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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왜 5개월째 놀고 있나

“대선(大選) 전엔 그렇게 종편뉴스 편파적이라고 아우성이더니 …”

⊙ 방심위, 지난 5월 25일 회의를 끝으로 위원 임기만료, 5개월째 업무공백 … 위원 9명 모두 공석
⊙ 처리 못한 방송심의 민원 3500여 건 … 통신심의는 무려 12만 건 쌓여
⊙ “정부여당은 정권 바뀌었다고 이제 뉴스 심의할 필요성 못 느끼는 것 아닌가” 지적도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의 공공성·윤리성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의 임기가 지난 6월 12일자로 만료된 이후 4개월 이상 위원장 및 위원이 공석이다. 박효종 전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심의위원은 3년 임기를 마치고 6월 12일 물러났는데, 이후 후임인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편파적인 뉴스가 횡행해도 이를 심의할 기관이 없어진 것이다.
 
  박효종 전 위원장 퇴임 당시 방심위측은 “상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 후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7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방심위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방심위 마지막 전체회의는 5월 25일. 공백 상태가 거의 5개월에 달한다. 방심위 한 관계자는 “4개월간 방심위 업무공백이 이어지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예정된 종편 재허가 심사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심위측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으로 처리되지 못한 방송심의 민원은 3500여 건(민원처리시스템 등록건수 기준), 통신심의 민원은 11만9000여 건(상정대기건수 기준)에 이른다.
 
 
  방심위 인선 왜 늦어지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상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이효성 위원장이 취임했지만 방심위는 5개월째 심의위원 9인 전체가 공석이다.
  방심위는 심의 결과에 따라 방송사업자에게 행정지도와 법정 제재를 내릴 수 있다. 행정지도는 의견제시 또는 권고이며 법정 제재는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및 경고가 있다. 법정 제재를 받으면 벌점(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안에 따라 사과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재허가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종편 뉴스가 편파적이라고 지적하며 경고, 주의 등 칼날을 휘두르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이 바뀐 이후 이토록 잠잠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계 한 관계자는 “방심위 위원 자리 전체가 5개월이 다 되도록 비어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민원접수 6개월이 지나면 심의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대통령이 위촉한 9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된다. 구성은 통상 정부와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해 왔는데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이 5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몫 3명만으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각 1명씩 추천할 수밖에 없어 자유한국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측 추천인사는 대부분 내정된 상태지만 야당은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여당측은 방심위원장에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교수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과 한국방송학회 회장,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평소 언론자유에 대한 목소리를 내 왔다.
 
  방심위의 오랜 공백 상태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정부가 방심위를 적극적으로 구성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는 지적이 대세다. 종편 한 관계자의 얘기다. “2016~2017년엔 매달 방심위에 불려가서 해명하는 게 주요 업무일 정도였습니다. 정말 사소한 표현들에 대해 민원이 들어왔다며 계속 출석을 요구했고 (방심위가) 종편 재허가 여부의 ‘명줄’을 쥐고 있는 곳이다 보니 최선을 다해 소명해야 했습니다. 민원 내용이라는 게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편파적인 표현을 썼다는 건데 어찌 그리 잘도 찾아내는지요. 근데 대부분 ‘의견제시’나 ‘문제없음’으로 끝났습니다. 민원이라는 게 ‘종편 흔들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월간조선》이 2016~2017년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종편 관련 민원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많은 고정 출연자들이 방심위 민원 및 경고를 이유로 하차했다. 이들은 대부분 이른바 ‘대세 후보’, 즉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들이다.
 
  지상파 TV나 라디오 심의안건과 달리 종편 심의안건은 100%가 민원 접수 건이다. 민원 내용은 주로 ‘정치적 객관성 결여’, ‘특정인의 품위 및 명예 훼손’에 대해 출연자의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방심위가 2016년 접수한 종편 민원은 TV조선 626건, MBN 397건, jtbc 266건, 채널A 658건 등 총 1947건. 소위원회 회의록에 나타난 실제 심의 안건은 TV조선과 채널A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6년(44회), 2017년(5회) 등 총 49회의 소위원회 회의록에 나타난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 민원은 민원제기 사유로 객관성 결여 및 특정인 명예 훼손이 대부분이었는데 객관성 결여의 피해자이거나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 명예훼손에서 명시된 인물 또는 조직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었다.
 
 
  “한 정당이 수십개 민원할 동안 반대 정당은 하나도 없어”
 
  민원 접수자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러나 당시 방심위 한 관계자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민원인은 민언련과 더불어민주당 등 사실상 90% 이상이 구(舊·탄핵 전) 야권”이라며 “탄핵정국에서 태극기부대가 나서면서 jtbc에 대한 민원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 기본적으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민원은 거의 진보측 세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2016년 초에는 특정 정파 민원 폭주로 심의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연예, 교양 등 프로그램이 방심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지적을 받고 심의에 올라오는 반면 시사보도 부문은 민원에 의해 심의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었다. 또 이런 심의시스템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2015년 11월 특정 정당의 민원이 100건 넘게 쏟아지면서 이를 2016년 봄까지 심의해야 했고, 위원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당시 방심위원이었던 함귀용 변호사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건의 민원 중 특정 정당이 많다. 이번에는 한 건 빼놓고 나머지 건이 전부 특정 정당의 민원이기 때문에 이런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고, 윤훈열 심의위원은 “어떻게 공교롭게 한 정당측에서만 민원제기를 하는 상황인가”라며 “한 정당은 수십 개의 문제 제기를 할 동안 반대 정당은 하나도 안 할 정도의 상황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심의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대선 전에는 현재 여당측이 그렇게 열심히 종편이 편파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심의를 요구했는데, 지금 여당은 전혀 심의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심의기구를 신속하게 정상적으로 구성해야 할 정부여당이 정권을 잡고 나니 지나치게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고 말했다.
 
 
  방심위 업무공백 장기화되나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허욱 부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향후 방심위가 정상적으로 구성돼도 심의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평소보다 많은 안건을 한꺼번에 심의하게 되면 ‘졸속심의’를 하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심의의 형평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4기 방심위) 임기가 시작된다고 해도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질 텐데 그러면 비정상적 심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위원들의 성향 문제를 떠나서 처리해야 될 안건이 너무 많으면 ‘졸속심의’가 될 가능성이 분명히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심의는 형평성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시기에 따라 어떤 안건은 꼼꼼하게 심의하고 어떤 안건은 휙 지나가고 이러면 안 된다”며 “졸속심의를 하다 보면 그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도 “방송심의의 경우 허위사실이거나 공정성 면에서 큰 문제가 있고 방송 내용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심의를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심의규정상 (방송 이후) 6개월이 지난 것들은 (심의를) 안 하게 돼 있다”며 “그것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방송사들이 있을 것이다. 심의를 못 하고 있는 걸 뻔히 아니까 간접광고라든지 여러 가지로 방송사가 심의규정을 느슨하게 생각할 여지가 있고, 그 피해가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종편 등 ‘어부지리’ 가능성도
 
  jtbc·채널A·TV조선 등 3개 종편 방송사는 지난 3월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고 2018년 1월에 재허가 이행 실적을 점검받을 예정이다. 이때 2017년 한 해 동안 오보·막말·편파보도로 인한 방심위 법정제재를 4건 이하로 받아야만 재허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오는 11월 재허가 심사를 앞둔 MBN의 경우에도 방심위의 심의 및 제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4개월 이상 방심위가 열리고 있지 않아서 이들 방송사가 방통위 재허가와 관련한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언론사들이 방심위 공백에 일부러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심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경고나 제재를 받을 만한 방송들이 많은데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제재조치에 따른 감점이 방송 평가(재허가 심사)에 반영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종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며 “방송심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와 재허가 과정에서 환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방심위 업무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일 : 2017-11-13 08:48   |  수정일 : 2017-11-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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