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뉴스 & 이슈 | 경제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문재인 정부 기업인들의 솔직한 속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을 계속하고 있다”

⊙ 노무현이 재벌 총수 망신 줬던 것과 비슷
⊙ “기업은 정부가 옥죄면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듯”
⊙ “국내 기업, 이미 초국가적 기업”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LG트윈타워를 찾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LG그룹 수뇌부와 협력업체인 탑엔지니어링 김원남 대표 등을 만났다. 정부 측에서는 김 부총리 외에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자리했다.
 
  이 자리는 경제부총리실이 대기업의 사정을 듣고자 마련한 간담회였다. 경제부총리실은 이를 위해 사전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접촉했고 LG그룹이 1순위로 꼽혔다. LG그룹도 부총리 방문에 최대의 예우를 갖췄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 나라의 경제부총리가 민간 기업을 찾아온다는데 최고의 예우를 당연히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너인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김 부총리를 맞이했고, LG그룹은 이 자리에서 올해 1만명 채용, 상생기금 8500억원 조성을 약속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LG그룹은 협력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이라며 잔뜩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다른 그룹들의 시선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김동연 부총리의 돌연 ‘재계 달래기’ 행보에 대해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익명을 전제로 7~8명의 기업인에게 허심탄회한 속내를 물었다.
 
 
  “환자가 스스로 병 진단해 수술법 찾아내라는 것”
 
2007년 9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성과보고회. 노무현 대통령이 전경련, 대한상의 이하 주요 단체장들을 모두 불렀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잠깐 제스처로 풀어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 기업 정서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초기 경제 내각이 이른바 ‘재벌 저격수’라는 이들로 구성됐습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놓고 ‘재벌 개혁을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일구겠다’고 했고, 홍종학 장관은 과거에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한 양반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얼마 전 공개석상에서 ‘재벌들을 혼내느라 늦었다’고 했죠. 카메라가 즐비한 곳에서 당당하게 말을 했습니다. 일부러 들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죠. 역대 정권들은 늘 재벌 개혁을 기치로 내걸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는 기업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경제 관료들이 이를 고스란히 드러낸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재벌그룹 들러서 악수 한 번 한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 아직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가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닙니까? 김상조 위원장은 ‘각 기업의 문제를 본인들이 잘 안다. 연말까지 알아서 자구안을 내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기업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지배 구조 문제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일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보다 그 상황을 잘 알 만한 양반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황당하지요. 환자가 스스로 자기 병을 진단하고, 수술 방법을 찾아서 의사한테 보고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 김상조 위원장의 숙제라고 기업인들이 표현했지요.
 
  “연말까지 내라고 시한을 정해 주니까 다들 그렇게 받아들였지요. 하지만 그 숙제를 제대로 한 곳이 없을 겁니다. 기출 문제도 없고, 예시도 없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 관료들을 보면 ‘그동안 나 무슨 일 한 사람인지 잘 알죠? 이번에 완장까지 찼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정도 아니겠습니까?”
 
  또 다른 10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발상은 유치한 어린아이 같다”고 꼬집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때 재벌과의 간담회 자리라고 서촌의 삼계탕 집으로 재벌 총수들을 모이게 한 것을 기억합니까?(2003년 6월1일, 노무현 前 대통령이 재벌 총수 26명을 삼계탕 집에 초청했던 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단골집이라면서 재벌 회장들을 죽 일렬로 앉혀 놓고 삼계탕을 한 그릇씩 했습니다. 나중에 회장님께 들어 보니 숟가락질을 하면 옆 사람과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고 합디다. 그렇다고 숟가락을 먼저 놓을 수도 없고, 음식을 고스란히 남길 수도 없는 상황 아닙니까? 그때 그룹 내에서 재벌 회장들을 제대로 망신 줬다고 했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재벌 회장들에게 한정식이나 도시락을 접대하며 대화를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 장면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시각으로 재벌을 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말 그대로 하향평준화 아닙니까? ‘저는 이런 것 좋아하니, 여러분도 제 위치와 눈높이를 맞추셔야죠’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격의 없이 대화를 하겠다며 재벌 회장들을 불러다 호프 간담회를 한 것이 정말 소탈한 겁니까? 그러면서 방미 사절단에서는 총수들을 일절 배제했습니다. 노골적으로 기업이 싫다고 티 내는 것이죠.”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
 
2017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났다.
  문재인 초기 경제팀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시각은 싸늘했다. 김동연 부총리의 LG그룹 방문으로 인해 정부와 재계의 분위기가 나아질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 지난해 여름, 몇몇 재벌 그룹의 경영기획팀에서는 때아닌 경제 공부 열풍이 불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던 때였다. 소득주도 성장은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이 늘어나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경제가 선순환된다는 이론이다.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일자리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경제관료팀이 반년 넘게 해 온 것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룹에서 이 이론을 실제로 공부하며, 팀원들과 토론을 했던 한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논리 자체는 말이 됩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서 소비가 늘면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지만, 이론으로만 따지면 말이 되는 논리죠. 그룹 내부에서 도대체 어떻게 발을 맞춰야 하는지를 알고자 일부러 밑줄 쳐 가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 해 봤더니요.
 
  “제일 중요한 것이 빠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기본 전제조건은 가계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주체인 기업입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민간기업이 고용을 더 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세금의 투입이 불가피하죠. 국민 혈세로 일부 공무원의 임금을 늘린다고 하면 이를 수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문제는 결국 민간기업이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에 대한 규제부터 풀려야 합니다. 물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기업들이 괜히 자기 배 불리려고 무조건 규제만 풀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에는 가장 중요한 기업의 역할이 빠져 있습니다.”
 
  — 어떻게 빠져 있나요.
 
  “기업은 정부가 옥죄거나 비틀면 말을 듣는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가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니, 무작정 늘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생각이고, 제4차 산업을 운운하는 시점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입니다. 기업의 손발을 모조리 묶은 상태에서 무조건 가계소득을 어떤 식으로 늘릴 수 있습니까? 기업에 그 일익을 담당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투자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 토론에서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뭐, 답이 없다고 결론났죠.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왜 그렇게 근로자를 함부로 고용할 수 없는지, 근로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정부가 들을 자세가 아니니까요. 무조건 기업은 부(富)를 축적하는 나쁜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전제 자체가 다른데 무슨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 시도는 해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개별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미흡하나마 그 역할을 하던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전경련의 순기능, 역기능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갑니다만, 적어도 재벌 그룹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해 준 것이 사실입니다. 하다못해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면, 전경련이 그룹 규모를 정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습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재벌들이 불만이 있다고 한들 정부에 말할 여력이 없었죠.”
 
 
  “최저임금? 베트남을 한번 봐라”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억지스런 궤변은 해가 바뀌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월 5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견 기업체를 운영하는 K 대표는 헛웃음을 지었다. K 대표는 일부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다음에도 추가 이전 계획이 있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돌진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은 현재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건비는 국내의 10분의 1수준이고, 법인세율이 낮고, 세금 감면 혜택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투자청과 KOTRA가 파악한 베트남 내 한국 기업은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5400여 개다. K 대표는 “최저임금제 인상이 공장 이전 계획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습니다. 현재 7530원인 최저임금만 해도 허덕일 지경인데,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연다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은 3~4% 수준인데, 임금은 매년 15% 이상 늘어나야 하는 기이한 구조입니다. 이대로라면 기업의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 이미 베트남에 공장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요.
 
  “베트남은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베트남 공무원들과 얘기를 해 보면 이미 한국의 투자에 대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기업이 포진해 있고, 정부 차원에서 법인세, 각종 세금 등을 감면해 줍니다. ‘기업 프렌들리’라고 하는 것이 정말 느껴집니다. 종업원들의 성향이 온순한 데다 임금은 국내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기업으로서는 낮은 임금, 세제 혜택, 고품질 제품 공급이 보장되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 과거 중국도 그랬지요.
 
  “물론입니다. 지금은 미국도 그런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세제 혜택 줄 테니까 미국으로 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임금은 우리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것이 돌고 도는 겁니다. 기업의 생명은 이윤추구인데, 그것이 전제될 수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면서, 그 와중에 종업원의 후생복지를 생각하고 사회환원 정책을 세우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기본이 되는 기업의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오너는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 애국심을 앞세우더라도 기본은 하고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무시한 채 ‘벌 만큼 벌었으니까 이제 손해 좀 보시죠’라는 식(式)의 접근법은 기업에 먹히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한파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인건비 부담에 따라 전국 1만2500여 개의 주유소 중 1000여 개의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저가와 최저가를 내세운 커피와 분식점, 패스트푸드 매장은 무인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호주머니를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업 터전마저 빼앗는 것이다.
 
 
  “기업의 자생력을 믿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2017년 1월 10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우물 안 사고’를 우려한 입장은 또 있었다. 국내 기업의 자문에 주로 응하는 한 회사 임원의 얘기다.
 
  “안팎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다, 어떤 산업이 뜬다는 등 얘기가 많은데 저는 그 핵심이 탈국가화라고 봅니다. 이제는 국가 간의 경계가 정말 무너지는 세상이 올 겁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를 보십시오. 구글이 미국에 본사가 있다고 해서 미국 기업입니까? 구글의 창업자 중 한 명은 러시아 사람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미국에 본사를 뒀다고 해서 미국 기업입니까? 이미 전 세계인이 페이스북을 사용합니다. 페이스북에 대한 권리를 미국이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초국가 기업입니다. 삼성, 현대차, SK, LG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외국인 주주가 국내 주주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업에 대한 권리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에 있지 않습니다.”
 
  — 초국가적 기업이 가속화될까요.
 
  “앞으로 세계를 제패할 곳은 초국가 기업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그 틈바구니에서 해당 국가의 기업이 살아남겠지만, 초국가 기업이 세상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더는 한 국가가 그 기업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미 벌어졌습니다. 구글, 애플이 미국에 둥지를 트는 한 법인세를 낼 수는 있지만, 그 기업에 대한 권리나 역할 부담을 한 국가가 줄 수 없는 상황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기업 중에서 당장 내일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다만 국가에 소속된 종업원에 대한 의무랄까요, 그런 부담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나마 현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스스로 존폐의 기로에 선다고 하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적인 흐름, 추세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하는 시점에 거꾸로 1970년대식 발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다른 얘기이기는 하지만,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장은 이 같은 정부의 국내 기업을 바라보는 퇴보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모녀에 대한 불법 지원에 대한 국정농단 청문회장이었는데, 삼성, 현대차, SK, LG 등 9개 그룹 회장들이 모두 국회로 불려 왔다. 이들은 최순실 모녀에 대한 불법 지원과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출연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재벌 총수들은 “죄송하다”며 연이어 머리를 숙였다.
 
  문재인 정부의 반 기업 정서에 대해 “기업의 역할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 기업인도 있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의 얘기다.
 
  “역대 정부의 관심은 고용 증대였습니다. 일자리 창출이 기업 본연의 역할이며,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말이 나온 지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적하지 않더라도 기업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그룹의 직간접 고용이 50만명입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200만명의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집니다. 그 책무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고, 그 부분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노조가 간단치는 않지만, 기업의 역할에 대해 인정해 줬으면 합니다. 종업원을 무작정 해고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겠다고 덤비는 국내 기업은 드뭅니다. 적어도 재벌이라는 소리를 듣는 곳은 그렇다고 봅니다. 과거 최부잣집이 ‘내 집 반경 안에서는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고 했던 정신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우선 우리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을 챙기는 것, 나아가 그와 연관된 협력업체를 챙기는 것이 기업의 책무로 생각하는 그룹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일부러 옥죄지 않더라도 스스로 역할을 할 정도의 수준은 됐다고 봅니다. 기업이 스스로 역할을 하게끔 지켜봐 주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업에 대한 컨트롤 강화 입장은 여전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재벌개혁’을 중점 과제로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1차 데드라인인 지난해 말이 지나자 “3월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가 변화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2차 데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그간 한국의 경제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며 “대기업은 현금을 쌓아 둔 채 쓸 곳을 못 찾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투자는커녕 대출도 못 받아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재계 달래기에 나선 김동연 부총리는 LG그룹 이후에 찾아갈 기업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모임을 주선한 대한상의 관계자는 “부총리실이 LG그룹에 이어 중소기업체 탐방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하지만 어느 곳을 찾아갈 것인지 조율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등록일 : 2018-02-09 08:52   |  수정일 : 2018-02-09 09:4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근수  ( 2018-02-09 )  답글보이기 찬성 : 15 반대 : 2
재앙입니다.실실 웃는 文조심!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