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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대교체 외치는 젊은 우파들

글 | 신승민 기자

▲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구 숨도빌딩 세미나실에서 열린 ‘내일을 위한 오늘’ 정책토론회.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주요 선진국에는 입법 남발로 인한 정체를 막고 낭비를 줄이는 제도들이 많습니다. 독일의 경우 입법영향평가제를 시행해 법안의 타당성을 미리 평가합니다.”(송보희·32·한국청년정책학회장)
   
   “국회 보좌관들은 입법부 공무원입니다. 준정치인처럼 의원들의 오른팔 노릇만 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 파리정치학교에서 정치인들을 교육·배출하듯 보좌관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홍순기·26·바른미래당 서울시 대학생위원장)
   
   “국회의원에게도 무조건 소명과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그만한 노력의 대가를 지원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주어진 권한을 특권처럼 누린다는 것입니다.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의회 문화부터 바꿔야 합니다.” (김영진·25·고려대 정책대학원생)
   
   지난 2월 26일 저녁 ‘정치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서울 마포구 숨도빌딩 7층에서 열렸다. 직장인·정당원·창업가·대학원생·청년NGO대표 등 각 분야의 20~30대 12명이 참가했다. 차분하게 시작된 토론회는 참가자들이 기성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각자 마련해온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점점 열기를 띠어갔다. 국회의원 특권 문제부터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 선거구제 개편 논의까지 세부적인 의제들도 다뤘다. 청년정치단체 ‘내일을 위한 오늘’(이하 ‘내오’)이 주최한 월례 세미나였다.
   
   ‘내오’는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와 정권교체로 보수·중도 진영이 무너지면서 태동했다. 작금의 정치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중도·우파 청년정치인과 NGO대표들이 단결했다. 청년 세대들부터 정치적 전문성을 기르고 우수한 정책을 연구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였다. 범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에 둥지를 틀었다. 그해 6~7월 준비기간을 거쳐 8월 7일 창립했다. 작년 연말까지 총 9번의 세미나를 열어 ‘헬조선 논쟁’ ‘4차 산업혁명’ ‘저출산 문제’ 등 여러 사회적 의제들을 주제로 토론했다. 지난해에는 기존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비공개로 운영됐지만, 올해부터 조직 체계를 완비하고 SNS계정·홈페이지 등을 개설하면서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매달 대중강연·연구모임을 개최하고 몇몇 언론사들과 캠페인성 협업(協業)도 준비 중이다.
   
   
   “용기 있는 청년들을 목말라한다”
   
   현재 총 72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내오’의 목표는 앞서 토론회 주제와 같은 ‘정치개혁’이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정책연구와 청년정치인 육성을 추구한다. 이른바 ‘정치벤처’ ‘정책벤처’를 표방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저출산 대책’ ‘신기술 규제 혁신 방안’을 주제로 2종의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정책R&D’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의원실 연구 용역을 수주하고 입법청원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정치 시장 개척으로 자본 확보가 가능해지면 추후 독립적인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왜 ‘내오’가 정치개혁을 부르짖게 됐을까. 그들이 문제로 본 것은 ‘권력추구형 계파정치’와 ‘고령화된 정치문화’였다. 회원 문동욱(39·한반도선진화재단 홍보팀장)씨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공천파동 사태를 회고했다. “누가 친박이냐 진박이냐 타령할 때 정말 이 당이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 국민이 뽑아줄 거라고 믿었나 봐요. 보수정치 지형이 후진적인 시스템이란 걸 느꼈습니다. 이제 선진정치를 하려면 그런 과거 방식의 접근과 전략은 지양해야 합니다.”
   
   계파주의로 점철된 기성 보수정치에 환멸을 느낀 것은 ‘내오’의 대표 정현호(32)씨도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다수의 정치단체를 이끌었던 청년정치인이다. 2년 전 새누리당 공천파동 당시 그는 당내 청년혁신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때 청년대표로서 당 지도부를 세게 비판했었습니다. 난리가 났죠.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갔다가 내려졌다가. 한편으론 그 분위기가 두렵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거대정당이 무너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가을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나서 ‘보수가 무너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오’는 구시대 정치와 작별하고 청년 세대들이 주도해나가는 ‘새정치’를 꿈꾸고 있다. 그 가운데 보수진영의 몰락이 반성과 혁신의 촉매제가 됐다. 정 대표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20~30년에 걸쳐 엄청난 기술변화가 일어난다”며 “경제·사회뿐 아니라 정치환경과 라이프스타일도 많이 바뀌게 된다. 지금이 바로 저희 청년들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경륜·지혜를 본받되, 정치개혁은 젊은 세대들이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내오’가 이룩하려는 정치의 세대교체는 시니어 그룹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운영위원으로 현 조직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의 말이다. “우리 정치가 너무 낡았거든요. 지금 있는 분들은 갈등의 골이 깊어요. 세대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새 세대가 이끌어야 합니다. 저는 이들을 ‘3세대’라고 얘기합니다. 45년 단위로 보면 2016년부터는 3세대들이 이끄는 시대입니다. 저희 시니어 그룹도 ‘내오’에 자문하는 정돕니다. 실제 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건 젊은 친구들이 맡고 있어요. 다들 생각이 민첩하고 유연해서 자주 놀라요. 이제는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사내 벤처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되는 셈이죠.(웃음)”
   
   ‘내오’는 진보진영 인사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했다. 정치개혁에는 좌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직까지는 보수·중도 진영의 회원들이 다수지만 앞으로 더 활동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그런 점에서 회원들은 ‘내오’를 특정 이념으로 규정 짓는 태도에 대해 경계한다. 참신한 시각으로 정책을 연구할 사람이라면 40~50대 어른 회원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내오’에는 적게는 20대 초반, 많게는 60대 회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한다. 물론 주력은 20~30대의 청년층이다. 단 극단적 이념을 추종하는 이상주의자들은 배격한다. 정 대표의 말이다.
   
   “저희 ‘내오’는 어느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개방성 등 우리나라 사회·경제를 발전시켜왔던 가치들을 새 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젊기 때문에 정의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기성세대보다 더 클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성을 갖춘 청년정치인들의 싱크탱크, 정책적 허브가 되길 원합니다. 일종의 ‘정치 인큐베이팅’ 기능을 하겠다는 거죠. 지금 우리 사회도 좀 더 ‘센’ 소리를 내는, 그렇지만 비관이 아닌 용기를 가진 청년들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봅니다.”
   
   ‘내오’는 정책적 전문성 확보와 체계적 조직 구성으로 여타의 청년정치단체들과 차별화했다. 기존 단체들은 설익은 청년층 주장만 앞세우거나 도리어 기성 정치권에 예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오’는 청년과 전문가가 함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청년들이 의제와 정책을 결정하고 연구하면 전문가가 코치·서포트해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 단체에는 총 6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우선 정현호 대표가 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는 운영위원회가 진행상황 및 제반실무를 총괄하고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다. 위원회 내 총 19명의 회원들 중 기성세대는 단 1명으로, 나머지 청년들이 조직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을 맡은 전략위원회가 방향 설정 및 의견 조율과 정책자문을 맡는다. 주로 행정경험이 있는 전문가들, 전직 관료·정치인들이 소속돼 있다. 총 인원 9명 중 4명이 기성세대, 5명이 청년들이다. 이밖에 정책위원회(정책연구), 입법위원회(정책활동), 기획홍보위원회(기획홍보), 세미나위원회(행사운영) 등 별도의 세부조직이 네 개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직과 회칙을 신설·개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적 구성도 다채롭다. 회원들의 경우 대학생(대학원생), 정당원(한국당·미래당 등), 창업가(식당·카페 등), 직장인(대기업·정치컨설팅회사 등), 청년NGO대표에 이르기까지 직업이 가지각색이다.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도 있다. 자문그룹 내 전문가들도 여럿이다. 이주호 전 장관을 비롯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수영 전 경기도 부지사, 이대영 중앙대 문창과 교수,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등 전직 기관장 및 학자들이 포진해 있다.
   
   
   “보수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위기”
   
   그렇다면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내오’가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정치개선 과제는 무엇일까. 교육단체에 재직하고 있는 정선호(34)씨는 “미래에는 기존 직업 80%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며 “지금 초·중·고 학생들이 미래 직업을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지훈(28)씨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불만을 들어주기 위해 고객센터를 갖춰놓는다”며 “국회도 국민들의 민원을 경청할 수 있는 고객센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오’ 회원들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내오’ 회원이자 ‘청년이 만드는 세상’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순옥(31)씨의 말이다. “(정부가)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버려야 해요. 이번 평창올림픽 단일팀 논란만 해도 사전에 국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지도 못했잖아요. 북한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까 올림픽인지 북한 행사인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또다시 추경을 편성한다던데 이런 사례도 드물다고 들었어요. 일자리 시장의 전체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공무원 수를 늘린다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이렇듯 여러 사안들을 당장 자기 임기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오’의 바람인 정치 개혁과 정책 정치의 부활은 현 정권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정현호 대표는 “보수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위기로까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보수가 일면 부패했어도 쇄신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정치적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지금 안보 말고는 남은 것이 없고, 법치주의 역시 국정농단으로 흔들렸죠. 작금의 보수는 가치 추구와 정책 정치를 못 합니다. 진보 또한 합리적인 정책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어요. 정책 효과를 내다보는 편도 아닙니다. 지금의 보수·진보 모두 주축은 50~60대 어르신들이잖아요. 결국 비슷합니다. 문제는 시대인식입니다. ‘내오’는 청년들의 눈과 힘으로 기성의 정치문화를 탈바꿈시켜 나갈 겁니다.”
등록일 : 2018-03-08 15:36   |  수정일 : 2018-03-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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