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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탐정제 임박...흥신소 취업 7일 동안 겪은 일

셜록 홈스를 부르는 사회

글 | 김태형 주간조선 기자

‘대구광역시 수성구 ○○동 ○○번지’.
   
   흥신소(興信所) 직원으로 첫 출근을 하기로 한 지난 11월 13일, 기자의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처음 본 전화번호로 온 문자에는 주소 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다. 문자를 받는 순간 첫 임무가 시작되는 장소라는 직감이 왔다. 문자에 적힌 주소지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해 동대구행 KTX 티켓을 끊고 자리에 앉았다. 지난 한 달 동안 흥신소에 ‘취업’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기자가 흥신소 직원이 되고자 한 이유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아 한국판 셜록 홈스가 탄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서다. 아직까지 한국은 공인탐정업법이 제도화되지 않아 흥신소라 불리는 사설탐정 활동은 불법이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사람들은 대체 왜 경찰서가 아닌 흥신소를 찾는 것일까. 엄연히 불법인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익적 목적을 갖고 흥신소 직원이 되기로 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에 따르면 공인탐정제도를 법제화했을 때 경제효과 1조2000억원, 일자리 1만5000개가 창출된다고 추산한다.
   
   지난 7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 외 9명은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인탐정제도는 국가의 수사력만으로는 국민의 요구를 만족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기초한다. 이 제도가 실현되면 사설탐정은 의뢰인이 요청한 사실관계, 자산추적, 미아·가출인 소재 파악 등 다양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 지난 7월 발의된 관련 법안은 현재까지 표류 중이다.
   
   이미 외국에서 사설탐정은 전문직종이다. OECD 국가들은 모두 공인탐정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설탐정’ 활동은 아직까지 불법이다. 이로 인해 사설탐정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로 불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탐정제도 합법화 추진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은 ‘사생활 침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한 한국에서 사설탐정업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그러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도 탐정을 합법화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는 17대 국회 때부터 줄곧 공인탐정제도 법제화에 반대해오고 있다. 사건·사고와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는 변호사의 권한이라고 판단해서다.
   
   
   개인정보 거래 손쉽게 이뤄져
   
   탐정을 소재로 만든 대표적인 드라마는 2010년부터 방영 중인 BBC 드라마 ‘셜록’이다.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스’의 주인공 셜록 홈스는 탐정의 대명사로 불린다.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 홈스는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 드라마에서 셜록 홈스는 살인·절도·실종사건 등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을 맡아 깔끔하게 해결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셜록’이 큰 인기를 끈 이유로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인터뷰에서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탐정의 능력을 사람들이 본받고 싶다고 여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흥신소 취업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취재를 위해 처음 흥신소에 접촉을 한 것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흥신소’ ‘심부름센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50개에 달하는 사이트가 검색됐다. 주로 ‘○○기획, ○○대행’과 같은 회사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는 흥신소가 많았다. 흥신소는 심부름센터나 컨설팅업체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다. 먼저 흥신소 업체 명단을 정리한 뒤 차례대로 전화를 걸어봤다.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수화기 너머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흥신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자 그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무섭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른 한 업체에서는 거절 이유를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했다.
   
   “음식집이라면 홍보 차원에서 취재에 응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취재에 협조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흥신소가 하는 일이 궁금하겠지만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다.”
   
   흥신소들로부터 잇따라 거절당하자 오기가 발동했다. 50개 업체와 접촉한 끝에 업체 3곳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3곳 가운데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A기획사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단 면접을 한번 보겠다는 것이다. 면접 장소는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기자가 먼저 도착해 카페에 앉아 있는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훤칠한 외모의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 남성은 기자에게 “그동안 통화했던 A기획 김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전화통화에서 받았던 느낌과는 달리 깔끔한 인상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고 사설탐정 경력은 6년이라고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다. 그는 흥신소에서 일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을 쫓거나 남의 뒤를 캐는 일이 많다 보니 ‘배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다. 신뢰를 깬 직원 때문에 흥신소 문을 닫는 일이 허다해서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호기심’은 갖지 말아야 한다. 각계각층으로부터 사건을 맡다 보면 자연스레 의뢰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경찰이 자신의 아내의 불륜현장을 잡아달라고 하거나 국회의원 딸이 사건을 맡긴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호기심은 의뢰인과의 관계를 끊기게 만든다.”
   
   기자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김 사장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김 사장은 주머니에서 세 개의 휴대전화를 하나씩 꺼내 들며 응대했다. 상담전화가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다 보니 업무용 휴대전화도 여러 개라고 했다. 기자는 어쩔 수 없이 김 사장이 전화를 건 의뢰인에게 하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경력, 집주소 등은 손쉽게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사는 아파트만 알면 ‘주민 명부’를 통해서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정보는 확인해주는 업체가 따로 있어서 우리도 의뢰를 해야 한다. 정보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은 평균 수십만원 정도인데, 불법이므로 가급적 하지는 말라.”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니 놀라웠다. 이들은 대체 개인정보를 어떻게 손에 넣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개인정보는 흥신소에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업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누군가의 카드 사용내역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그 업자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정보를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심지어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내 개인정보를 언제든지 수집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김 사장은 대화를 끝내며 이렇게 말했다.
   
   “흥신소 업무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 같이 일을 해보면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다음주에 문자로 출근 장소를 알려주겠다.”
   
   
▲ 흥신소 직원이 의뢰인에게 전송할 사진을 찍고 있다.

   실종·불륜증거 수집해주는 만능해결사
   
   일주일 뒤 김 사장으로부터 출근 장소가 적힌 문자가 날아왔다. 그곳이 바로 대구광역시 수성구 ○○동이었다. ○○동의 한 건물로 향했다. 오후 5시가 넘어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자 건물 간판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근 장소는 모텔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5층짜리 원룸 건물이었다. 기자가 건물 주위를 돌며 어슬렁거리자 잠시 후 검은색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김 사장이 내렸다. 김 사장은 신입사원인 기자에게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40대 재력가가 마음에 두고 있는 한 20대 여성의 하루 일과를 알고 싶어한다. 아마도 술집에 다니는 그 여성이 재력가의 제안이나 만남을 거절한 것 같다. 여기서 일주일간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보고하면 된다. 그 여자는 술집에서 일하고 있어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여자의 얼굴 사진만 휴대폰으로 전송받았을 뿐이다.
   
   김 사장을 따라 검은색 차에 올라타자 다른 직원 2명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자신을 신 실장과 박 실장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모두 김 사장과 중·고교 동기동창들이다. 신 실장은 “이 여성은 술집에 8시 이후에 출근하기 때문에 일단 차 안에서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차 안에서 뻗치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첫 업무가 시작됐다. 이들은 무슨 인연으로 흥신소 일을 하게 됐을까. 김 사장의 말이다.
   
   “25살 때 돈가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주방아주머니의 남편이 흥신소 대표였다. 주방아주머니를 통해 흥신소에 대해 알게 됐는데, 호기심이 생기더라. 그렇게 시작한 흥신소 일이 지금은 직업이 됐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신 실장은 “나와 박 실장은 그동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인데 친구인 김 사장을 따라서 이 업계에 몸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흥신소 업계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이 꽤 컸다.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에 대해 김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은 경찰서를 찾아가기 힘든 경우나 경찰이 해결해주지 않을 때 오는 경우가 많다. 일단 경찰은 명백한 증거나 증언이 있을 경우 조사를 시작한다. 경찰이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사설탐정은 필요 없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증거를 찾아주거나 억울한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역할이다.”
   
   A기획사의 경우 사건을 의뢰하는 비용은 1주일 기준으로 250만원 내외다. 수임료는 업체마다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흥신소에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의 종류는 불륜, 미아 찾기, 특정인 거주지 파악 및 감시 등 다양하다. 기업 전문 흥신소도 있는데, 기업 스파이를 색출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빼돌리는 일을 한다. 이런 일은 수임료가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넘어간다고 한다.
   
   사설탐정은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에서 공식적인 직업이다. OECD 국가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민간조사원이 전문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가 탐정업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일본 사설탐정의 수임 건수는 연간 250만건에 이른다.
   
   OECD 다른 국가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은 1850년 앨런 핑커튼이 최초 탐정업체를 설립한 후 보안업체 형태로 발전했다. 탐정업은 변호사의 조력자 또는 동반자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각 주마다 탐정업에 대한 법규가 다르다. 영국은 면허 또는 자격의 유무와 관계없이 탐정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는 1983년 ‘안전확보를 위한 사적활동에 관한 법률’을 통해 신고만으로 누구든지 탐정을 직업으로 할 수 있었는데 2003년부터는 ‘국내치안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자격제로 전환됐다.
   
   
▲ 흥신소 직원이 차량으로 한 남성의 뒤를 쫓고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제외한 OECD 국가 공식 직업
   
   한창 대화를 나누는 도중 한 배달원이 문제의 원룸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룸은 1층 현관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김 사장이 기자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다. “현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배달원이 나오면서 1층 현관문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주민인 척 들어가시라. 그 여자 집이 ○○○호인데 들어가서 복도와 집 위치를 사진으로 찍고 오면 된다.”
   
   잠시 후 배달원이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현관문이 열리는 틈을 이용해 기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호수에 적힌 층으로 올라가 건물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사진을 찍은 뒤 내려와 차량으로 복귀했다. 김사장은 스마트폰 사진을 통해 건물 내부 구조와 집 위치를 확인한 뒤 건물 바깥을 돌면서 그 여성의 집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지를 확인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여성의 집 창문에 불이 켜졌다. 한 시간쯤 뒤 한 여성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유난히 하얀색 피부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은 키가 165㎝ 정도 돼 보였다. 영상 5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는 몸매가 드러나는 딱 달라붙는 검은색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 봤던 여성이 분명했다. 잠시 후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원룸 앞에 멈추더니 그 여성을 태우고 출발했다. 우리 팀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단지 차량의 뒤를 쫓을 뿐인데도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신소 직원들은 표정 변화조차 없었다. 직원들에게 차량을 뒤쫓는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워 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신 실장은 거침없이 여성이 탄 차 뒤로 따라붙었다. 기자가 들키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신 실장은 “처음이라 그런 생각이 들 텐데 막상 들키는 경우는 없으니 걱정 말라”면서 “만약 눈치 챈다고 하더라도 천연덕스럽게 발뺌하면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그래도 기자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5분 뒤 여성을 태운 차량은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켜진 유흥가 거리에 섰다. 우리 팀도 그 옆으로 차를 세웠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 실장은 차에서 내려 주점으로 들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김 사장은 “술집 마치는 시간이 보통 새벽 2~3시니까, 그때까지는 그냥 여기서 저 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지루함도 견디는 게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가 되자 주점 간판에 불이 꺼졌다. 잠시 후 여성이 주점 밖으로 나와 아까 탑승했던 흰색 차량에 탔다. 신 실장이 다시 운전대를 잡고 그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흰색 차량의 방향은 여성의 집이었다.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어 의뢰인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첫날 일과를 마쳤다.
   
   둘째 날 업무 역시 그 여성이 사는 원룸 앞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사장은 지도를 펼쳐 놓고 원룸에서 그 여성이 일하는 주점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동선을 파악했다. 김 사장은 “집과 출근 장소를 알면 지도를 통해 길을 익혀서 미행을 할 때 들키지 않고 여유롭게 따라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늦은 시각에 주점으로 출근했다. 새벽 2시가 넘자 여성이 일하는 주점 앞으로 외제차 한 대가 섰다.
   
   잠시 후 여성이 주점에서 나오자 외제차에서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내렸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포옹을 한 뒤 함께 차에 탔다. 이 남성은 셋째 날에도 주점 일을 마친 여성을 태우러 왔다. 김 사장은 이 사실을 사진과 함께 의뢰인에게 문자로 전송했다. 김 사장은 기자에게 “이제 흥신소 일이 어떤지 대충이라도 감이 잡히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사장은 “내일부터는 지금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을 맡으셔야겠다”면서 “오후 3시까지 서울 용산구의 ○○빌딩으로 오시라”고 했다.
   
   넷째 날, 김 사장이 말한 서울 용산구의 한 빌딩으로 찾아갔다. 빌딩 앞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김 사장의 차량이 보였다. 김 사장은 차량 창문을 내리고 기자에게 타라는 손짓을 했다. 김 사장은 한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부부인데, 남편이 부인에게 이혼해달라고 통보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이 빌딩에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 남편이 현재 지내는 장소와 불륜 대상과 불륜 모습 등을 촬영한 뒤 아내에게 보고하면 된다.”
   
   

   간통죄 폐지 이후 고객 늘어
   
   오후 6시가 되자 김 사장은 “회사 입구에 서 있다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따라가서 차에 타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라”고 말했다. 잠시 후 빌딩에서 퇴근을 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니 몸이 덜덜 떨렸지만 시선은 빌딩 입구에 고정했다. 그때 사진에서 본 남성이 빌딩 밖으로 나와 회사 주차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남성은 자신의 차량을 회사가 아닌 주변의 야외주차장에 주차를 해놓았던 것이다. 남성은 자신의 차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 사장은 “오늘 할 일은 다 했다”면서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불륜 증거를 수집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으시라”면서 웃었다. 단지 남성의 차량만 확인했을 뿐인데 “오늘 할 일은 다 했다”는 김 사장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의문은 다음 날이 돼서야 풀렸다.
   
   다음 날 나는 남성이 차를 주차해 놓았던 그 야외주차장으로 출근했다. 김 사장은 “이미 작업을 마쳤으니 그 남성이 차를 타고 출발하면 추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자 퇴근을 한 남성이 자신의 차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왔다. 김 사장은 휴대전화를 꺼내 내비게이션앱을 작동시켰다. 휴대폰 화면에 펼쳐진 지도에는 빨간색 점 하나가 깜빡깜빡거렸다. 남성이 차량을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내비게이션의 빨간색 점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뢰인이 남성의 차량에 GPS를 설치해 둔 것이었다. 김 사장은 “남편의 차량이 의뢰인인 아내의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제 남성의 차량과 주차된 위치만 확인한 건 의뢰인에게 남편 차량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의뢰인은 오후에 와 GPS장치를 남편 차에 부착했다. 도심에서는 신호에 걸리거나 차량 정체와 같은 변수가 생기면 추적에 실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GPS를 이용하면 쉽고 정확하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가급적 우리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작동시킨 내비게이션으로 남성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남성은 한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로 들어간 남성은 나오지 않았다.
   
   여섯째 날도 남성의 뒤를 쫓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퇴근을 한 남성의 목적지는 어제 갔던 그 아파트였다. 아파트로 들어간 남성은 자정이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김 사장은 아파트 우편물함을 살펴봤다. 우편물의 수취인을 보니 남성이 들어간 집의 주인인 듯했다.
   
   이날도 김 사장의 휴대폰의 벨소리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김 사장은 하루에만 수십 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것부터 불륜증거를 수집해달라는 의뢰까지 사건의 종류는 다양했다.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이 의뢰하는 일들은 각각 달랐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경찰서를 찾아가기 어렵거나 경찰이 일을 해결해주지 않을 때 흥신소를 찾아왔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오히려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경찰이 불륜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오히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로는 위자료 때문에 배우자의 불륜증거를 수집해달라는 의뢰인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흥신소에서 증거수집을 해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불륜은 증거가 확실해야 위자료도 많이 챙길 수 있고 민사소송 승소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건·사고의 조사를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는 변호사의 권한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증거수집을 하는 일은 번거롭고 힘들다”면서 “의뢰인이 흥신소에서 가져온 증거자료를 토대로 하면 훨씬 편하고 각종 민사소송 승소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날, 김 사장은 “오늘은 그 남성이 퇴근 후에 가는 아파트 앞으로 오시라”고 말했다. 김 사장과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를 시작했다. 오후 6시가 넘어 해가 질 무렵 차량 한 대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왔다. 흰색 차에서 한 여성이 내리더니 남성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김 사장은 그 여성의 사진을 찍어 의뢰인에게 전송했다. 잠시 후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의뢰인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돼 있었다. 한참을 울부짖던 의뢰인은 “그 여자는 남편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다른 부서의 여성”이라며 “오늘이 회사 월급날이니 분명 집에만 붙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퇴근을 마친 남성은 어김없이 그 아파트로 들어갔다. 한 시간 뒤 남성은 그 여성과 함께 팔짱을 낀 채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했다. 불륜 증거를 잡는 것으로 흥신소 7일 체험은 마무리됐다. 사설탐정이 돼서 들여다보니 여러 사연을 갖고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경찰이 억울한 사건들을 전부 해결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업무량은 한계가 있다. 사기나 고소의 80% 이상이 형사사건이 아닌 단순채무불이행 등의 민사사건이다. 이런 사건들은 경찰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불기소 처리되고 있다. 각종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사설탐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이 하기 힘든 일을 탐정들이 맡는다면 경찰의 치안유지나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공인탐정제도가 도입되면 사설탐정업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대형 로펌이나 정보력을 가진 대기업이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흥신소 업계는 공인탐정제도가 실현되는 것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김 사장의 말이다. “사설탐정업이 합법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 이유는 더 이상 흥신소가 부정적인 이미지와 불법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수요를 외면하지 말고 양성화해서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불법영역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한다.”
등록일 : 2017-12-06 08:35   |  수정일 : 2017-12-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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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 2017-12-06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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