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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에 마지막 기회이자 위기”, 남·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시나리오

⊙ 4월과 5월 정상회담은 북핵을 ‘협상’으로 풀 수 있는 벼랑 끝 담판
⊙ 북한의 비핵화 의지 의심스러워… 김정은, 북한 권력층 분열 우려해 협상 나선 듯
⊙ 한국 정부는 트럼프에 ‘불가역적 핵 폐기’(CVID) 강력 요구해야
⊙ 비핵화 이행, 1년 정도 단시간 내에 끝내야… 시간 끌면 비핵화 실패
⊙ “비핵화 전제로 북한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불가능”
⊙ 비핵화 협상 실패해도 전쟁 가능성 낮아… “동북아 어느 나라도 전쟁 실익 없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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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미북정상회담이 갑작스레 추진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예고돼 있다.
 
  정말 김정은의 북한은 완성 단계인 핵을 포기하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택할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시설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검증을 받을까.
 
  또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화될 경우 주한미군 주둔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어떻게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어느 것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경쟁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과거처럼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남북, 미북 간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나면 한반도에 다시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과 같은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지 않을까.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에게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를 물어보았다.
 
 
  ① 남·북·미 정상회담 하자는 진짜 북한의 속셈은?
 
  정말 북한이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의지가 있을까. 북한 관영 《로동신문》은 지난 2월 23일 논평에서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3월 5일 한국의 대북 특사단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혔다. 도대체 북한의 속셈이 뭘까.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믿기보다 앞으로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과거 사례로 볼 때 북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남북한 간에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었고, 미북 간에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한 바가 있어요. 6자 회담을 통해 2005년 9·19 공동선언을 체결하는 등 북한은 스스로 비핵화가 목표라고 주장해 왔어요.
 
  국제사회를 상대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은 작년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 15형)을 시험한 후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지요. 지금 우리가 북한 말에 합리적 의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② 북한, 정말 과거와 달라졌을까?
 
3월 7일 정의용 등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단과 만찬한 김정은이 만찬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특사단 인사들과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설주와 정의용 특사단장. 사진=조선중앙TV 촬영
  북한의 현재 처한 상황은 과거보다 엄중하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얼마 못 가 북한의 외환보유액이 고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체제는 일반 민심의 이반보다 권력층의 분열을 두려워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대화 모드에 나선 것은 대북제재와 압박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제재 정책이 북한 권력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목해 왔어요. 김정은이 일반 민심의 이반보다 권력층의 분열을 두려워하고 있고, 낮아지는 외환보유액이 권력층 분열을 촉발할 수 있어요. 김정은으로서는 외환보유액에 심각한 상태가 오기 전에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요.
 
  과거 북한은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주장을 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협상의 지위가 낮아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상황입니다.”
 
 
  ③ 비핵화 협상, 북한에 유리하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남북, 미북 간 대화에 나선 배경에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공개했고 핵 프로그램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과거 북한 핵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가 있었다면 지금은 거의 완성 단계다. 그렇기에 미국과 최후 승부를 하면서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현재 북한은 자체 핵 능력만으로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어요. 한국이나 일본을 직접 겨냥한 핵개발이 완성 단계라는 점도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죠. 그래서 말로는 비핵화를 꺼내지만 파키스탄의 예와 같이 북한의 핵 무력을 미국이 묵인하면 좋겠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장기(長技)는 ‘시간 끌기’입니다. 큰 틀에서 비핵화 합의를 걸어두고 세부적으로 신고, 사찰, 검증, 폐기라는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는 과정에서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파키스탄처럼) 핵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시나리오도 북한이 추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④ 현실적으로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핵 동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CVID)가 북한 비핵화의 목표이자 기준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북 대화는 없다”고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핵 동결-폐기’라는 2단계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핵 동결은 핵과 관련한 북한의 모든 활동을 ‘잠정적으로’ 묶는다는 의미다. 핵 실험 혹은 핵개발을 잠시 중단한다는 것이다.
 
  우정엽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동결-폐기 2단계 해법이 완전한 북핵 폐기가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핵 완성 단계인 북한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은 동결이 최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 얘기는 벌써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서도 나옵니다. ‘북한은 비핵화할 생각이 없기에 현 상황에서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동결 수준이 최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만약 미북 간 협상이 핵 동결로 끝난다면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⑤ 미국의 CVID 의지는 어느 정도일까?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일본 아베 총리가 참석해 관람하고 있다.
  CVID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어느 정도일까. CVID는 그저 수사나 구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론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를까.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당장 자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BM의 위협요소가 제거되면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여유’를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핵 폐기라는 큰 틀에서 한미 당국자 사이에 의견차는 없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핵 동결부터 시켜놓고 출구로서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미국 역시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한국 정부와 생각이 일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핵 동결에 굉장히 격앙돼 있어 절대로 (CVID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CVID를 관철시키려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요. 만약 미국이 ICBM만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걱정이 됩니다.
 
  한국은 일본과 전략적 이해가 같기 때문에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가 세게 제기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미국 측에 CVID 관철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⑥ 한국 정부의 대미(對美) 외교의 목표는 CVID 관철?
 
  김천식 전 차관도 윤 전 원장과 같은 생각이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핵 동결이나 부분해결, 또는 ICBM 개발 저지를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고, 그런 주장이 미국 내에서 있다”며 “그것은 한국 입장에서 가장 좋지 않은 해결책”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 미국이 (핵 동결이라는) 어정쩡한 북핵문제 해결책을 추구할 때 이를 막아내는 것이 한국의 국익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보수·진보라는 정파적 견해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북한의 핵 동결, 즉 북핵 위협의 현상유지는 결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개발을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가장 안 좋은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김 전 차관은 “정부의 대미 외교의 목표는 CVID의 실현에 있다”며 “CVID 관철 여부가 한국 외교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⑦ 4월 남북정상회담… 벌써부터 개성공단 재개 분위기?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될까. 벌써부터 남북경협 얘기가 흘러나온다. 비핵화 논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논의는 위험하다.
 
  윤덕민 전 원장은 “남북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 제재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 최종 비핵화 전까지 국제 압박 시스템이 견지돼야 한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검토하는 것은 미북 대화에서 비핵화 절차가 진행될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비핵화 없는 남북경협 논의나 종전 선언은 알맹이 없는 허무한 구호로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천식 전 차관도 “북핵문제 외에 다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남북정상회담은 정세의 기본 틀을 다루는 회담이어야지 실무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한 관계의 다른 문제는 정상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풀려가게 돼 있어요. 4월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만 다루어도 벅찬 상황입니다.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도와주는 정상회담이 되지 않도록 매우 경계해야 합니다.”
 
  우정엽 실장은 “4월 정상회담에서 경협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북한의 비핵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 제공, 개성공단 재개 등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4월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제재와 압박의 결과라는 생각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유화책을 쓴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죠.”
 
 
  ⑧ 5월 미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미국은 북한에다 ICBM 모라토리움(moratorium·활동중단)을 선언하고, 비핵화 의지를 밝혀달라는 게 그간의 대화조건이었다. 북한 김정은은 이 조건에 화답하면서 미북정상회담이 드라마틱하게 성사됐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에다 ▲ICBM 개발 포기 ▲북한 내 일부 핵시설 가동 중단이나 폐쇄 카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을 수 있다.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관한 톱-다운을 김정은과 직접 만나 담판 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북한이 미국 측에 어떤 비핵화 방안을 전달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윤덕민 전 원장은 “그동안 남북한 당국과 국정원-CIA 차원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북 대화의 전제조건이 성사됐을 것”이라고 했다.
 
  우정엽 실장은 “미북 정상이 5월 회담에서 비핵화를 처음 논의하는 자리가 돼선 곤란하다”며 “그럴 경우 회담이 실패할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이미 비핵화 선언은 2005년 북핵 6자 회담의 결과물로 나온 9·19 공동성명에 다 담겨 있어요. 이를 다시 한 번 ‘2018년 버전’으로 만들어 놓고, 그 선에서 구체적인 이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북 정상이 만나 확인해야 합니다.”
 
  김천식 전 차관도 “2000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논의가 있었다. 당시에도 미북 간 사전협의가 있었고 이번에도 그런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⑨ 5월 미북정상회담은 북한에 마지막 기회?
 
  김천식 전 차관은 “미북정상회담은 북한에 바라마지 않던 경사(慶事)”라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대화의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어 했는데 그 희망이 실현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북정상회담을 갈망해 왔는데 지금 전제조건 없이 성사된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좋은 일이고 소중한 기회죠. 북한은 이 기회에 미북 간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자 할 것입니다.
 
  탈냉전 이후 미북관계 정상화가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탈냉전기 초기부터 외교 접촉을 통해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핵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어요. 이것이 30년간 계속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입니다.
 
  이번 기회가 북핵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마지막 담판’이라 생각한다면 북한과 미국 모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협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것이고, 그 이후 진행될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요. 미북정상회담은 북한에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⑩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남·북·미는 정상회담의 결과로 6자 회담 재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북을 끌어내 북한 핵시설 검증이 본격화될 수 있다.
 
  플루토늄 기반시설은 물론 고농축우라늄 관련 시설에 대한 북한의 동의를 받아내야 검증이 가능하다. 또 북한이 보유 중인 핵탄두와 ICBM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한미 정보당국에서 파악 중인 의심 시설 역시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
 
  이후 국제사회가 검증된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구체적 합의도 필요하다. 정말 첩첩산중이다.
 
  우정엽 실장은 “검증 및 사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해본 적이 없어서 추측뿐”이라고 했다.
 
  “과거 북한이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에 비핵화의 각 단계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댔어요. 뭘 검증하며 뭘 받아내고, IAEA가 입국하면 뭘 받아내는 식이었죠. 경제적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어내고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거부하는 전략을 써왔어요.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입니다. 미국은 검증 과정을 최대한 짧게 만들 것으로 봐요. 과거처럼 검증 중간에 숨통을 틔어주면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우 실장의 계속된 말이다.
 
  “핵폐기 수순은 일단 북한의 자진신고를 말하지만 미국이 의심하고 있는 시설과 지역에 대한 사찰과 검증도 병행해야 합니다. 일부에선 ‘우리가 북한 내 핵시설을 모르는데 어떻게 사찰하고 검증하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어요.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이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에게 새로 건설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보여준 일이 있어요. 미국에 돌아온 해커 박사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백 기를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지요. 이처럼 우리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기존에 알려진 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만으로 비핵화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김천식 전 차관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접근보다는 상호 이행 조치를 빅딜하고 동시 행동으로 일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던 과거 방식은 결과적으로 비핵화가 언제 완결될지 기약이 없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초기 ‘동결 검증’ 단계에서 이견이 노출되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파기됐던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어요. 새로운 비핵화 협상을 할 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1년 정도의 단시간 내에 비핵화를 달성해야 합니다. 시간을 무한정 끌면 비핵화가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⑪ 종전과 평화협정, 북미수교, 주한미군 철수?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미북수교 등이 자연스레 논의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중심의제로 다룰 방침으로 알려졌다.
 
  종전 선언은 북한과 연합군의 협상이다. 종전 선언으로 연합군이 해체된다고 해도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주한미군 사령관의 업무 중에 연합군사령관의 역할이 사라질 뿐이다.
 
  김천식 전 차관은 “일반적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비핵화 이후)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남·북, 미·북 사이에 논의된 바 있었고, 양해됐던 사항”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원장은 “미북 수교의 전제가 한미동맹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남남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환경이 달라지면서 철수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 있으나 북한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가 거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작년 7월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중국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제안한 일이 있어요. 그런 점을 염려하면서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교환하는 식의 거래를 조심해야겠죠.”
 
 
  ⑫ 비핵화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전쟁 발발?
 
  남·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다시 도래할까.
 
  우정엽 실장은 “한반도 시계가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당장 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고립, 군사적 긴장 증가로 북한을 압박하지, ‘군사적 해법밖에 안 남았다’고 하기에는 미국도 부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천식 전 차관도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너무 쉽게 꺼낸다”며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쟁은 쉽게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남북한은 물론 주변 어느 나라도 전쟁의 실익이 없어요. 미국과 중국은 전쟁이 아니라도 북한을 비핵화시킬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요. 비군사적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킬 수 있는데 굳이 전쟁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재로선 중요합니다.”⊙
등록일 : 2018-04-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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