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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균형의 최전선 건설인력시장 가보니

70대 김씨는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갔다

글 | 배용진 주간조선 기자

▲ 지난 5월 28일 경기 성남시 수진리고개 인력시장. 날이 밝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한 건설근로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가 좋을 땐 서울로 모이고 아닐 땐 지방으로 흩어져요. 지금은 울릉도까지 가 있죠.”
   
   지난 5월 28일 오전 4시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수진리고개. 한 건물 2층의 ‘건설근로자 취업지원 경기성남센터’에서 만난 이태식 실장은 “지금은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근로자들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건물 1층의 순댓국집 앞에는 작업복 차림에 가방을 둘러멘 건설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이 50~60대로 보이는 이들은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거나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6시까지 두 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인원은 다 합쳐도 30명 안팎이었다.
   
   수도권 대표 인력시장인 수진리고개 인력시장은 1970년대부터 형성됐다.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을 성남 수정구 일대로 이주시키면서다. ‘태평고개 인력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2010년대 초반까지도 수도권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이었다. 이태식 실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와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찾아와 현장 근로자들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금은 건설근로자들도, 이들을 현장으로 태우고 가는 승합차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5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에서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분이다. 이 조사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은 하위 20% 평균의 5.95배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불균형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소득 분배의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통계 결과를 둘러싸고 청와대 경제 라인과 정부 부처 간에 해석이 엇갈리기도 했다.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 청와대 경제 라인은 소득 1분위에서 7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경기가 악화돼 고령층이 많이 몰리는 일용직 일자리가 줄어 이들의 임금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하위 20% 가구의 평균소득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기재부가 분석하는 중이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올해 분배 상황이 악화된 원인 중 공통적으로 꼽히는 것이 건설 경기의 침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해왔다. 올해 SOC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4%(3조1000억원)가 줄어든 약 19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반면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11% 늘어난 약 144조원 규모로 꾸려졌다.
   
   건설산업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약 110만명으로 추산된다. 건설업 취업자 중 약 70%가 건설기능인력, 단순노무자 등 일용직이다. 통계청 4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3만9000명이던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3월 197만9000명으로 세 달 만에 6만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4월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만6000명과 8만3000명 감소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이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다.
   
▲ 건설근로자들을 현장으로 실어나르는 승합차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실제 일용직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어떨까. 지난 5월 28일과 29일 새벽 ‘일용직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수진리고개 인력시장과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만난 현장 근로자들과 인력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전보다 먹고살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없죠. 작년까진 해마다 노임을 만원씩 올렸어요. 근데 올해는 못 올리고 있어요. 올리면 일감을 딴 데 뺏기니까.”
   
   지난 5월 28일 수진리고개 꼭대기에서 만난 인력업체 팀장 정형철씨의 말이다. 정씨는 중동·일본 등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아들 셋을 키웠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기술 있는 사람들은 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며 “고학력에다가 많이 배운 사람들이 노동일 하겠냐”면서 말을 이었다.
   
   “나부터도 내 아들들이 ‘노동일은 절대 안 한다’고 하면 ‘하지 마라’고 해요.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라 하고 놔두는데. 집에서 놀면서도 안 나와. 허허허. 내 막둥이 아들이 서른아홉이여. 그래도 안 해 일을. 나오는 사람들은 나이들 다 먹었어. 저런 양반들은 칠십이여, 칠십.”
   
   정씨가 말하듯 일용직이 대부분인 인력시장에서 꼽히는 첫 번째 현상은 고령화다. 현장 인력 대다수는 50~60대 남성이고, 40대 이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건설사를 일컫는 소위 ‘1군 업체’들은 고령 인력을 쓰지 않는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규모 공사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외국인 인력을 선호한다.
   
   올해 철근기술공 기준 하루 노임은 21만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예년 같으면 22만원이나 23만원으로 올라야 하지만 올해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 단가를 그대로 받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세금으로 5000원을 떼면 실제로 근로자들이 받는 금액은 20만5000원이다. 중간에 일감을 물어오는 팀장이 떼어가는 경우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금액이 더 줄어든다.
   
   수진리고개 꼭대기에는 잡화점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바지, 조끼 등을 파는 상점이다. 가게 앞 테이블에 종이컵에 담긴 커피 서너 잔을 놓아둔 잡화점 주인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손사래를 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가게를 찾는 사람이 없자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났다. 잡화점 앞에서 만난 근로자 김홍중씨는 “젊은 사람이 어디 있냐”며 “제일 젊은 사람이 40대 초반”이라고 했다. “사실 이게 3D(힘들고 어렵고 더러운)업종이잖아요. 앉아서 하는 일은 해도 이런 일은 안 하려고들 하죠. 그러니까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혜택도 많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잖아요.”
   
▲ 지난 5월 29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 근처 인도. 이곳에는 일자리를 찾는 중국인 근로자들이 모인다. photo 배용진 기자

   휴일 없는 파트는 젊은층 기피
   
   휴일의 존재 유무가 건축 기능공의 고령화 여부를 좌우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식 건설근로자공제회 경기성남센터 실장은 수진리 인력시장에 젊은층이 없는 이유에 대해 “정해진 휴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목수공의 경우는 20·30대 젊은 인력들도 많이 지원한다. 매주 일요일은 휴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진리 인력시장에 주로 모이는 철근기능공의 경우는 쉬는 날이 일정치 않다. “요즘 사람들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쉬는 날 없으면 일 안 해요. 예전하곤 다르죠. 남들이 보면 일당이 상당히 많아 보이거든요. 일당 21만원이면 많은 편인데 철근공은 휴일이 없어요. 일도 불안정하죠.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유입이 안 되죠.”
   
   그의 말에 따르면 그전에는 소득이 괜찮아 철근공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한다. 한 달 평균 400만원, 연봉 5000만원 정도의 괜찮은 일자리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다들 외면하는 일자리가 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일을 안 하니까 외국인들이 다 차지했죠. 그것도 저단가에. 불법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당 17만원에도 일해요. 그러니까 내국인은 점점 더 줄어들죠. 목수는 안 그래요. 젊은 사람도 많거든요. 목수들은 일요일마다 딱 쉽니다. 기능학교 같은 데서 요즘도 목수 일을 가르치는데 초임이 하루 15만원이에요. 조금 익숙해지면 19만5000원까지 받아요. 거기다가 연차도 있고 휴일은 딱 쉬니까 젊은이들이 유입되죠. 철근은 그게 없어요.”
   
   이날 끝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건물 1층에 있는 순댓국집에서 끼니를 때우고 발걸음을 돌렸다. 일을 구하면 현장에 마련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자기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순댓국집 앞에 앉아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들도 네댓 명 있었다.
   
▲ 남구로역 삼거리 인근 맞은편 인도. 이곳에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모인다. photo 배용진 기자

   중국인 점령한 남구로 인력시장
   
   하루 뒤인 5월 29일 오전 4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 빗자루를 든 미화원이 길거리에 놓인 푸른 쓰레기봉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에는 서울시가 운용하는 먼지제거차가 지나다녔다. 삼거리 주위로 인력업체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사람이 좀더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날 본 수진리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삼삼오오 모인 근로자들이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들고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수진리고개 인력시장과는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길 건너편 지하철 7호선 2번출구와 3번출구 사이 하나은행 옆 천막 앞에는 캡모자를 쓴 남자와 짧은 머리의 젊은 남성이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남구로 인력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이다. 매일 1000명 가까운 인원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이는 이곳의 특징은 중국인 등 외국인이 많다는 점이다. 이곳 인력시장에는 중국의 한족과 동포(조선족)가 섞여 있다. 남구로역 삼거리 천막에서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둥굴레차를 나눠주는 박귀만씨는 “작년에는 중국인이 하루에 700명쯤 나왔는데 올해는 1200~1300명이 나온다”고 말했다. 구로동에서 건어물상점을 운영하던 박씨는 8년 전부터 새벽 인력시장에 나와 근로자들에게 마실 것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
   
   조선족 밀집지역인 대림동과 가까운 남구로 인력시장은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중국인들이 주로 모인다. 이곳 상권도 중국인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이날 이곳에서 본 여행사, 환전소, 식당, 노래방 등은 모두 간판이 중국어였다. 남구로역 사거리에서 만난 근로자 김영복씨는 “요샌 일거리가 많이 줄어서 한 달에 반도 일 못 한다”며 “요새는 일도 없으니까 현장 나가면 얼마나 갑질하는가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현장 나가도 중국 사람들이 다 ‘오야지(인력공급자)’ 하고 한국 사람들은 반도 안 돼요. 중국 사람이라고 돈 적게 받는 것도 아닌데 한국 사람들은 치여가지고 일도 안 하려 해. 한국 사람 열 명 데리고 가야 하는데 열 명도 못 구해요. 그럼 일이 아예 안 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80%가량은 불법 고용 근로자로 추산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비용을 아끼려는 시공사와 인력 공급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하청업체, 단기간에 많이 벌려고 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관 업종 경기도 덩달아 침체되는 추세다.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인 곳 앞에서 1t 트럭을 대고 작업복을 판매하는 70대 남성은 “하루 벌이 해봐야 2만~3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가 파는 조끼, 바지는 대부분이 하나에 3000원 정도 가격이다. 그는 보통 하루 8만원어치를 팔고 2만~3만원 정도를 본인의 이익금으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새벽녘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오전 5시가 되자 남구로역 삼거리는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곳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중국인들에게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는 모습이 보였다.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이는 남구로역 삼거리의 하나은행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해졌다. 도로 가장자리 너머까지 사람들이 꽉 차면서 차로를 침범하기도 했다. 길 건너편에는 구로경찰서 소속 경찰차도 한 대 정차해 있었는데 매일 이 시간대면 경찰이 도착해 마이크로 교통통제를 한다고 한다.
   
   남구로역 삼거리에서 만난 근로자 홍모씨는 “예전보다 일이 많이 없다”며 살기 힘들다고 했다. “건설 경기가 많이 위축돼 있잖아요. 작년, 재작년하고도 차이가 많아요. 작년에는 한 달에 25일 일했는데 요즘은 15일밖에는 못 해요. 그나마도 여기 70~80%는 중국인 노동자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등록일 : 2018-06-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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