 텔레비전 액정을 만들지 않습니까?”
 
  — 손톱만 한 곤충들의 더듬이와 다리까지 다 펴서 표본화하려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러니까 바늘로 일일이 펴는 작업이 중요하죠. 나는 (표본화 과정이) 바늘의 미학, 바늘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곤충마다 바늘로 다 자세를 잡아줘야 되니까. 그나마 나비가 제일 빨라요. 그냥 푹 찔러서 5분 안에 한 마리 만들지만, 동글동글한 무당벌레는 대여섯 개 다리랑 더듬이 빼려면 그게 잘 만져지지가 않아요. 밤새 하는 거예요. 그걸 또 말리는 데 두 달 걸리죠. 고정하기 위해 몸통에 꽂는 바늘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전에 형태를 잡기 위해서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고…. 저것들은 살기 위해서 세상에 나왔는데 나는 또 죽여야 하고. 시작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수많은 죽음과 만나야 했죠.”
 
 
  “16년 장수하늘소 연구, 방사 단계 직전”
 
  — 다소 회의감도 들었겠습니다.
 
  “며칠 밤을 새우다 보니까 몸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나는 거예요. 잡아야 되고, 죽여야 되고, 바늘로 찔러야 되고. 그런 작업들이 많이 번뇌를 일으켰죠. ‘이 수많은 생명을 왜 내 손으로 죽여야 되나’ 하고 말이죠. 잠자리는 육식을 하니까 굶겨 죽여야 해요. 배에 있는 내장을 다 빼지 않으면 썩어요. 메뚜기도 금방 썩죠. 얼마나 몸부림치면서 죽겠어요. 메뚜기는 또 조금 스트레스받으면 자기 살을 물어뜯어요. 기분이 참 묘하죠.”
 
  — 고민이 될 때마다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한 번은 그랬죠. 절에 가서 스님에게 ‘제가 죽기 전에 천도재(薦度齋)를 크게 지내서 이 넋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라고요. 그러자 스님께서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장수하늘소 복원 사업’인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괜찮다는 말씀이었죠. 그 말씀 들으니까 조금 위안이 되더군요.”
 
  영월곤충박물관은 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이 관장은 여기서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멸종위기 곤충 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국가 지원이 체계적이지 않아 때로 ‘가정불화’가 초래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했지만, 곤충 보호·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신념은 확고해 보였다.
 
  이 관장은 지금까지 여러 국가기관이 장수하늘소 복원에 실패한 이유는 ‘부화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했다. 알에서 나와 성충이 되는 데만 7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그 세월이면 장관·대통령도 바뀌고 아이를 낳아서 초등학교에 보내는 시간”이라며 “대학도 모든 연구가 1년 단위로 평가받는데 누가 7년씩이나 기다려서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관장이 장수하늘소 복원에 십수 년간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뭘까.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장수하늘소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이에요. (알에서) 언제 나올지 몰라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요. 그게 무슨 과학이겠어요. (웃음) 과학은 시간마다 다 관측할 수 있어야죠. 그래서 이제는 성역에 있는 벌레가 됐는데, 그걸 제가 건드리니까 여러 군데서 못 봐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프로들이 지나쳐간 구멍을 땜질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을 계속 추구할 겁니다. 16년 동안 장수하늘소를 연구했어요. 지금 자연 방사 단계 직전까지 왔는데, 얘들을 풀어놓고 박수 칠 때가 되면 남들도 인정하겠죠.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본 사람도 없는 전설 같은 장수하늘소, 이걸 복원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게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죠.”
 
 
  “껍데기 먼저 만들고 콘텐츠 찾는 한국”
 
박물관 내 어항. 물자라 등 살아 있는 수중 곤충들이 있다.
  — 장수하늘소는 자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장수하늘소가 진짜 장수할까요? 5년 내지는 7년 정도 나무 속 애벌레로 있다가 성충이 돼서는 한 달밖에 못 살아요. 그럼 왜 나무에서만 오래 사느냐? 장수하늘소가 하는 일은 나무를 쓰러뜨리는 일이에요. 숲이 새롭게 탄생하려면 새 나무가 올라와야 해요. 기존에 있던 큰 나무들이 해를 가리고 있으면 새 나무가 못 올라옵니다. 빛을 보내줘야 해요. 장수하늘소 애벌레가 7년 동안 파먹으면 그 나무가 벌집이 돼요. 쓰러지면 새싹이 돋아나고, 썩은 나무들이 다시 흙으로 가고…. 그렇게 천년 세월이 흘러가는 거예요. 숲도 변하고 생명체도 다시 살고요.”
 
  — 장수의 개념이 심오하네요.
 
  “하루살이도 밖에선 하루 내지는 며칠 살지만 물속에선 1년, 2년, 3년까지 살아요. 그러다 성충이 돼서 짝짓기를 하고 죽는 거예요. 그럼 그게 하루만 산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무엇을 곤충의 본질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죠.”
 
  — 아직도 우리는 곤충을 멸칭(蔑稱)으로 사용합니다. ‘벌레 같은 인간’이 대표적이죠.
 
  “‘버러지 같은 놈’이라는 욕은 찬사라고 생각해요. 벌레는 자기가 타고난 생태(生態)를 그대로 따를 뿐이에요. 인간만 변칙 플레이를 하죠. 벌레는 FM대로 살아요. 갑자기 이상한 짓 안 하잖아요. 우리는 그걸 배워야 해요. 인간도 전체 생태계에서 하나의 종이잖아요. 다른 종에 비해 절대 우위에 있지 않은데, 마치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죠. 변칙 플레이는 생태가 아니에요. 자연의 법칙을 따랐으면 좋겠어요.”
 
  — 한국은 곤충학을 비롯한 기초 자연과학 발전에 힘쓰고 있나요.
 
  “이 말은 꼭 전해주세요. 우리나라에 지금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없어요. 나라의 학문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셈이에요. 지금 세종시에다가 뭘 한다고는 하는데, 전부 유치만 하려고 해요. 건물을 유치해서 프로젝트로 만들려고만 하죠. 실제 그곳에 들어갈 내용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어요. (박물관 건립에 있어서) 외국은 먼저 콘텐츠를 만들어놔요. 100~200년 된 자료를 확보한 다음에 껍데기를 만들어서 집어넣죠. 우리는 껍데기부터 먼저 만들어놓고 들어갈 것을 기증받아요. 미치지 않고서 누가 기증을 합니까. 자기 이름 하나 거기에다 걸겠다고 (평생 모은 자료를) 기증을 합니까. 그런 발상과 사고 방향이 잘못됐어요. 한 나라에 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사람이 제대로 된 신체구조를 갖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뭔가 빠져 있는 거죠. 그러면서 ‘잘 뛴다’ ‘잘 빠졌다’ 말해요. 다 신기루 같은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전시관에 한 번 더 들렀다. 파푸아뉴기니 나무 위를 고공비행한다는 거대 나비들 표본 앞에 섰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문양의 날개가 돋보였다. 아름다움을 좇아 생사의 경계를 오간 이대암 관장의 ‘40년 미학 역정(歷程)’을 조금은 따라온 듯했다.⊙
등록일 : 2018-09-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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