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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밀집사육의 덫

글 | 배용진 월간조선 기자

▲ 출하를 앞둔 비육돈. 생후 6개월 정도면 출하된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지난 8월 28일 충남 홍성군 은하면에 들어서자 가축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축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냄새가 실려왔다.
   
   멀리서 맡아도 이 정도인데 축사 내부는 얼마나 냄새가 심할지 미리부터 겁이 났다. 홍성군은 국내 최대 양돈단지다. 홍성에서 키우는 돼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4만3174마리에 달한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돼지 1043만여마리 가운데 5%를 넘는 숫자로, 단일 지자체로는 가장 많다. 인근 보령시와 합치면 국내 돼지의 약 10%가 이 일대에서 크고 있다. 한 농가에서 5000마리 이상의 돼지를 키우는 대형 농장도 14곳이나 있다.
   
   홍성군 은하면 덕실리의 동산농장은 국내 대형 양돈농가의 전형과 같다. 축사만 17동에 무려 7800두의 돼지를 키운다. 동산농장 입구에 세워진 회색 기둥에는 붉은 글씨로 ‘출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었다. 아래에는 ‘농장 내 방역상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작은 글귀가 있었다. 옆에는 ‘당 농장은 HACCP SYSTEM(양돈장 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을 준수하고 있으므로 방문자는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무단 출입을 삼가 달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최근 양계농가에서 터진 ‘살충제 계란파동’을 의식해서인지 양돈농가 역시 관리가 한층 더 엄격해진 듯했다. 돼지는 닭과 같이 밀집사육 방식으로 키우는 대표적 가축이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17년 6월 말 기준 농가당 평균 돼지사육 두수는 무려 2299마리에 달한다. 동산농장 대표인 이희영씨는 12년 전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았다. 이희영 대표는 “다른 지역에선 이 정도 규모면 꽤 큰 농장이라고 하지만 홍성에선 묻혀서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바로 옆(보령시) 천북면에도 돼지를 3만두씩 키우는 농장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옷에 냄새가 밸 테니 이걸 겉에 입으세요.” 축사에 들어서기 전, 이 대표가 흰색 비닐옷을 기자와 사진기자에게 한 벌씩 나눠줬다. 가벼운 비닐옷은 점프수트처럼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에 머리까지 가릴 수 있도록 모자가 달려 있었다. 돼지 분뇨가 묻을 것에 대비해 남색 장화까지 한 켤레씩 갖춰 신고 이 대표를 따라 축사에 들어갔다.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일하는 이 농장은 돼지들을 종돈, 임신모돈, 비육돈 등 사육 개월 수와 사육 목적에 따라 5가지 단계로 나눠 키우고 있었다. 사육 개월 수에 따라 축사 내부 온도와 바닥 구조 등을 달리한다. 갓 젖을 뗀 새끼돼지들이 모여 생활하는 축사의 내부 온도는 섭씨 31도였다. 비닐옷을 입고 안에 들어서니 땀이 났다.
   
   갓 새끼를 낳은 돼지와 새끼돼지들이 함께 생활하는 축사로 들어섰다. 가운데 누워 있는 분홍색 어미돼지가 10여마리의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어미돼지는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금속제 우리인 스톨(stall)에 갇혀 있었다. 이 대표는 “어미돼지가 돌아다니면 우리가 좁아 새끼돼지가 깔려 죽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새끼를 낳은 돼지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한 달 반 정도까지 스톨에 가둬 키울 수 있도록 한다.
   
   
▲ 추출해낸 돼지 분뇨를 톱밥과 섞어 말리는 곳.

   축사가 커지는 이유
   
   축사 내부는 생각보다 분뇨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된 축사 바닥은 촘촘하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쉴 새 없이 먹고 싸는 돼지들의 배설물 대부분이 아래로 빠지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아래쪽에 분뇨가 어느 정도 차면 기계가 배설물을 쓸어 한곳으로 모은 후 처리시설로 집하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돼지들은 어미돼지와 함께 지낸다. 어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좋아하지만 어린 돼지들은 냉기에 약하기 때문에 축사 온도는 중간 정도로 설정되어 있었다. 축사 양쪽 벽 윗부분은 뚫려 있어 환기가 잘 되는 구조였다. 벽면 곳곳에 대형 선풍기가 상시 가동되면서 냄새를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출하를 앞둔 비육돈 축사에 들어갔다.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 나이가 된 돼지들이 생활하는 축사다. 비육돈 축사는 어미돼지와 새끼돼지가 함께 생활하는 축사보다 온도가 높고 냄새가 좀 더 심했다. 하지만 돼지들은 깨끗한 모습이었다. 스톨에 갇혀 있지도 않았다. 우리 하나의 크기가 훨씬 크고 많은 돼지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돼지들은 가운데 설치된 사료통에서 사료를 먹고 우리에 설치된 수도꼭지에서 쉴 새 없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마시는 물 양보다 흘리는 물 양이 더 많아 보였다. 여기서 출하된 비육돈의 절반 정도는 국내 대형 식품기업에 납품하고, 절반 정도는 지역의 중·소형업체에 납품한다. 가격의 경우 대기업이 더 후하게 쳐주지만, 구제역이나 기타 전염병이 돌아 수도권으로 물량이 움직이지 못할 때를 대비해 판로를 다변화해뒀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동산농장의 경우, 돼지를 키우는 축사 건물만 17동이 있고 분뇨처리시설이 들어선 건물 등을 합치면 전체 시설은 21동이다. 양돈업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분뇨처리다. 돼지의 똥, 오줌, 마시다 흘리는 물 등이 모두 고농도의 폐수로 나온다.
   
   축사가 갈수록 대형화되는 이유는 분뇨처리 때문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가축분뇨가 섞인 폐수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부유물질량 등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도록 정화해야 방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산농장이 있는 충남 홍성군의 경우 축산폐수배출시설의 설치허가를 받은 축산업자라 해도 BOD 150ppm 이하의 물만을 방류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양돈농장의 규모가 커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분뇨처리과정을 마친 방류수.

   “이걸 처리하려고 하면 최소한 농장의 기본적인 규모가 3000두는 되어야 해요. 그 밑에서는 독자적인 처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농장이 커지든지 아니면 위탁으로 처리하면서 소규모로 하는데 그러다 보면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되죠. 저희가 지금 7800두인데 1만두로 늘린다 해도 사람은 두 명만 더 쓰면 돼요.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도 땅만 있으면 무조건 규모를 늘리죠. 사람 둘만 투자하면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는데요.”
   
   실제 ‘공장식 밀집사육’은 통계로 뚜렷이 확인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9.7㎏에서 11.6㎏으로 늘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량도 각각 19.2㎏에서 24.1㎏, 11.6㎏에서 13.8㎏으로 증가했다. 반면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 수는 줄고 있다. 자연히 한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 수는 급증세다. 한·육우의 경우 농가당 사육마릿수는 1990년 평균 2.62마리였지만 2010년에는 16.86마리로, 2017년(2분기 기준)에는 다시 31.5마리로 늘었다. 1990년 농가당 34.05마리를 키우던 돼지는 2010년 1237.63마리로, 2017년에는 2299마리로 늘었다. 닭은 같은 기간 462.5마리에서 4만1051.88마리로, 2017년 5만3893마리로 급증했다.
   
   
▲ 충남 홍성 동산농장에 설치된 분뇨처리시설. 소규모 농가의 경우 농장 내에 갖추기는 어렵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지난해 돼지 농장서 4명 사망
   
축산업의 경우 농장 규모가 대형화되면 생산성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무여건도 좋아진다. 농장 규모가 작으면 사람이 직접 정화조에 들어가 삽으로 똥을 치워야 한다. 자주 들어가지 못하는 만큼 축사 환경도 더러워진다. 반면 규모가 큰 농장은 기계를 설치해 똥을 주기적으로 치우면 된다. 돼지똥을 사람이 직접 치우는 것은 더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작업이다.
   
   현재 양돈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다. 한국 사람은 위험하고 더러운 돼지농장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12일 경북 군위의 한 양돈장에서는 축사에서 돼지 분뇨를 치우던 네팔 국적의 노동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농장은 돼지 4000마리를 키우는 대형 농장으로 평소 기계로 돼지 오물을 치웠지만, 그날은 기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근로자들이 정화조에 직접 들어가 똥을 치우다 사고를 당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돼지 7000마리를 키우는 경기 여주의 양돈장에서도 중국 국적과 태국 국적의 노동자가 황화가스에 질식해 쓰러졌다. 임신한 어미돼지 방 아래 배설물이 빠지는 통로를 뚫으러 직접 내려갔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기계나 사람의 힘을 통해 배출된 폐수는 정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양돈농가에서 돼지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활성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기계를 통해 빼낸 똥을 생물학적·화학적으로 처리하면서 축산 폐수를 정화하는 방법이다. 폐수에서 추출해낸 배설물을 말려 유기질 비료를 만들고, 남은 물에 미생물을 투입해 잔여물을 분해한 후 다시 미생물을 추출해낸다. 이 과정을 거친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동산농장의 경우 최종 방류되는 물은 5ppm이하의 물이 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분뇨처리시설을 갖추고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 대표의 말이다.
   
   “분뇨처리시설 하나당 작은 농장 한 개 지을 정도의 돈이 들어요. 그래서 큰 농장은 자꾸 커지고 작은 농장은 못 견디는 거예요. 분뇨처리시설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요금은 또 어떻고요. 국가에서 농장을 거저 지어준다고 해도 작은 농장은 유지가 불가능해요. 근데 그런 게 아니면 말 그대로 똥돼지가 되는 거죠. 최종적으로는 물에 닦아서 도축해서 먹겠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잘 커야 돼지도 좋고 고기도 맛이 있죠.”
   
   분뇨처리시설 옆에는 1차로 추출해낸 분뇨를 모아 톱밥과 섞은 뒤 말리는 건물이 보였다. 폐수에서 추출된 돼지 똥을 고압 선풍기로 바람을 쐬면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리면 양질의 비료가 된다. 이 대표는 “우리 농장은 위탁처리시설에 맡기지만 규모가 더 큰 농장의 경우 직접 비료까지 만드는 농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은 밀집사육을 줄이고 방목사육을 늘리는 것이 밀집사육 문제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문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농장 허가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축산 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고성화 홍성군청 허가건축과 팀장은 전화통화에서 “군청을 직접 찾아와 축산농가의 악취·소음 등을 호소하는 민원인이 매주 10명 이상”이라며 “동네 주민이 생계형으로 소규모 양돈농가 허가를 신청할 경우가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이어 “농장주들 간의 경쟁도 있고, 기업형 대규모 농장을 허가하면 특히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다른 지자체의 경우도 대부분 비슷한 추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밀집사육하는 축사의 경우도 허가가 나지 않는데 방목형 목장이 허가받는 길은 요원하다.
   
   양돈업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문제가 가장 크다. 사육밀도가 낮아지면 축산물 단가는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2005년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소속으로 ‘가축사육밀도가 축산경영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쓴 권두중 박사는 해당 논문에 “사육밀도를 완화하면 사육두당 소득은 증가하지만 단위면적(㎡)당 농가소득은 감소한다”고 썼다. 현재 은퇴한 권두중 박사는 전화통화에서 “당시 정부 부처로부터 의뢰받아 연구를 수행했다”며 “10년도 넘은 논문이지만 이후 특별히 사육밀도 관련 연구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들. 서열다툼으로 인한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에 각각 나눠 가뒀다.

   “돼지 사육은 시설 싸움”
   
   양돈업자들이 돼지를 밀집시켜 사육하는 이유는 갈수록 돼지에 시설 투자를 늘리는 최근 추세의 영향도 있다. 최재관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 흔히 ‘돼지는 시설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돼지가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추위로 에너지를 많이 쓰면 그만큼 생산성에 손실이 오죠. 돼지가 쾌적한 환경에서 잘 자라야 사육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경제력이 되는 분들은 아예 대규모로 축사를 지어 제대로 시설을 갖추고 사육하는 편입니다.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려운 만큼 기존 업자분들이 기존 축사를 리모델링해 사육을 하는 경우가 많죠.”
   
   이처럼 시설 환경이 개선되는 데다 육종이 개량되면서 돼지를 출하하는 시점도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비육돈의 경우 대부분이 요크셔(Y), 랜드레이스(L)의 교배종에 고기맛이 좋은 듀록(D)의 정액을 주입한 YDL종이다. 새끼를 많이 낳으면서도 젖이 많이 나오고 강건하며 성장이 빠르다. 태어난 지 180일 정도면 몸무게가 115㎏을 넘는다. 생후 2~3년이 돼도 80~90㎏ 수준인 재래종 돼지와는 성장 속도의 차이가 많이 난다. 닭의 경우는 더욱 빨라서 삼계탕용 육계는 생후 35일이면 출하가 된다.
   
   축산업자들은 이렇듯 공장식 밀집사육의 불가피함을 호소하지만 밀집사육으로 인한 폐해는 분명하다. 밀집사육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농장에서 많게는 수십만 마리의 산란계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우리에 가둬 키우면서 진드기를 막기 위해 살충제를 기준치 이상으로 뿌리거나 사용 금지된 약물을 사용해 문제가 커졌다.
   
   밀집 사육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의 주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가축 전염병은 빈발하고 있다. 2010년에는 구제역으로 약 354만마리의 소와 돼지를 땅에 묻어야 했고, 지난해 12월 초에는 AI가 발생하면서 올 초까지 무려 3800만 마리가 넘는 숫자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당시 처음으로 AI 확진 판정이 나온 세종시 전동면의 한 양계농가에서는 무려 70만3000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었다.
   
   밀집사육을 하는 농가에서 가축분뇨가 섞인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가축분뇨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중·소형 농가인 경우가 많다. 분뇨를 위탁처리하는 비용을 줄이려 폐수를 몰래 버리다 적발되는 것이다.
   
   공장형 밀집사육의 폐해가 지속되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동물복지형 농장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22일 동물복지형 농장을 현재 8%에서 2025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축산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의 개선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89곳(1033만5000마리)이다. 국내 전체 농장 1456곳 중 6% 정도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국내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수익성 위주에서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축산에 신규 진입하는 농가는 내년부터 유럽연합(EU) 기준 사육밀도(마리당 0.075㎡)나 동물복지형 축사(평사·방사·개방형 케이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기존 축산농가에 대해서도 EU 기준 사육밀도 준수 의무화 시기를 기존 2027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문제다. 동물복지농장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한다. 돼지의 경우 짚, 나무 조각 등 돼지가 코로 파헤치고 발로 긁고 씹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해야 하고 60㎏이 넘는 돼지의 경우 마리당 최소 1㎡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 산란계의 경우에도 폐쇄형 케이지 사육이 제한되고 닭 1마리당 15㎝ 이상의 횃대가 제공되어야 하는 등의 다양한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은 생산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2~3배 가격이 비싸다. 현재 개당 100원 안팎인 1개당 생산 단가가 250~300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자연히 소비자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 갓 태어난 새끼돼지들이 젖을 먹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돼지가 우리를 먹여살린다”
   
   최근에는 축사에 에어컨을 달아 돼지를 시원하게 해주는 농장도 등장하고 있다. 홍성군 결성면에서 돼지 7800마리를 키우는 이도헌씨가 경영하는 성우농장 얘기다. 돼지는 온도에 민감하다. 땀샘이 없고 전체가 피하지방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더위에 약하다. 사람으로 치면 외투를 입고 있는데 땀을 흘리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임신한 돼지나 새끼돼지의 경우는 밀집사육의 영향으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면 스트레스로 인해 사료를 먹지 않고 폐사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2013년 귀농한 이도헌 대표는 돼지 2000마리가 사는 대형 축사 한 동에 에어컨을 설치하느라 수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현재는 돼지들이 생산성으로 보답하고 있다. 성우농장은 어미돼지가 비육돈을 몇 마리나 낳는지 등을 평가하는 대한한돈협회의 생산성 지표(MSY)에서 최근 전국 1%에 들었다. 이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농장의 모토는 ‘돼지가 우리를 먹여살린다’입니다. 동물한테 사람과 비슷하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거예요. 더우면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고, 낮에는 밝게, 잘 땐 어둡게 해주는 거죠. 저희도 영리기업이니 손해는 보면 안 되지만, 매년 이익이 나면 돼지에 어느 정도 시설 투자를 해요. 처음에 빽빽한 이코노미석 수준이었다면, 수익이 날 때마다 돼지가 갇혀 있는 스톨을 넓혀주는 식이죠. 하지만 동물복지도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거고 농장 경영능력과 생산성이 우선이죠. 동물복지라고 해서 모든 농장에 강요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등록일 : 2017-09-07 13:15   |  수정일 : 2017-09-0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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