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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이 부른 사고” 박원순의 과속스캔들

글 | 조현주 기자 2019-02-18 10:19

‘꼰대’.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박원순 서울시장 연관 검색어로 떠오른 단어다. 박 시장이 느닷없이 ‘꼰대 논란’에 시달리게 된 것은 지난 2월 5일과 6일 방영된 KBS의 파일럿(시범)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사장과 직원의 일상을 담아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박 시장은 자신의 수행비서관과 이른 새벽부터 함께 조깅을 하고, 비서관 가족의 저녁식사 자리에 예고 없이 동석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꼰대가 따로 없다’ ‘상사 갑질이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잇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 시장은 지난 2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더 나은 시장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반성을 많이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직원들에게 해준 게 제대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사과
   
박 시장의 사과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연초에는 서울시 공식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헌정곡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일 열린 시무식에서 박 시장이 등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문 대통령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를 내보냈다. 이 곡은 2017년 9월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씨가 문 대통령을 위해 만든 헌정곡이다. 청와대는 2017년 11월부터 문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입장할 때 해당곡을 사용해왔다.
   
서울시 시무식에서 박 시장이 등장할 때 문 대통령 헌정곡이 사용된 점에 대한 지적이 거세지자, 결국 직접 사과에 나섰다. 박 시장은 1월 9일 트위터를 통해 “실무진의 부주의도 다 저의 불찰”이라며 “김형석 작곡가가 대통령께 헌정한 곡을 쓴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로 인해 상심하셨을 모든 분께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말 과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여권 내 대선주자들이 악재에 시달리며 곤혹을 치르는 시기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은 최근 연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친문’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월 30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비문’ 잠룡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2월 1일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가만히 있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시기인데 굳이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해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와중에 박 시장은 또 다른 여권 내 대선주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광화문 재구조화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1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곧 이어 행안부는 이틀 뒤인 23일 이 설계안에 대해 “행안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김부겸 장관은 지난 1월 24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설계안대로) 앞쪽 도로가 없어지면 차가 접근할 수 없고, 주차장도 쓸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설계안은 한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다음날인 1월 25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행안부가 성명서(설계안에 대한 반대 의사가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가 다시 ‘잘 해서 협의해나가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 발표까지 했다”며 “그런데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여권 내 잠룡들의 ‘격돌’로 비쳐졌다. 3년 뒤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선주자 사이에 견제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식의 해석도 나왔다. 이에 김 장관은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영상을 촬영한 뒤 기자와의 만남을 통해 갈등설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김 장관은 “지금 양쪽이 만나 (광화문 재구조화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를 사실상 불구로 만드는 안은 안 되고 조율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박 시장과는) 오래된 관계로 35년이나 됐다. 각을 세우지 않았다. 언론이 싸움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화면.

박원순표 정책도 ‘삐그덕’
   
“잘할 수 있고, 해오던 일을 가장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서울시장 3선 도전 의사를 밝히며 박원순 시장이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각종 논란을 사고 있는 박 시장의 시정 성적도 아직 신통치 않다. 올해 박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제로페이 정책’은 시작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간편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좌이체 수수료를 은행이 받지 않기로 하면서 수수료 ‘제로’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오는 3월 정식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성과가 그리 좋지 않다. 야권에서는 ‘대권놀음을 위한 혈세낭비를 그만두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로페이’ 사업을 추진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실패’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가맹점 가맹률이 10%도 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이라고 하는 명분 이외에 유인책이 없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제로라서 제로페이’라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또 “엄청난 홍보비용을 지출함에도 가맹점 확보가 쉽지 않고 거래실적이 부진하자 서울시는 공무원과 통·반장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자치구마다 가맹점 모집을 강제 할당하고 가맹실적에 따라 자치구 특별조정교부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재해 등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 쓰도록 한 특별교부금을 이렇게 쓴다면 (특별교부금을) 개인의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라며 “대권놀음을 그만하고 서울시민의 혈세 낭비를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다 충성경쟁 때문”
   
박원순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다 보니, 이에 따른 조급증으로 연달아 실수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서울시 참모진의 내부 경쟁 과열로 정보교류가 막히면서, 오히려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 측 한 관계자는 “(이런 시기에) 방송 출연 등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방송 콘셉트를 제대로 알았다면 아마 더 적극적으로 말렸을 것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 내부 충성경쟁이 과열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터진 사고(논란)가 다 충성경쟁 때문이기도 하다”며 “충분히 정보교류가 이뤄졌다면 (박 시장 행보에 대해) 더 면밀한 검토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2545호
등록일 : 2019-02-18 10:19   |  수정일 : 2019-02-1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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