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출산하면 120만원 지급!...‘육아복지 특별시’ 세종시의 고민은?

글 | 김태형 주간조선 기자 2016-03-19 오전 9:47:00

▲ 지난 3월 4일 세종시 조치원읍에 거주하는 주부 최순옥씨가 자택을 방문한 보건소 간호사에게 아기마사지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20대 주부 이소연씨는 지난해 첫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대전에서 세종시 조치원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세종시의 출산 지원 제도가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이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씨가 딸을 출산하고 받은 출산장려금은 120만원. 거기다가 2년간 양육수당으로 매달 20만원도 나온다. 이씨는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영양플러스 사업’ 혜택도 받고 있다. 검진 결과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에게는 한 달에 한 번 달걀, 현미, 콩 등 각종 식재료가 집으로 배송된다. 물론 무료다. 덕분에 생활비 가운데 식비지출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방문하는 보건소 간호사 2명에게 무료 교육도 받고 있다. 아기 다루는 방법에 서투른 이씨를 위한 수유와 아기마사지법이다. 이씨는 세종시로 이사 온 것에 대해 만족감을 넘어 감사의 마음까지 느끼고 있다. 이씨는 “대전에 사는 친구들에게 세종시 이사를 권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엄두가 나지 않던 둘째 계획까지 세울 정도”라고 말했다.
   
   2012년 7월 1일 전국 17번째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출범한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됐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90명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이는 전국 최저 수준인 서울 1.00명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은 1.24명이다.
   
   또한 세종시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31.1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전국 평균 연령이 40.7세임을 감안하면 무려 10살 가까이 어리다. 이는 세종시에 살림을 차리는 신혼부부가 계속 늘고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세종시에 접수된 연간 혼인신고 건수를 보면 △2012년 634건 △2013년 743건 △2014년 920건 △2015년 1300건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세종시에 둥지를 튼 신혼부부가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아인구 비율도 세종시는 높은 편이다. 올해 3월 기준 세종시의 0~5세 인구는 1만5280명으로 전체 22만명 가운데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세종시로 전입하는 인구도 계속 늘고 있다. 2015년에만 세종시로 이사 온 순유입 인구는 5만3000명이 넘는다. 2012년 11만5388명이었던 인구가 해마다 증가해 2015년 21만명을 돌파했다.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인구가 폭증한 것이다. 주변 충청권 인구가 세종시로 몰려들고 있어 ‘세종시 블랙홀’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세종시에 신혼부부들이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출산장려정책 때문이다. 다른 시도에서는 비교가 힘들 만큼 세종시에서 아이를 낳기만 하면 ‘복지의 선물세트’가 주어진다. 이제 복지에 관한 한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특별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출산장려금 전국 최고 수준
   
   지난 3월 4일 세종시 아름동 주민센터. 아름동은 세종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동네다. 세종시 인구 22만명 가운데 30%가 넘는 7만여명이 살고 있다. 세종정부청사와 4㎞ 정도 떨어져 있는 아름동 주민센터에 기자가 방문한 시각은 오후 3시. 주민센터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북적였다. 앉을 자리가 모자라 번호표를 뽑고 선 채로 민원처리를 기다리는 대기인원만 100명이 넘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민원을 접수하러 온 부모들이 족히 20명은 넘어 보였다. 그 사이로 임신부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센터 직원 5~6명이 100명이 넘는 민원인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이곳에서도 가장 많이 접수되는 민원은 출생신고와 전입신고. 주민센터의 한 직원은 “오후 6시 마감시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번호표를 뽑는 기계에 테이프를 붙여 더 이상 접수를 받지 못하게 한다”며 “그래도 그 이전에 접수한 사람들의 민원을 모두 처리하면 밤 8시가 넘기 일쑤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접수된 민원까지 처리하다 보면 밤 10시를 넘겨 퇴근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주민센터에서 만난 30대의 한 주부는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며칠 뒤에 세종시보건소로 출산장려금 신청을 하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시보건소. 세종시의 출산 지원책을 담당하는 보건소 2층 출산대책부서 앞에는 4~5쌍의 신혼부부가 출산장려금을 신청하거나 산후관리사 서비스 신청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저마다 신청서를 작성하며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종시 보건소 저출산대책과 신은경 주무관은 “하루에도 최소 10명 이상이 출산장려금을 신청하거나 산후관리사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며 “각종 출산장려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받으려는 산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청주에서 세종시로 거처를 옮겼다는 30대 주부 박씨는 “출산장려금을 신청하러 왔는데 쌍둥이라 장려금을 두 배로 받게 됐다”며 “아직 본격적으로 혜택을 누리진 않았지만 세종시가 정책이 많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세종시에서 만난 산모들은 한결같이 “혜택이 생각보다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산모들이 가장 반기는 출산장려책은 출산장려금이다. 첫째 자녀를 출산하면 한 자녀당 120만원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첫째 자녀 출산장려금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세종시에서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 출산일을 기준으로 부모가 세종시에 거주해야 한다.
   
   현재 17개 시도 중 첫째 자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곳은 강원도(50만원 내외), 대구광역시(20만원), 인천광역시(50만원) 등이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광역지자체들은 첫째가 아닌 둘째를 낳을 때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구별로 다르지만 2015년 기준 첫째 자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곳은 서대문, 용산, 마포구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0만원이 전부였다.
   
   세종시에서는 가정산후관리사 파견 서비스도 산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로 이 또한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산모가 보건소에 서비스 신청을 하면 출산 후 10일간 전문 산후관리사를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산후관리사는 산모의 집에서 육아보조 및 음식조리를 주로 담당한다. 무료는 아니지만 산후관리사 비용(84만원) 중 절반 이상을 시가 지원해 준다. 소득수준에 따라 30만원 내외를 산모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세종시 보건소에서는 첫 출산을 앞둔 산모나 고위험 출산모 등을 대상으로 가정방문 서비스도 하고 있다.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이 한 팀을 이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해 각종 육아정보를 제공하고 산모를 보살핀다.
   
   세종시를 ‘산모들의 천국’으로 만든 데 일조한 이색 인터넷 카페도 있다. 2012년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세종맘’ 카페로 현재 회원 수가 4만8000명이 넘는다. 말 그대로 세종시에 거주하는 모든 엄마가 가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종맘 카페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목소리’로 통하고 있다. 세종맘 카페 운영자는 “세종맘 카페는 시청이나 보건소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요구와 민원들을 반영해 여러 행사와 봉사를 실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맘 카페 운영자는 2012년부터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학부모다. 실제 세종맘 카페에 들어가 보면 각종 게시판에 엄마들의 상담이 가득했다. “아이가 자라 필요 없게 된 옷 주실 분을 찾는다”부터 “추천 유치원과 병원이 어디냐” 등 소소한 질문들이 많았다. 세종맘 카페를 통해 주부들이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을 교환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 지난해 10월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행복축제’에서 인형을 활용한 ‘아빠 육아 체험’ 현장. photo 세종시 보건소

   주부들의 대변인 ‘세종맘’ 카페
   
   지난해 10월 세종맘 카페는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복한 임신, 출산, 육아’라는 슬로건으로 행복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출산교실, 벼룩시장, 어린이 사생대회 등 각종 프로그램으로 이틀간 진행됐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주최한 행사에 세종시 보건소도 참여했고 이춘희 세종시장이 축제를 격려하기 위해 다녀갈 정도였다. 2만명이 넘는 인원이 행사에 참여할 만큼 행복축제는 대성공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가 이런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던 건 많은 회원 수 덕분이다. 카페 운영자는 “당시 행사 비용은 세종맘 카페를 통해 광고를 하는 지역 상인과 기업들의 협찬으로 충당했다”고 말했다.
   
   산모들의 환호를 받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세종시 출산장려정책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째 아이부터 지급되는 출산장려금 120만원이 너무 많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세종시가 처음부터 출산장려금을 파격적으로 지급한 것은 아니다. 2012~2014년에는 첫째 출산 시 30만원, 둘째부터 120만원을 월 10만원씩 12개월 분할로 지급했다. 그러다가 인구유입과 출산장려를 위해 2015년부터 자녀 수와 상관없이 첫째부터 일시불로 12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이 정책을 통해 지급된 예산은 30억원에 이른다. 세종시는 신청자가 자꾸 늘고 있어 올해에는 37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출산장려금만을 노린 이른바 ‘먹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종시가 출산장려금 지급에 거주 기간 조건을 달지 않고 있어 아이만 세종시에서 낳고 바로 이사 가는 먹튀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생신고 당시 세종시로 위장전입해 출산장려금을 받고 다시 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출산장려금 수령자 2197명 가운데 혜택을 받고 타 시도로 전출한 자가 121명으로 5.5%에 이르렀다. 세종시의 지인이나 부모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실제는 거주하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먹튀족은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 보건소는 올해부터 아이 출생일 기준 6개월 전부터 세종시에 거주했던 주민들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갑자기 인구가 늘다 보니 교육시설 부족도 골칫거리다. 지난 2월 25일 이춘희 세종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급속한 인구유입에 따른 보육 수요에 따라 총 17곳의 어린이집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시는 올해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5곳, 민간 34곳, 가정 26곳 등 총 65곳의 어린이집을 확충할 계획이다.
   
   세종시의 차별화된 출산장려정책은 3년 만에 전국 1위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책의 지속성과 예산확보, 보육시설과 학교의 증축 등 갑자기 불어나는 인구유입으로 인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박항순 세종시 보건소장은 “산모들의 민원 접수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개선사항을 꾸준하게 정리하고 시청과의 협조를 통해 명실상부한 ‘출산도시’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2398호
등록일 : 2016-03-19 오전 9:47:00   |  수정일 : 2016-03-18 15:5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