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뉴스 & 이슈 | 경제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AI는 누굴 뽑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

롯데그룹 신입채용에 AI 활용해보니…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서울의 4년제 대학 입학사정관 경험이 있는 한 교육자는 입시철을 ‘전쟁’이라고 기억했다.
   
   “많게는 수천 명의 자소서를 몇 명 안 되는 사정관들이 나눠서 읽다 보면 솔직히 방금 본 자소서가 기억에 잘 안 남을 때도 있습니다. 자소서 간에도 별 차이가 안 나다 보니 읽은 것을 또 읽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아요. 나름대로 평가 기준이 있어 정확한 평가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30대 대기업에서 손꼽히는 한 기업 인사담당자로 일했던 임원 역시 ‘자소서 읽기’의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가끔씩 자소서를 통해 어떻게 인재를 선발하나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인사담당자라는 것을 알게 된 친구나 선후배들이 ‘어떤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냐’ ‘어떻게 쓰면 합격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뻔한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사담당자의 눈에 들어오는 자소서를 쓰라’는 게 최종 결론이었습니다. 그게 뭔지는 때에 따라 다르지요.”
   
   자기소개서, 보통 줄여서 말하는 ‘자소서’는 이제 거의 모든 입학·채용 전형의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짧고 간단한 질문에 대한 대답 속에서 자신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소개하는지를 평가하는 자소서는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자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신입공채에 지원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취업준비생(66.7%)이 공채를 준비하며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했다’고 응답했다. 취준생들이 얼마나 자소서 작성에 공을 들이는지 알게 하는 응답이다. 반면에 늘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 자소서 전형이다.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도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모든 자소서가 입학·채용담당자에게 면밀하게 검토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자는 생각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단기간에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AI가,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길러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다. 구글이나 우버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10여년 전부터 AI 기술을 채용 과정에 도입해왔다. 한국에서도 롯데그룹과 SK하이닉스에서는 AI를 활용해 서류 심사를 했다.
   
   AI가 채용 과정에 도입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그에 대한 개념을 익힌 사람도 드물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를 보면 ‘AI 채용 전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취준생은 64.8%에 달했지만 ‘준비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준비를 못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그 절반(53.2%)을 넘었다.
   
▲ AI 채용 프로그램인 ‘카피킬러 HR’의 결과 화면. 자소서 표절률부터 직무적합도까지 평가된다. photo 무하유

   능력 중심 AI 채용
   
   AI 채용이란 말 그대로 채용 전형에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류전형에 AI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자. 간단하게는 자소서에 대한 표절 검사를 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사실 표절분석 프로그램은 이미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서류전형에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무하유’에서 내놓은 ‘카피킬러’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5800만건의 문서를 분석해온 ‘카피킬러’는 최근 ‘카피킬러 HR’라는 서류전형 AI 프로그램으로 새로 개발됐다. 무하유의 신동호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 카피킬러 HR를 개발한 무하유 신동호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채용 과정에서 AI가 필요한 이유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속도’입니다. AI는 불가능한 업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대기업에서 공채가 진행되면 최소 수만 명의 사람이 지원을 합니다. 인사팀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AI는 그걸 가능하게 해줍니다.”
   
   채용 과정에서 AI 프로그램은 단순히 표절 검사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카피킬러 HR’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기본적인 검사가 먼저 이뤄진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준생들은 종종 기업과 업종을 착각해 자소서를 제출하기도 하는데 그런 실수와 표절 여부 등을 먼저 검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블라인드 체커는 또 다른 기능 중 하나다. 성별과 출신 지역은 물론 학벌과 혈연까지 고려하지 않고 완전히 공정하게 진행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명시적으로 자신의 배경을 밝히지 않더라도 자소서에 은연중에 밝히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러나 AI의 언어 처리 기술은 그런 편법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신동호 대표의 말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라는 이름을 쓰지 않더라도 ‘관악’이라는 지명을 쓰면 서울대를 졸업한 사실이 은연중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AI는 이런 유사한 언어, 짐작이 가능한 언어를 아예 블라인드 처리를 해버리죠.”
   
   그 다음 이뤄지는 것이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자소서 내용을 통해 직무적합도를 검사하고 합격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는 매우 고도의, 그러나 중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AI의 언어처리 기능이 중시됩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을 뽑는 과정이라고 해봅시다.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직무능력과 회사의 인재상에 맞는 자소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높은 점수가 부여됩니다.”
   
   딥러닝 기술은 이 과정에서 적절한 역할을 한다. AI가 언어를 처리한다는 것은 언어의 복잡성 때문에 요원한 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AI 기술은 언어의 미묘한 맥락이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화됐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상반기 공채에서 롯데정보통신과 무하유가 협력해 만든 AI 기술로 채용 과정을 진행했다. 롯데 측에서는 “AI 시스템이 도입 초기인 점을 고려해서 기존의 평가 방법을 병행했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는 게 채용 담당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특히 직무적합도 평가에서 자기소개서와 지원 직무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롯데지주 HR혁신실 김진성 수석의 설명이다.
   
   “롯데가 지향하는 인재상과 직무적합도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지원자, 즉 AI 프로그램을 통해 서류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지원자는 이후의 면접전형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AI 기술이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하게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AI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 예를 들어 좋아하는 문장, 단어, 뉘앙스에 좌우되지 않고 정확히 지원자의 직무적합성을 판단하는 셈이다.
   
   거기다가 AI 채용 프로그램은 지원자의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신동호 대표는 “내부에서 테스트할 때는 합격 가능성 예측 정확도가 83~84%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는 80%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했다. 다시 말해 AI의 ‘사람 보는 눈’이 꽤나 정확하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AI 채용이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금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제일 뛰어난 사람(Best Person)’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Right Person)’이다. 몇 가지 서류상의 점수로 나타나는 ‘스펙’이 아니라 자기소개서, 경력사항 등을 통해서 드러나는 직무적합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학교나 기업에서 적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필요성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소서도 내라고 하고 이런저런 서류도 요구하는 거죠.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걸 다 평가하고 분류할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AI는 속도 면에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이 모든 서류들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신동호 대표의 말처럼 AI 채용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역량 중심 채용’을 이뤄내는 기술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 측에서도 AI 채용을 도입한 이유로 “구직자의 과도한 스펙 쌓기를 방지하고 직무에 필요한 역량만을 평가해 선발하는 능력 중심 채용 문화 확산”을 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AI 채용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채용 준비 과정에 필요했던 능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원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적성과 직무의 성격에 대해 명확히 알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인재상과 직무 역량을 분명히 분석해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 맞춰 지원하는 사람이 AI가 활용되는 채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인사관리 시스템의 변화
   
   AI 채용 시스템의 도입은 단지 취업 준비생에게만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니다. 신동호 대표는 앞으로 인사관리 시스템에서도 AI가 도입돼 쓰일 것이라며 그 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의 인사관리 시스템과 AI 채용 시스템이 접목될 겁니다. 매년 기업에서 이뤄지는 인사 평가 결과가 채용 과정과 연동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채용 과정에서 이런 평가를 받은 사람은 실제로 우리 회사에 들어와보니 좋은 성과를 내더라, 채용 과정에서 이런 인재로 분류된 사람이 회사에 좋은 영향을 주더라는 식으로 AI는 기업의 인사관리와 채용 과정을 실제로 연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겁니다.”
   
   지원자들이 기업에 지원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기업 역시 지원자를 선발하면서 명확히 설명되는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지원자가 실제로 회사에 입사해 어떤 성과를 낼지,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궁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AI를 통한 채용은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구글이 일찌감치 AI 채용을 도입한 이유를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단지 서류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라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AI 기술을 채용 과정에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 AI가 채용 과정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에서도 이번 상반기 채용에서는 “AI가 도입 초기인 만큼 참고 사항으로 쓰였다”고 밝힌 바 있다. 무하유의 신동호 대표는 구체적인 보완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서는 왜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어떤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인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설명 가능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롯데그룹에서는 앞으로 전 계열사에 AI 채용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무하유에 따르면 수십 곳의 대학에서 AI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제일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제일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등록일 : 2018-08-06 10:05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