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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밥 먹여준다고? 정말 그럴까?

칼 뉴포트가 알려준 '열정의 배신'

글 | 이상문 기자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스타디움에 운집한 2만 3,000명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아보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이 졸업 연설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순식간에 350만 뷰라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스탠퍼드대학교 공식 동영상에도 300만 명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열정을 따라야 해. 인생은 그러라고 있는 거야.” “열정이야 말로 우리가 인생을 살게 해주는 동력이지.” 인습 타파의 상징적 인물이 설파하는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에 다들 감명 받고 깊은 공감을 표한 것이다.(본문 23~24쪽)
 
그런데 놀랍게도 정작 스티브 잡스는 이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사실 젊은 시절 잡스는 IT 기업 경영에 열정을 가진 인물로 보기 어려웠다. 대학생 때 그는 장발에 맨발 차림으로 미국사와 댄스를 연구하고 동양 신비주의에 심취해 있었으며, 사업이나 전자기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년 만에 대학을 중퇴하고는 수련공동체를 들락거리고 인도로 영적 여행을 다녀오고 젠 센터에서 선 수련을 했다. 애플 설립 몇 달 전만해도 스티브 잡스는 그저 영적 깨달음을 추구하며 고뇌하는 젊은이였을 뿐, IT는 당장 급한 돈을 위해 건드려본 수준이었다. 자신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는 잡스의 조언은 과연 옳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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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뉴포트

저자인 칼 뉴포트는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 즉 열정론은 틀렸다고 말한다. “열정을 따르지 말라”고 단언한다.  
“만약 젊은 시절의 잡스가 훗날 스스로 얘기한 조언을 따라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일만 추구했다면, 자금쯤 그는 아마 로스앨토스 젠 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강사가 되어 있었을지 모릅니다.”(30쪽)

저자에 따르면 열정론은 197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되었다. 수많은 책의 저자, 전문 블로거, 상담사, 구루라는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행복에 대해 “행복해지려면 열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퍼뜨리고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라는 말은 이제 커리어 상담 계통에서 사실상 일반적인 모토로 자리잡았다.(26쪽)
 
그러나 책에 따르면, 열정론은 근거도 없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84%가 열정을 가졌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취미에 가까운 것뿐이었고 직업이나 교육에 관련된 것은 4%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저자는 “따를만한 열정이 애초에 없는데 어떻게 열정을 따를 수 있단 날인가”를 반문한다. 열정론은 어딘가에 마법 같은 ‘딱 맞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일을 찾기만 하면 자신이 바라던 바로 그 일이라는 걸 단숨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이런 확신을 실현하는데 실패할 경우, 만성 이직이나 자기회의감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책은 지난 20년간 미국인의 직업만족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을 통계자료로 제시한다. 이는 열정 중심의 커리어 관리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반증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르라는 말인가. 칼 뉴포트는 ‘열정을 따르지 말라’를 제1 원칙으로 제시하고 그 밖의 3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쌓아라’와 ‘지위보다 자율성을 추구하라’, ‘작은 생각에 집중하고 큰 실천으로 나아가라’가 그가 제시한 일의 원칙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열정 자체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요점은 열정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열정이 따라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일, 좋은 직업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침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방황하지 말고 “제대로 일하라”는 것이다. 열정은 그 뒤에 따라오게 돼있다. ‘열정이 없는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냐?’는 푸념은 그에겐 통하지 않는다.

칼 뉴포트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다. 책 <열정의 배신>의 핵심 내용은 2012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열정을 따르라고? 열정이 당신을 따르게 하라’가 기초이자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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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배신>, 칼 뉴포트 지음, 부키

등록일 : 2019-03-12 20:22   |  수정일 : 2019-03-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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