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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의 재(嶺) 너머 이야기

윤봉길 의사를 가장 존경하는 일본인

“윤봉길 의사가 이룬 일의 1%만 할 수 있어도 영광”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4-08-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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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은 이토씨. 그의 요청으로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을 사용했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정신을 배우기 위해 매년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있다. 일본 교토부(京都府) 출신의 이토 히로시(藤 浩志ㆍ45)씨는 김구(金九), 안중근(安重根), 윤봉길(尹奉吉) 선생 등 한국 독립운동사(獨立運動史)에서 큰 족적(足跡)을 남긴 위인들의 기념관과 유적지를 찾아 참배를 하고, 그들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힘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은 윤봉길(尹奉吉) 의사(義士). 尹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본군이 상해(上海) 사변 승리 후 상해 홍구(虹口)공원(현재 노신 공원)에서 일본 천황의 생일인 ‘천장절’ 기념행사와 전승 기념행사를 열자, 물통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대장 등을 죽이고,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기치사부로 중장, 제9사단장 우에다 겐키치 중장, 주 중국 공사 시게미쓰 마모루 등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토씨는 “한국의 역사적인 장소와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성지(聖地) 순례나 마찬가지”라며 “그 가운데 윤봉길 의사의 생가(生家)는 나에게 정신적 ‘메카’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가 윤봉길 의사의 삶에 매료된 것은 김학준(金學俊) 전 동아일보 사장이 쓴 ‘매헌(梅軒) 윤봉길 평전’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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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 직전 자신이 직접 쓴 선서문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한 윤봉길 의사.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읽게 되었고, 그 안에서 윤봉길 의사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후 우연하게 어느 도서관에 들렀는데, 일어로 번역된 ‘윤봉길 평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호기심에 이끌려 그 책을 펼쳐들고 읽었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토씨는 “윤봉길 의사는 당대의 훌륭한 지식인이었고, 또 학생들에게 일제(日帝)에 대적할 정신과 힘을 길러주기 위해 실용적인 학문을 가르친 선생님이었다”며 “그를 알아갈수록 그의 삶 하나하나가 존경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
 
이토씨는 한국의 대통령 가운데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일생과 업적에 대해 낱낱이 꿰뚫고 있었다. 그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한강의 기적은 그 어느 지도자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저에게 한국을 알게 해 준 사람입니다. 제가 1979년 한 주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는데, 제가 일본으로 돌아간 직후 박 대통령이 암살을 당했습니다. 그 사건은 어린 저에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35년간 저는 소위 ‘한국빠’로 지내오면서 한국을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왔습니다."
 
이토씨는 “초등학교 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이 일본의 아주 작은 버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리에는 3층 이상의 건물이 없었습니다. 신문도 대부분 한자(漢字)로 되어 있고, 편집도 일본 신문과 똑같아서 그냥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 저의 호기심을 끌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을 공부하면서 한국의 내면을 들여다보니까 한국은 일본과 완전히 다른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 정치와 역사에 흥미가 있는데 솔직히 일본의 위인 중에는 존경하는 사람이나 관심 있는 인물이 없지만, 한국의 위인이나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대해서 어느 일본인보다도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은 테러리스트 아냐"

-가족 중에 한국인과 결혼을 했거나 연관된 사람이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알면 알수록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 저의 일본인 조상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여러 가지 잔혹한 짓을  많이 저질렀다는 데 대해 부채(負債) 의식을 느껴 왔습니다. 조상들이 저지른 죄값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에 매년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유적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도 아닌데 너무 큰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일본인 조상이 그랬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웃 국가와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많은 일본인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망언(妄言)을 해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아베 총리를 ‘아베양’ 혹은 ‘아베짱’(어린 아이같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으로 무시하는 의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는 오직 미국의 눈치를 보며, 오직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정치인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자위대 강군(强軍) 정책이나 해외 파병도 결국 일본군을 미군에 종속시키는 행위라고 봅니다.”
 
-꼬일대로 꼬인 한일(韓日) 관계를 어떻게 풀었으면 하나요.
 
“아베를 쫓아내면 됩니다. 그는 이미 7~8년 전 1차 내각 때 아주 우익적인 발언을 한 전력이 있습니다. 현재 일본 국민은 아베가 어떤 정치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지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보통의 일본 사람들보고 ‘아베노믹스가’ 무엇인지 한번 물어보십시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 관방장관이나 아베 내각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안중근 의사는 절대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테러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고한 다수의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조국을 침략한 특정 인물을 타겟으로 삼아 위해를 가했습니다. 안중근에게 살해당한 이토 히로부미는 특별한 철학이나 정책이 없는 권위주의적 인물이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가 韓日 관계의 출발점"
 
-안중근은 어떤 사람이라고 보는지요.
 
“안중근은 고귀한 인품을 지닌 지식인었습니다. 그는 이토를 살해한 행위가 동양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가 말한 동양평화는 자신의 조국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까지 포함하는 전(全) 동아시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점만 봐도 그는 숭고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안중근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단지 이토라는 훌륭한 정치인이 한국인의 손에 죽었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 좌파나 우파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저 자신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토씨는 “일본 정부가 한국 강점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진실한 사과를 하고, 식민통치기간 저지른 잔혹한 행위에 대해 보상을 시작하기 전까지 일제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봉길 의사가 했던 일의 1%만 내가 해낼 수 있어도 영광”이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에 건너와 아이들에게 실용 학문을 가르치며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잇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 ‘명량’이 흥행하자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일본의 군인들이 먼저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광복절을 맞아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위인의 삶과 인품 자체를 존경하고, 따르려는 일본인을 만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등록일 : 2014-08-14 16:41   |  수정일 : 2014-08-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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