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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시진핑 ‘브로맨스’의 유효기간은?

글 |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러시아군과 중국군의 장갑차들이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프라우다
우수리강은 러시아와 중국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하천이다. 몽골어로 우수는 ‘물’을, 리는 ‘장소’를 뜻하는 접미사로, ‘물이 있는 곳’을 말한다. 중국어로는 우쑤리(烏蘇里)강이라고 부른다.
   
   이 강의 중류에 넓이 0.74㎢, 길이 1700m, 폭 500m인 다만스키(중국명 전바오·珍寶)라는 자그마한 섬이 있다. 옛 소련과 중국은 이 섬을 차지하기 위해 1969년 3월 2일, 15일, 17일 등 세 차례나 전투를 벌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양국 군은 같은 해 8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국경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소련군은 중국을 핵무기로 공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없었고, 사거리 2000㎞의 중거리미사일만 보유하고 있었다. 소련은 미국에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개입할지를 물었는데, 미국은 소련이 중국을 침공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중국 편에 서서 참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반대했던 것은 소련이 중국까지 장악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덕분에 겨우 소련과의 전면전을 모면했다. 이후 소련과 중국은 4380㎞에 달하는 국경선에 65만8000명과 81만4000명의 군 병력을 각각 배치하는 등 대립해왔다. 중국은 미국 대신 소련을 주적(主敵)으로 상정했다. 군사력에서 열세이던 중국은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1972년 미국과 화해했다.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출범할 때까지 양국 관계는 복원되지 않았다.
   
   국경에 지나치게 많은 병력을 배치한 것에 부담을 느낀 양국은 1997년 4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국경지역에 있는 전체 병력을 각각 26만8000명으로 제한키로 했다. 양국은 2004년 국경협정을 체결하고 일단 영토 분쟁을 해결했다. 이후 양국의 관계를 협력 수준으로 격상시킨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서 나토를 확대하고 중앙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하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성을 느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대거 수출함으로써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려면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중국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이 필요했다. 푸틴 대통령과 후 주석은 2012년 6월 5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경 병력을 대폭 줄이고, 우쑤리강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교역 규모를 2015년 1000억달러, 2020년 2000억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고문을 통해 “양국의 국가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양국의 참여 없이는 어떤 국제 문제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양국 협력 강화의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다.
   
   
   브로맨스의 시작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양국 관계는 밀월 수준으로 더욱 격상됐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 관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역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만남의 횟수로 잘 알 수 있다. 시 주석이 2013년 3월 국가주석이 된 이후 전 세계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모스크바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총 7번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각종 국제회의에서 별도로 만나거나 상호 방문을 통해 무려 23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장 최근 만난 것은 지난 9월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6차 핵 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으로 ‘쌍중단’(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제시해왔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초창기에는 시 주석이 더욱 적극적이었다. 시 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막간을 이용해 푸틴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당시 두 정상은 보드카를 마시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부친들이 독일과 일본과 싸웠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도 미국 등 서방국가 정상들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참했는데도 참석했다. 시 주석은 또 2015년 5월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하면서 우의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푸틴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 방문 중 정상회담 때마다 늦게 현장에 나타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런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베이징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의 개별 정상회담에 먼저 나타나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기다리면서 회담장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까지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은 러시아어도 중국어도 전혀 못 한다는 것이다. 통역이 없으면 꿀 먹은 벙어리인 셈이다. 지난 6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두 사람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통역 없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이 난감해 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대표단보다 회담 장소에 먼저 도착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대표단을 혼자 맞이해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대표단에 시 주석을 ‘고독한 전사’라고 표현했고 시 주석은 어색한 웃음을 짓기만 했었다.
   
   
▲ 지난 7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환담하고 있다. photo 크렘린궁

   닮은 점 다른 점
   
   푸틴 대통령은 유도와 가라테 유단자이고, 사냥·낚시·승마 등이 취미이며, 웃통을 벗고 상반신을 드러내는 등 돌출행동도 꺼리지 않는다. 시 주석은 수영을 잘하고 축구·배구·농구 등을 좋아하지만 틈만 나면 독서를 하는 등 상당히 절제하는 생활을 해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딸 바보’라는 것과 권위주의적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딸만 둘을 두었으며 시 주석에겐 외동딸이 있다.
   
   두 사람은 2인자를 두지 않을 정도로 권력에 대해 집착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고 헌법의 3연임 금지조항에 따라 총리 자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다시 대통령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승리하면 네 번째로 대통령을 맡으면서 2024년까지 통치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세기 차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러시아 역대 지도자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사실상 1인 독재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 주석은 그동안 반부패 운동을 활용해 자신의 정적과 거물급 경쟁자들을 제거해왔다. 시 주석은 ‘핵심’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면서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됐다. 임기가 2022년까지인 시 주석은 오는 10월 18일 열릴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10년 재임의 관행을 깨고 장기집권의 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황제’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슬라브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강한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 주석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기치로 내걸고 중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목표로 볼 때 중국과 러시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밀월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두 사람은 냉전체제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공산주의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까지 갖고 있다. 또 냉전 체제 붕괴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양국의 상호협력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과거와 비교해 약화해가는 상황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은 국제질서를 크게 흔들 수 있다. 특히 아시아가 향후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도 양국의 협력체제 구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아시아가 앞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세계 패권을 쥐려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다른 요인은 양국의 통치체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야당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권위주의 체제다.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현재 하원인 국가두마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모든 권력기관과 지방정부까지 독점하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다. 심지어 러시아는 중국 공산당을 미래 성공 모델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공산당과 러시아의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3월 정당 합동포럼까지 개최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국가 전체를 굳건히 장악하는 공산당의 탁월한 일당 독재 능력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의 시민단체들을 통제하는 수법을 본뜨고 있다. 중국이 자국 시민단체와 외국의 비정부기구(NGO)활동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법을 참고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중국과 러시아가 갈수록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은 전시 상황까지 가정해 합동군사훈련의 범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양국의 해상연합-2017 훈련은 지난 7월 발트해를 시작으로 9월 중순 동해와 오호츠크해 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 함대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양국 군은 지난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첫 미사일방어(MD) 합동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대테러훈련도 함께 하고 있다.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도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우려해 대화만을 강조하면서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다.
   
   
▲ 중국 네이멍구 만저우리와 러시아 자야칼스크의 국경 모습. photo 위키피디아

   밀월관계 언제까지
   
   그렇다면 두 사람의 브로맨스와 양국의 밀월관계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이념 분쟁까지 벌일 정도로 앙숙이었던 양국이 진정한 친구가 되기에는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러시아는 중국이 자국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자국이 중국을 더 필요로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보다 인구도 많고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군사력까지 강력한 중국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최대 교역국가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러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은 경제 분야, 러시아는 정치·외교 분야에서 각각 우월적 지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해당 국가의 정치·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러시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의 동쪽 지역을 중국이 언젠가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은 과거 중국이 지배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영토에 대한 향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중국인들은 러시아 극동지역에 물밀듯이 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의 침략에 대비한 군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극동지역에 한국과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두통거리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냉전 이후 질서에 미국을 자극하면서 지나치게 도전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크림반도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러시아와의 합병을 찬성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 주민들이 크림반도 주민들처럼 자신들의 미래를 투표로 결정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교역 규모가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것은 원유와 천연가스, 무기밖에 없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서방의 제재 불똥이 중국 기업들에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경제개혁을 근본적으로 단행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국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가 분노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맞대고 있는 국경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국 관계의 현주소는 ‘친구인 듯 친구 같지 않은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 다만 영원한 국가이익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 청나라와의 아편전쟁 당시 헨리 파머스턴 전 영국 총리(1784~1865)가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등록일 : 2017-09-14 08:56   |  수정일 : 2017-09-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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