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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내분 불똥이 왜 우리한테?”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집단해고 위기

글 | 조현주 주간조선 기자

▲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photo 뉴시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는 지난 11월 초부터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예산안 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결정은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 뒤에 예결위원회에서 내리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또한 11월 초 예산안 예비심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중앙선관위가 예산과 인력 지원을 하고 있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관련 예산을 “악의적으로 삭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예산안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기관이 스스로 편성된 예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0명 중 22명 해고 위기
   
   “선관위의 내분으로 인한 불똥이 저희 직원들에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예산안대로 간다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30명 직원 중에서 22명 정도가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직원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A-WEB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A-WEB 관련 지원 예산으로 책정돼 있는 중앙선관위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이 당초 54억원에서 21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이로 인해 A-WEB의 직원 총 30명 중 22명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A-WEB의 내년도 예산은 당초 계획에서 절반이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 11월 8일 열린 행안위 예산·결산 소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이 54억원에서 21억원으로 싹둑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A-WEB 측에서는 이 과정에서 중앙선관위가 기습적으로 A-WEB과 관련된 예산안 축소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A-WEB의 한 관계자는 “원래 중앙선관위 측에서 A-WEB의 사업내역과 관련된 자료를 받아 5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이를 국회 예산정책처에도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11월 초 중앙선관위 관할 소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의 시에는 갑작스레 21억원으로 축소된 자료가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A-WEB 측에서는 예산 축소와 관련해 지난 11월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권순일 대법관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WEB 직원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가장 청렴하고 민주적이길 기대하는 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사내 정치적 목적과 이에 관련된 몇몇 사람의 사리사욕 달성을 위해 전체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며 “자신의 정부 예산안을 하루아침에 스스로 뒤엎어 정부와 국회를 기만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것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WEB 직원협의회는 우리 직원들의 생존권과 신성한 노동권을 무참히 짓밟고 이에 대한 대책 요구에 회피, 변명, 협박으로 일관해온 중앙선관위 위원장 권순일 대법관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 김용희 A-WEB 사무총장 photo 성형주 조선일보 기자

   33억원 삭감의 배경은?
   
   A-WEB 측에서는 중앙선관위 예산 삭감의 배경에 중앙선관위의 전임 사무총장 간 내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여전히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한편 A-WEB이라는 조직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선관위 안팎에선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직을 두고 전임 선관위 사무총장 간의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오는 12월 선관위 상임위원의 교체를 앞두고 김용희 전 선관위 사무총장(현 A-WEB 사무총장)과 그의 후임이었던 김대년 전 사무총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지목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김대년 전 사무총장이 재임한 시기인 지난 3월 선관위가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이들의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다. 선관위는 A-WEB에 대한 감사 결과 김용희 사무총장이 전자투표기 제조업체인 국내 기업 ‘미루시스템즈’의 투표시스템 수출사업에 관여하면서 업체 밀어주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포착됐다며 김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김 사무총장은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전직 사무총장을 수사 의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무수한 소문이 번져나가자 김대년 당시 사무총장은 ‘A-WEB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과 함께 상임위원직을 둘러싼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지난 9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대년 전 사무총장은 물러나면서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의 동반 사퇴를 주문하기도 했다.
   
   
▲ 지난 8월 DR콩고 시민단체 ‘프리덤 파이터’ 회원들이 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모습. photo 중앙선관위

   “A-WEB 소멸 위기 처해 있다”
   
   A-WEB 측에서는 선관위와의 갈등 여파로 A-WEB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선관위가 내년도 예산을 빌미로 A-WEB이라는 조직 주무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A-WEB의 관계자는 “21억원의 예산안으로는 기존 사업 운영비를 포함해 직원 8명만이 남게 돼 사무처의 실질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마다 선관위에서 간부급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데 이번 예산안대로라면 A-WEB 직원 8명과 선관위 간부급 공무원 4명으로 (A-WEB) 사무처를 운영해야 한다”며 “A-WEB은 이제 선관위 간부급 공무원들이 머무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때문에 A-WEB 직원협의회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예산을 더 확보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중앙선관위 측 직원으로부터 직원협의회 활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내년 (A-WEB) 사무처 예산 중 남은 21억원조차 전액 삭감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게다가 중앙선관위 지시로 A-WEB 직원들의 집단행동을 감시 보고하고 향후 어떻게 제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작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A-WEB 직원협의회의 단체행동을 방해 시에는 그동안 수집된 자료를 증거로 고소·고발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측 주장은 전혀 다르다. 선관위는 운영비를 삭감하는 과정에서 인건비가 줄게 됐지만 기존 정규직(8명)의 일자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측 한 관계자는 "A-WEB측에서는 갑작스런 예산 삭감으로 22명의 직원이 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고가 아니라 정규직을 제외한 계약직과 임시직이 계약이 만료된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A-WEB에서 계약직과 임시직으로 근무한 직원의 경우 올해 말 계약기간이 만료되지만 이는 A-WEB이 자체적으로 늘린 인원이기에 선관위가 나서서 지원할 사항은 아니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미 지난 10월 행안위 국감에서부터 선관위의 ODA 사업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러운 예산 책정 과정을 통해 일부 예산이 삭감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선관위의 ODA 사업 예산이 당초 54억원에서 21억원으로 줄어든 것 또한 국회 예산 소위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A-WEB 측에서) 국가 예산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정부 예산안이 만들어지면 국회 최종 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변동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특히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 등 A-WEB이 해온 업무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서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1월 초 열린 국회 예산 소위에서 A-WEB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A-WEB을 해산하고 중앙선관위가 ODA 사업을 직접 수행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며 “A-WEB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사업들을 전부 없앨 수는 없기에 지속해야 할 사업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예산을 책정했고 최종적으로 21억원 선에서 결정된 것이다”고 밝혔다.
   
   또 향후 예산 삭감과 관련한 협박이 오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와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산 심의하는 절차상 지금의 예산이 최종 예산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는 것이 중앙선관위 측의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실제 아직 예산이 확정된 게 아니다. 앞으로 국회 본회의 절차까지 남아 있는데 그 사이 더 조율할 부분이 있다면 서로 면담을 통해 조정을 해야 하는데 A-WEB 측이 지금과 같이 중앙선관위를 악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A-WEB 논란 왜 벌어졌나?
   
   A-WEB은 2013년 10월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목적으로 중앙선관위 주도로 창설된 기관이다. 현재 105개국 111개 선거기관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선거기관협의체로 국내법적 성격은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중앙선관위로부터 예산과 인력지원을 받고 있는 A-WEB은 회원국 간 정보교류와 협력, 국제선거 참관, ODA 사업을 수행해 후발민주국의 선거관리 기반시스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이 장기간 재임하면서 전자투표기 제조업체인 미루시스템즈와의 유착 문제가 불거졌다. 김 사무총장이 전자투표기 제조업체인 국내 기업 ‘미루시스템즈’의 투표시스템 수출사업에 관여하면서 업체 밀어주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지난 3월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김 사무총장은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선관위 안팎에선 김용희 사무총장이 선관위 상임위원직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청와대를 향해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을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려고 했다는 소문에 대해 적극적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선관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김용희 전 사무총장을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 과정에 청와대 모 실세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스스로 입장을 밝히고 해명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보도에 따르면 김용희 전 총장은 A-WEB이라는 단체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에 전자투개표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는 ODA 사업을 수행하면서 ‘미루시스템즈’라는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독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왔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이런 유착과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청와대가 굳이 김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반드시 명백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희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16일 열린 국회 행안위의 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관위 상임위원 교체와 관련된 질의가 쏟아지자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맡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등록일 : 2018-11-27 09:59   |  수정일 : 2018-11-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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